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까지 몇 차례 있었던 재방영과 달리 이번에는 자막판인데, 아마도 국내 방영 사상 처음이지 싶다. 여는 영상과 닫는 영상은 일본어 자막이 없는 원본에 한국어 자막을 입힌 ‘정상적인’ 것이다. 아무래도 <Z 건담>의 기묘한 부조화에 한동안 익숙해져 있다 보니 제대로 들리는 주제가에 살짝 놀랐다. 더욱이 여는 노래의 첫 단어인 ‘기차’의 일본어 발음이 한국어와 비슷해서, 아주 짧은 순간이지만 사사키 이사오가 한국어로 노래하는 듯한 착각이 들기도 했다. 김국환이 부른 한국어판 주제가 역시 ‘기차’로 시작하고 곡조도 비슷하니까.
이 작품을 정주행한 적은 없다. 80년대 MBC에서 처음 방영했을 때는 친구였던가 옆집 형이었던가가 추천하여 도중에 보기 시작했던 것 같다. 그 뒤로 일요일 아침마다 챙겨 보긴 했으나 오래 전 일이라 모두 몇 화를 봤는지, 각 화의 내용이 어땠는지 기억이 희미하다. 명절이나 휴일에 특집 형식으로 편성된 것을 보기도 했다. 두어 화씩을 묶은 편집본이었던가? 그 뒤 00년대 중반쯤 DVD로 정식 출시된 극장판 두 편을 감상한 것이 최근이었다. 따라서 TV판이 어떻게 끝을 맺었는지, 그 결말이 극장판과 어떻게 다른지 나는 잘 모른다.
그래도 여는 영상에서 이 멋진 장면을 봤을 때는 ‘기억하고 있다!’라고 속으로 말했다.


이번 재방영은 내가 속한 세대에게 큰 영향을 끼쳤다는 클래식 애니메이션을 현재의 시선으로 온전히 감상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뇌리에 엉성하게 걸쳐 있는 막연한 명성을 뒤로 하고, 오래되어 빛바래고 흐려진 기억을 보완하여 새로운 이야기로 마음에 단단히 심어 두는 것이다. 게다가 일요일 밤 10시 30분은 <Z 건담>에 비하면 한결 좋은 시간대이다. 부디 이 시간대가 점점 밀려나지 않기를 바라며, 테츠로의 기나긴 여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따라가 보기로 한다.
“See it again… for the first time!”
– <스타 워즈> 3부작 특별판 예고편 내레이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