오모리 카즈키 감독이 지난 12일 별세했다. 향년 70세.
감독은 헤이세이 고지라 시리즈의 최고작이자, 역대 시리즈를 통틀어도 손꼽히는 걸작으로 평가받는 <고지라 VS 비오란테> (1989)를 쓰고 연출했다. 후속작 <고지라 VS 킹기도라> (1991)도 감독, 각본을 맡았고 헤이세이 시리즈 최대 흥행작 <고지라 VS 모스라> (1992)와 완결편 <고지라 VS 디스트로이어> (1995)의 각본을 썼다. 말 그대로 헤이세이 고지라를 시작부터 끝까지 지탱했던 주요 인물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2007년 11월에는 메가박스 일본영화제 참석차 내한하여 연출작 <사랑에 빠진 여자들> (1986)을 직접 소개했다. 영화를 보고 나서 감독에게 사인을 받았던 일이 인상 깊게 남아 있다. 당시 블로그에 올렸던 글을 옮기며 감독과 그의 작품에 대한 기억을 되새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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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모리 카즈키 감독에게 사인을 받았습니다.
2007년 11월 15일
오늘 메가박스 일본영화제에서 두 편의 상영작을 보고 왔습니다. 한 편은 애니메이션 <시끌별 녀석들 2: 뷰티풀 드리머>였고, 다른 한 편은 실사영화 <사랑에 빠진 여자들>이었습니다. 두 편 모두 고지라와 관련이 있는 작품이죠. <뷰티풀 드리머>에는 극중 주인공들이 감상하는 영화로 1954년판 <고지라>의 몇 커트가 원전에 충실한 작화로 애니메이션화되어 삽입되어 있습니다. 사실 <뷰티풀 드리머>에는 고지라 말고도 모스라라든가 만다, 메가로, 고텐호와 같은 기타 토호 괴수와 메카닉은 물론, 울트라맨, 발탄성인, 카네곤, 월광가면 등의 특촬물 캐릭터에 심지어는 에일리언까지 엑스트라로 돌아다닙니다. 보는 것만으로도 눈이 즐거운 애니메이션이지요.
그리고 <사랑에 빠진 여자들>의 감독은 제가 앞서 썼던 대로 헤이세이 고지라 시리즈의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했던 오모리 카즈키입니다. 역시 앞서 말씀드렸던 대로 오모리 감독은 이번 영화제에 특별 게스트로 초청되어 내한했지요. 오늘 <사랑에 빠진 여자들>의 상영 전 오모리 감독이 직접 작품을 소개하는 순서가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책과 DVD의 부가영상 등으로만 보았던 분을 눈앞에서 뵙는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오모리 감독은 소개 도중 ‘지금까지 30여 편의 영화를 찍었고, 그 가운데 고지라 등도 있다’라고 말한 뒤, 관객들에게 ‘고지라, 알고 계십니까?’라고 물어보기도 했습니다. 물론, 객석에서는 ‘예!’라는 대답이 나왔지요. <고지라 VS 비오란테>로 연출작을 처음 접했던 저로서는 절로 미소를 지었던 순간이었습니다. 감독은 소개 순서가 끝난 뒤 관객들과 함께 영화를 보았습니다. 유감이었던 점은 영사실에서 화면을 제대로 맞추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화면 윗부분이 약간 잘리더군요. 영화의 타이틀인 <恋する女たち>가 세로로 뜰 때 첫 글자인 ‘恋’의 첫 번째 획이 잘려 보이지 않았습니다. 중반부 주인공의 마음속 말을 자막으로 내보낼 때도 마찬가지였고요. 감독을 초대한 자리에서 가장 기본적인 영사에 제대로 신경을 쓰지 않다니… 저로서는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어찌 됐든 영화는 경쾌한 로맨틱 코미디로 관객들의 반응이 좋았습니다. 화면 때문에 신경이 쓰이긴 했지만 저도 충분히 즐겁게 보았습니다.
상영이 끝나고 오모리 감독에게 사인을 받았습니다. 고지라 영화의 감독을 직접 뵙는 귀중한 기회를 놓칠 수는 없었기에, 미리 <고지라 VS 비오란테>의 DVD를 준비해 갔습니다. 하여, 오늘부로 그 DVD는 제 보물이 되었습니다. 일본어를 잘했더라면 좋은 말씀 한마디 전해드리고 왔을 텐데, 그렇지 못한 데다 긴장하기까지 하여 모기만 한 목소리로 ‘뵙게 되어 영광이었습니다.’라고 간신히 할 수 있었습니다…만, 말할 때 사인을 받으려는 다른 사람에게 감독의 시선이 잠깐 가 있어서 제대로 들으셨는지는 모르겠습니다 ㅠ.ㅠ
감상했던 두 작품이 모두 마음에 들었기에 영화 팬으로서 즐거웠고, 고지라 시리즈를 연출했던 감독을 뵐 수 있었기에 괴수 팬으로서 기억에 남을 하루였습니다. 오늘밤에는 사인을 받았던 <고지라 VS 비오란테> DVD를 보면서 들떴던 마음을 가라앉혀야겠습니다.



![[고지라 VS 킹기도라] 포스터 (C) Toho Co., Ltd.](https://atomicray.net/wp-content/uploads/2015/03/gvskg.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