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 2024년 11월 (1)

지난 11월 3일 열렸던 고지라 페스와 고지라 신작 발표를 인터넷 생중계로 보고 나서, 지난해 일본 여행 기록을 아직 정리하지 않았음을 문득 떠올렸다. 고지라 탄생 70주년이었던 지난해 행사는 꼭 현지에서 보고 싶었기에 단행한 일본행이었다.

마음 같아서야 고지라 페스뿐만 아니라 다른 중요한 행사들도 챙겨 보려고 매년, 매달이라도 건너가고 싶지. 그런 아쉬움도 달랠 겸 지난해 일본 여행을 간결하게 정리해 보기로 한다.

2024년 11월 1일 (금)

2019년 5월 이래 약 5년 반 만의 일본행이다. 항공편은 인천발 나리타행. 탑승교에서 한 컷.

늦은 점심으로 고로케소바. 출국 전 공항에서 도넛 한 개와 생수로 아침을 때운 것이 전부여서 이때는 몹시 허기져 있었다. 마침 <기동경찰 패트레이버 극장판>과 협업 기획을 하기도 했던 후지소바 체인점이 눈에 띄었던 것. 고로케가 차가워서 국물에 따뜻해지기를 기다렸다가 먹…기에는 배가 너무 고팠다. 다음에 다시 맛볼 기회가 있다면 우선 고로케를 뜨거운 국물에 푹 담가야겠다.

숙소에 들어가기 직전에 들렀던 빅 카메라에서. 언제 봐도 마음이 편안하고 따뜻해지는 광경이 아닐 수 없다.


이날은 <고지라-1.0>의 지상파 최초 방영일. 숙소에 짐을 대충 풀어 놓고 얼른 닛폰 TV가 나오는지를 확인한다. 다행히 나오므로 편성표를 불러 본다. 밤 9시 <금요 로드쇼> 시간. 본편 무삭제 방영.

시간이 흘러 드디어 밤 9시. <금요 로드쇼> 여는 영상과 스폰서 안내가 나간 뒤 곧바로 본편이 시작되었다.




엔드 크레딧은 검은 배경만 있었던 극장공개판과 달리, 본편 장면을 편집한 영상을 배경으로 했다. 그러나 출연진과 주요 제작진 정도만 표기하면서 길이가 대폭 짧아졌다.

그리고, 엔드 크레딧이 끝난 뒤 전격 발표되었던 신작. 영화 후반부 들어 여독으로 졸음이 쏟아지고 있었는데 갑작스러운 발표에 잠이 싹 달아나 버렸다. 감독, 각본, 시각효과에 전작 그대로 야마자키 타카시 감독. 당시에는 제목이 공개되지 않았다. 이미 알려져 있듯이 제목 공개는 이날 발표로부터 1년 하고도 이틀 뒤였다.



이어지는 고지라 페스 2024 안내. 그래. 내가 일본에 온 목적 가운데 하나가 이것이었지. 이틀 뒤에 보자고.

졸음에 시달리다가 정신이 번쩍 들었으니 잠이 올 리가 없다. 그대로 심야까지 TV를 틀어 놓고 소일한다. 새벽에 채널을 바꾸다가 <기갑창세기 모스피다>가 나와서 사진으로 남겼다. 새벽 2시가 넘은 시각이었다.

<고지라-1.0> TV 방영판에 대하여. ‘본편 무삭제’로 안내되는 경우 엔드 크레딧이 대폭 단축되거나 아예 삭제되는데, <고지라-1.0>은 전자에 해당했다. 짧아진 크레딧 영상의 배경에 본편 장면을 편집해 넣어 극장공개판과는 또 다른 느낌을 주었다.

2.39:1 화면비를 TV의 16:9 스크린에 맞춰 좌우를 잘라낸 점은 유감. 우리나라 방송국에서도 많이 저지르는 짓이지만…

본편 무삭제라고는 했으나 감상하는 동안 군데군데 몇 커트씩 미묘하게 다듬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이에 대해서는 극장공개판과 대조하지 않는 이상 정확하다고 말할 수 없다. 중간 광고 때문에 감상의 흐름이 간간이 끊겨서인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과거 고지라 시리즈의 다른 작품이 방영되었을 때와 달리, 아예 한 장면 전체를 들어내거나 눈에 띌 정도로 편집을 많이 한 흔적은 없어 보였다. 이 TV 방영판만으로도 작품을 즐기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

이렇게 첫날이 끝났다.

[신 가면 라이더] 7월 스트리밍 공개 / [신 울트라맨] 국내 수입

안노 히데아키가 주도한 ‘신 저팬 히어로 유니버스 (SJHU)’의 최신작 <신 가면 라이더> (シン・仮面ライダー)와 전작 <신 울트라맨> (シン・ウルトラマン)의 공개 관련 소식을 정리해 보았다.

먼저 <신 가면 라이더>7월 21일부터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에서 독점 스트리밍 공개된다. 전 세계 200여 국가 및 지역에서 동시 공개된다고 하니, 국내에서도 감상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2022년 11월 <신 울트라맨>이 프라임 비디오로 처음 스트리밍 공개되었으나, 유감스럽게도 국내에서는 시청할 수 없었다. 당시 발표에는 일본 이외 국가에서 동시 공개된다는 언급이 없었다.

지난 3월 17일부터 일본에서 극장 상영된 <신 가면 라이더>는 4월 말 현재 1,548만 9,306달러, 엔화로 약 22억 79만 3,604엔의 흥행 수입을 기록했고 6월 4일 전국 상영이 끝났다(일부 극장에서는 이날 이후로도 상영된다고 한다).

특정 플랫폼에서 전 세계를 대상으로 스트리밍 공개되는 만큼, <신 가면 라이더>의 디스크 발매는 상당한 시일이 지나고서야 이루어질 것 같다. 같은 SJHU 작품인 <신 에반겔리온 극장판>의 경우, 2021년 8월 프라임 비디오 독점 스트리밍 공개 후 1년 7개월 뒤인 2023년 3월에야 디스크가 발매되었다. 다만 작품 별로 계약 관계가 다를 테니 <신 가면 라이더>가 같은 수순을 밟는다고 장담할 수는 없겠다.

한편, 일본 개봉 후 1년이 넘도록 국내 공개 소식이 없었던 <신 울트라맨>도키 엔터테인먼트가 수입하여 곧 선보일 예정이다. 동사가 6월 13일 발표한 2023년 영화 라인업에 포함되었는데, 이 글을 쓰고 있는 현재 심의가 아직 접수되지 않은 상태이다.

출처: <신 가면 라이더> 공식 웹사이트 (링크 1 / 링크 2), 츠부라야 프로덕션 공식 웹사이트, 박스 오피스 모조, <신 에반겔리온 극장판> 공식 웹사이트 (링크 1 / 링크 2), 도키 엔터테인먼트 공식 인스타그램

관련글
<신 가면 라이더> 팸플릿 (2023년 3월 31일)

내 책상 위 타바 작전

피트로드의 1/144 일본 육상자위대 10식 전차를 조립했다. 얼마 전에 다시 감상한 <신 고지라>의 여운이 지름으로 이어진 결과 가운데 하나이다.

업체 공식 웹사이트에 게재된 제품 정보에 따르면 키트의 발매 시기는 2017년 7월. 2012년부터 인도된 양산형을 재현했다고 한다. 3량분의 러너와 데칼을 포함한 가격은 1,500엔. 이달 중 근년 배치된 부대 마크 등을 데칼에 추가한 리뉴얼판이 나오면서 이 키트는 절판된다.



러너는 1량분씩 포장되어 있다. 구조가 간단하고 부품 수도 많지 않지만, 몇몇 부품이 매우 가늘고 조밀해서 이렇게 해야 손상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데칼도 따로 포장되었다. 그밖에 간단한 기체 해설이 실린 조립 설명서와 도장, 데칼 참고용 컬러 설명서가 동봉되었다.


우선 1량만 만들어 보았다. 가스레인지 손잡이처럼 생긴 부품은 사용하지 않는다.



완성. 가늘고 작은 부품을 조심스럽게 다루느라 생각보다 시간이 걸렸다. 크기를 생각하면 꽤나 세밀한 조형이다.


전체 길이는 약 6.5cm. 손바닥 한가운데에 올려 놓을 수 있을 만큼 작다.



포탑을 돌릴 수 있다. 포신은 포탑과 일체 성형되어 각도를 바꾸지 못한다.



드디어 고지라에 맞선 10식 전차. 바로 이런 사진을 찍어 보고 싶어서 구입한 키트이다. 상대역은 반다이 무비 몬스터 시리즈 고지라 2016.

둘은 크기 비례가 맞지 않는다. 고지라는 제품 사양에 축척이 명시되지 않았지만 설정상 높이가 118.5m, 완구의 높이가 약 17cm이므로 대략 1/700이 된다. 바로 위 사진처럼 전차와 고지라 사이에 원근감을 넣으니 한결 나아 보인다.

마침 피트로드가 이달에 1/700 육상자위대 차량 세트 1이라는 키트를 내는데, 10식 전차를 비롯하여 <신 고지라>에 등장한 차량이 몇 가지 들어간다. 무비 몬스터 시리즈나 S. H. 몬스터아츠와 함께 놓으면 어울리겠다.


같은 1/144 축척의 반다이 HGUC 건담과 함께. 이렇게 놓고 보니 모빌 수트가 얼마나 거대한 기계인지를 새삼 느낀다.

전차 플라모델을 조립해 본 건 정말 오랜만이다. 중학교 때인가, 동네 문방구에서 팔던 조그마한 전차 플라모델(티거로 기억한다)이 아마도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을 것이다. 초등학교 때 1/35 밀리터리 플라모델에 잠시 빠져들었던 적이 있지만, 주로 병사 피겨 위주였고 전차에는 손을 대지 않았다. 비싸기도 했고, 그때의 나에게는 조립하기 어렵기도 했고… M1 에이브럼스가 최신예 전차였던 시절 이야기로서, 아카데미의 1/35 에이브럼스 키트를 동경했던 기억이 아련히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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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고지라>는 10식 전차를 대중적으로 더욱 널리 알린 작품일 것이다. ‘히토마루(10의 1과 0을 따로따로 읽은 발음)’로도 불리는 10식 전차는 극중 고지라의 토쿄 진입을 막기 위해 결행된 타바 작전에 투입되었다. 비록 패퇴하였을지언정 실존하는 전차가 고지라에 맞서는 모습은 ‘현실 대 허구’라는 <신 고지라>의 홍보 문구에 딱 들어맞는 것이었다.

<신 고지라>의 대히트는 일본 밀리터리 모형 업계에도 희소식이었던 것 같다. 특히 타미야는 1/48 신금형 10식 전차를 <신 고지라>의 개봉 다음날 발매했다. 유명 모델러이자 개러지 키트, 완구, 플라모델 업체 맥스 팩토리의 대표인 맥스 와타나베는 당시 트위터에 다음과 같이 적기도 했다.

‘타미야 1/48 10식 전차가 <신 고지라> 효과로 날개 돋친 듯이 팔리고 있는 모양이다.’

이듬해 발매된 피트로드의 1/144 10식 전차도 이러한 흐름의 영향을 어느 정도 받지 않았을까?

[신 고지라] 한국판 블루레이… 출시 가능성은 사실상 0%

2020년 8월 현재 <신 고지라>(シン・ゴジラ)의 한국판 블루레이 디스크 출시를 기대하고 있는 이가 아직도 있을까?

2016년 7월 본고장 일본에서 공개된 작품이니 올해로 4년이 됐고, 2017년 3월 한국 개봉은 3년 전 일이다. 그래도 고지라의 팬으로서, 그리고 <신 고지라>의 지지자로서 한국판 블루레이 타이틀에 대한 기대는 쉽사리 접을 수 없었다. 출시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말이다.

하지만 그것도 얼마 전까지 이야기다.

이제는 기대를 접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신 고지라> 한국판 블루레이는 2017년 3월 8일 국내 개봉으로부터 약 2개월 뒤인 같은 해 5월 24일, 블루레이 전문 업체 ‘더 블루’가 자사 페이스북에 티저 이미지를 올리면서 확정되었다.

(C) Toho Co., Ltd.

예정대로 2017년 안에 출시되었을 경우, <신 고지라> 한국판 블루레이는 일본 원조 고지라 시리즈 최초의 정식 블루레이 타이틀이 될 것이었다. 아울러 이 영화는 수입사 미디어캐슬이 방대한 극중 대사를 글자 수의 제약 속에서 최대한 이해하기 쉽게 번역하고, 종종 화면을 거의 뒤덮다시피 한 일본어 자막을 모두 한국어로 번역, 표기하여 현지화의 모범을 보여준 바 있다. 미디어캐슬은 이후 VOD판스크린 채널 방영판, 넷플릭스판을 거치면서 자막을 계속 수정하기도 했다. 이 한국 공개판 영상이 블루레이에 활용될지도 나를 비롯한 팬들의 관심사였다.

그러나 출시는 별다른 추가 공지 없이 계속해서 미뤄졌다. 위의 티저 이미지 말고는 더 블루로부터 어떤 안내도 없었기에, 한국판 블루레이의 사양을 예상할 수도 없었다. 출시 예고 후 1년이 지난 2018년 5월, 더 블루는 정발을 부탁하는 한 유저의 페이스북 덧글에 ‘올해 안에는 꼭 출시하겠다’고 답변했고, 같은 해 11월에는 또 다른 유저의 덧글에 ‘일본 저작권자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승인 후 공지하겠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출시는 이뤄지지 않았고, 무려 3년이 지나 현재에 이르렀다.

국내 2차 매체 시장은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고, 저작권자의 승인은 때때로 까다로운 절차와 긴 시간을 요한다. 지난 3년 동안 더 블루는 타이틀을 내는 빈도가 점점 줄어들었고, 신작 대신 몇몇 작품을 재출시하는 등 상황이 좋지 않다는 조짐을 보이기도 했다. 올해 들어서는 코로나바이러스의 창궐이라는 극한 상황까지 도래했다. 지난해부터 급격히 악화된 한일 관계도 전혀 무관하지는 않을 것이다. 더 블루 페이스북에는 올 3월 이후 새로운 공지가 일절 올라오지 않고 있었다.

그러던 가운데 지난 7월 24일, 더 블루는 갑자기 2016년에 냈던 <헤이트풀 에이트> 블루레이의 재생 문제와 교환 방침에 대한 공지를 올렸다. 모 커뮤니티에서 지속적으로 타이틀의 오류가 지적된 모양인데, 그것에 대해서는 여기서 다룰 일이 아니니 생략한다. 그보다 이 공지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아래 인용한 구절이다.

‘(전략) 현재 회사 사정에 의해 블루레이 사업을 중단하고 있는 가운데… (후략)’

우려했던 일이 일어나고 말았던 것이다.

어려운 시장 상황에서도 <메멘토>, <이터널 선샤인>, <반딧불의 묘>, <루팡 3세: 칼리오스트로의 성>, <아토믹 블론드>, <렛 미 인>(2008), <스포트라이트>, 극장판 <기동경찰 패트레이버> 3부작, <시카리오> 등 훌륭한 타이틀을 출시해 온 더 블루가 블루레이 사업을 중단하게 되어 유감이다. 국내 몇 안 되는 양질의 로컬 타이틀 출시사로서 다시 영업할 수 있기를 바란다.

출시사가 사업 자체를 중단했으므로 <신 고지라> 한국판 블루레이가 빛을 볼 가능성은 지극히 낮아졌다. 앞으로 더 블루가 사업을 재개할지도 지금으로는 모를 일이고, 만에 하나 판권이 다른 회사로 넘어간대도 개봉한 지 3년이 지난 데다가 흥행마저도 실패한 작품을 우선하여 내 줄지 의심스럽다. 오랜 기다림에 질려 버린 팬들도 있을 것이다. 모든 것이 허공에 떠 버렸다.

그럼에도 출시가 불투명하게 된 이 상황에 대한 책임을 전부 출시사에게 돌릴 수는 없다. 한국은 대중에게 ‘고지라’ 또는 ‘고질라’라는 이름이 알려진 넓이가 정작 그 원전의 흥행과는 이상할 정도로(때로는 속이 터질 정도로) 연결되지 않는 환경이다.

<고지라 2000: 밀레니엄>이 원조 고지라 시리즈 최초의 국내 정식 개봉작으로 기록된 것이 지난 2000년. 그리고 그 두 번째 작품인 <신 고지라>가 극장에 걸렸던 것이 2017년이었다. 한국의 고지라 팬들은 기다리는 데 익숙하다.

출처: 더 블루 공식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