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겟 스마트] (2008)

(C) Warner Bros.
(C) Warner Bros.

첩보기관 ‘컨트롤’의 정보분석가 맥스웰 스마트(스티브 카렐 분)는 현장 요원을 지망하지만, 상관은 그의 분석 능력을 아껴 계속 내근으로 돌린다. 그러나 적 조직인 ‘카오스’가 컨트롤의 지하 기지를 습격하여 쑥대밭을 만들고 요원들의 정보를 훔쳐 공개해 버린다. 이에 신분이 노출되지 않았던 맥스웰이 현장 요원으로 차출되고, 성형수술로 신분을 감춘 베테랑 요원 99(앤 해서웨이 분)와 한 팀이 된다. 카오스는 미국 대통령이 참석한 콘서트장에 핵폭탄을 설치하고, 맥스웰과 요원 99는 테러를 막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겟 스마트>(Get Smart)라는 TV 시리즈가 있다는 건 16년 전 고등학교 시절에 처음 알았다. 당시 구독하던 [뉴스위크] 한국어판에 미래 기술을 예측한 대중문화의 여러 사례가 소개되었는데, 그 가운데 <겟 스마트>의 구두 전화기 스틸이 실렸던 것이다. 정장을 차려입은 주인공 첩보원이 밑창을 뜯어내어 기계 장치가 들여다보이는 검은 구두를 귀에 대고 진지한 표정을 짓고 있는 모습이었다. 원작 TV 시리즈를 본 적은 없지만, 그 기묘한 부조화가 이끌어내는 우스꽝스러움은 알고 보니 <겟 스마트>의 핵심이었던 것 같다. 이번에 새로이 만들어진 극장판 <겟 스마트>가 딱 그랬기 때문이다.

2008년판 <겟 스마트>를 감상하기 위해 원작 TV 시리즈를 줄줄 꿰고 있을 필요는 없다(가능하다면 당연히 그랬겠지만!). 사전 지식이 전혀 없더라도 딱딱한 권위와 첩보 영화의 규칙을 무너뜨릴 때 발생하는 웃음을 이해할 만한 감각만 있으면 누구든 충분히 즐길 수 있으니까. 게다가 이 영화는 최근의 많은 리메이크나 시리즈 신작의 경향에 따라 주인공의 탄생 과정을 그렸다(프로듀서 찰스 로븐은 같은 컨셉트의 <배트맨 비긴즈>를 제작했으며, 이 영화에 한 장면을 삽입하기도 했다). 도입부 로비 장면에 나오는 전시된 자동차와 양복, 구두 전화 등이 예전 TV 시리즈의 소품이었고 나중에 뭔가 역할을 할 거라는 건 직감으로 알 수 있다. 굳이 사전 지식을 갖춰야 한다면 그 정도로 족하다.

러시아 시퀀스에서 전개가 조금 늘어지고, 유머가 먹히지 않는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기발한 아이디어와 앞뒤를 딱 맞춘 설정은 관객을 여러 차례 뒤집어지게 한다. 스티브 카렐은 정색을 하고 농담을 할 때 가장 웃기고, 주변 캐릭터의 묘사도 간결하지만 분위기를 이끄는 데 효과적이다. 빌 머리의 카메오는 최고다. 액션의 강도가 의외로 높아 스릴 넘치는 대목도 적지 않다. 다만, 화살이나 스테이플러가 얼굴에 박히는 등 종종 웃음을 싹 가시게 하는 냉혹한 묘사도 있다. 어쩌면 그러한 표현 수위의 간극이나 충돌조차 이 영화의 매력이라면 매력일 텐데, 받아들일 것인지는 전적으로 관객의 취향에 달렸다. 그렇다고 <겟 스마트>가 수준급의 오락영화라는 사실까지 바뀌지는 않으니 안심하시라.

원제: Get Smart
감독: 피터 시걸
주연: 스티브 카렐, 앤 해서웨이, 드웨인 존슨, 앨런 아킨, 테렌스 스탬프
북미 개봉: 2008년 6월 20일
한국 개봉: 2008년 6월 19일

[다이 하드 4.0] (2007)

(C) 20th Century Fox
(C) 20th Century Fox

<다이 하드 4.0>은 아주 괜찮은 액션영화 속편이다. 이번 4편은 규모만 늘려대느라 다이 하드다움을 간과했던 3편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고, 디지털 테러로 국가 인프라가 마비된 극한 상황의 서스펜스를 그럴 듯하게 연출했다.

그러면서도 존 맥클레인은 우리가 1988년 처음 만났을 때처럼 무전기로 악당의 화를 슬슬 돋우는 모습 그대로다. 1편의 환기구와 엘리베이터 시퀀스를 멋지게 변주한 장면이나 ‘또 존슨이야?’ 라는 대사처럼 오랜 팬들을 즐겁게 하는 순간도 적지 않다. 아들뻘 되는 새로운 동료와 아내보다 훨씬 더 당차고 예쁜 딸도 반갑다.

무엇보다 감동적인 것은 맥클레인이 제대로 고생하면서 자신이 아직 죽지 않았음을 증명했다는 사실이다. 20세기 아날로그 퇴물이 21세기 약삭빠른 해커들을 정면승부로 박살내는 순간, <다이 하드 4.0>은 속편의 매너리즘도 함께 해치워버린다.

원제: Live Free or Die Hard
감독: 렌 와이즈먼
주연: 브루스 윌리스, 저스틴 롱, 메리 엘리자베스 윈스테드, 티모시 올리펀트, 클리프 커티스
미국 개봉: 2007년 6월 27일
한국 개봉: 2007년 7월 1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