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모리 카즈키 (1952-2022)

오모리 카즈키 감독이 지난 12일 별세했다. 향년 70세.

감독은 헤이세이 고지라 시리즈의 최고작이자, 역대 시리즈를 통틀어도 손꼽히는 걸작으로 평가받는 <고지라 VS 비오란테> (1989)를 쓰고 연출했다. 후속작 <고지라 VS 킹기도라> (1991)도 감독, 각본을 맡았고 헤이세이 시리즈 최대 흥행작 <고지라 VS 모스라> (1992)와 완결편 <고지라 VS 디스트로이어> (1995)의 각본을 썼다. 말 그대로 헤이세이 고지라를 시작부터 끝까지 지탱했던 주요 인물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2007년 11월에는 메가박스 일본영화제 참석차 내한하여 연출작 <사랑에 빠진 여자들> (1986)을 직접 소개했다. 영화를 보고 나서 감독에게 사인을 받았던 일이 인상 깊게 남아 있다. 당시 블로그에 올렸던 글을 옮기며 감독과 그의 작품에 대한 기억을 되새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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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모리 카즈키 감독에게 사인을 받았습니다.
2007년 11월 15일

오늘 메가박스 일본영화제에서 두 편의 상영작을 보고 왔습니다. 한 편은 애니메이션 <시끌별 녀석들 2: 뷰티풀 드리머>였고, 다른 한 편은 실사영화 <사랑에 빠진 여자들>이었습니다. 두 편 모두 고지라와 관련이 있는 작품이죠. <뷰티풀 드리머>에는 극중 주인공들이 감상하는 영화로 1954년판 <고지라>의 몇 커트가 원전에 충실한 작화로 애니메이션화되어 삽입되어 있습니다. 사실 <뷰티풀 드리머>에는 고지라 말고도 모스라라든가 만다, 메가로, 고텐호와 같은 기타 토호 괴수와 메카닉은 물론, 울트라맨, 발탄성인, 카네곤, 월광가면 등의 특촬물 캐릭터에 심지어는 에일리언까지 엑스트라로 돌아다닙니다. 보는 것만으로도 눈이 즐거운 애니메이션이지요.

그리고 <사랑에 빠진 여자들>의 감독은 제가 앞서 썼던 대로 헤이세이 고지라 시리즈의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했던 오모리 카즈키입니다. 역시 앞서 말씀드렸던 대로 오모리 감독은 이번 영화제에 특별 게스트로 초청되어 내한했지요. 오늘 <사랑에 빠진 여자들>의 상영 전 오모리 감독이 직접 작품을 소개하는 순서가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책과 DVD의 부가영상 등으로만 보았던 분을 눈앞에서 뵙는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오모리 감독은 소개 도중 ‘지금까지 30여 편의 영화를 찍었고, 그 가운데 고지라 등도 있다’라고 말한 뒤, 관객들에게 ‘고지라, 알고 계십니까?’라고 물어보기도 했습니다. 물론, 객석에서는 ‘예!’라는 대답이 나왔지요. <고지라 VS 비오란테>로 연출작을 처음 접했던 저로서는 절로 미소를 지었던 순간이었습니다. 감독은 소개 순서가 끝난 뒤 관객들과 함께 영화를 보았습니다. 유감이었던 점은 영사실에서 화면을 제대로 맞추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화면 윗부분이 약간 잘리더군요. 영화의 타이틀인 <恋する女たち>가 세로로 뜰 때 첫 글자인 ‘恋’의 첫 번째 획이 잘려 보이지 않았습니다. 중반부 주인공의 마음속 말을 자막으로 내보낼 때도 마찬가지였고요. 감독을 초대한 자리에서 가장 기본적인 영사에 제대로 신경을 쓰지 않다니… 저로서는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어찌 됐든 영화는 경쾌한 로맨틱 코미디로 관객들의 반응이 좋았습니다. 화면 때문에 신경이 쓰이긴 했지만 저도 충분히 즐겁게 보았습니다.

상영이 끝나고 오모리 감독에게 사인을 받았습니다. 고지라 영화의 감독을 직접 뵙는 귀중한 기회를 놓칠 수는 없었기에, 미리 <고지라 VS 비오란테>의 DVD를 준비해 갔습니다. 하여, 오늘부로 그 DVD는 제 보물이 되었습니다. 일본어를 잘했더라면 좋은 말씀 한마디 전해드리고 왔을 텐데, 그렇지 못한 데다 긴장하기까지 하여 모기만 한 목소리로 ‘뵙게 되어 영광이었습니다.’라고 간신히 할 수 있었습니다…만, 말할 때 사인을 받으려는 다른 사람에게 감독의 시선이 잠깐 가 있어서 제대로 들으셨는지는 모르겠습니다 ㅠ.ㅠ

감상했던 두 작품이 모두 마음에 들었기에 영화 팬으로서 즐거웠고, 고지라 시리즈를 연출했던 감독을 뵐 수 있었기에 괴수 팬으로서 기억에 남을 하루였습니다. 오늘밤에는 사인을 받았던 <고지라 VS 비오란테> DVD를 보면서 들떴던 마음을 가라앉혀야겠습니다.



오모리 카즈키 감독 회고전 개최

[고지라 VS 킹기도라] 포스터 (C) Toho Co., Ltd.
[고지라 VS 킹기도라] 포스터 (C) Toho Co., Ltd.
헤이세이 고지라 시리즈의 대표작 <고지라 VS 비오란테>와 <고지라 VS 킹기도라>를 연출한 오모리 카즈키 감독의 회고전이 다음 주부터 일본 토쿄에서 열린다.

3월 18일부터 30일까지 토쿄 국립근대미술관 필름 센터 대홀에서 열릴 ‘자선 시리즈 – 현대 일본의 영화감독 2: 오모리 카즈키’가 그것으로, 1980년대 이후 일본영화계를 이끌어 온 감독을 선정하여 그가 직접 고른 작품을 상영하는 기획전이다. 오모리 감독은 70년대부터 00년대에 걸쳐 독립영화와 상업영화를 오가면서,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왕성하게 만들어 온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특히 괴수영화 / 고지라 팬들에게는 시리즈 중에서도 손꼽히는 수작인 <고지라 VS 비오란테>(1989)의 감독 및 각본가로서 헤이세이 시리즈의 기반을 탄탄하게 다진 동시에, 90년대 일본 괴수영화의 한 전범을 제시한 것으로 이름이 높다. 그는 이 여세를 몰아 다음 편인 <고지라 VS 킹기도라>(1991)에서도 감독과 각본을, <고지라 VS 모스라>(1992)와 <고지라 VS 디스트로이어>(1995)에서는 각본을 맡으면서 헤이세이 시리즈를 지탱해 왔다. 2005년에는 오랜만에 토호 특촬로 돌아와 <극장판 초성함대 세이저 X: 싸워라! 별의 전사들>을 연출했다.

이번 회고전에서는 상업영화 데뷔작인 <오렌지 로드 익스프레스>(1978)을 비롯하여 <히포크라테스들>(1980),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1981 /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 원작), <톳토 채널>(1987)등의 대표작이 상영되며, 초기 16mm 작품도 여러 편 관객과 만난다. 고지라 시리즈 중에서는 <고지라 VS 킹기도라>가 선정되어 35mm 필름으로 상영된다. 3월 23, 29, 30일에는 감독이 직접 참석하는 토크 이벤트도 열린다.

오모리 감독은 2007년 11월 제4회 메가박스 일본영화제에서 연출작 <사랑에 빠진 여자들>(1986)이 상영되어 한국을 찾은 바 있다.

회고전에 대한 더 자세한 정보는 아래 출처 링크를 참조하시라.

출처: 토쿄 국립근대미술관 필름 센터 공식 웹사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