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라기 공원> 마이클 크라이튼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1995년도 영화 <콩고>(Congo)가 9월 16일 북미에서 블루레이 디스크로 출시된다.
디스크의 구체적인 사양은 현재 발표된 내용이 없는 상태. 구작이고 눈에 띄는 흥행작도 아니기 때문에 부록은 기존 DVD에 실렸던 예고편이 그대로 옮겨지거나 아예 삭제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가는 14달러 97센트. 아마존 기준으로 10달러 48센트에 예약 판매 중이다. 이 영화는 본래 파라마운트 작품인데, 파라마운트의 일부 구작 타이틀을 출시 대행하고 있는 워너 브라더스와의 계약에 따라 워너 브라더스 홈 엔터테인먼트가 출시한다.
<콩고>의 원작은 크라이튼이 1980년 발표한 동명 소설. 콩고의 정글에서 반도체 원료로 쓰일 특수한 다이아몬드를 찾던 탐험대가 정체불명의 회색 고릴라들로부터 습격을 받아 전멸한다. 사건 조사를 위해 캐런 로스가 이끄는 새로운 팀이 파견되는데, 일행 중에는 수화로 인간과의 의사소통을 실험 중인 고릴라 에이미와 그의 조련사 피터, 용병 먼로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캐런의 조사단은 또 다른 다국적 탐험대와의 경쟁 끝에 다이아몬드가 묻혀 있는 정글 속의 고대 도시 진즈에 다다르고, 그곳에서 사건의 진실을 발견하게 된다는 것이 줄거리.
역시 크라이튼의 소설을 바탕으로 한 유니버설의 <쥐라기 공원>(1993)이 전례 없는 대성공을 거두자 파라마운트가 그 뒤를 따르려고 만든 것이 바로 이 영화판. 유감스럽게도 평단의 반응은 싸늘했고 흥행 수입도 북미에서 8,100만 달러, 전 세계에서 1억 5,200만 달러를 기록하여 <쥐라기 공원>의 영광을 재현하지는 못했다(물론 그 자체로는 준수한 성적이었다). 제작진은 당초 <쥐라기 공원>의 공룡들처럼 고릴라도 컴퓨터 그래픽으로 구현할 계획이었으나, 당시 기술로는 털의 재현이 어려워 전통적인 특수효과인 애니메트로닉스와 퍼펫 조종, 배우가 입는 고릴라 마스크와 수트를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이 특수효과는 스탠 윈스턴이 담당했다.
감독은 인디애나 존스 시리즈, <백 투 더 퓨처> 3부작, <누가 로저 래빗을 모함했는가>, <식스 센스>, 제이슨 본 시리즈 등을 제작한 명 프로듀서 프랭크 마셜. 그의 본업은 프로듀서지만 1990년 <아라크네의 비밀>로 감독 데뷔하여 <얼라이브>(1993), <에이트 빌로우>(2006) 등을 직접 연출하기도 했다. 주연은 로라 리니(캐런 로스 역), 딜런 월쉬(피터 엘리어트 역), 어니 허드슨(먼로 켈리 역), 팀 커리, 그랜트 헤슬로프, 조 돈 베이커, 브루스 캠벨 등.
고지라의 별명은 ‘괴수의 왕’이다. 그와 지명도를 양분하는 또 다른 괴수인 킹콩에 비해 21년이나 늦게 태어났지만, 이른바 ‘스펙’만 본다면 고지라는 킹콩을 압도하는 사상 최강의 괴수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기관총 세례를 맞고 숨을 거둔, 몸집만 빼면 평범한 고릴라와 다르지 않았던 콩과는 달리 고지라는 체내에 방사능을 축적한 거대한 고대생물의 돌연변이이다. 그 생명력은 상상을 초월할 만큼 강하고 끈질기며, 사실상 불사의 존재라고 할 수 있다. 단시간에 토쿄를 불바다로 만들어버릴 만큼 막대한 파괴력도 지녔다. 인간의 군대는 그의 간식거리도 안 되는 상대가 된 지 오래이고 수도 없이 밀려드는 적 괴수와 싸워 대부분 승리했으며, 심지어는 우주괴수들과도 호각으로 맞선다. 지구상에서, 아니, 우주의 꽤 넓은 범위 안에서 고지라를 쓰러뜨릴 수 있는 존재는 아마도 찾기 어려울 것이다.
1954년 스크린에 처음으로 등장한 이래 고지라는 대표적인 시리즈 영화 주인공으로 손꼽히는 제임스 본드보다 많은 28편의 영화에 나왔고, 헐리우드에서는 두 번째 리메이크가 만들어지고 있으며(2014년 여름 개봉), 이외에도 TV 시리즈, 애니메이션, 게임, 만화 등 생각할 수 있는 모든 대중매체에 이식되었다. 완구를 비롯한 수천 종의 관련상품도 끊임없이 생산되어 전 세계에 퍼져 있는 팬들의 지갑을 꾸준히 털어가고 있다. 이쯤 되면 고지라가 영화 속뿐만 아니라 그 밖에 있는 현실에서도 영향력을 발휘하는 괴수의 왕임을, 당신도 납득할 수 있을 것이다.
고지라는 2차대전 당시 일제의 홍보용 영화에 동원되었던 특수촬영 기술이 전후 영화산업의 환경에 맞춰 새로운 방향성을 모색하던 과정에서 탄생하였다. 토호 영화사의 프로듀서 타나카 토모유키는 50년대 초반 일본에서 재개봉한 1933년판 <킹콩>을 보고, 괴수가 등장하는 특수촬영 영화에 대한 수요가 있음을 감지했다. 일본을 습격하는 거대 괴수 영화에 대한 아이디어를 구상한 타나카는 이를 스크린에 옮기기 위해 정교한 특수촬영 기법으로 유명했던 츠부라야 에이지, 쿠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오랜 친구이자 이후 그의 조감독으로도 활약하게 되는 혼다 이시로 감독과 힘을 합쳤다. 마침내 1954년 11월 일본에서 공개된 <고지라>는 90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하면서 대히트, 이후 괴수영화를 중심으로 SF, 호러, 스릴러 등의 하위 장르로 분화되는 ‘특촬’이라는 일본 특유의 장르를 대표하는 작품으로 자리잡았다. 1956년에는 미국인 배우를 등장시킨 장면을 삽입하여 재편집한 미국 개봉판 <괴수왕 고지라>가 공개되어 역시 흥행에 성공했고, 이를 계기로 서양에도 일본 특촬영화가 꾸준히 소개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시리즈를 거듭하면서 고지라는 점차 인간에게 친숙해졌고, 때로는 스스로 인간의 편에 서는 캐릭터로 변모해 갔다. 시대의 흐름에 따른 유행의 변화와 영화계의 흥망성쇠에 좌우되는 여러 가지 ‘어른의 사정’ 때문이다. 가상의 캐릭터에게 어른의 사정이란 방사능이나 재해보다 더 강력하고 두려운 것이었을 터. 고지라가 대중에게 ‘B급’이나 ‘싸구려’로 인식된 것도 그 부작용이라고 할 수 있다. 조악한 영어 더빙과 화질로 선보였던 해외 공개용 재편집판들도 작품의 제대로 된 면모를 파악하기 어렵게 해 왔다. 물론 정말로 값싸게 서둘러 만들어진 엉성한 영화들도 분명히 있지만, 대다수의 고지라 시리즈는 일본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제작비가 투입되며 골든 위크나 여름방학, 정월 연휴철 등에 맞춰 관객들과 만나는 블록버스터이다. 다소의 부침은 있었을지언정 60년에 걸친 오랜 세월 동안 꾸준히 시리즈가 이어졌다는 사실은 고지라가 일본은 물론 세계 대중문화의 아이콘임을 증명한다.
고지라는 봉준호 감독의 <괴물>에 나왔던 이름 모를 괴물과 몇 가지 공통점을 지녔다. 미군이 한강에 방류한 화학약품에 의해 태어난 ‘괴물’처럼, 고지라는 원래 심해에서 잠자고 있던 고대생물이었다(그것이 당시의 고생물학 기준으로 표현된 티라노사우루스형 직립 공룡이었음은 명백하다). 그러나 핵실험의 방사능으로 돌연변이를 일으켜 깨어난 고대생물은 이에 복수라도 하듯이 인간 문명을 파괴하는 거대 괴수 고지라로 거듭난다. 인간, 특히 일본인의 관점에서 고지라는 원폭과 방사능에 대한 공포의 실체화이다. 시리즈 첫 편인 <고지라>가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원폭 투하 이후 10년이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 공개되었다는 점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또한, 고지라는 일본에 자주 일어나는 지진이나 해일과 같은 자연재해 가운데 하나로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일본인에게 그는 깊은 애증의 대상이자 사람이 아닌 것으로서 기묘한 감정이입을 하게 하는 존재이다.
괴수 특촬 장르의 퇴조로 인해 고지라 시리즈는 2004년 제28편 <고지라: 파이널 워즈>가 개봉한 뒤 일단 종료했다. 그러나 ‘최후의 전쟁’으로부터 정확히 10년 뒤가 되는 2014년, 헐리우드 리메이크의 결과에 따라 향방은 달라질 수 있다. 2011년 동일본대지진 이후 방사능과 원자력에 대한 경각심이 더욱 높아지면서, 역설적으로 오리지널 고지라의 부활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절멸에 대한 두려움을 상기시키는 것이 그의 역할이자 운명이며, 인류가 존재하는 한 그 두려움은 우리가 의식하든 하지 않든 언제까지나 함께할 것이기 때문이다. 몸통에서 떨어져 나와서도 힘차게 고동치는 고지라의 심장, 그것에 깃든 불사의 생명력이 그렇듯이.
* 이 글은 2012년 문화 웹진 리딩툰(현재 운영 종료)에 썼던 무비 몬스터 소개글 ‘몬스터 유한회사’ 가운데 고지라 부분을 발췌하여 가필, 수정한 것이다.
프랭클린 J. 샤프너 감독의 1968년도 작품 <혹성 탈출>(Planet of the Apes, 유인원의 행성)은 과거 안방극장을 통해 여러 번 방영되어 우리나라 팬들에게도 잘 알려진 SF영화이다. 이 영화는 충격적인 내용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주인공은 우주여행 도중 어떤 행성에 불시착하는데, 그곳은 지능을 가진 유인원이 인간을 노예처럼 지배하는 곳이었다. 결말에서 그 행성은 미래의 지구임이 밝혀진다. <혹성 탈출>은 개봉 당시 대단한 인기를 끌어 여러 편의 속편(총 5부작)은 물론, TV 시리즈까지 제작되어 명실공히 한 시대를 풍미한 작품이 되었다. 주연은 <벤허>로 잊을 수 없는 배우 찰튼 헤스턴. <콰이강의 다리>로 유명한 작가 피에르 불의 원작을 각색한 작품으로, 지금은 헐리우드가 남긴 대표적인 걸작 SF영화로 평가 받고 있다. 바로 이 <혹성 탈출>이 원작이 공개된 지 32년이 지난 올 여름, <배트맨>과 <슬리피 할로우>를 연출한 개성파 감독 팀 버튼에 의해 다시 만들어져 화제가 되고 있다.
오리지널 <혹성 탈출>은 높은 지능을 가졌지만 자신과 다른 종인 인간을 야만적으로 통제하고 지배하는 유인원의 양면적인 모습을 통해 현대 사회의 모순을 날카롭게 풍자한 작품이다. 이 뒤틀린 세계에서 인간은 유인원의 비참한 노예로 살아가야 하며, 반항하는 자들은 강제 뇌수술을 받고 사고 능력을 잃게 된다. 유인원은 고릴라가 이끄는 군부와 정치가인 오랑우탄, 지식인 침팬지로 구분되는데, 이들의 행태는 현대인의 군부와 정치인 그리고 지식인이 벌이는 모든 무능한 작태를 함축한다. 무엇보다도 영화를 본 관객이 충격을 넘어선 절망에 가까운 감정에 휩싸이는 이유는 이야기의 무대가 지구라는 설정 때문이다. 다른 영화와는 달리 <혹성 탈출>에서는 결과적으로 탈출이 가능할 수 없게 된 것이다.
팀 버튼의 2001년 리메이크는 오리지널과 설정이 거의 비슷하지만 결정적인 차이점이 하나 있다. 정치, 사회적 풍자 대신 유전공학으로 대표되는 과학의 발전이 인류에게 몰고 올지도 모를 파국을 다루었다는 점이다. 단지 ‘컴퓨터’나 ‘기계’가 ‘유인원’이라는 탈을 썼을 뿐, 기본적인 이야기 구조는 <매트릭스>나 <터미네이터> 같은 다른 SF영화들과 비슷하다. 이것은 이미 너무나 진부한 설정이어서 강한 메시지를 담는 데 적합하지 않다. 오리지널은 대단히 건조한 스타일로 지구의 황량한 미래상을 보여주어 관객을 정서적으로 압도했다. 반면, 리메이크는 처음부터 시각적인 성찬과도 같다는 느낌을 받을 만큼 화려한 영상을 선보인다. 요즘 관객이라면 아무래도 리메이크에 쉬이 눈길이 가겠지만, 탄탄하고 힘있는 전개와 설득력 있는 인물 묘사 면에서는 오리지널이 분명 한 수 위다.
(C) 20th Century Fox
작품의 의의도 오리지널 쪽이 더 강하다. 끝까지 진중한 드라마를 고집하는 오리지널에 비해, 마치 <브레이브하트>를 연상케 하는 후반부의 대규모 전투 장면을 보노라면 이번 리메이크는 관객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기보다는 ‘그냥 보고 즐겨라’라고 강요하는 것만 같다. 이야기의 묘미라고 할 수 있는 마지막 반전에서도, 오리지널은 그 이전까지 쌓아 온 영화의 내용과 일맥상통하는 훌륭한 결말을 맺는다. 하지만 리메이크는 반전을 위한 반전처럼 이야기를 뒤틀어놓기에 바쁘다.
두 작품 모두의 공통적인 장점이 있다면 배우들, 특히 유인원으로 분한 이들의 훌륭한 연기와 특수분장이다. 그들은 손이 많이 가는 복잡하고 답답한 분장을 하고도 감동적인 연기를 선보였다. 원작의 특수분장 담당인 존 체임버즈는 지금도 그다지 녹슬어 보이지 않는 유인원의 얼굴을 만들어 내어 아카데미 특별상을 받았다. 리메이크의 경우 아카데미 분장상만 5번 수상했으며, 유인원 분장이라면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일급 특수분장사 릭 베이커가 발군의 솜씨를 보여 주었다.
이렇듯 두 편의 <혹성 탈출>은 각기 나름대로의 흡인력을 갖고 있다.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영화적 완성도 면에서는 오리지널이 더 우세하며, 시각적인 측면에서는 리메이크가 앞선다고 할 수 있다. 여기서 근본적인 질문 하나. 도대체 이토록 암울하고 절망적인 내용을 담은 영화가 속편과 TV 시리즈는 물론이요, 30여 년 뒤 리메이크까지 만들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인간의 가장 근본적인 두려움, 즉 ‘인간이라는 종이 과연 언제까지 지구의 지배자로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가’를 다루었기 때문이 아닐까.
– 우먼타임스 제25호(2001년 8월 3일-8월 16일자)에 실은 글. 내용 가운데 현재 상황과 맞지 않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
작년 말부터 미국의 특촬/장르영화 전문 웹사이트 사이파이 저팬(SciFi Japan)에 내 이름이 가끔씩 올라가고 있다. 한국영화와 관련된 소식을 제공하거나 그곳에 올릴 글에 대해 간단한 조언을 하고 있다. 올해 <괴물>과 <D-워>가 미국에서 잇달아 개봉되고, 특히 <괴물>이 폭넓게 호평을 받으면서 한국의 괴수영화, 더 나아가 장르영화 전반에 대한 관심도가 부쩍 높아진 분위기이다.
얼마 전에도 지난 11일 미국에서 발매된 <대괴수 용가리>의 DVD(영국산 거대 유인원 영화 <콩가>와 합본)를 다룬 기사에 참여한 것이 지금 완성되어 올라왔다. 사이파이 저팬의 공동 운영자인 키스 에이켄과 같이 썼다. 아래 링크에서 읽을 수 있다.
글의 내용은 <대괴수 용가리>에 대한 작품 정보를 정리한 글과 미국판 DVD 제작 담당자의 인터뷰로 이루어져 있다. 내가 참여한 것은 물론 전반부의 작품 정보 부분이다.
특히 DVD 제작 담당자 인터뷰에는 <대괴수 용가리>의 필름 행방에 대한 흥미로운 정보가 포함되어 있다. 읽고 나면… 매우 안타깝고, 심지어는 조금 화가 날지도 모르겠다. 내가 그랬으니까. 물론 글을 편집한 키스나 DVD 제작 담당자에게 화가 난 것은 아니다. 이 영화가 한국에서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를 다시 한 번 절감했기 때문에 감정이 격해진 것이다.
글에 삽입된 영화 본편의 사진은 모두 이번에 새로 나온 DVD에서 캡처한 것인데, 놀랍게도 2.35대 1 와이드스크린이며 HD 리마스터링을 거쳐 화질이 대단히 좋다. 당연히 애너모픽도 지원되고. DVD에 와이드스크린 영상이 담긴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독일에서 나온 DVD에 수록된 본편이 와이드스크린이었는데, 아쉽게도 레터박스였다. 따라서 MGM에서 나온 미국판이 최초의 애너모픽 와이드스크린 버전이자, NTSC 지역에서 나온 첫 와이드스크린 버전이다. 현재까지 나온 <대괴수 용가리> 관련 영상 소프트 중에서는 상태가 가장 좋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