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라] 2주차 흥행 결과

(C) Warner Bros. Pictures / Legendary Pictures / Toho Co., Ltd.
(C) Warner Bros. Pictures / Legendary Pictures / Toho Co., Ltd.

<고지라>(Godzilla)의 개봉 2주차 흥행 결과를 정리해 본다.

먼저 북미를 살펴 보면, 지난 주말은 미국의 현충일에 해당하는 메모리얼 데이가 낀 연휴였다. 이 메모리얼 데이 주말은 초여름의 대목으로서 여름 흥행 전쟁에 참전하는 굵직한 화제작이 선보이는 시기로도 잘 알려져 있다. 지난주의 경우 그 주인공은 인기 수퍼히어로 영화 <X-멘> 시리즈의 신작 <X-멘: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였다. 앞서 지난주 흥행 결과를 정리하면서 <고지라>의 1위 데뷔는 그 한 주로 끝날 것이라고 예상한 바 있는데, 실제로 그렇게 되었다.

<X-멘: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의 지난 주말(금~일요일) 3일 동안의 데뷔 기록은 9,140만 달러. 4일 동안의 연휴 기록은 1억 1,100만 달러에 달한다. 이는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저>,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 <고지라>에 이은 올해 4위의 첫 주 흥행 수입에 해당한다. 동시 공개된 해외에서도 1억 9,100만 달러를 거두어들여, 첫 주말에 벌써 3억 200만 달러의 전 세계 흥행 수입을 올리고 있다. 무시무시한 속도의 진격이다.

지난주 9,319만 달러의 기록으로 1위 데뷔했던 <고지라>는 이 기세에 밀려 2위로 내려갔다. 주말 3일 동안의 수입은 3,112만 달러, 4일 동안의 수입은 3,944만 달러. 전주 대비 흥행 수입 하락율은 67%로 퍽 가파르다. 지난 2008년 개봉한 괴수영화 <클로버필드>의 같은 기간 하락율인 68%보다는 약간 낮지만 개봉 전의 높은 기대감을 반영했던 첫 주말 성적과는 달리, 이번 2주차 결과는 거품이 크게 빠졌음을 나타낸다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의 누적 흥행 수입은 1억 3,631만 달러이며, 최종 수입은 박스 오피스 모조의 경우 2억 500만 달러에서 2억 2,500만 달러로 예상하고 있다.

북미 흥행 순위 (2014년 5월 23~25일)
* 이번 주 순위 (지난주 순위) <영화 제목> (배급사) / 이번 주 수입 / 누적 수입 / 개봉 주차

1 (-) <X-멘: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 (20세기 폭스) / 9,140만 달러 / 9,140만 달러 / 1주차
2 (1) <고지라> (워너 브라더스) / 3,112만 달러 / 1억 4,847만 달러 / 2주차
3 (-) <블렌디드> (워너 브라더스) / 1,423만 달러 / 1,423만 달러 / 1주차
4 (2) <이웃들> (유니버설) / 1,390만 달러 / 1억 1,358만 달러 / 3주차
5 (3)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 (소니 픽처스) / 780만 달러 / 1억 8,490만 달러 / 4주차
6 (4) <100만 달러짜리 팔> (브에나 비스타) / 697만 달러 / 2,050만 달러 / 2주차
7 (5) <다른 여자> (20세기 폭스) / 364만 달러 / 7,756만 달러 / 5주차
8 (7) <리오 2> (20세기 폭스) / 245만 달러 / 1억 2,155만 달러 / 7주차
9 (15) <요리사> (오픈 로드 필름즈) / 227만 달러 / 355만 달러 / 3주차
10 (6) <천국에 다녀온 소년> (트라이스타) / 205만 달러 / 8,585만 달러 / 6주차

한편, <고지라>는 북미 이외 국가에서 지난 주말 동안 3,450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이 역시 전주 대비 67% 하락율. 누적 해외 수입은 북미보다 다소 높은 1억 6,660만 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박스 오피스 모조는 해외 수입 4억 달러를 달성하려면 영화가 아직 개봉하지 않은 양대 시장인 중국과 일본에서의 결과가 중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고지라>는 중국에서 6월 13일, 일본에서 7월 25일 개봉 예정이다. 만일 해외 수입이 4억 달러에 다다를 경우, <고지라>의 전 세계 최종 수입은 6억 달러 정도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

한국의 경우 결과는 매우 참담하다. <고지라>는 지난 주말 동안 전국에서 고작 77,261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면서 영화진흥위원회 집계 흥행 순위 5위에 올랐다. 순위는 2위였던 지난주에 비해 3계단 하락했으나 52만 명을 넘었던 관객 수는 7분의 1 가까이 줄어든 셈. 누적 전국 관객 동원수는 692,024명에 그쳤다. 스크린 수 역시 개봉 초반 최대 기록인 610개에서 331개로 반토막. 이런 추세라면 국내 최종 전국 관객 동원수는 70만 명에 간신히 턱걸이하는 정도로 마무리되겠다. 지난해 개봉한 비슷한 장르 작품 <퍼시픽 림>의 최종 기록이 776,183명인데 이를 넘어설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그나마 562,764명을 기록했던 2008년의 <클로버필드>보다는 낫다고 할까. 명색이 ‘괴수의 왕’이니…….

출처: 박스 오피스 모조, 영화진흥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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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5/19 – [소식] – [고지라] 속편 제작 시동 / 첫 주 흥행 결과

[고지라] 속편 제작 시동 / 첫 주 흥행 결과

(C) Warner Bros. Pictures / Legendary Pictures / Toho Co., Ltd.
(C) Warner Bros. Pictures / Legendary Pictures / Toho Co., Ltd.

지난 5월 15일부터 상영에 들어간 <고지라>(Godzilla)가 기대 이상의 호평과 흥행 성적을 거두고 있는 가운데(이에 대해서는 잠시 후에), 영화의 제작사 워너 브라더스와 레전더리 픽처스가 속편 제작을 진행 중이라고 데드라인 등 외신이 전했다.

출연진, 제작진, 공개 시기 등에 대한 정보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영화의 성공에 고무된 제작사 내부에서 기획이 진행 중이라고 한다. 특히 제작사는 1998년 롤랜드 에머릭 감독의 <고질라>가 실패한 이후 팬덤과 평단이 가질 수밖에 없었던 ‘헐리우드판 고지라’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에서 깨끗하게 벗어났다는 데 큰 의미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고지라>의 개봉 첫 주말 흥행 성적은 어떤가. 영화의 북미 개봉일은 5월 16일. 그러나 근래의 여느 블록버스터들과 마찬가지로 실제 상영은 15일 자정부터 시작되었고, 이후 18일 일요일까지 사흘 동안 북미에서 벌어들인 수입은 무려 9,320만 달러(극장 수 3,952개). 흥행 순위 1위에 가볍게 올라섰다. 아울러 15일 개봉한 한국을 비롯하여 북미 이외 국가에서 벌써 1억 300만 달러를 기록, 전 세계에서 1억 9,620만 달러라는 훌륭한 결과를 거두었다.

<고지라>의 9,320만 달러라는 북미 첫 주 흥행 수입은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저>의 9,500만 달러에 이어 올해 북미 개봉 첫 주 2위 기록에 해당한다. 이에 비해 거대 괴수와 로봇이 등장했던 같은 워너-레전더리 제작 영화 <퍼시픽 림>의 지난해 7월 개봉 첫 주 기록은 3,730만 달러. <고지라>가 2배 이상의 수입을 올렸다. 북미 최종 수입 1억 달러를 간신히 넘겼던 <퍼시픽 림>과는 달리 <고지라>는 2억 달러를 너끈히 넘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북미 흥행 순위 (2014년 5월 16~18일)
* 이번 주 순위 (지난주 순위) <영화 제목> (배급사) / 이번 주 수입 / 누적 수입 / 개봉 주차

1 (-) <고지라> (워너 브라더스) / 9,320만 달러 / 9,320만 달러 / 1주차
2 (1) <이웃들> (유니버설) / 2,599만 달러 / 9,152만 달러 / 2주차
3 (2)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 (소니 픽처스) / 1,680만 달러 / 1억 7,217만 달러 / 3주차
4 (-) <100만 달러짜리 팔> (브에나 비스타) / 1,051만 달러 / 1,051만 달러 / 1주차
5 (3) <다른 여자> (20세기 폭스) / 630만 달러 / 7,166만 달러 / 4주차
6 (4) <천국에 다녀온 소년> (트라이스타) / 440만 달러 / 8,225만 달러 / 5주차
7 (6) <리오 2> (20세기 폭스) / 380만 달러 / 1억 1,805만 달러 / 6주차
8 (5)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저> (브에나 비스타) / 376만 달러 / 2억 5,063만 달러 / 7주차
9 (8) <오즈의 전설: 돌아온 도로시> (클래리어스 엔터테인먼트) / 195만 달러 / 656만 달러 / 2주차
10 (7) <엄마의 밤 나들이> (트라이스타) / 190만 달러 / 733만 달러 / 2주차

3D와 아이맥스 상영도 흥행 기록에 큰 기여를 했다. <고지라>의 3D+아이맥스 관람 비율은 51%이며, 이 가운데 아이맥스 관람 수입은 1,410만 달러. 이는 올해 아이맥스 최대의 데뷔 기록이기도 하다.

<고지라>의 이 같은 히트 조짐은 15일 자정 북미에서 930만 달러를 벌어들이면서 시작되었다. 이는 2주 전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가 세웠던 올해 자정 개봉 최고 기록인 870만 달러를 넘어선 것이었다. 그때만 해도 첫 주말 기록은 7,000만 달러 선으로 예상되었으나, 16일 금요일 하루 동안 3,800만 달러를 삼키며 예상치가 올라가게 되었다. 이어 17일 토요일에 3,217만 달러, 18일 일요일에는 2,252만 달러를 거두어 들이면서 새로운 흥행 기록이 완성되었다.

그렇지만, 이번 주말에도 <고지라>가 북미 순위 1위를 유지할 수 있을 것 같진 않다. 23일 인기 수퍼히어로 영화 <X-멘> 시리즈의 최신작인 <X-멘: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가 개봉하기 때문이다. 첫 주 흥행 기록 역시 이 영화에 따라잡힐 가능성이 높다. 그렇지만 어떤 각도에서 보더라도 <고지라>의 이후 흥행 전망은 그다지 어둡지 않으며, 이 괴수의 왕이 흥행과 비평 양면에서 화려한 복귀를 이루었다는 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이미 전 세계에서 2억 달러에 육박하는 액수를 기록한 <고지라>의 최종 수입은 4억 달러 전후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재 대부분의 국가에서 상영 중이지만 아시아의 양대 시장인 중국과 일본에서 아직 개봉하지 않아, 이곳에서의 결과가 최종 수입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중국에서는 6월 13일, 일본에서는 7월 25일 개봉 예정. 참고로 <고지라>의 순 제작비는 1억 6,000만 달러이다.

한편, 한국에서는 전국 610개 스크린(서울 123개)에서 개봉 첫날인 15일 전국 관객 동원 89,383명을 기록했고, 16일부터 18일까지의 첫 주말 관객은 전국 527,870만 명으로 집계되었다(영화진흥위원회 주말 흥행 순위). 순위에서는 전국 646,883명을 기록한 <인간중독>에 밀려 2위를 차지했다.

출처: 박스 오피스 모조, 데드라인, 영화진흥위원회

[얼티밋 어벤저스] (2006)

(C) Lions Gate Films, MLG Productions 1, Marvel Studios
(C) Lions Gate Films, MLG Productions 1, Marvel Studios

<얼티밋 어벤저스>(Ultimate Avengers)는 2006년 미국에서 DVD로 발매된 장편 애니메이션이다. 원작은 2002년 발표된 마블 코믹스의 13호짜리 리미티드 시리즈인 [얼티미츠]. 이 [얼티미츠]는 마블이 2000년부터 전개해 온 ‘얼티밋 마블’ 시리즈의 한 편으로, 마블의 수퍼히어로 팀인 ‘어벤저스’를 새로운 설정으로 일신하였다. [얼티미츠]가 이 시점에서 흥미를 끄는 까닭은 이 작품이 <아이언 맨>으로 시작하여 <어벤저스>로 1단계의 분수령을 맞은 ‘마블 영화 세계(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MCU)’에 큰 영향을 끼쳤기 때문이다. 쉴드가 직접 어벤저스를 조직한다는 이야기의 뼈대라든가 쉴드의 국장 닉 퓨리가 배우 새뮤얼 L. 잭슨을 모델로 한 흑인으로 바뀌었다는 점 등 MCU 작품들의 주요 설정은 바로 [얼티미츠]에서 따온 것이다. 물론 퓨리를 제외한 주요 캐릭터들의 묘사 등 많은 부분이 서로 다르지만, 반대로 좌충우돌 끝에 성공적으로 첫 번째 임무를 마치는 어벤저스의 탄생 과정이나 치타우리의 지구 침략과 같은 이야기의 얼개를 공유하고 있기도 하다.

<얼티밋 어벤저스>는 [얼티미츠]의 전체 이야기 틀은 유지하되, 각색 과정에서 몇몇 성인 취향의 설정을 주된 관객층인 청소년층에 맞게 완화시켰다. 토니 스타크의 알콜중독과 지병에 관한 내용, 행크 핌과 재닛 반 다인 부부 사이의 가정폭력, 그리고 브루스 배너가 헐크로 변신했을 때의 외설적인 언행 등이 삭제된 것이다. 원작에서는 중반 이후 본격적으로 등장하는 주적 치타우리도 여기서는 도입부부터 모습을 드러낸다. 상영시간이 1시간 10분 정도로 짧은 편이기 때문에 원작의 많은 디테일이 가지치기되었고, 어벤저스의 결성 과정과 치타우리와의 전투에 집중하며 빠른 전개를 보여준다.

이러한 각색 방침에는 찬반양론이 있으리라고 본다. 발간 당시의 미국 정세를 반영한 묘사라든가 수퍼히어로들의 어두운 면을 현실적으로 조명하는 원작의 시각에 호감을 가진 팬들이라면 완화된 표현 수위와 가지치기가 불만스러울지도 모르겠다. 나로서는 이러한 각색에 불만보다는 오히려 흥미가 동한다. 두 매체의 차이를 이모저모 비교해 보는 재미 때문이고, 아무래도 애니메이션은 만화보다 분량의 제약을 더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얼티밋 어벤저스>는 애니메이션이라는 매체의 제약 안에서 이야기도 상당히 잘 엮어냈다. 어벤저스라는 소재가 실사영화로 옮기기에는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시기였고, <아이언 맨>을 필두로 한 MCU 프로젝트가 가동하기 전이었으므로 당시로서는 애니메이션이 만화 다음으로 어벤저스의 이야기를 담을 가장 적합한 그릇이었을 것이다.

이러한 제작 배경을 감안하면 <얼티밋 어벤저스>는 플롯과 캐릭터가 매우 경제적이고 압축적으로 잘 엮여 있다. 닉 퓨리가 어벤저스를 구성한다는 이야기의 큰 틀과 수퍼히어로 캐릭터들 각자의 뒷이야기와 개성, 그리고 그들이 한 팀이 되어가는 과정이 길지 않은 상영시간임에도 설득력 있게 그려졌다. 인물 묘사는 캡틴 아메리카와 헐크 쪽으로 약간 균형이 기울어 있기는 하지만, 이야기의 구조상 필연적인 조처였다. 액션 장면도 풍부하며 박진감과 속도감이 넘치는데다 규모도 크다. 이 모든 것들이 날렵하게 씨줄과 날줄을 이루어 <얼티밋 어벤저스>를 수퍼히어로 애니메이션의 수작으로 만들고 있다.

원제: Ultimate Avengers
총감독: 밥 리처드슨
감독: 커드 게다, 스티븐 E. 고든
주연: 저스틴 그로스, 올리비아 다보, 마크 워든, 안드레 웨어, 그레이 드라일
북미 공개일: 2006년 2월 21일
한국 케이블 TV 방영 (방영 제목 <어벤저스>)

[어벤저스] (2012)

(C) Marvel Studios
(C) Marvel Studios

우리는 지난 4년 동안 <어벤저스>(The Avengers)로 이어지는 일련의 영화들을 보아 왔다. 한 편에 한 명 또는 그 이상씩 소개된 수퍼히어로와 그 주변 등장인물들은 우리에게 현실에 기반을 두었으면서도, 사실상 무엇이든 가능할 법한 어떤 세계에 대한 단서를 조금씩 던져 주었다. 이제, 그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인 <어벤저스>에서 우리는 그 세계 –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마블 영화 세계, 이하 MCU) – 속으로 본격적인 여행을 떠난다.

MCU를 이루는 모든 영화가 성공적이었던 것은 아니다. 일례로 <인크레더블 헐크>는 매력적인 구석이 제법 있었지만 연출과 각본의 전체적인 균형이 제대로 맞지 않았다. 그 뒤를 이은 <아이언 맨 2>와 <토르>, <캡틴 아메리카: 퍼스트 어벤저>는 그보다 나았지만, 기적적으로 균형을 맞춤으로써 수퍼히어로 영화의 모범사례가 된 첫 편 <아이언 맨>의 만듦새에 다다르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MCU는 편을 거듭하면서 하나의 가상 세계를 만들기 위한 기초공사를 차근차근 다져왔다. 마블 스튜디오가 거의 매년 연작을 내면서 평작은 있을망정 어느 한 작품 파탄되지 않도록 품질 유지를 해 온 것은 사실 놀라운 성과가 아닐 수 없다. 반면 MCU에 대해 ‘2시간짜리 예고편’이니 ‘떡밥 제조기’이니 하며 비판하는 의견도 적지 않게 있었지만, 그건 나쁜 면만을 보려는 비틀린 시선이었다고 본다.

<어벤저스>는 MCU 영화들 한 편 한 편이 독립적인 작품으로서도 가치 있음을 증명해 낸다. 마블 스튜디오가 조스 위든에게 <어벤저스>의 연출을 맡긴 것은 어쩌면 ‘신의 한수’가 아니었을까. MCU의 역할을 최대한으로 압축하여 추출했을 때 결국 캐릭터와 배경을 구축한다는 것만 남는다면, 위든이야말로 그 정수를 자유자재로 활용하기에 가장 적합한 감독 가운데 한 명인 것이다. 그건 영화가 시작된 지 단 몇 분이면 알 수 있다. 위든은 하나같이 비범하고 서로 이질적인 존재들(인간뿐만 아니라 다른 우주에서 온 신도 있다)이 같은 목적 아래 모였을 때 벌어지는 일들을 지극히 경제적으로 엮어낸다. 플롯보다는 캐릭터가 우선인 이야기에서 이 경제성은 빛을 발하고, 이미 탄탄하게 구축된 성격과 설정이 이에 맞물려 상상 이상의 시너지가 발생한다. 한 편의 이야기에 허락된 범위 안에서 놀라우리만치 넓고 깊이가 있으며 다양한 에피소드가 기름이 잘 먹은 톱니바퀴처럼 촘촘하면서도 부드럽게 펼쳐진다. 이 과정에서 어떤 캐릭터도 ‘분량’이나 ‘비중’이라는 괴물에 희생되지 않는다.

아울러 위든은 그 조밀한 틈과 틈 사이까지도 든든하게 채워 넣는다. 얄미울 만큼 영리한 유머와 위트, 그리고 일급의 스펙터클로 말이다. 이미 잘 짜인 이야기에 환상적인 조미료가 더해지자, <어벤저스>는 수퍼히어로 영화라는 범주를 넘어 여름 블록버스터로서도 최상의 수준에 도달한다. 비범한 존재들이 세상에서 자신들의 있을 자리를 찾는다는 것은 수퍼히어로 신화의 전형적인 포맷이지만, <어벤저스>는 전례 없이 커져 버린 규모임에도 길을 잃지 않는다. 여태까지 이런 소재를 이토록 훌륭하게 빚어낸 헐리우드 수퍼히어로 영화는 <스파이더맨 2>와 <X-멘: 퍼스트 클래스>, 그리고 <다크 나이트> 정도밖에 없다.

<아이언 맨>이후 4년을 기다렸던 영화. 그리고 수퍼히어로라는, 알록달록한 스판덱스나 갑옷을 입은 힘세고 영리한 존재들을 남들보다 조금 더 좋아하는 어떤 이들은 반생을 기다려야 했을 영화. 나는 그들에게 <어벤저스>가 ‘기다릴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었던 영화’라고 말하고 싶다. <어벤저스>는 영화를 이루는 모든 순간, 심지어는 프레임 한 조각까지도 그들을 위한 선물꾸러미로 가득 차 있는 행복한 축제이다.

원제: The Avengers
감독: 조스 위든
주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크리스 에반스, 크리스 헴스워스, 마크 러팔로, 스칼렛 조핸슨, 제레미 레너, 새뮤얼 L. 잭슨
북미 개봉: 2012년 5월 4일
한국 개봉: 2012년 4월 26일

[캡틴 아메리카: 퍼스트 어벤저] (2011)

(C) Marvel Studios
(C) Marvel Studios

캡틴 아메리카, 또는 스티브 로저스라는 캐릭터를 떠올릴 때 느끼는 이미지는 강직함과 따뜻함, 이 두 가지다. 그는 굽히느니 부러지겠다는 각오로 불의와 부당함에 맞서 싸우는 사람이고, 포기라는 것을 모르며, 자신의 한계를 스스로 정하는 것을 끝까지 싸우다 쓰러지는 것보다 굴욕적이라고 믿는 사람이다. 그리고 그는 약한 자와 동료에게 누구보다도 헌신하는 사람이다. 태어난 이후 꽤 오랫동안 강하다는 것, 남을 압도하는 힘을 가진다는 것을 모르고 자라왔기에 그는 약한 자의 어려움을 잘 안다. 친구와 동료를 뜨겁게 사랑하기에, 어린 시절부터 알아왔던 친우를 잃은 슬픔은 그를 두고두고 괴롭히기도 한다.

이런 성격을 지닌 사람은 자칫 융통성을 발휘하지 못해 가까운 사람들과 갈등을 일으킬 소지가 있고, 스스로를 문제에 빠뜨릴 수도 있다. 때때로 그러한 문제들은 목숨을 위태롭게 만들기도 할 것이다. 그가 사랑하는 다른 이들의 것까지도. 하지만 그런 것들은 어디까지나 나중 일일 테고, 캡틴 아메리카라는 캐릭터의 탄생을 그린 영화 <캡틴 아메리카: 퍼스트 어벤저>(Captain America: The First Avenger, 이하 ‘퍼스트 어벤저’)에서 기대하거나 깊이 다룰 만한 주제는 아니다. 우리는 그저 1940년대 2차대전 중에 탄생한 애국주의 수퍼히어로가 70년의 시차를 건너뛰어 어떻게 새로운 모습으로 부활할 수 있는지를 궁금해하면 된다. 그리고 그런 관점에서, <퍼스트 어벤저>는 대단히 성공적인 탄생/부활기이다.

다른 훌륭한 수퍼히어로 영화와 마찬가지로, <퍼스트 어벤저>는 대번에 호감을 느낄 수 있는 캐릭터를 선보인다. 비록 몸은 허약하지만 마음 속 심지만은 굳건한 청년이라는 로저스의 각본상 캐릭터 설정과 묘사가 탄탄하고, 다소 경박한 이미지 탓에 캐스팅 당시 나의 기대감을 깎기도 했던 크리스 에반스는 로저스의 강직함과 따뜻함, 긍정적이고 이상주의적인 정의관을 성실히 표현했다. 따라서 로저스가 완벽한 신체조건을 지닌 초인으로 변모하는 과정은 충분한 설득력을 갖게 된다. 에반스가 캡틴 아메리카 수트를 입은 모습은 또 얼마나 믿음직스럽고 멋진가. 이제 크리스 에반스는 캡틴 아메리카이다.

주변 인물들의 묘사에도 공이 들어가 있다. 토미 리 존스의 체스터 필립스 대령, 헤일리 애트웰의 페기 카터, 스탠리 투치의 에이브러햄 어스카인, 도미닉 쿠퍼의 하워드 스타크는 특히 뛰어나다. 이들이 로저스와 맺는 관계와 화학작용은 다채롭고 생동감이 있다. 세바스찬 스탠의 버키 반즈와 덤 덤 두건을 비롯한 하울링 코만도, 리처드 아미티지의 히드라 암살자 하인츠 크루거, 토비 존스의 히드라 매드 사이언티스트 아르님 졸라 등 웬만한 조역들까지도 골고루, 간결하면서도 분명하게, 보는 이가 정을 느낄 수 있도록 그려졌다. 이들이 펼쳐내는 이야기는 매끄럽고 경쾌하게 흐르는 수퍼히어로 영화의 왕도가 되고, ‘힘은 올바른 정신과 결합했을 때 의미를 지닌다’는 주제를 훌륭히 전달한다. 로저스와 카터의 은근한 로맨스도 기분 좋다.

영화에서 가장 재미있는 부분은 수퍼 솔저가 된 로저스가 당초의 바람과는 달리 실전에 투입되지 못하고, 전쟁채권 및 모병 홍보대사로 활동하는 일련의 장면들이다. 캡틴의 원작 복장을 마음껏 희화화하기 때문에 만화의 오랜 팬들을 거슬리게 할 위험도 있는 대목이기도 한데, 굉장히 경쾌하고 유머러스하게 그려진데다 오래된 수퍼히어로 캐릭터에 쌓인 먼지를 과감하게 털어내고, 새로운 탄생을 위한 과도기를 거치게 한다는 연출의도가 분명했기 때문에 오히려 즐겁게 감상할 수 있었다. 또한 원작 만화 초기의 프로파간다적 성격과 전쟁/수퍼히어로 영화 장르에 대한 가벼운 패러디로서도 나쁘지 않았다.

유감스러웠던 부분이 없지는 않다. 악역 레드 스컬 / 요한 슈미트가 그렇다. 때때로 아주 위협적인 모습을 노련하게 풀어내기도 했지만 전체적으로 존재감이 약했다. 레드 스컬은 캡틴 아메리카를 탄생시킨 것과 같은 혈청으로 초인적인 힘을 얻었지만, 악한 마음도 함께 증폭되었다는 설정의 캐릭터로서 이를테면 <스타 워즈>에서 포스의 어두운 면을 대표하는 다스 베이더와 닮았다고 하겠다. 그렇다면 루크 스카이워커의 자리에 대입할 수 있는 캡틴 아메리카와 테제-안티테제 관계를 좀 더 탐구해 보았더라면 이야기도 더 풍부해졌을 것이고, 레드 스컬이라는 캐릭터의 존재감도 훨씬 더 강해지지 않았을까. 아쉽게도 이 영화에서 레드 스컬은 으름장만 놓다 주인공에게 얻어터지는 단순한 구식 악당을 벗어나지 못한다. 근래 수퍼히어로 영화, 특히 마블 영화에서 악당이 주인공 영웅에 비해 약하게 그려지는 경향이 두드러졌음을 떠올린다면 이것도 이제 하나의 전통이 된 것 같다. 그래도 휴고 위빙이 다소 어색한 독일식 액센트로 대사를 뱉어내는 모습을 보는 것 자체는 즐거웠다.

그런데, 고백하자면 나는 이 영화가 ‘구식’이라서 마음에 든다. 2차대전, 나치, 히틀러의 초자연 현상에 대한 집착, 비밀조직, 스파이, 역사적으로 그 당시에 있을 수 없었던 오버 테크놀로지(여기서는 그 이유를 나름대로 설명하기는 하지만), 영웅의 통쾌한 활약, 복고 취향을 자극하는 세트와 같은 여러 가지 볼거리와 음악, … 이 모든 것들이 사실은 <잃어버린 성궤의 추적자들>(레이더스) 같은 과거의 고풍스러운 영웅 이야기에서 이미 멋지게 써먹었던 요소들 아닌가. 또 <퍼스트 어벤저>의 감독 조 존스튼은 비슷한 요소를 듬뿍 집어넣은 또 다른 히어로 영화 <로케티어>를, 정확히 20년 전에 내놓지 않았던가.

더 나아가, <잃어버린 성궤의 추적자들>도 <로케티어>도 20세기 초반, 딱 <퍼스트 어벤저>의 극중 시대배경이었던 시기에 만들어진 연속활극(시리얼)에서 멋지게 써먹었던 것들에 또 빚을 지고 있고. 그렇게 보면 <퍼스트 어벤저>는 영롱히 빛나는 연속활극 역사의 일부분이기도, 동시에 그 연속활극에 대한 애정 어린 헌정이기도 하다. 게다가 <퍼스트 어벤저>의, 아까 언급했던 ‘홍보대사 시퀀스’에 캡틴이 출연한 연속활극 장면이 나오기도 했으니 – 당연히 흑백으로 – 이 얼마나 재미있는 양파껍질 벗기기 놀이인가! <퍼스트 어벤저>는 내가 그러한 영화들을 보면서 자랐던 시절에 대한 향수와 그 영화들이 나에게 선사했던 즐거움과 흥분감을 고스란히 되살려 주었다. 비록 어떤 파격을 감행하지는 못했다 하더라도, 나는 이 영화의 왕도적이고 온건한 보수성에 호감을 갖지 말아야 할 어떤 이유도 찾을 수 없다.

그리고 이제, <어벤저스>에 그 어느 때보다도 더 가까워졌다.

원제: Captain America: The First Avenger
감독: 조 존스튼
주연: 크리스 에반스, 헤일리 애트웰, 토미 리 존스, 휴고 위빙, 도미닉 쿠퍼
북미 개봉: 2011년 7월 22일
한국 개봉: 2011년 7월 2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