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언 맨] (2008)

(C) Marvel Studios
(C) Marvel Studios

<아이언 맨>(Iron Man)을 보고 나서 느낀 것은 2002년 <스파이더맨>을 처음 본 뒤의 감동 그대로였다. 이야기와 캐릭터, 액션과 유머, 주제와 표현이 조화를 이룬 제대로 된 수퍼히어로 영화를 정말이지 너무나 오랜만에 만났다는. 그러나 <스파이더맨> 이후 마블 영화는 부침이 심했다. <헐크>는 지나치게 진지했고(물론, 나는 그런 접근 방식도 좋아했지만), <데어데블>과 <엘렉트라>, <판타스틱 포>는 너무 얄팍했다. < X-멘 > 시리즈는 3편에서 1, 2편의 아우라를 잃었다. <스파이더맨 3>마저 찬반양론이 분분했다. 이대로 가다간 마블 영화에 질려버릴 것만 같았던 바로 그때, 이 철갑 사나이가 나타난 것이다.

<아이언 맨>은 균형잡힌 수퍼히어로 영화의 모든 요소를 갖추고 있다. 명확한 캐릭터, 완급이 잘 조절된 이야기 연출, 충분한 볼거리 등 성공적인 오락영화의 3박자가 맞아 떨어진다. 각본에 전혀 흠이 없는 건 아니지만, 작품 전체에 스며든 활기가 거슬리지 않게 가려 준다. 무엇보다도 이 영화에서는 캐스팅이 빛을 발한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와 귀네스 팰트로우의 궁합은 환상적이다. 특히 다우니 주니어의 토니 스타크는 예측불허의 사고뭉치가 수퍼히어로로 변모하는 과정을 설득력있게 묘사했다. 돈이 너무 많고 머리도 지나치게 좋은 그는 타락의 가능성도 아슬아슬하게 보여 주는데, 이에 대해서는 속편에서 더 상세히 다루어질 것 같다. <아이언 맨>이 너무 가볍다고 생각하는 관객은 결론을 섣불리 내리지 말 것이다.

원제: Iron Man
감독: 존 파브로
주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귀네스 팰트로우, 테렌스 하워드, 제프 브리지스, 클라크 그렉
북미 개봉: 2008년 5월 2일
한국 개봉: 2008년 4월 30일

 

한국 괴수 컬렉션 3종 세트 예약 개시

(C) 극동흥업 / 세기상사 주식회사
(C) 극동흥업 / 세기상사 주식회사

지난해 11월 처음 소식을 전했던 한국 괴수 컬렉션 3종(용가리, 왕마귀, 불가사리)이 지난 4월 10일부터 예약 접수에 들어갔다. 현재 예약을 받고 있는 곳은 네이버의 괴수영화 동호회 빅 몬스터 클럽. 이 제품은 빅 몬스터 클럽의 운영자 홍기훈 씨와 국내 모형 판매 및 제작업체 월드 토이스가 공동 제작한 것으로, 상품화가 거의 전무하다시피했던 한국 고전 괴수영화 캐릭터의 피겨로 관심을 모아왔다.

한국 괴수 컬렉션은 <대괴수 용가리>(1967)에 등장했던 원조 용가리, <우주괴인 왕마귀>(1967)의 왕마귀, <불가사리>(1985)의 불가사리가 한 세트로 구성되어 총 50세트가 한정 제작될 예정이다. 이 가운데 2세트는 <대괴수 용가리>의 김기덕 감독, 1999년에 <용가리>를 리메이크했던 심형래 감독에게 증정될 계획이다. 따라서 일반에는 48세트가 판매된다. 앞서 전했던 소식에 따르면 당초 200세트가 제작될 예정이었으나, 제반의 사정으로 생산 수가 크게 줄었다. 따라서 구입을 원하는 팬이라면 다소 서둘러야 할 듯하다.

1967년판 원조 용가리 (C) 극동흥업
1967년판 원조 용가리 (C) 극동흥업

빅 몬스터 클럽을 통해 공개된 제품 사진에 의하면, 레진 재질의 각 괴수 피겨는 높이 11~12센티미터 정도의 크기이며 조형은 SD 스타일이다. 하지만, 귀여우면서도 괴수들의 특징적인 디테일이 잘 살아 있다. 직접 디자인을 맡았던 홍기훈 씨는 고증을 위해 비디오나 DVD가 정식 출시되지 않은 <우주괴인 왕마귀>나 <대괴수 용가리>를 한국영상자료원 등지에서 상영될 때마다 찾아가 반복 관람했으며, 세미나 등의 관련 행사도 빼놓지 않고 참석하며 자료를 수집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일본과는 달리 괴수 캐릭터에 대해 정리된 서적 등이 전무한 한국 실정에서 손톱 갯수나 뿔, 돌기 등의 디테일까지 영화 속 이미지를 그대로 재현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한다.

홍 씨는 제품에 대해 ‘이윤을 남기기 보다는 한국 괴수의 입체물을 소장하고 싶어하는 팬들을 위한 것’으로, ‘구매층이 너무 제한되어 있어 48세트를 소진할 수 있을 지도 사실은 자신이 없다’고 말했다. ‘만일 계획대로 200세트를 하기로 했다면 악성재고로 대형사고가 났을 지도 모른다’며, 팬이나 수집가들의 많은 관심을 당부했다.

한국 괴수 컬렉션 3종 세트의 정가는 용가리, 왕마귀, 불가사리 한 세트에 60,000원(운송료 3,000원 포함). 4월 10일부터 30일까지 예약을 받고 완제품은 5월 말경에 배송될 예정이다. 패키지에는 각 괴수의 정보를 담은 설명서가 동봉되며, 먼저 입금하는 주문자에 한해 한국 괴수 3종 코팅 열쇠고리를 소량 증정한다. 빅 몬스터 클럽은 회원제이지만, 아래 연락처를 통해 홍기훈 씨에게 직접 구입 문의를 할 수 있다.

구입 문의: 홍기훈 씨 (artgihun@naver.com)

관련 링크: 빅 몬스터 클럽

관련글: 2007/11/09 – 용가리 등 한국 괴수 3종 피겨 발매

왕마귀 (C) 세기상사 주식회사
왕마귀 (C) 세기상사 주식회사
불가사리
불가사리

 

[L 체인지 더 월드] (2008)

(C) 「L」 FILM PARTNERS, 日本テレビ放送網
(C) 「L」 FILM PARTNERS, 日本テレビ放送網

이 스핀오프에서 L과 대결하는 악당들은 <데스 노트>의 야가미 라이토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엉성하고, 악역으로서의 매력도 없는 인물들이다. L과 라이토가 막상막하의 두뇌싸움으로 기억에 남을 만한 승부를 보여주었다면, 쿠죠와 마토바가 이끄는 일당은 L은 물론, 이 영화의 세계 속에서는 평범하다고 할 수 있는 소녀 마키에게조차 끌려다닌다. L이 ‘머리 쓰는 것밖에는 못한다’고 큰소리쳤던 그들은 본래 안락의자 탐정이었던 L이 실외로 뛰쳐나와 의외의 기동성을 보여주자 허를 찔린다. 인간을 지구에서 싹쓸이하고 새로 시작하겠다는 그들의 음모 역시 <데스 노트>에서 라이토가 비슷하게 써먹었던 터라 참신하지도 않다.

나카타 히데오도 잘 못하는 건 마찬가지다. 그래도 카네코 슈스케는 분위기라도 잘 잡았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나카타가 한 일이라고는 카네코가 잡아놓았던 얼개를 어설프게 따라한 정도이다. L도 바깥에서 뛰어다니다 보니 조금 정신이 없었나보다. 어째서 ‘소년’이 사지에서 무사히 탈출했다는 사실을 그렇게 뒤늦게 깨달았을까? <L 체인지 더 월드>는 좋은 추리/스릴러 영화가 아니다.

하지만, 실사판의 L을 최고로 치는 나는 이 영화를 결코 내칠 수가 없다. 마츠야마 켄이치의 L을 스크린에서 다시 볼 수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했으니까. 주인공에게 이렇게 몰입하다 보니 나는 이 영화가 ‘L과 그의 주위 세계가 변화를 겪는 이야기’라고 제멋대로 이해해버렸다. 그도 그럴 것이 L은 죽음이라는 일생일대의 변화를 맞을 예정이지 않았던가? 그러면 방구석에 틀어박혀 있다가도 밖에 나가서 뛰기도 하고, 점프도 하고, 자전거도 타고, 오빠 역할도 형 역할도 할 수 있는 거다. 좀 더 치밀하게 만들었다면 좋았겠지만, 이렇게 기분 좋게 속은 영화도 그렇게 흔치 않다.

원제: L change the WorLd
감독: 나카타 히데오
주연: 마츠야마 켄이치, 후쿠다 마유코, 후쿠다 나루시, 쿠도 유키, 타카시마 마사노부
일본 개봉: 2008년 2월 9일
한국 개봉: 2008년 2월 21일

[클로버필드] (2008)

(C) Paramount Pictures, Bad Robot
(C) Paramount Pictures, Bad Robot

<클로버필드>(Cloverfield)는 역사상 가장 뛰어난 괴수영화가 아닐지 몰라도, 가장 현실감 있는 괴수영화임에는 틀림없다. 다른 장르영화가 그렇듯 괴수영화 역시 단순한 형식을 큰 변화 없이 오랜 세월동안 활용하여 왔다. 인간이 보유한 물리력과 지력을 압도하는 생물이 인간 문명의 상징(주로 대도시)을 습격하여 미증유의 파괴를 초래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괴수영화를 이루는 형식이다. 그것은 이제 전혀 새롭지 않을 뿐만 아니라 때로는 고리타분하고 유치하다는 비웃음을 사기도 한다. 그러나 <클로버필드>는 소재의 식상함을 스타일로 극복했다. 심지어는 관객의 넋을 잠시 나가게까지 한다.

이 영화가 취한 스타일은 이야기를 철저히 인간의 시점 속에 가둔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영화를 이루는 모든 장면은 주인공 일행이 가진 단 한 대의 캠코더로 촬영되었다고 설정되었다. <블레어 위치 프로젝트>와 비슷한 형식이라는 근본적인 문제점은 이미 녹화한 내용을 새로 촬영한 내용이 덮어쓸 수 있다는 캠코더 특유의 장점으로 영리하게 해결했다. 여기에 치밀한 계획에 의한 가상의 우발적 상황이라는 연출이 덧붙여져 강력한 화학작용이 발생했다. 또한, 카메라의 단일 시점은 화면 속의 정보를 의도적으로 제한하여 관객이 영화 속 상황에 대해 더욱 능동적인 관심을 갖도록 유도했다.

주인공이 군인이나 과학자 등 괴수 퇴치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는 일반인이라는 점도 괴수영화로서는 흔치 않은 경우이다. 휴대전화가 중요한 소도구로 등장한다는 점과 함께, 이는 괴수영화 종주국이 아닌 나라에서 만들어졌으면서도 오히려 그 때문에 장르의 클리셰에 함몰되지 않았던 이색작 <괴물>의 영향을 받았다고 할 수 있는 부분이다. 화학약품이나 폭탄보다 캠코더와 휴대전화가 더 큰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클로버필드>를 21세기라는 시대에 최적화된 괴수영화 – 농담 삼아 ‘UCC 괴수영화’ – 라 부를 수도 있겠다.

덕택에 관객은 순서대로 찍어 편집을 거치지 않은 캠코더 영상만으로도 등장인물과 금세 친숙해지고 감정이입을 할 수 있다. 그리고 우리가 그들에 대해 알기 시작했다고 생각하는 순간, 굉음과 함께 평범한 일상이 찢어진다. 이미 등장인물과 정서적으로 연결되었을 뿐만 아니라 시점까지 공유하게 된 관객은 아비규환의 연속을 거치며 점차 그들과 하나가 된다. <클로버필드>에서 관객은 더 이상 괴수영화를 관람하지 않는다. 그들은 그것을 경험한다.

카메라의 전지적 시점으로 담은 기존 괴수영화의 영상에 익숙한 골수팬들은 캠코더 한 대로 대체 뭘 보여줄 수 있겠냐는 우려를 할 만도 하다. 하지만, 이 영화는 교묘한 동선 배분을 통해 스펙터클은 물론 충분한 리얼리티도 확보하였다. 일개 시민이 고층건물을 닥치는 대로 무너뜨리면서 전진하는 거대한 괴수의 전신을 어떻게 촬영할 수 있었겠는가? <클로버필드>는 <우주전쟁> 이후 시각적으로 가장 뛰어난 괴수영화이기도 하다.

더욱 놀라운 것은 괴수가 가져온 정서적 반응이 마치 그 몸에서 무수히 떨어진 징그러운 기생생물처럼 영화가 끝나고 나서도 오랫동안 가시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극 중의 괴수는 정체를 알 수도 없으며 죽지도 사라지지도 않는다. 핵실험이나 환경파괴 등의 분명한 탄생 원인이 있었던 다른 괴수들과 달리 관객은 이 괴물이 무엇이었는지를 결코 알지 못한다. 어쩌면 <클로버필드>의 괴수는 징후와 실체를 파악할 수 없으며 그 종결 시점조차 알 수 없는, 현재 이 세상에 상존하는 불안과 공포를 대변하는 존재가 아닐까. 마음속에 아직도 묵직한 무언가가 들어앉아 있는 것만 같다.

<클로버필드>는 고난이도 롤러코스터를 탔을 때처럼 하늘과 땅이 잠시 자리를 바꾼 것 같은 아찔한 감각을 느끼게 한다. 지나친 비밀 위주의 홍보가 유발한 거부감과 불안감을 뛰어넘는 저돌적인 힘을 지닌 이 괴수는 두 발이든 네 발이든, 제 스스로 단단히 땅을 딛고 일어서는 데 성공한 것이다.

원제: Cloverfield
감독: 매트 리브스
주연: 마이클 스탈 데이비드, T. J. 밀러, 오데트 유스트먼, 제시카 루카스, 리지 캐플런
미국 개봉: 2008년 1월 18일
한국 개봉: 2008년 1월 24일

[에일리언 대 프레데터 2] (2008)

(C) 20th Century Fox
(C) 20th Century Fox

평론가 로저 이버트는 1980년 영화 평론 프로그램 <스닉 프리뷰>에서 <할로윈>을 극찬하면서, ‘공포영화(horror movie)와 기괴한 구경거리(freak show) 사이에는 차이가 있다.’ 라고 말한 바 있다. 지금까지 많은 평론가와 팬들은 <에일리언>과 <프레데터>가 좋은 공포영화라는 의견에 동의해 왔다. 그렇다면, 두 작품의 유전자를 지닌 <에일리언 대 프레데터 2>(Aliens vs. Predator: Requiem)는 어떨까? 좋은 공포영화일까, 아니면 기괴한 구경거리일까? 오리지널을 충실히 계승한 작품일까, 끔찍한 돌연변이일까?

내 생각에 <에일리언 대 프레데터 2>는 기괴한 돌연변이 구경거리지만, 그렇다고 나쁘게 보진 않는다. 이 영화는 <에일리언>과 <프레데터> 시리즈에 대한 애정과 존경심의 산물, 즉 팬 픽션이다. 그건 전편도 마찬가지였으나, 이번에는 집대성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오리지널의 더 많은 정보를 더 적극적으로 인용하고 변주했다. 전편에서 부족했던 뒷맛을 음미하기에 더할 나위가 없다.

예고편에서 장갑차 운전대를 잡은 켈리가 꽉 잡아요(Hold on)! 라고 외치는 대목이 <에일리언 2>에서 APC 조종석으로 향하던 리플리의 대사와 심지어는 그 어조까지 똑같다는 걸 확인한 팬들은 입가에 번지는 미소를 참기 어려웠을 것이다. 이 영화의 거의 모든 요소는 에일리언과 프레데터 시리즈로 유명해진 것들을 전편보다 더 교묘하게 조합한 결과이다. 장면의 구도와 효과음, 대사, 살해 장면의 연출 등 일일이 주워 담기 힘들 지경이다. 음악은 어떤가. 전편의 해럴드 클로저가 독자적인 해석을 바탕으로 작곡한 스코어로 주목 받았다면, 이번 속편의 브라이언 타일러는 <에일리언>과 <프레데터> 시리즈 스코어의 라이트모티프를 빈번히 재활용한다. 귀에 익숙한 선율을 듣노라면 마치 고향에 돌아온 듯한 느낌이 든다.

새로운 볼거리도 많다. 이미 예고편과 프로모션 영상을 통해 화제가 되었던 프레데터 행성의 묘사, 에일리언과 프레데터가 동네 한 복판에 일제히 출현하는 대목은 AVP 팬들의 실사화 염원을 실현한 멋진 장면들이다. 프레데일리언의 카리스마가 기대만 못하긴 하지만, <에일리언 4>의 뉴본보다는 훨씬 낫다. 물론, 웨일랜드-유타니 사의 비열한 음모도 빠질 수 없다. 무엇보다도 PG-13등급을 받았던 탓에 밍밍하기만 했던 전편의 유혈 묘사에 실망했던 팬이라면, 이번에 어린이와 임산부까지 가차 없이 죽여 버리는 R등급 피범벅에 환호할 것이다. 이 영화는 에일리언과 프레데터 시리즈를 오랫동안 즐겨왔던 팬들을 위한 종합 선물 세트의 업그레이드이다. 설정이나 장면의 세부에 대해 더 많이 알수록 더 즐길 수 있다.

유감스러운 점은 ‘팬心’의 집대성으로서는 훌륭하지만, 영화로서는 그렇지 않다는 사실이다. 감독 스트로즈 형제와 각본가 셰인 살러노는 지나치게 얄팍한 인간 캐릭터를 완급 조절 없이 이어붙인 장면에 그냥 풀어놔 버린다. 이는 전편도 비판을 받았던 부분이지만, 최소한 주역급 캐릭터 몇 명은 그럴듯하게 포장해 냈었다. 괴물들이 본격적으로 난동을 부리기 전까지는 정말 하품이 나온다. 이런 괴물 영화의 주인공은 괴물이라는 주장도 일리는 있지만, 본 게임 전에 인간들이 나오는 오픈 게임도 재미있게 연출한다면 금상첨화가 아닐까.

또한, 프레데터 팬들이라면 묵묵하고 철저하게 임무를 수행하는 프레데터의 모습에 감탄했겠지만, 에일리언 팬들은 이제 잔챙이로 전락한 에일리언 워리어의 비참한 취급에 절망감을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프레데터가 기존의 ‘헌터’가 아닌 ‘클리너’로서 지구상에 에일리언이 저질러놓은 짓을 수습하고 자기 종족의 흔적을 지우느라 동분서주하는 캐릭터로 변모한 반면, 에일리언 워리어는 프레데터의 고독하고 쿨한 영웅적 묘사를 부각하기 위해 전편보다 더 심한 들러리로 소모되고 말았다.

원래 아무 상관이 없었던 두 세례를 하나로 뒤섞었던 시점, 즉, 1989년 만화 <에일리언 대 프레데터>가 나왔던 순간부터 이 크로스오버는 기괴한 구경거리였고 돌연변이였다. 이것은 장르영화의 역사가 증명한다. <애보트와 코스텔로 프랑켄슈타인을 만나다>가 그랬고, <킹콩 대 고지라>가 그랬으며 <드라큘라 대 프랑켄슈타인>이 그랬고, 가까운 예로는 <프레디 대 제이슨>이 그랬다(사실은 ‘최홍만 대 표도르’도 그랬다). 유치하고 황당하다는 평도 있었지만, 팬들은 비웃으면서 때로는 정말로 마음을 주어가며 이들 작품을 즐겼다.

<에일리언 대 프레데터 2>도 마찬가지다. 좋은 공포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버리고, 80년대 슬래셔 영화에 살인마로 에일리언과 프레데터가 나온다고 생각하면 된다. 비웃을 사람은 비웃고, 즐길 수 있는 사람은 즐기면서 인간과 두 괴물 종족의 박 터지는 삼파전을 구경하면 그걸로 족하다. 에일리언과 프레데터를 스크린에서 다시 만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기쁜 팬들에게는 더 말할 것도 없다.

원제: Aliens vs. Predator: Requiem
감독: 스트로즈 형제
주연: 스티븐 파스칼, 레이코 아일스워스, 존 오티스, 자니 루이스, 애리얼 게이드
북미 개봉: 2007년 12월 25일
한국 개봉: 2008년 1월 17일

용가리 등 한국 괴수 3종 피겨 발매

용가리(1967년판), 왕마귀, 불가사리 – 한국을 대표하는 이 세 마리 괴수가 피겨로 상품화될 예정이어서 팬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한국에서 가장 활발한 활동을 자랑하는 괴수영화 동호회 빅 몬스터 클럽과 모형 판매 및 제작업체로 잘 알려진 월드 토이스는 용가리, 왕마귀, 불가사리의 3종 피겨 세트를 협력 제작, 내년 초 발매할 예정이다. 그래픽 디자이너이자 빅 몬스터 클럽의 운영자인 홍기훈 씨가 제품을 디자인했으며, 월드 토이스는 제품 제작을 맡는다. 레진 재질로 개당 높이 10cm 정도 크기의 완성품으로 생산할 계획. 홍기훈 씨의 말에 따르면 현재 디자인을 확정하여 월드 토이스에 전달한 상태이며, 곧 금형 제작에 들어간다고 한다.

홍 씨는 실루엣으로 공개된 제품의 디자인에 대해 ‘기본적으로는 SD 스타일(머리를 크게 하고 몸통과 팔다리를 짧게 바꾸어 앙증맞음을 강조한 스타일)이지만 피부 질감이나 각 괴수의 독특한 외형 같은 디테일도 놓치지 않아 모양이 귀여우면서도 리얼함이 살아있다’고 말했다.

가격, 판매 방식 등의 세부 사항은 현재 미정이나 용가리, 왕마귀, 불가사리의 한 세트 구성으로 총 200세트의 소량 한정판으로 제작된다. 12월경 시제품과 기타 구체적인 정보를 공개할 수 있을 거라고 홍 씨는 밝혔다.

영화 속 괴수의 모습을 본딴 피겨 등의 정밀 모형은 괴수 마니아들이 가장 선호하는 품목이다. 고지라, 가메라와 같은 일본 괴수나 킹콩, 레이 해리하우젠 크리처 등의 서구 괴수 캐릭터는 오랜 기간 다양한 종류의 완성품 또는 조립식 피겨가 제작되어 세계적인 팬층을 형성하고 있으나, 유감스럽게도 한국 괴수 캐릭터의 상품화는 지극히 미미한 실정이다. 지난 1998년 북한산 괴수영화 <불가사리>가 일본에서 개봉되었을 때 몇 종류의 완구가 발매된 바 있을 뿐, 1967년판 용가리나 왕마귀의 관련 상품은 과거 발매되었다는 기록도 제대로 전해지지 않는데다가 현재도 상품화가 전무하다. 이는 <괴물>이나 <D-워>와 같은 최근작도 마찬가지이다. OST나 서적, 퍼즐 등은 시판되고 있으나 괴수 자체를 입체화한 모형류 상품은 찾아보기 어렵다.

홍 씨는 ‘한국에도 괴수영화 팬들이 분명 존재하지만 시장이 매우 좁아 200세트가 완매될 지의 여부도 장담하기 어렵다’며 ‘판매 결과에 따라 추후 다른 상품의 개발도 가능하니 팬들의 성원을 바란다’고 당부했다. 홍 씨와 월드 토이스는 이번 제품을 국내는 물론 미국과 일본 등 팬들의 구매력이 높은 해외에도 소량 판매할 계획이다.

아래는 각 피겨 디자인의 실루엣. 홍기훈 씨의 제공으로 게재한다.

용가리 피겨 디자인 실루엣 (C) 극동흥업
용가리 피겨 디자인 실루엣 (C) 극동흥업
왕마귀 피겨 디자인 실루엣 (C) 세기상사 주식회사
왕마귀 피겨 디자인 실루엣 (C) 세기상사 주식회사
불가사리 피겨 디자인 실루엣
불가사리 피겨 디자인 실루엣

[대괴수 용가리] 미국판 DVD 관련 기사 외

(C) 극동흥업 / Merton Park Studios
(C) 극동흥업 / Merton Park Studios

작년 말부터 미국의 특촬/장르영화 전문 웹사이트 사이파이 저팬(SciFi Japan)에 내 이름이 가끔씩 올라가고 있다. 한국영화와 관련된 소식을 제공하거나 그곳에 올릴 글에 대해 간단한 조언을 하고 있다. 올해 <괴물>과 <D-워>가 미국에서 잇달아 개봉되고, 특히 <괴물>이 폭넓게 호평을 받으면서 한국의 괴수영화, 더 나아가 장르영화 전반에 대한 관심도가 부쩍 높아진 분위기이다.

얼마 전에도 지난 11일 미국에서 발매된 <대괴수 용가리>의 DVD(영국산 거대 유인원 영화 <콩가>와 합본)를 다룬 기사에 참여한 것이 지금 완성되어 올라왔다. 사이파이 저팬의 공동 운영자인 키스 에이켄과 같이 썼다. 아래 링크에서 읽을 수 있다.

YONGARY, MONSTER FROM THE DEEP on MGM DVD (SciFi Japan 2007년 9월 20일자 기사)

글의 내용은 <대괴수 용가리>에 대한 작품 정보를 정리한 글과 미국판 DVD 제작 담당자의 인터뷰로 이루어져 있다. 내가 참여한 것은 물론 전반부의 작품 정보 부분이다.

특히 DVD 제작 담당자 인터뷰에는 <대괴수 용가리>의 필름 행방에 대한 흥미로운 정보가 포함되어 있다. 읽고 나면… 매우 안타깝고, 심지어는 조금 화가 날지도 모르겠다. 내가 그랬으니까. 물론 글을 편집한 키스나 DVD 제작 담당자에게 화가 난 것은 아니다. 이 영화가 한국에서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를 다시 한 번 절감했기 때문에 감정이 격해진 것이다.

글에 삽입된 영화 본편의 사진은 모두 이번에 새로 나온 DVD에서 캡처한 것인데, 놀랍게도 2.35대 1 와이드스크린이며 HD 리마스터링을 거쳐 화질이 대단히 좋다. 당연히 애너모픽도 지원되고. DVD에 와이드스크린 영상이 담긴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독일에서 나온 DVD에 수록된 본편이 와이드스크린이었는데, 아쉽게도 레터박스였다. 따라서 MGM에서 나온 미국판이 최초의 애너모픽 와이드스크린 버전이자, NTSC 지역에서 나온 첫 와이드스크린 버전이다. 현재까지 나온 <대괴수 용가리> 관련 영상 소프트 중에서는 상태가 가장 좋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참고로, 다음은 지금까지 내가 참여한 사이파이 저팬 기사의 링크이다.

AFM /AFI FEST REPORT #4: THE HOST (2006년 12월 19일)
– 작년 말 아메리칸 필름 마켓에서 상영된 <괴물> 리포트

South Korean Studio to Co-produce EMPIRE OF THE ANTS (2007년 4월 19일)
–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개미>가 한국에서 영화화된다는 소식

D-WAR Finally Gets Theatrical Release (2007년 7월 4일)
– <D-워>의 한국 및 미국 개봉 예정 소식

D-WAR Becomes DRAGON WARS for September US Release (2007년 7월 25일)
– <D-워>의 미국 개봉 소식

Sequel Planned for THE HOST (2007년 7월 28일)
– <괴물> 속편 제작 소식

Strong Opening Day for D-WAR (2007년 8월 2일)
– <D-워>의 한국 개봉 1주차 흥행 결과

P. S : 지난 2004년 알파 비디오에서 발매한 <대괴수 용가리> DVD는 무판권 타이틀이다. 이번 MGM 타이틀이 미국에서의 첫 정식 발매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