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벤저스: 울트론의 시대] (2015)

(C) Marvel Studios
(C) Marvel Studios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arvel Cinematic Universe, 이하 MCU)의 제2단계는 울트론의 시대로 접어들며 그 절정에 달한다(<어벤저스>로 끝맺음했던 제1단계와는 달리, 이번에는 <앤트맨> 한 편이 더 남았다). 토니 스타크와 브루스 배너가 비밀리에 개발해 온 울트론은 외계의 위협으로부터 지구를 방어하기 위한 궁극적 수단으로서, 이를테면 혁신적인 인공지능을 탑재한 아이언 맨 갑옷의 끝판왕이라 하겠다. 하지만, 다른 한쪽에도 외계로부터 얻은 오버테크놀로지를 이용하여 사악한 야심을 채우려는 적들이 있다. MCU 제1단계부터 이어져 온 플롯을 마무리하기 위한 어벤저스의 작전은 이 두 가지 의도를 본의 아니게 충돌시켜 새로운 역풍을 생성한다.

이야기 그 자체만 본다면 이번 속편은 <어벤저스>에 약간의 변주를 가미한 반복이다. 극히 이질적인 인물들로 구성된 팀이 외부의 강력한 힘에 와해 위기에 놓이지만, 결국 어떻게든 단결하여 공동의 적을 물리친다는 줄거리. 포맷에 익숙해진 것을 넘어 그 자체를 즐기지 않는다면 이 영화는 그저 그래 보이고 말 테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어벤저스의 구성원 한 명 한 명을 그 정도는 각기 다르겠지만 모두 사랑하고 있고, 그들에 대해 꽤 많은 것을 알고 있…

과연 그럴까? 바로 그 빈틈에 숨어 있는 무언가야말로 MCU의 묘미.

조스 위든 감독은 이야기를 익숙하게 흘려 보내는 듯하면서도 우리가 어벤저스에 대해, 수십 년 동안 구축되어 온 마블 세계에 대해 아직 모르는 것이 많다고, 그러니 관심을 갖고 계속 주목해 달라고 설득한다. 전작에서 미처 다루어지지 못했던 인물들의 과거나 뒷이야기(머릿수가 많으니 당연하다)를 슬쩍슬쩍 풀어놓는다거나, 예전에는 운만 떼는 데 그쳤던 인물들 사이의 관계를 의미 있게 발전시킨다거나, 새로운 인물을 대대적으로 소개하는 등 이번에도 이야기 밥상에는 차려진 것들이 한가득. 이 모든 것이 전편 <어벤저스>를 그토록 매력적으로 만들었던 위든 특유의 동시다발 군상극-팀 플레이와 위트 있는 화학작용 연출로 여기저기에서 펑펑 튀어나온다. 아쉽게도 그 밀도가 전편만큼 꽉 짜여진 듯 느껴지지 않고 어떨 땐 균형이 꽤나 아슬아슬하지만, 이만큼이나 판을 키워 놓은 상태라면 너그럽게 넘어가 주고 싶어진다.

새로운 적 울트론은 한때 어벤저스 팀 전체를 붕괴시켰을 만큼 강력하다. 그가 늘어놓는 ‘인간을 절멸시켜야 할 이유’는 솔직히 진부하지만, 바늘 하나 안 들어갈 듯하면서도 의외로 격정적인 울트론의 성격을 표현한 제임스 스페이더의 연기는 노련하다. 이렇게 이야기와 인물, 무대의 규모가 대폭 불어난 만큼 그 공백을 채울 액션과 시각효과 볼거리도 잔뜩 필요한데, 그거야 헐리우드가 세계에서 제일 잘하는 일이고 역시나 이번에도 눈과 귀, 가슴 모두 즐겁게 하기에 충분하다.

<어벤저스>가 MCU 제1기의 총결산이자 일단락이었다면, <어벤저스: 울트론의 시대>는 한창 진행 중인 대하 드라마의 중간쯤 드러나는 이야기의 큰 분기점이라고 할 수 있다. MCU는 우리를 몇 차례 우주로 데려간 적이 있지만, 다음 편에서는 그야말로 본격적인 우주전쟁의 막이 오를 것이다. 어벤저스가 다시 모일 때까지 나는 기다릴 수 있을까? 기꺼이! 게다가 그때쯤엔 최전선에 버티고 선 이들이 어벤저스 말고도 여럿 더 있을 것이다.

원제: Avengers: Age of Ultron
감독: 조스 위든
주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크리스 에반스, 스칼렛 조핸슨, 마크 러팔로, 크리스 헴스워스
북미 개봉: 2015년 5월 1일
한국 개봉: 2015년 4월 23일

[퍼시픽 림 2] 개봉 연기

레전더리 픽처스가 <퍼시픽 림 2>(Pacific Rim 2)의 북미 개봉일을 앞서 정했던 2017년 4월 7일에서 같은 해 8월 4일로 약 4개월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현재 같은 날 개봉하는 경쟁작은 없는 상태이다.

<퍼시픽 림 2>는 전편을 연출한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이 그대로 메가폰을 잡을 예정. 각본은 델 토로 감독과 잭 펜(X2, X-멘: 최후의 전쟁, 인크레더블 헐크, 어벤저스)이 담당한다.

전편은 워너 브라더스가 배급했으나, 이번 속편은 레전더리 픽처스와 유니버설 사이의 새로운 계약을 통해 유니버설 픽처스가 배급한다.

(C) Warner Bros. Pictures, Legendary Pictures, Disney Double Dare You
(C) Warner Bros. Pictures, Legendary Pictures, Disney Double Dare You

출처: 레전더리 픽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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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6/09 – 델 토로 감독, <퍼시픽 림 2> 각본 집필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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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 토로 감독, [퍼시픽 림 2] 각본 집필 중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 (C) Warner Bros. Pictures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 (C) Warner Bros. Pictures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이 현재 <퍼시픽 림>(Pacific Rim) 속편 각본을 집필 중이라고 밝혔다.

버즈피드의 인터뷰 내용에 따르면, 델 토로 감독은 각본가 잭 펜과 함께 지난 몇 달 동안 비밀리에 속편 각본을 써 왔다고 말했다. 잭 펜은 <엘렉트라>, <X-멘: 최후의 전쟁>, <인크레더블 헐크>, TV 시리즈 <알파즈>의 각본가이며 <X2>와 <어벤저스>의 원안을 쓰기도 한 인물.

델 토로 감독은 이어 속편에는 전편의 주인공 롤리 베켓(찰리 허넘 분)과 모리 마코(키쿠치 린코 분)가 다시 등장할 것이며, 이야기도 그대로 이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프리퀄에는 관심이 없고, 속편을 위한 미친 듯이 굉장한 아이디어가 있어 전편과는 전혀 다른 작품이 될 것이라고도 예고했다.

제작사 레전더리 픽처스는 속편의 제작을 아직 확정짓지 않은 상태. 그러나 델 토로 감독과 펜은 속편을 기정사실로 여기고 각본을 쓰고 있고, 레전더리 역시 훌륭한 이야기라면, 그리고 델 토로가 연출한다면 만들 것이라고 여운을 남겨 둔 상태이다.

델 토로 감독은 다음 달 FX 채널에서 방영을 시작하는 뱀파이어 TV 시리즈 <스트레인>의 프로듀서 겸 각본가, 감독으로 참여하고 있고 파일럿을 직접 연출하였다. 그리고 영화 신작으로는 내년 10월 16일 북미 개봉 예정인 공포영화 <크림즌 피크>가 있다. 이 영화에는 미아 바쉬코프스카, 제시카 채스테인, 톰 히들스턴, 찰리 허넘, 짐 비버 등이 출연하였다.

한편, 전편의 각본가였던 트래비스 비첨은 속편의 원안 구성에 참여하긴 했으나, 현재 각본 작업에는 관여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델 토로는 이에 대해 그가 ‘TV 업계의 거물이 되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비첨은 폭스 채널에서 방영 예정인 TV 시리즈 <상형문자>의 기획자 겸 각본가로서 바쁘게 일하고 있다.

참고로, 비첨은 9일 자신의 트위터에 ‘<퍼시픽 림>에 대해서는 언제까지나 특별한 애착을 갖게 될 것이다. 다만 지금은 내 손에 있지 않으며 작업 기간도 너무 짧다. 여하튼, 속편은 끝내줄 것이다. 나 역시 다른 사람들 만큼이나 속편을 보고 싶다.’ 라는 글을 올렸다. 원문은 여기여기서 확인하시라.

출처: 버즈피드

[고지라] 프리퀄 그래픽 노블, 5월 출간

레전더리 픽처스는 23일 <고지라>(Godzilla) 리메이크 개봉에 앞서 공식 프리퀄 그래픽 노블 [고지라: 각성](Godzilla: Awakening)을 출간한다고 발표했다. 출간일은 영화의 북미 개봉 9일 전인 5월 7일이다.

[고지라: 각성]은 영화의 현재 시점으로부터 수십 년 전의 이야기를 그린다. 원자력 시대의 여명기, 인류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거대한 자연의 힘을 깨움으로써 재난을 초래하게 되는 과정을 다룰 전망이다. 구체적인 내용은 알 수 없으나 영화의 현재 시점이 현실에서의 현재를 반영한다고 가정한다면, 1954년판 오리지널 영화의 내용을 이번 리메이크 세계관에 맞추어 재구성한 것이 아닐까 하는 예상을 해 볼 수 있겠다. 물론 이것은 어디까지나 하나의 가정이다.

그래픽 노블의 스토리 작가는 영화의 공동 각본가인 맥스 보렌스타인과 그렉 보렌스타인이며, 작화는 에릭 배틀(X-멘, 그린 랜턴, 원더 우먼), 이벨 귀셰(퍼시픽 림: 영년 이야기, 수퍼보이 애뉴얼, 국가의 종말), 앨런 콰(분노, 뱀파이어 다이어리, 애니웨어), 리 로리지(배트맨 어드벤처스, 아캄 어사일럼: 살아 있는 지옥, 마블 좀비 돌아오다)가 담당했다. 커버 일러스트레이션은 아서 애덤즈(고지라, 판타스틱 포, 헐크, 언캐니 X-멘). 분량은 72페이지이다.

아래는 [고지라: 각성]의 출간을 알리는 <고지라> 감독 개렛 에드워즈의 메시지 영상이다.

출처: 레전더리 픽처스 공식 메일링 리스트 / 공식 유튜브 채널

[얼티밋 어벤저스] (2006)

(C) Lions Gate Films, MLG Productions 1, Marvel Studios
(C) Lions Gate Films, MLG Productions 1, Marvel Studios

<얼티밋 어벤저스>(Ultimate Avengers)는 2006년 미국에서 DVD로 발매된 장편 애니메이션이다. 원작은 2002년 발표된 마블 코믹스의 13호짜리 리미티드 시리즈인 [얼티미츠]. 이 [얼티미츠]는 마블이 2000년부터 전개해 온 ‘얼티밋 마블’ 시리즈의 한 편으로, 마블의 수퍼히어로 팀인 ‘어벤저스’를 새로운 설정으로 일신하였다. [얼티미츠]가 이 시점에서 흥미를 끄는 까닭은 이 작품이 <아이언 맨>으로 시작하여 <어벤저스>로 1단계의 분수령을 맞은 ‘마블 영화 세계(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MCU)’에 큰 영향을 끼쳤기 때문이다. 쉴드가 직접 어벤저스를 조직한다는 이야기의 뼈대라든가 쉴드의 국장 닉 퓨리가 배우 새뮤얼 L. 잭슨을 모델로 한 흑인으로 바뀌었다는 점 등 MCU 작품들의 주요 설정은 바로 [얼티미츠]에서 따온 것이다. 물론 퓨리를 제외한 주요 캐릭터들의 묘사 등 많은 부분이 서로 다르지만, 반대로 좌충우돌 끝에 성공적으로 첫 번째 임무를 마치는 어벤저스의 탄생 과정이나 치타우리의 지구 침략과 같은 이야기의 얼개를 공유하고 있기도 하다.

<얼티밋 어벤저스>는 [얼티미츠]의 전체 이야기 틀은 유지하되, 각색 과정에서 몇몇 성인 취향의 설정을 주된 관객층인 청소년층에 맞게 완화시켰다. 토니 스타크의 알콜중독과 지병에 관한 내용, 행크 핌과 재닛 반 다인 부부 사이의 가정폭력, 그리고 브루스 배너가 헐크로 변신했을 때의 외설적인 언행 등이 삭제된 것이다. 원작에서는 중반 이후 본격적으로 등장하는 주적 치타우리도 여기서는 도입부부터 모습을 드러낸다. 상영시간이 1시간 10분 정도로 짧은 편이기 때문에 원작의 많은 디테일이 가지치기되었고, 어벤저스의 결성 과정과 치타우리와의 전투에 집중하며 빠른 전개를 보여준다.

이러한 각색 방침에는 찬반양론이 있으리라고 본다. 발간 당시의 미국 정세를 반영한 묘사라든가 수퍼히어로들의 어두운 면을 현실적으로 조명하는 원작의 시각에 호감을 가진 팬들이라면 완화된 표현 수위와 가지치기가 불만스러울지도 모르겠다. 나로서는 이러한 각색에 불만보다는 오히려 흥미가 동한다. 두 매체의 차이를 이모저모 비교해 보는 재미 때문이고, 아무래도 애니메이션은 만화보다 분량의 제약을 더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얼티밋 어벤저스>는 애니메이션이라는 매체의 제약 안에서 이야기도 상당히 잘 엮어냈다. 어벤저스라는 소재가 실사영화로 옮기기에는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시기였고, <아이언 맨>을 필두로 한 MCU 프로젝트가 가동하기 전이었으므로 당시로서는 애니메이션이 만화 다음으로 어벤저스의 이야기를 담을 가장 적합한 그릇이었을 것이다.

이러한 제작 배경을 감안하면 <얼티밋 어벤저스>는 플롯과 캐릭터가 매우 경제적이고 압축적으로 잘 엮여 있다. 닉 퓨리가 어벤저스를 구성한다는 이야기의 큰 틀과 수퍼히어로 캐릭터들 각자의 뒷이야기와 개성, 그리고 그들이 한 팀이 되어가는 과정이 길지 않은 상영시간임에도 설득력 있게 그려졌다. 인물 묘사는 캡틴 아메리카와 헐크 쪽으로 약간 균형이 기울어 있기는 하지만, 이야기의 구조상 필연적인 조처였다. 액션 장면도 풍부하며 박진감과 속도감이 넘치는데다 규모도 크다. 이 모든 것들이 날렵하게 씨줄과 날줄을 이루어 <얼티밋 어벤저스>를 수퍼히어로 애니메이션의 수작으로 만들고 있다.

원제: Ultimate Avengers
총감독: 밥 리처드슨
감독: 커드 게다, 스티븐 E. 고든
주연: 저스틴 그로스, 올리비아 다보, 마크 워든, 안드레 웨어, 그레이 드라일
북미 공개일: 2006년 2월 21일
한국 케이블 TV 방영 (방영 제목 <어벤저스>)

[어벤저스] (2012)

(C) Marvel Studios
(C) Marvel Studios

우리는 지난 4년 동안 <어벤저스>(The Avengers)로 이어지는 일련의 영화들을 보아 왔다. 한 편에 한 명 또는 그 이상씩 소개된 수퍼히어로와 그 주변 등장인물들은 우리에게 현실에 기반을 두었으면서도, 사실상 무엇이든 가능할 법한 어떤 세계에 대한 단서를 조금씩 던져 주었다. 이제, 그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인 <어벤저스>에서 우리는 그 세계 –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마블 영화 세계, 이하 MCU) – 속으로 본격적인 여행을 떠난다.

MCU를 이루는 모든 영화가 성공적이었던 것은 아니다. 일례로 <인크레더블 헐크>는 매력적인 구석이 제법 있었지만 연출과 각본의 전체적인 균형이 제대로 맞지 않았다. 그 뒤를 이은 <아이언 맨 2>와 <토르>, <캡틴 아메리카: 퍼스트 어벤저>는 그보다 나았지만, 기적적으로 균형을 맞춤으로써 수퍼히어로 영화의 모범사례가 된 첫 편 <아이언 맨>의 만듦새에 다다르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MCU는 편을 거듭하면서 하나의 가상 세계를 만들기 위한 기초공사를 차근차근 다져왔다. 마블 스튜디오가 거의 매년 연작을 내면서 평작은 있을망정 어느 한 작품 파탄되지 않도록 품질 유지를 해 온 것은 사실 놀라운 성과가 아닐 수 없다. 반면 MCU에 대해 ‘2시간짜리 예고편’이니 ‘떡밥 제조기’이니 하며 비판하는 의견도 적지 않게 있었지만, 그건 나쁜 면만을 보려는 비틀린 시선이었다고 본다.

<어벤저스>는 MCU 영화들 한 편 한 편이 독립적인 작품으로서도 가치 있음을 증명해 낸다. 마블 스튜디오가 조스 위든에게 <어벤저스>의 연출을 맡긴 것은 어쩌면 ‘신의 한수’가 아니었을까. MCU의 역할을 최대한으로 압축하여 추출했을 때 결국 캐릭터와 배경을 구축한다는 것만 남는다면, 위든이야말로 그 정수를 자유자재로 활용하기에 가장 적합한 감독 가운데 한 명인 것이다. 그건 영화가 시작된 지 단 몇 분이면 알 수 있다. 위든은 하나같이 비범하고 서로 이질적인 존재들(인간뿐만 아니라 다른 우주에서 온 신도 있다)이 같은 목적 아래 모였을 때 벌어지는 일들을 지극히 경제적으로 엮어낸다. 플롯보다는 캐릭터가 우선인 이야기에서 이 경제성은 빛을 발하고, 이미 탄탄하게 구축된 성격과 설정이 이에 맞물려 상상 이상의 시너지가 발생한다. 한 편의 이야기에 허락된 범위 안에서 놀라우리만치 넓고 깊이가 있으며 다양한 에피소드가 기름이 잘 먹은 톱니바퀴처럼 촘촘하면서도 부드럽게 펼쳐진다. 이 과정에서 어떤 캐릭터도 ‘분량’이나 ‘비중’이라는 괴물에 희생되지 않는다.

아울러 위든은 그 조밀한 틈과 틈 사이까지도 든든하게 채워 넣는다. 얄미울 만큼 영리한 유머와 위트, 그리고 일급의 스펙터클로 말이다. 이미 잘 짜인 이야기에 환상적인 조미료가 더해지자, <어벤저스>는 수퍼히어로 영화라는 범주를 넘어 여름 블록버스터로서도 최상의 수준에 도달한다. 비범한 존재들이 세상에서 자신들의 있을 자리를 찾는다는 것은 수퍼히어로 신화의 전형적인 포맷이지만, <어벤저스>는 전례 없이 커져 버린 규모임에도 길을 잃지 않는다. 여태까지 이런 소재를 이토록 훌륭하게 빚어낸 헐리우드 수퍼히어로 영화는 <스파이더맨 2>와 <X-멘: 퍼스트 클래스>, 그리고 <다크 나이트> 정도밖에 없다.

<아이언 맨>이후 4년을 기다렸던 영화. 그리고 수퍼히어로라는, 알록달록한 스판덱스나 갑옷을 입은 힘세고 영리한 존재들을 남들보다 조금 더 좋아하는 어떤 이들은 반생을 기다려야 했을 영화. 나는 그들에게 <어벤저스>가 ‘기다릴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었던 영화’라고 말하고 싶다. <어벤저스>는 영화를 이루는 모든 순간, 심지어는 프레임 한 조각까지도 그들을 위한 선물꾸러미로 가득 차 있는 행복한 축제이다.

원제: The Avengers
감독: 조스 위든
주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크리스 에반스, 크리스 헴스워스, 마크 러팔로, 스칼렛 조핸슨, 제레미 레너, 새뮤얼 L. 잭슨
북미 개봉: 2012년 5월 4일
한국 개봉: 2012년 4월 26일

[타이탄] (2010)

(C) Warner Bros. Pictures
(C) Warner Bros. Pictures

<타이탄>(Clash of the Titans)은 그리스 신화 가운데 페르세우스의 모험담을 각색한 1981년 영화 <타이탄족의 멸망>을 다시 만든 작품이다. 81년판 오리지널의 각본과 연출에는 그다지 특징이 없었지만 로렌스 올리비에, 매기 스미스, 버제스 메레디스 등 베테랑 배우들의 능숙한 연기가 극에 어느 정도 활력을 불어넣긴 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오리지널 영화를 유명하게 한 사람은 스톱 모션 시각효과의 대가 레이 해리하우젠이었다. 그가 스크린 위에 생동감 넘치는 모습으로 되살려낸 크라켄, 메두사, 페가수스 등 다양한 환수들은 지금까지도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타이탄족의 멸망>은 신화의 모험담과 환상적인 볼거리에 집중한다는 본분에 충실한 오락 대작이었다.

2010년판 <타이탄> 역시 그러하다. 떠오르는 액션 스타 샘 워딩턴이 주인공 페르세우스를 연기하였고 리암 니슨이나 레이프 파인즈, 피트 포슬스웨이트 같은 중견 배우들이 무게중심을 부담하였다. <트랜스포터>, <더 독>, <인크레더블 헐크>를 연출했던 루이 르테리에 감독은 오리지널의 열렬한 팬임을 공언하며 웅장한 세트와 정교한 의상, 보기만 해도 신화적 흥취가 물씬 풍기는 엄선된 야외 촬영으로 꾸민 화려한 무대에 현재의 첨단 영상 기술을 마음껏 활용한 액션을 가득 채워 넣었다. 페르세우스 일행이 거대 전갈들과 싸움을 벌이는 대목과 클라이맥스에서 크라켄이 출현하는 대목은 속도감과 중량감을 고루 살려낸 명장면이다.

요즘 오락영화 추세와 관객 입맛에 맞추어 영상의 톤을 조금 어둡게 하고 페르세우스가 반신반인으로서의 정체성 때문에 갈등한다는 설정으로 양념을 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캐릭터 묘사가 얄팍하고 전개가 가끔 들쑥날쑥하지만 이 영화가 추구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이해한다면 그다지 거슬리지 않는다. 적어도 환상적인 이야기에 푹 빠지려는 순간 느끼는 가슴속 두근거림은 81년판과 다를 것이 없다. 그래도 메두사 시퀀스가 좀 아쉽긴 하다. 오리지널에서는 조마조마한 긴장감이 일품이었는데, 이번에는 CG 메두사가 퍽 볼만했음에도 연출이 장면의 분위기를 잘 살리지 못했다.

하지만, <타이탄>의 진짜 문제는 3D이다. 이 영화는 성급하고 무리한 3D 변환이 영화 관람을 어떻게 망칠 수 있는지를, 3D 영화의 새로운 장을 연 <아바타>가 나온 지 불과 넉 달도 안 된 시점에서 여실히 보여 주었다. 사실 <타이탄>은 3D 오락영화로서 충분한 잠재력을 지녔다. 원전인 신화 자체가 스릴 넘치는 대목으로 가득한 흥미진진한 이야기 아닌가. 21세기의 기술로 부활한 신화를 3D 영상으로 감상한다는 건 생각만 해도 멋진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공동 제작사인 워너 브라더스와 레전더리 픽처스는 3D 상영이라는 결과에만 집착한 나머지 애초에 2D로 촬영한 영상을 후반작업이 진행 중이던 지난 1월에야 3D로 전환한다며 뒤늦게 유행에 편승했다. 처음부터 3D 영화로 기획했고 10년이 넘는 시간과 막대한 비용을 투자한 <아바타>에 비하면 그야말로 거저 먹으려는 상술이다.

개봉일을 1주일 미루긴 했지만 불과 10주만에 뚝딱 만들어 낸 <타이탄>의 3D 영상은 결국 우려했던 대로 조잡한 수준이었다. 영상이 관객의 눈에 어떻게 보여질 지 제대로 연구하지 않은 채 2D를 그대로 변환한 탓에 화면은 깊이가 없고 지극히 평면적이다. 액션 장면에서는 컷을 잘게 나누어 빠르게 전환하는 데다가 카메라를 흔들어서 촬영했기 때문에 관객이 화면의 입체감을 지각하기도 전에 상황이 끝나 버리기 일쑤다. 단지 스크린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이야기 속으로의 몰입을 끊임없이 방해받으며, 영화가 끝나고 남는 것은 어지러움과 쓰라린 눈 뿐이다.

나는 이러한 난관 속에서도 영화를 제법 즐겼기에 조만간 다시 한 번 볼 생각이다. 그렇지만 그때는 일반 상영관에서 2D로 감상할 것이다. <타이탄>은 더 비싼 입장료를 내고 3D로 볼 가치가 없는 영화이다.

원제: Clash of the Titans
감독: 루이 르테리에
주연: 샘 워딩턴, 리암 니슨, 레이프 파인즈, 젬마 아터튼, 매즈 미켈슨, 피트 포슬스웨이트
북미 개봉: 2010년 4월 2일
한국 개봉: 2010년 4월 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