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다이 메카 컬렉션 울트라맨 01: 과학특수대 제트 VTOL

올 초 내가 가장 흥미를 가졌던 플라모델 관련 소식이라면, 단연 반다이 메카 컬렉션 <울트라맨> 시리즈의 발매였다.

메카 컬렉션은 가격이 저렴하고 조립도 간편하여 만들어 모으기 딱 좋은 플라모델로 정평이 나 있는 브랜드. 이걸로 <울트라맨> 등장 메카가 나온다니 더 볼 것도 없이 구입 확정이었다. 첫 상품이 나온 것은 지난 1월 말로, 1번 과학특수대 제트 VTOL, 2번 울트라 경비대 울트라호크 1호가 함께 발매되었다. 현재까지 나와 있는 상품 라인업은 다음과 같다(각 항목을 클릭하면 반다이의 상품 소개 페이지로 이동한다).

01. 과학특수대 제트 VTOL/ 2016년 1월 30일 발매/ <울트라맨> 등장
02. 울트라 경비대 울트라호크 1호/ 2016년 1월 30일 발매/ <울트라세븐> 등장
03. 과학특수대 특수 잠수정 S호/ 2016년 2월 27일 발매/ <울트라맨> 등장
04. 과학특수대 소형 VTOL/ 2016년 3월 26일 발매/ <울트라맨> 등장
05. 과학특수대 우주 VTOL/ 2016년 7월 23일 발매/ <울트라맨> 등장

정가는 모두 500엔(소비세 8% 제외 가격).

그리하여 발매 후 시간이 좀 지나긴 했지만 제트 VTOL과 울트라호크 1호를 구했다. 먼저 시리즈 제1탄이자 <울트라맨>에서 가장 유명한 메카이기도 한 제트 VTOL을 조립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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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너는 모두 4장인데, 오른쪽 쪼개진 러너 2장이 대략 1장 분량이라 합치면 3장 정도가 되겠다. 여기저기 금형 유용을 위한 스위치가 보이고, 쪼개진 러너도 그 결과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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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예상치 못했던 요소가 튀어나오는데, 바로 ‘습식 데칼’이다. 습식 데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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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색분할로 처리하지 못한 설정색이나 기체 마킹은 스티커로 대체하고 있고, 특히 메카 컬렉션 같은 저가 키트에서는 그게 당연하리라고 생각했는데 이번 <울트라맨> 시리즈에는 스티커 대신 습식 데칼이 들어 있다. 반다이는 이 제품의 소비자를 습식 데칼에 익숙할 만큼 플라모델 조립에 능숙한 중장년층 이상으로 상정하지 않았나 싶다.

원전 <울트라맨>이 올해로 50주년을 맞은 고전이다 보니 ‘중장년층 이상’에는 납득이 간다. 하지만 ‘습식 데칼에 익숙할 만큼 플라모델 조립에 능숙한’이라는 조건은 나와 관계가 없어 난감하다. 조종석 창유리(데칼 12, 13번) 같은 건 대체 어쩌라는 건지. 여하튼 메카 컬렉션 <울트라맨> 시리즈는 보기보다 까다로운 키트임이 밝혀졌다.

조립 설명서와 데칼 부착 안내, 기타 주의 및 공지사항 등은 위쪽 박스 안쪽에 인쇄되어 있다. 이것은 메카 컬렉션의 공통 사양. 보다시피 조립 자체는 매우 간단하고 접착제가 필요 없는 스냅 타이트여서, 부품을 러너에서 잘라내어 다듬는 시간을 빼면 단 몇 분만에 완성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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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식 데칼을 붙이지 않아 밋밋하고 허전해 보이지만 전체적인 형태는 썩 좋다. 반다이 말로는 본편 초기에 등장한 촬영용 모형을 참고하여 설계했다고 한다. 동체와 미사일의 빨간색 부분은 기본적인 색분할이 되어 있어, 조종석 창유리를 검게 칠하고 출입구나 날개 등지에 먹선을 넣으면 한결 나아 보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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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사구의 세부 조형이 단순하긴 하지만, 본편을 보았다면 누구나 여기서 불꽃과 연기가 피어오르는 장면을 상상하게 될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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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중 괴수 시보즈를 옮기기 위한 앵커 발사 장치 부품이 따로 있다. 동체 아래 커버 부품과 교체하여 재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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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드에서 내려놓은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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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메카 컬렉션 시리즈인 우주전함 야마토(2199 버전)와 함께 놓아 보았다. 메카 컬렉션은 따로 축척이 없고(넌스케일) 대체로 길이 10cm 내외에 맞춰져 있다. 제트 VTOL은 약 9cm, 야마토는 약 12cm로 손바닥 위에 올려놓기 딱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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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들어 본 소감은 습식 데칼 때문에 좀 곤란해졌지만 그래도 계속 살 거다로 정리하겠다. 무엇보다도 이 가격에 이 정도 품질의 울트라 시리즈 메카 입체물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 아직 초기인지라 쇼와 울트라 시리즈, 그 중에서도 초대 <울트라맨> 중심으로 나오고 있지만, 반응이 좋다면 <울트라세븐> 이후의 다른 작품과 헤이세이 울트라 시리즈 등장 메카도 기대해 볼 만하다.

데칼 붙이기야 나중에라도 ‘익숙해지는 대로’ 시도하면 될 일이고, 지금은 괜찮은 제트 VTOL 플라모델을 가졌다는 기쁨만이라도 누리련다.

최근 도착한 S. H. 피규아츠 울트라맨과 함께 놓아 보았다. 축척은 서로 맞지 않겠지만(제트 VTOL이 훨씬 클 거다) 색깔과 무늬 패턴이 비슷하여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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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트라맨] (2004)

(C) ULTRAMAN 製作委員会
(C) ULTRAMAN 製作委員会

영화 <울트라맨>을 구성하는 축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파일럿 마키 슌이치의 이야기로, 치명적인 병을 앓고 있는 아들 츠구무를 비행기에 태워주겠다는 약속을 지켜 가는 과정이다. 다른 하나는 외계에서 온 괴물에게 연인 우도 타카후미를 빼앗긴 자위대원 미즈하라 사라의 이야기. 미즈하라는 괴물로 변해버린 연인을 처치해야 한다는 감정의 혼란을 이겨내고 임무를 성공시켜야만 한다.

이 두 이야기는 마키가 비행 도중 정체불명의 붉은 발광체와 충돌하는 순간 하나로 합쳐지게 되는데, 이 발광체는 앞서 언급한 외계 괴물, 즉 ‘비스트 더 원’을 물리치기 위해 나타난 빛의 거인 ‘울트라맨 더 넥스트’로서 지구에서 활동하려면 마키와 일심동체로 융합해야 한다. 하지만 마키는 푸른 발광체와 융합하여 괴물이 된 우도처럼 적으로 오해 받아, 미즈하라가 소속된 자위대 대 바이오 테러조직에 의해 구속당하고 아들과의 약속을 지킬 수 없게 되어버리는데…

찬반양론 속에 종영한 TV 시리즈 <울트라맨 넥서스>의 프롤로그에 해당하는 <울트라맨>은 ‘울트라맨의 새로운 부활’을 모토로 어른들과 그 자녀 세대 모두를 아우를 작품을 만든다는 츠부라야 프로덕션의 노선을 그 어느 때보다도 명확히 제시한다. 이 영화는 결국 꿈을 소중히 간직하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 관한 것이다. 주인공 마키는 어린 시절 하늘을 나는 전투기를 우연히 본 것을 계기로 파일럿의 꿈을 이루었으며, 역시 하늘을 날고 싶어하는 아들 츠구무에게도 비행이라는 특별한 체험을 선사하고자 한다. 누구에게나 소중한 꿈과 이상. 하지만 누구나 그것을 이룰 수는 없다. 끊임없는 애정과 노력, 의지를 통해 현실로 바꿀 수 있는 법. 단순하고 쉬운 내용이지만, 이렇게 직선적으로 돌파하며 보여주는 것, 그리고 이렇게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 것은 이 영화의 좋은 점이다.

그러나 또 하나의 축인 미즈하라와 우도의 이야기는 그다지 비중 있게 다루어지지 못했다. 마키 쪽이 꿈을 성취하는 과정을 그린 밝은 이야기라면, 미즈하라의 이야기는 가슴 아픈 상실과 내면의 갈등을 그린 어두운 쪽이라고 할 수 있다. 두 축 사이에서 적절한 분배가 이루어지지 못함으로써 작품의 집중도도 반감되고 마는데, 결과적으로 아주 밝지도 않고, 그렇다고 아주 어둡지도 않은 어정쩡한 정서가 나왔다. 비스트 더 원의 폭주 과정을 좀 더 명확하게 그렸더라면 나아지지 않았을까 싶기도 한데, 그러기엔 가족 영화라는 태생적 한계가 너무나도 명확했다.

물론 이러한 암흑면은 후속작인 <울트라맨 넥서스>로 자연스럽게 이어져 독자적인 흐름을 만들어내긴 한다. 클라이맥스에서 울트라맨의 필살광선 에볼레이 슈트롬을 맞고 무수한 빛의 입자로 분해되어 버리는 비스트 더 원의 모습을 보노라면, 적을 물리쳤다는 통쾌함보다는 진짜 재난은 이제부터 시작이다라는 불길한 느낌이 든다. 아마도 <넥서스>를 먼저 봐서일 테지만, 그렇지 않았더라도 이 영화의 미즈하라 축이 남긴 어둠의 뒷맛은 비스트 더 원의 최후와 미묘하게 어우러지면서, 세상이 밝은 부분으로만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진리를 실감케 한다.

마키의 갈등이 후반부 츠구무의 어른스러운 대사로 인해 너무 쉽게 해결되어버리고 말았다는 지적도 있을 수 있는데, 오히려 영악스러울 정도로 똑똑한 요즘 아이다운 모습을 잘 보여주었고, 상투적으로 흐를 수 있는 장면의 함정을 피해갔다는 점을 사고 싶다.

시각효과는 전통적인 특촬과 CG가 매력 있게 조화되어 있다. 대부분 CG로 표현된 공중전 시퀀스의 경우 ‘그려진’ 흔적이 종종 역력히 드러나기는 하지만, 뭔가 새로운 것을 보여주겠다는 결의와 참신함도 느껴졌다. ‘내가… 하늘을 날고 있다!’ 라는 마키의 대사를 그대로 실감할 수 있는 울트라맨의 비상 장면은 감동적이기까지 했다. 미니어처 대신 울트라맨과 괴수를 실제 신쥬쿠 도심 촬영 커트와 합성하여 만들어낸 격투 장면이나 속도감 넘치는 공중전 장면도 훌륭했다. DVD의 5.1 채널 사운드가 장면의 박력을 더욱 높여주기는 했지만, 역시 극장에서 보았더라면 더 좋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각본과 연출 상 미진한 부분이 있음에도 <울트라맨>은 볼 만한 가치가 있다. 순수한 이상주의와 하늘을 하는 환상이 공존하는 이 영화는 아직 동심을 간직하고 있는 사람들을 위한 달콤하고 이따금씩 무서운 꿈과도 같다. 헤이세이 울트라맨 극장판 중에서도 기억에 오래 남을 쾌작이다.

원제: ULTRAMAN
감독: 코나카 카즈야
주연: 벳쇼 테츠야, 토야마 쿄오코, 오스미 켄야, 유키 나에, 히로타 료헤이
일본 개봉: 2004년 12월 18일
한국 미공개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