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떼는 귀가길에 고지라를 뽑았지

전편: 라떼는 상상도 못 했던 (2022년 10월 25일)

서울 갔다가 올라오는 귀가길, 오랜만에 AK& 홍대점을 찾았다. 1년 하고도 3개월 만이었다.

우선 애니메이트에 들러 고지라 상품이 좀 있는지 확인했다. 큰 기대를 하진 않았지만 역시 싹 사라져 있었다. 앞서 들렀을 때도 끝물 분위기였으니 놀랄 일은 아니다. 시간 관계상 굿즈 코너만 둘러보았는데 서적 코너에 뭔가 있을지도 모르지만, 글쎄…

여하튼 그 결과:

( 없음 / 無し / None )

다음 순서는 같은 층에 있는 이치방쿠지. 철 지난 상품이 된 고지라 대괴수열전이 아직도 걸려 있었다. 인기가 없는 것인지… 다음 시리즈인 고지라-1.0이 과연 들어오려나 모르겠다.


매대에서 눈여겨볼 만한 것은 최근 국내 입하된 신 저팬 히어로즈 유니버스 아트 비넷 4종 정도. 나는 고지라를 이미 구입했고 나머지는 계획이 없으므로 사진에만 담았다.


이건 그냥 올려 본 모 애니메이션의 고지라붙이 소프비.


모처럼 이치방쿠지에 왔고 고지라까지 있으니 한번 도전해 보는 것이 인지상정. 큰맘 먹고 두 개를 뽑았다.

그 결과:


D상 무비 로고 디스플레이
F상 몬스터 헤드 마그넷

D상은 전 7종 모두가 헤이세이 시리즈 타이틀 로고여서, 가장 좋아하는 <고지라 VS 비오란테>를 골랐다. 하나쯤 있으면 좋겠다 싶은 경품이 나와서 기뻤다. F상 GMK 고지라도 조형이 훌륭하여 흡족하다.


D상은 로고만 단독으로 전시해도 좋지만 기본적으로 다른 상품에 곁들이도록 한 것이어서, 무비 몬스터 시리즈 기도고지(고지라 1991)와 함께 놓아 보았다. 아직 무비몬으로 나오지 않은 비오고지(고지라 1989)를 대신했는데 조형이 비슷하여 무리 없이 어울린다.



부근에는 특정한 작품의 전문 매장도 있었고, 전시회가 있는 어느 작품은 한 구역을 뒤덮다시피 하기도 했다. 그런 가운데 고지라는 안쓰러워 보일 만큼 작은 공간을 차지하고 있었다. 국내 서브컬처 시장에서 고지라의 지분이 늘어날지 줄어들지 섣불리 예측하긴 어렵다. 그러나 상황이 어떻게 되던, 고지라가 선사한 귀가길의 소박한 기쁨은 지금 이 시절에만 맛볼 수 있는 것이다.

라떼는 상상도 못 했던

볼일 때문에 갔던 곳 근처에 AK& 홍대점이 있어 잠시 들렀다. 얼마 전 괴수의 왕 홍기훈 님으로부터 이곳에 입점한 애니메이트 홍대점에서 고지라 상품이 팔리더라는 제보를 받아서였다. 일본 애니메이트라면 모를까 한국 지점에서 고지라를 취급하다니, 직접 확인해 볼 만한 일이었다.

그 결과:

제보가 한 달 남짓 전이어서 혹시 매대가 없어지지 않았을까 했으나 아직 있었다. 그렇지만 상품의 품목과 숫자 모두 상당히 줄어 있었다. 판매 중인 상품은 스티커와 배지, 티셔츠가 각각 몇 종씩으로 위 사진에 보이는 것들이 전부였다. 클리어 파일이 더 있었던 것 말고는 제보 당시에도 이 정도 품목이었으나 종류와 숫자가 더 많았었다.

또한 매대 맨 위쪽의 배너가 토호 및 토호 애니메이션 10주년 기념 로고에서 <고지라 싱귤러 포인트>로 바뀌어 있었으나, 정작 판매 중인 상품에는 이 작품 것이 하나도 없었다. 이유는… 관계자들만이 알겠지.

여하튼 현재의 매대는 이런 모습이다.



스티커는 내가 잘 모으는 상품이 아니지만 한국에서 이런 매대를 보기가 워낙 드문지라 기념 삼아 2장을 골랐다. 사 놓고 보니 나쁘지 않고 특히 거재대 레이블 스티커가 마음에 들어서 당장 어딘가에 붙이기로 했다. 고지라의 재미있는 일러스트레이션은 하시고다카 (ハシゴダカ)의 작품. 지난해부터 협업을 진행해 오고 있다.


온 김에 같은 층에 있는 이치방쿠지에도 들렀다. 목표는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전개 중인 이치방쿠지 공룡 2022. 최근에 새로 시작해서인지, 아니면 인기가 없어서인지 빈 곳이 많았다.


그 결과:

C상 티라노사우루스 피겨가 당첨되었다. A상 스피노사우루스까지는 바라지도 않았고 내심 G상 브라키오사우루스가 나오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이것도 만족스럽다. 높이 약 8cm로 손바닥 위에 올라갈 만한 크기지만 조형이 꽤 훌륭하다. 목표를 향해 포효 또는 돌진하는 듯한 동세도 잘 표현되었다.





신 울트라맨도 판매 중이었으나 어째서인지 ‘울트라맨 – 울트라 히어로즈 2022’라는 제목이었다. 이건 신 울트라맨 단독 상품이라 다른 ‘울트라 히어로즈’가 없는데도 말이다. 아직 한 자리 남아 있는 A상에 도전해 보고 싶었지만 단념했다. 공룡 2022에서 피겨가 당첨된 건 A상부터 G상까지 피겨로 구성한 후한 인심 덕도 있었음을 상기하면서.

사진에 담지는 않았지만 영웅용상 신 울트라맨을 비롯한 반프레스토의 울트라맨 피겨 몇 종이 따로 판매되고 있었다.


애니메이트가 언제부터 고지라 상품을 취급했는지는 모르지만, 한 달 전에 비해 품목과 숫자가 대폭 줄어든 현재 모습은 ‘끝물’에 가까운 인상이다. 그럼에도 애니메이션/서브컬처 전문점에 고지라 상품이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내게는 신기하고 놀라운 광경이었다. 2010년대 중반 고지라 전략회의 (고지콘) 설립 이후 해외 전개에 부쩍 공을 들이고 있는 토호의 정책이 미미하게나마 여기까지 영향을 미쳤던 것일까. 더 다양한 상품이 갖춰지지 않아 아쉬웠지만, 몇 년 전만 해도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고지라 전용 매대는 여러 모로 기억에 남을 만한 작은 사건이었다.

 

일본판 원조 고지라 부활 – 2016년 신작 공개!

(C) Toho Co., Ltd.
(C) Toho Co., Ltd.

토호 주식회사가 올해 공개된 헐리우드판 리메이크의 히트를 이어, 그 원조인 일본판 고지라를 2016년 부활시킬 것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2004년 최종작으로서 공개되었던 <고지라: 파이널 워즈> 이래 12년 만의 완전 신작이자, 시리즈 통산 제29편이 된다. 감독, 주연 등에 대한 정보는 미정이고 현재 각본 개발 단계라고 한다.

한편, 토호는 신작 제작을 비롯한 광범위한 고지라 관련 사업 전개를 위해 자사 중역들로 구성된 토의 · 의결 기관 ‘고지라 전략회의(Godzilla Conference)’, 약칭 ‘고지콘’을 구성하였다. 구성원은 센다 사토시(세일즈 매니저, 토호 부사장), 이치카와 미나미(프로젝트 매니저, 토호 이사), 우에다 타이지(프로젝트 리더, 토호 영상본부 영화 조정부 차장)로 이들의 목적은 고지라를 세계인들이 사랑하는 캐릭터로 정착시키는 것이다.

신작의 제작 경위는 고지라 탄생 60주년을 맞은 올해 개봉한 헐리우드 리메이크 <고지라>가 전 세계에서 5억 2천 만 달러의 흥행 수입을 벌어들이는 성공을 기록했고, 일본에서도 흥행 수입 32억 엔(약 2,600만 달러)으로 히트, ‘역시 사랑받고 있다’는 것을 재인식하였기 때문이라고 한다(고지콘 우에다 프로젝트 리더). 헐리우드판 <고지라>는 평단과 팬덤으로부터도 호평을 받아, 제작사 레전더리 픽처스는 2018년 6월 8일 북미 개봉을 목표로 속편 제작 계획을 일찌감치 발표해 놓은 상태이다. 따라서 이에 앞서 2016년 공개될 일본판 고지라 신작은 원조의 부활이라는 의미와 함께, 헐리우드판 <고지라> 속편 공개까지의 4년이라는 긴 공백과 그에 따른 갈증을 한층 덜어 줄 전망이다.

일본판 고지라 영화는 전통적인 특촬 제작 기법인 수트메이션(배우가 괴수 의상을 입고 연기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져 왔고, 이것이 시리즈의 중요한 정체성으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컴퓨터 그래픽이 보편화된 현재에도 토호는 수트메이션을 고수할 것인가? 이에 대해 고지콘의 우에다 씨는 즉답을 피했지만, 한때 헐리우드에 판권이 팔렸던 <기생수>가 일본으로 되돌아와 퀄리티 높은 작품으로 완성되었고, 일본에도 우수한 크리에이터가 많으므로 지금까지의 노하우를 모아 헐리우드에 지지 않는 작품을 만들 때가 되었다며 자신감을 표했다고 한다. <기생수>는 <주브나일>, <올웨이즈: 3번가의 석양> 시리즈와 <발라드: 이름 없는 사랑 노래>, <우주전함 야마토>, <영원의 제로> 등으로 유명한 야마자키 타카시 감독이 2부작으로 영화화, 제1부가 지난 11월 29일 일본에서 개봉하여 흥행 순위 1위에 올라 있다.

여기에서 야마자키 감독에게도 자연스럽게 눈길이 가게 되는데, 그는 일본의 일류 시각효과 업체인 시로구미의 일원인 데다 2007년 <올웨이즈: 속 3번가의 석양>의 도입부에 컴퓨터 그래픽으로 멋지게 구현된 고지라를 잠깐 등장시킨 적이 있다. 이 고지라 장면이 상당한 박력을 자랑하는지라 ‘차기 고지라 감독은 야마자키로!’ 라는 일부 팬층의 요망도 있었던 것이 사실. 현재 일본에서 가장 주목 받고 있는 감독이자 시각효과 전문가인 그에게도 틀림없이 연출 제안이 갔을 것이라고 짐작한다. 여하튼 제작진과 출연진 구성에 대해서는 앞으로 차차 공식 발표가 있을 테니 좀 더 기다려 볼 일이다.

전술했던 대로 고지콘의 사업은 신작 제작에만 그치지 않는다. 내년 4월에는 고지라의 실물 크기(!) 두상이 제작되어 일반 공개될 예정이다. 2015년 4월 25일 개업하는 호텔 그레이서리 신쥬쿠 8층 테라스에 설치. 이 호텔은 토쿄 신쥬쿠 카부키쵸에 있는 신쥬쿠 코마 극장과 신쥬쿠 토호 회관 부지에 건설된 신쥬쿠 토호 빌딩의 일부이다. 두상의 조형은 1992년작 <고지라 VS 모스라>에 등장한 고지라, 통칭 ‘바트고지’를 바탕으로 하며 제작은 토호 영상 미술이 담당한다. 유리섬유로 보강된 시멘트 GRC 재질로서 높이는 12m, 무게는 80톤. 지상으로부터 52m 높이의 호텔 테라스에 설치되므로 멀리서 보면 실물 크기의 고지라가 고층건물 위로 머리를 내밀고 있는 듯한 모습을 연출하게 된다. 아울러 고지라 두상이 설치되는 호텔 그레이서리 신쥬쿠는 객실 2곳을 ‘고지라 룸’으로 특별 운영할 계획이다.

(C) Toho Co., Ltd.
(C) Toho Co., Lt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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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써 고지라 탄생 60주년이라는 기념할 만한 해인 2014년은 여름에 공개된 헐리우드판 리메이크의 대히트를 거쳐, 12월의 원조 고지라 부활 소식으로 막을 내리게 되었다. 고지라 시리즈의 재기동은 이번이 역대 세 번째이다. 1954년부터 1975년까지 이어졌던 쇼와 시리즈의 종료 후 9년의 공백을 거친 1984년 신작 <고지라>가 공개되면서 첫 번째 재기동이 있었고, 이후 1995년까지 이어졌던 헤이세이 시리즈의 종료 후 4년 만인 1999년 <고지라 2000: 밀레니엄>으로 두 번째 재기동이 있었다. 60주년 기념작으로서 상업적인 면에서는 물론 작품 자체의 완성도에서도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었던 헐리우드판 <고지라>. 그 뒤를 이어 새로운 역사를 쓰게 될 본고장의 고지라를 이제부터 기대감과 함께 지켜보고자 한다.

출처: 고지라 공식 웹사이트, 에이가 닷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