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디언의 전설] (2010)

(C) Warner Bros. Pictures
(C) Warner Bros. Pictures

‘영상은 좋지만, 이야기가 약하다.’ 광고나 뮤직 비디오 업계에서 영화로 건너온 감독들의 작품을 평할 때 관용구처럼 쓰는 표현이다. 이 표현은 짧은 시간 안에 이미지와 그 속의 메시지로 승부를 보아야 하는 이들 매체와 좀 더 긴 호흡으로 이끌어야 하는 영화 사이의 큰 차이를 강조하는 의미에서 사용되어 왔지만, 때로는 이 분야 출신 감독들이 ‘이야기를 다룰 줄 모른다’는 편견이 개입되어 종종 남용되기도 했다. 물론 그러한 편견에 값하는 영화들도 있기는 했다.

<가디언의 전설>(Legend of the Guardians: The Owls of Ga’Hoole)을 연출한 잭 스나이더 감독도 광고를 통해 유명세를 얻으며 영화계로 넘어왔다. 그렇지만 스나이더는 영상과 이야기를 독특한 감각으로 결합한 작품을 선보이면서 오히려 주목을 받아왔다. 데뷔작인 <새벽의 저주>부터 바로 전 작품인 <워치멘>까지, 스나이더는 폭발하고 질주하는 듯한 이미지를 살린 인상적인 장르영화를 만들었다. 관람 전까지 그 높은 기대치만큼이나 나를 불안하게 했던 <워치멘>만 해도, 스나이더는 복잡한 플롯과 강렬한 정치적, 시대적 메시지에 전혀 주눅들지 않은 채 그래픽 노블보다 더 그래픽 노블다운 영화, 이미지가 내러티브이고 내러티브가 이미지인 영화를 만들어 내는데 성공했다.

3D 애니메이션 <가디언의 전설>도 영상의 질 만큼은 독보적인 수준이다. 어느 정도냐 하면, 이 영화의 화면은 3D 영화의 새로운 경지에 ‘거의’ 근접했다. 올빼미들은 문자 그대로 얼이 빠질 만큼 사실적이다. 공들여 작업한 흔적이 너무나도 확연히 드러나는 올빼미들의 컴퓨터 그래픽은 정교한 3D 효과와 결합하여 경이로운 실재감을 창출해 낸다. 이 세상 어딘가에는 저렇게 인간과 똑같은 수준의 지능과 감정을 가졌고, 갑옷과 무기를 만들 줄 알며, 마법과 신화와 역사가 혼재된 시간을 사는 특별한 올빼미들이 틀림없이 존재할 것이라는 착각마저 들게 한다. 덧붙여 3D 입체영상이라는 마술은 관객이 올빼미와 함께 하늘을 날고 있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여기에 아이맥스 대형 화면이 곁들여진다면 그 효과는 다섯 배쯤 더 난다). 3D 비행 장면 연출에 한 획을 그었던 <드래곤 길들이기>의 박력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유감스럽게도 <가디언의 전설>에서 스나이더의 연출은 나사가 빠져 있다. 이야기의 큰 틀은 그럭저럭 유지되지만, 군데군데 필요하다 싶은 내용이 생략되어 있다. 때로는 마땅히 A에서 B를 거쳐 C로 넘어가야 할 대목을 A에서 C로 어물쩍 뛰어넘어 버린다. 어떤 장면들은 연결이 퍽 어색하고 지나치게 편의적으로 전개되기도 한다. 이렇다 보니 이야기는 압도적인 박력을 선보인 영상과 제대로 융합하지 못한 채 계속 겉돈다. 그렇다고 흥미롭거나 좀 튀는 캐릭터가 있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고, 죄 어디선가 본 것 같은 그렇고 그런 족속뿐이다. 그런 캐릭터들이 이미 앞일이 빤히 내다 보이는 정해진 길을 따라 가면 모든 일이 너무나 쉽게 해결되어 버리니, 마음 속에 남는 여운이 옅을 수밖에 없다.

각색의 문제도 있을 것이다. 세 권 분량의 원작을 한 시간 반이 조금 넘는 영화로 줄이자니 가지치기가 상당히 많았으리라. 그러다 보니 이야기는 살이 다 발려지고 뼈만 남은 꼴이 되었다. 가족 관객을 대상으로 한 애니메이션임을 감안하더라도, <가디언의 전설>은 얼개만 간신히 남은 영웅신화이다. 그리고 ‘영상은 좋지만, 이야기가 약하다’는 평을 들을 만한 영화이다. 본편 상영 전에 선보였던 ‘로드 러너’ 단편이 똑같이 단순한 이야기임에도 더 생생하게 기억에 남아 있으니 이를 어쩌란 말인가.

원제: Legend of the Guardians: The Owls of Ga’Hoole
감독: 잭 스나이더
주연: 짐 스터지스, 휴고 위빙, 에밀리 바클레이, 애비 코니쉬, 라이언 콴튼
북미 개봉: 2010년 9월 24일
한국 개봉: 2010년 10월 28일

[토이 스토리 3D] (1995) / [토이 스토리 2 3D] (1999)

(C) Pixar Animation Studios, Walt Disney Pictures
(C) Pixar Animation Studios, Walt Disney Pictures

나는 애니메이션을 즐겨 보지 않는다. 그렇다고 싫어하는 건 아니고, 단지 애니메이션보다는 실사를 더 좋아하는 취향 인지라 자주 그리고 많이 감상하지 않을 뿐이다. 하지만 그런 나조차도 <토이 스토리> 1, 2편만은 퍽 마음에 든다. 앞서 말한 ‘실사 취향’ 탓에 두 편 모두 극장 개봉 당시 별다른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지만, 한참 지나 DVD로 감상하고 나서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다시 볼 만큼 좋아하게 됐다.

<토이 스토리> 시리즈가 마음에 들었던 이유는 단 하나, 재미있고 감동적인 이야기 때문이었다. 처음에는 내가 어렸을 때 갖고 놀았을 법한 장난감들의 아기자기하고 즐거운 일상을 따라가다가, 이어 새로운 등장인물(이라기보다는 등장 장난감이라고 해야 하려나)로 인해 일상의 작은 사건들이 쌓이기 시작한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장난감의 운명까지 파고드는 이야기의 힘에 눈시울이 시큰해지며 대책 없이 이끌려 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이 주제는 2편에서 더욱 발전됨으로써 <토이 스토리 2>를 전편에 전혀 뒤지지 않는 속편으로 자리매김하게 했다. 두 편 모두 풀어놓은 이야기의 퍼즐을 깔끔하게 매듭짓는 각본과 연출, 정감있게 묘사된 캐릭터들, 훌륭한 삽입곡과 음악, 설득력 있는 배우들의 연기 등 장편 애니메이션 영화로서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는 완벽에 가까운 작품이다. 그렇기에 일견 평범해 보이는 ‘장난감 이야기’는 첫 편이 나온 지 1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관객의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이다.

몇 년 전 3편이 나온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실은 반신반의했다. 이렇게 기적적인 완성도를 지닌 작품들인데 그 명성을 흐리면 어쩌나, 어차피 세월이 흐르면 버려질 장난감들일 텐데 극중의 시간적 배경으로 보아 굳이 그때를 언급해야 할 3편을 과연 즐겁게 볼 수 있을까, 그런 우려가 있었다. 그래도 <토이 스토리> 이후 지금까지 거의 매년 걸작을 내놓는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의 저력을 믿어 보기로 했다. 언제나 감동적인 1, 2편을 극장에서 다시(내 경우는 처음) 만날 수 있었던 재개봉 이벤트도 그냥 넘어갈 수 없는 기회였다.

극장에서 처음으로 본 <토이 스토리>는 흥미로운 경험이었다. 아무래도 개봉 이후 세월이 제법 흐른 데다 컴퓨터 그래픽이라는 분야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다 보니, 화면에서 옛날 느낌이 조금 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실사에 삽입된 것이 아니라 전체가 CG로 구현된 작품에서 마치 고전영화를 보는 듯한 정서를 맛본 것이다. 하지만 그 단순해 보이는 화면이 정겨우면서도 캐릭터의 특징과 형태를 놀라울 만큼 섬세하게 응축해 낸 결과물이라는 사실을 나는 큰 화면으로 보고서야 비로소 실감할 수 있었다.

3D로 변환된 본편 영상은 입체감이 뛰어났고, 어지럽거나 눈이 얼얼하지도 않았다(두 편을 연이어 보다 보니 조금 피로하긴 했지만). 처음부터 3D로 상영될 것을 전제한 것처럼 어쩌면 이렇게도 자연스러울까 싶었다. 집으로 돌아와 DVD를 다시 보니 어느 정도 의문이 풀리는 듯했다. 애니메이션 전문가가 아니기에 정확한 이론을 제시할 순 없지만 어디까지나 내 눈으로 본 바에 따르면, <토이 스토리> 1, 2의 영상은 2D임에도 지극히 입체적이었다. 피사체를 잡은 각도가 면밀하게 잘 짜여져 있었고, 실사처럼 보이도록 조금 과장했다 싶을 정도로 입체감을 부여한 CG 영상의 질감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인지 맨눈으로 TV를 통해 보는 영상도 극장에서 본 것과 별다른 위화감이 없을 만큼 충분히 3D처럼 느껴졌다. 오히려 극장에서는 3D로 감상한다는 신기함보다는 좋아하는 작품을 큰 화면에서 더 화려한 색감으로 본다는 기쁨이 더 컸다. 액션 장면에서 돋보였던 입체음향의 박력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였다.

<토이 스토리> 1, 2의 첫 극장 관람은 내게 특별한 경험으로 남을 것이다. 몇 달 뒤면 공개될 <토이 스토리 3>도 예전보다는 더 편안한 마음으로 기다릴 수 있게 되었다. 바로 그것이 이번 재개봉으로 픽사와 디즈니가 노린 것임을 나는 안다. 하지만, 알면서도 이렇게 기분 좋게 속을 수 있는 것이 이 세상에 그리 많지 않다는 것도 나는 안다.

원제: Toy Story / Toy Story 2
감독: 존 래시터 / 존 래시터, 애쉬 브래넌, 리 언크리치
주연: 톰 행크스, 팀 앨런, 조운 큐색
북미 재개봉: 2009년 10월 2일
한국 재개봉: 2010년 5월 5일

괴수영화 이모저모

1. 수퍼액션, 괴수영화 연속 방영

케이블 영화 채널 수퍼액션은 식인 멧돼지 영화 <차우> 개봉을 기념하여 괴수영화 4편을 연속 방영한다. 방영일시는 7월 4일 오전 10시부터. 방영작은 순서대로 <조스>, <딥 라이징>, <괴물>(2006), <불가사리>(1990)이다. 또한, 연속 방영작에는 포함되지 않지만 5일 밤 10시에는 <에일리언>이 방영된다.

2. <대괴수 용가리> 한국어판 무료 VOD 상영

한국영상자료원은 7월의 VOD 기획전 주제로 ‘몬스터’를 선정하여 괴수영화 3편과 공포영화 3편을 무료 상영한다. 상영작은 <대괴수 용가리>, <불가사리>(1985), <티라노의 발톱>, <살인마>, <이조괴담>, <천년호>이다. 특히, <대괴수 용가리>는 영어 더빙판이 아니라 한국어 원음을 수록한 판본이어서 흥미를 돋운다. 비록 원본이 훼손, 망실된 48분의 불완전판(원래 상영시간은 80분)이기는 하지만, 지금까지 영어 더빙판으로 주로 소개된 작품이니만큼 일부나마 원래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이 한국어판은 2007년 11월 제1회 충무로영화제에서 공개되었으며, 이후 한국영상자료원에서 주최한 영화제 등을 통해 드물게 상영된 바 있다.

출처: 수퍼액션 공식 웹사이트, 한국영상자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