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카라 토미 <조이드 와일드> 시리즈의 ZM44 제로 그라이지스.
지난해 11월 국내에 정식 발매되자마자 구입한 것인데, 이번에 고쥬라스 캐논을 달아 주었다.
구 조이드의 공룡형/괴수형 대형 조이드인 고쥬라스나 킹 고쥬라스, 데스사우러 등을 떠올리게 하는 이 기체에 ‘고쥬라스 캐논을 달면 멋지지 않을까!’ 하고 생각한 이가 나 혼자는 아닐 것이다(고쥬라스 캐논을 알 만한 나이의 조이드 팬이라는 전제 하에서). 마침 오래 전 여분을 챙겨 두었던 고쥬라스 캐논이 있어 시도해 보긴 했는데, 현행 키트인 제로 그라이지스의 하드 포인트와 규격이 맞지 않아 단념했었다. 그러다가 최근 일본의 조이드 팬 블로그에서 간단한 해결책을 알게 되어 완성할 수 있었다.
역시 고쥬라스 캐논의 위용은 시대를 불문한다. 80년대에 처음 나온 구 조이드용 옵션 무장임에도 현행 키트인 제로 그라이지스와 아주 잘 어울린다. 주위의 다른 포나 미사일처럼 건 메탈로 칠해 주면 금상첨화겠지만 이대로도 충분히 멋지다.
조이드에 빠져들어 한동안 신나게 달렸던 적이 있다. 어렸을 때부터 괴수와 공룡을 좋아했고 성인이 되어서는 본격적으로 고지라 덕질을 했으니, 조이드로 가지를 뻗은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그러므로 예나 지금이나 내가 가장 좋아하는 조이드는 고쥬라스이다. 소형 키트 몇 가지로 조이드의 매력을 알게 된 뒤 처음 구입한 대형 키트이기도 했다. 이름과 외형 모두 (대놓고) 고지라를 본뜬 고쥬라스는 평행세계에 존재하는 ‘또 하나의 메카고지라’였고, 아이언 콩과의 대립 구도는 <킹콩 대 고지라>의 조이드판 또는 메카고지라와 메카니콩의 꿈의 대결이었으며, 샐러맨더와 몰가는 각각 라돈과 모스라 유충의 기계 버전이었다. 80년대 조이드 광고를 토호 특촬 팀이 연출한 것도 고지라와 조이드가 연결되는 많은 지점 가운데 하나였다(샐러맨더가 등장할 때는 아예 라돈의 울음소리가 쓰였다).
하지만 이런저런 사정으로 열심히 모았던 키트를 거의 전부 처분해야 했고, 얄궂게도 조이드는 내가 관심을 억누르고 있는 동안 사양세에 접어들며 모두 절판되어 버렸다. 처분 당시 나의 고쥬라스는 고쥬라스 캐논과 에너지 탱크 등의 옵션 무장을 모두 장비한 사양이었다(아래 사진). 3개의 키트를 조합한 것이라 색깔이 제각각이지만… 고쥬라스 디 오거가 부럽지 않았던, 애지중지했던 조이드였다.
현 타카라 토미가 아닌 구 토미가 내놓았던 조이드는 이제 중고 시장 매물을 찾아다녀야 할 형편이고, 그나마도 상당한 프리미엄이 붙어 있거나 매물 자체가 잘 보이지 않아 컬렉션을 재건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코토부키야가 HMM 조이드 시리즈를 전개하고 있지만 구 조이드와 개념이 완전히 다른 제품이라 좀처럼 흥미가 생기지 않았다. HMM 고쥬라스는 비싸고 못생겼으며 전동하지 않으므로 더욱 더 손이 가질 않는다.
그렇게 구 조이드에 대한 후회와 향수를 오랫동안 품고 지내오던 차에 3년 전 완전 신작 <조이드 와일드>가 시작되었고, 그 후속작인 <조이드 와일드 제로>가 클라이맥스를 향해 달려가던 지난해 8월 제로 그라이지스의 발매 소식이 들려 왔다. 그것은 복음이라고 할 만한 정도는 아니었지만 가슴 설레는 낭보임에 틀림없었다. 설정상 기가노토사우루스종이라고 하나, 두 다리로 직립 보행하는 거대한 수각류 공룡의 이미지는 괴수 고지라, 더 나아가 고쥬라스 그대로였다. 제로 그라이지스는 그야말로 2020년대의 신 고쥬라스이자, 애니고지 3부작의 메카고지라가 남긴 씁쓸한 뒷맛을 없앤 거체로 나에게 다가왔던 것이다.
고쥬라스 캐논을 달기 전 원래 모습. 기초가 되는 골격에 장갑과 무장을 덧입히는 구조인 기존 <조이드 와일드> 키트와 달리, 골격과 장갑이 융합된 듯한 복잡하고 기괴한 외형은 사악한 위압감을 내뿜는다. 중후한 은색과 건 메탈 성형색은 기계 괴수의 이미지를 훌륭하게 표현했고, 투명 소재가 사용된 빨간색 눈과 이곳저곳에 그어진 보라색 선 및 고정 핀은 전체 외형을 단조롭지 않게 한다. 각 부품의 조형은 또렷하고 크기에 걸맞은 세부 정보가 담겨 있다. 킹 고쥬라스의 박력과 중량감을 계승한 전동은 십수 년 만에 움직이는 조이드를 다시 만난 나를 감동시켰다.



새로운 얼굴들과 함께 다시 시작된 조이드 컬렉션. 이번에는 예전처럼 자책에 빠지지 않으리라 마음먹으면서…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게 이어가 보려 한다. 그리고 내년에는 구 조이드 컬렉션 재건에도 힘을 기울이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