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빈저 다운] (2015)

(C) Dark Dunes Productions, Studio ADI
(C) Dark Dunes Productions, Studio ADI

<하빈저 다운>(Harbinger Down)은 저명한 특수효과 / 특수분장 스탭 알렉 길리스의 장편영화 데뷔작이다. 길리스는 파트너 톰 우드러프 주니어와 함께 <에일리언>과 <에일리언 대 프레데터> 시리즈에서 인상적인 화면을 만들어 냈다. 두 사람이 설립한 특수효과 / 특수분장 전문 업체 어맬거메이티드 다이나믹(ADI)은 지난 30여 년 동안 <레비아탄>, <불가사리>, <죽어야 사는 여자>, <주만지>, <스타쉽 트루퍼스>, <스카이라인>, <엔더의 게임> 등 수많은 작품에 참여하여 관객을 매료시켜 왔다. 길리스와 우드러프는 톰 사비니, 스탠 윈스턴, 스티브 존슨, KNB EFX 그룹의 로버트 커츠먼, 그렉 니코테로, 하워드 버거 등과 더불어 80-90년대 전성기를 누린 헐리우드의 ‘SFX 스타’로 꼽힌다.

ADI의 작업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실물’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디지털이 대세가 된 현재 영화 제작 환경에서 그동안 ADI가 해 온 실물 특수효과 위주로 만들어진 영화를 보긴 상당히 어렵게 됐다. 아마도 길리스는 그럴 기회를 직접 만들고 싶었던 것 같다(이 영화는 크라우드 펀딩으로 제작비를 조달했다). <에일리언 2>와 <에일리언 3>에서 잊을 수 없는 연기를 보여 준 베테랑 장르영화 배우 랜스 헨릭슨이 주연을 맡았는데, 영화가 시작되면 헨릭슨도 길리스가 꾸미려는 실물 특수효과 한마당의 요소임이 금세 명확해진다.

유감스럽지만 <하빈저 다운>은 몹시도 따분하고 진부한 설정으로 가득하다. 길리스가 이야기를 빚는 솜씨는 아름답고 환상적이면서도 징그럽고 정교한 특수효과를 연출하는 솜씨에 한참 뒤떨어진다. 헨릭슨을 빼면 배우들 대부분도 별다른 인상을 남기지 못하며, 그저 돌연변이 물곰의 좋은 먹잇감으로 기능할 따름이다.

<하빈저 다운>은 기본적으로 실물 특수효과가 아직 멀쩡히 살아 있음을 역설하는 쇼케이스이다. 화면 속에서 날뛰는 괴물의 모습과 그 독특한 존재감(괴물은 화면 속 그 자리에 말 그대로 ‘있다’)은 영화의 다른 단점을 잠깐씩 잊게 할 만큼 훌륭하다. 그것은 컴퓨터 그래픽 영상이 실물 특수효과를 아직 완전히 따라잡지 못한 지점이고, 그렇게 길리스는 내가 한동안 잊고 있었던 것이 무엇인지를 다시금 일깨워 준다. 최소한 그런 의미에서, <하빈저 다운>은 신선한 경험이었다.

원제: Harbinger Down
감독: 알렉 길리스
주연: 랜스 헨릭슨, 카미유 발사모, 매트 윈스턴
북미 개봉: 2015년 8월 7일
한국 개봉: 2015년 12월 3일

[에일리언 2] 일본어 더빙 완전판 블루레이, 8월 발매

(C) 20th Century Fox
(C) 20th Century Fox

20세기 폭스 일본은 제임스 캐머론 감독의 <에일리언 2>(Aliens) 공개 30주년을 기념하여, 현존하는 일본어 더빙 음성을 모두 수록한 블루레이 디스크 특별판을 발매한다. 발매 예정일은 8월 30일.

이 특별판은 더빙의 매력을 알리면서 자사의 더빙 수록 타이틀을 홍보하는 20세기 폭스 일본의 ‘더빙의 제왕(吹替の帝王)’ 사이트에서 파생된 것으로서, 2013년 4월부터 지금까지 총 11편의 타이틀이 나와 있다. 전편 <에일리언>은 2014년 11월 더빙의 제왕 제7탄으로 발매된 바 있다.

제13탄이 되는 <에일리언 2> 더빙의 제왕 블루레이 특별판에 수록되는 더빙 음성은 총 6종이다.

극장공개판
1. TBS판 (1988년 1월 2일 신춘 특별 로드쇼 방영)/ 리플리 역 스즈키 히로코
2. TV 아사히판 (1989년 10월 29일 일요 양화극장 방영)/ 리플리 역 토다 케이코
3. TV 아사히판 (2004년 2월 8일 일요 양화극장 방영)/ 리플리 역 야마가타 카오리
4. 블루레이, DVD판/ 리플리 역 코다 나오코

특별판
1. TV 아사히판 (1993년 10월 3일 일요 양화극장 방영)/ 리플리 역 야나가 카즈코
2. DVD, VHS판/ 리플리 역 코다 나오코
3. 블루레이, DVD판/ 리플리 역 코다 나오코 (극장공개판, 즉 위 4번과 같은 음성)

종합해 보면 리플리를 연기한 성우가 무려 5명임을 알 수 있는데, 설령 같은 성우이더라도 판본에 따라 대사 번역과 그에 따른 연기가 모두 다르기 때문에 다양한 더빙의 맛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더빙의 제왕 시리즈 명물 특전인 복각, 축쇄 대본은 아래 3종이 동봉된다.

1. 2003년 블루레이, DVD판 (위 극장공개판 4번 음성)
2. 1989년 TV 아사히판 (위 극장공개판 2번 음성)
3. 1993년 TV 아사히판 (위 특별판 1번 음성)

또 하나의 특전인 더빙의 제왕 인터뷰집에는 TBS판 리플리로 분했던 성우 스즈키 히로코와 TV 아사히판 2종에서 힉스로 분했던 타나카 히데유키의 인터뷰가 실린다.

디스크의 부록 등 다른 기본 사양은 현재 나와 있는 타이틀과 같다. 정가는 8,000엔.

참고로, 아래는 더빙의 제왕 특별판 블루레이 전체 목록이다. 한정 수량 생산되므로 지금은 절판된 것도 있다.

제1탄 <코만도> (2013년 4월 18일 발매)
제2탄 <다이 하드>, <다이 하드 2>, <다이 하드 3> (2013년 7월 3일 발매)
제3탄 <프레데터> (2013년 12월 20일 발매)
제4탄 <로보캅>(1987) (2014년 3월 5일 발매)
제5탄 <스피드> (2014년 4월 25일 발매)
제6탄 <혹성 탈출>(1968) (2014년 9월 3일 발매)
제7탄 <에일리언> (2014년 11월 5일 발매)
제8탄 <코만도> 제작 30주년 기념판 (2015년 4월 24일 발매)
제9탄 <터미네이터> (2015년 6월 24일 발매)
제10탄 <나 홀로 집에> (2015년 11월 25일 발매)
제11탄 <다이 하드: 굿 데이 투 다이> (2015년 12월 18일 발매)
제12탄 <인디펜던스 데이> (2016년 6월 3일 발매 예정)
제13탄 <에일리언 2> (2016년 8월 30일 발매 예정)

출처: 20세기 폭스 홈 엔터테인먼트 일본 공식 페이스북, 영화 나탈리

[에일리언: 공허의 그림자] 전자책 출간

지난 12월 종이책이 나왔던 <에일리언> 외전 소설 [에일리언: 공허의 그림자](Alien: Out of the Shadows) 번역본이 얼마 전 전자책으로도 출간되었다.

영화 <에일리언>과 <에일리언 2> 사이의 사건을 그린 이 작품은 <에일리언> 시리즈 관련 소설로는 국내 첫 출간작이다. 팀 레본 저, 조호근 역. 출판사는 제우미디어이다.

전자책 정가는 8,000원이며, 현재 리디북스에서 1,000원에 7일간 대여할 수 있는 행사를 실시 중이다(대여료 정가는 2,000원). 기간은 2월 29일까지. 자세한 사항은 아래 링크를 참조하시라.

http://ridibooks.com/event/3516

출처: 리디북스

관련글
[에일리언] 외전 소설 국내 첫 출간 (2015년 12월 30일)

(C) 20th Century Fox
(C) 20th Century Fox

[에일리언] 외전 소설 국내 첫 출간

영화 <에일리언> 시리즈의 세계를 무대로 한 외전 소설 [에일리언: 공허의 그림자](Alien: Out of the Shadows)가 국내 출간되었다.

이 작품은 2014년 영국의 타이탄 북스가 출간한 것으로서, 시점 상으로는 <에일리언>과 <에일리언 2> 사이의 이야기이다. 작가는 팀 레본. 당연히 20세기 폭스의 승인을 받은 공식 소설이다.

[에일리언: 공허의 그림자]는 타이탄 북스가 2014년 <에일리언> 공개 35주년을 기념하여 출간한 다수의 관련 서적 가운데 하나. 3부작으로 기획된 외전 소설 시리즈의 첫 편으로서, 후속작인 [에일리언: 비탄의 바다](Alien: Sea of Sorrows)와 [에일리언: 고통의 강](Alien: River of Pain)도 2014년 안에 모두 출간되었다.

<에일리언> 관련 소설은 영화 개봉에 맞춰 나왔던 소설판 4편(영화 각본을 소설화한 것) 이외에도 90년대부터 여러 종류의 외전이 나와 있는데, 개중에는 <에일리언 대 프레데터> 크로스오버 작품도 포함되어 있다. 영화 소설판의 경우 80년대 저작권을 무시하고 나온 것들이 있을 수 있으나 자료가 부족하여 지금은 확인하기 어렵고, 적어도 외전 소설 중에서는 이번 [에일리언: 공허의 그림자]가 최초의 국내 출간이다. 에일리언 팬들에게는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 아닐까.

아래는 출판사 제우미디어의 책 소개이다.

영화 <에일리언 2> 탄생 30주년을 기념하는 공식 소설
에일리언 시리즈의 숨겨진 이야기가 밝혀진다!

2016년에 탄생 30주년을 맞이하는 영화 <에일리언 2>.
SF 팬들의 영원한 클래식인 에일리언 시리즈를 기념하기 위해서
20세기 폭스에서 감수한 공식 소설이 출간된다.

[에일리언: 공허의 그림자]는 영화 <에일리언> 1 이후에 일어난 사건을 다루고 있다.

에일리언과의 치열한 사투 끝에 살아남은 리플리.
그녀는 셔틀에서 하이퍼슬립 상태에 빠진 채 37년 동안 우주에서 떠돌다가 우연히 궤도 채굴 수송선 매리언 호에 도킹을 성공한다. 리플리는 깊은 잠에서 깨어나지만 그녀의 악몽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여전사 리플리는 에일리언을 상대로 동료들과 함께 살아남을 수 있을까?

저자: 팀 레본 (Tim Lebbon)

팀 레본은 지금까지 서른 편에 달하는 장편과 십수 편의 중편, 수백 편의 단편 소설을 써 온 작가로, 여러 편의 작품이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로 선정되었다. 대표작으로는 [콜드브룩], [공허 속으로: 제다이의 황혼](스타 워즈), [리퍼의 유산], [바다의 늑대들](잭 런던 시리즈, 크리스토퍼 골든 공저) 등이 있으며, 최근 작품으로는 톡식 시티 3부작의 [감염]과 [침묵] 등이 있다. 영국 환상문학상을 네 차례 수상했으며, 브램 스토커 문학상과 동시간행물 우수상을 한 차례씩 수상한 경력이 있다. 20세기 폭스 사에서는 [잭 런던의 비밀 여행] 시리즈의 판권을 획득했으며, [톡식 시티] 3부작은 ABC 스튜디오에서 드라마 제작에 들어갔다. 그 외에도 여러 소설과 대본이 다양한 영상 매체로 제작 중에 있다.

조호근 역. 정가 15,800원.

(C) 20th Century Fox
(C) 20th Century Fox

출처: 제우미디어 공식 웹사이트

살인거미 대습격! [스파이더즈] 예고편

지난 8일 북미에서 개봉한 신작 <스파이더즈 3D>(Spiders 3D)의 예고편과 포스터를 확인하시라.

이 영화는 구 소련의 우주정거장에서 실험 중이었던 돌연변이 거미들이 뉴욕에 상륙하면서 벌어지는 대혼란을 그렸다. 설정만 보아도 50-60년대에 유행했던 거대 괴수영화나 SF-괴물영화를 현재의 기술로 업데이트한 작품임을 알 수 있다. 감독은 80년대 공포영화 <게이트>로 잘 알려진 티보르 타카치, 주연은 패트릭 멀둔(스타쉽 트루퍼스), 크리스타 캠벨(드라이브 앵그리), 윌리엄 호프(에일리언 2), 피트 리 윌슨(블레이드 II), 존 맥(쏘우 VI), 시드니 스위니(병동) 등.

제목 그대로 3D로 상영되긴 하는데, 개봉 규모가 고작 북미 지역 8개 극장인데다 개봉과 동시에 VOD로 출시되었고, 블루레이 디스크와 DVD는 3월 12일에 나온다. 전형적이지만 꽤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영화일 것 같다.

(C) Millennium Entertainment / Nu Image
(C) Millennium Entertainment / Nu Image

출처: <스파이더즈 3D> 공식 페이스북

[건헤드] (1989)

(C) 東宝 / サンライズ / バンダイ / 角川書店 / IMAGICA / 東宝映画
(C) 東宝 / サンライズ / バンダイ / 角川書店 / IMAGICA / 東宝映画

<건헤드>(ガンヘッド)라는 영화에 대해 처음 알게 된 계기는 중학교 1학년 때였던 1989년, 영화잡지 [로드쇼] 9월호에 실린 기사였다. 일본문화가 개방되지 않았던 당시 금단의 영역이었던 일본 SF영화가 컬러 사진과 함께 소개된 데다가, 실물 크기의 로봇이 등장한다는 기사 내용 때문에 비상한 관심을 갖게 되었다. 하지만, 그때의 사정상 보고 싶어도 볼 방법을 몰랐으므로 관심은 그 다음 행동으로 넘어가지 못하고 말았다.

세월이 흘러 대학 재학 중이던 1997년, 의외로 없는 것이 없는 국내 출시판 비디오의 세계를 통해 <건헤드>를 드디어 만나게 되었다. 그때도 일본 문화 개방 이전이었으나 영어 더빙이 된 인터내셔널 버전을 수입한 것 같았다. 하지만, 보고 나니 유감스럽게도 작품에 대한 환상이 무참히 깨져버리고 말았다. 지루한 전개, 엉성한 플롯, 설정과 따로 노는 등장인물, 나쁜 대사, 무엇보다도 기대 이하의 특수촬영(실물 크기 로봇은 대체 어디 있는 거야?). 게다가 비디오의 화질도 굉장히 나빴다. 그때만 해도 특촬영화를 진지하게 보지 않던 시기였고 지극히 일반적인 의미에서 눈이 높아질 대로 높아져 있던 내게 이 영화는 실망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짐작이 가지 않는다면, 인터내셔널 버전의 감독이 ‘앨런 스미시’로 표기되어 있었다는 점을 말해 둔다.

그럼에도 <건헤드>가 DVD로 나온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구해야겠다고 생각했던 이유는, 그것이 어디까지나 토호 특촬영화 가운데 한 편이라는 사실 때문이었다. 2000년 이후 특촬영화를 진지하게 보기 시작한 나로서는 언젠가 한 번은 거쳐야 할 작품이 된 것이다. 어쩌면 DVD가 재평가의 기회가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조금은 있었다. 나중에야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이 영화의 제작사는 <기동전사 건담>으로 유명한 선라이즈였다. 그 점도 흥미를 다시 한 번 일으키는 데 한몫했다.

DVD로 다시 본 <건헤드>는… 더도 아니고 덜도 아닌 ‘그냥 못 만든 토호 특촬영화’였다. 1997년 첫 만남을 통해 기대감과 환상이 없어지기도 했지만, 나름대로 예전과는 조금 달라진 시각이랍시고 애써 지루함을 참아가면서 봤음에도 ‘그냥 못 만든 토호 특촬영화’라는 사실만은 달라지지 않았다. 높이 4m짜리 사이봇 고지라를 만들어 대대적으로 광고했지만 막상 본편에서는 몇 커트 나오지도 않았던 1984년판 <고지라>처럼, <건헤드> 역시 로봇의 실물 크기 모델보다는 미니어처 모델이 화면에 더 자주 비쳤다. 게다가 로봇은 걷는 대신 바퀴로 굴러다녔으며, 카와키타 특기감독의 작품답게 육탄전 대신 빔과 탄약이 난무하는 총격전 커트가 반복되는 전투 장면에서는 솔직히 한숨이 나왔다(‘이 양반 버릇은 어딜 가나 그대로구먼.’). 1997년의 첫 감상을 거슬리게 했던 영화의 구조적인 문제점은 지금 보아도 그대로였다.

그래도 이 영화를 예전처럼 내칠 수 없는 까닭은 당시 토호에서 가능했던 아날로그 특촬의 거의 모든 것을 투입한 야심작임을 이제야 인정했기 때문이다. 비록 <터미네이터>와 <에일리언 2>를 합쳐놓은 것 같은 어디서 많이 본 스타일의 영상이지만, 그것을 80년대가 채 지나가기 전에 자체적으로 재현했다는 점은 분명한 성과가 아닐 수 없다. 또한, <건헤드>와 <고지라 VS 비오란테>가 같은 해에 같은 특기감독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점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카와키타 특촬반은 <건헤드>에서 로봇을 소재로 메카닉의 질감과 존재감을 표현하는 데 주력했고, <고지라 VS 비오란테>에서는 괴수의 생물감과 중량감 표현에 중점을 두었다. 로봇과 괴수라는 대조적인 소재를 동시에 다루면서 각각에 적합한 방식으로 영상화가 가능했다는 사실은 당시 카와키타 특촬반과 토호가 두 작품에 대해 지녔던 의욕을 짐작케 한다.

원제: ガンヘッド
감독: 하라다 마사토
특기감독: 카와키타 코이치
주연: 타카시마 마사히로, 브렌다 배키, 엔죠지 아야, 미즈시마 카오리, 하라다 유진
일본 개봉: 1989년 7월 22일
국내 비디오카세트 출시

[에일리언 대 프레데터 2] (2008)

(C) 20th Century Fox
(C) 20th Century Fox

평론가 로저 이버트는 1980년 영화 평론 프로그램 <스닉 프리뷰>에서 <할로윈>을 극찬하면서, ‘공포영화(horror movie)와 기괴한 구경거리(freak show) 사이에는 차이가 있다.’ 라고 말한 바 있다. 지금까지 많은 평론가와 팬들은 <에일리언>과 <프레데터>가 좋은 공포영화라는 의견에 동의해 왔다. 그렇다면, 두 작품의 유전자를 지닌 <에일리언 대 프레데터 2>(Aliens vs. Predator: Requiem)는 어떨까? 좋은 공포영화일까, 아니면 기괴한 구경거리일까? 오리지널을 충실히 계승한 작품일까, 끔찍한 돌연변이일까?

내 생각에 <에일리언 대 프레데터 2>는 기괴한 돌연변이 구경거리지만, 그렇다고 나쁘게 보진 않는다. 이 영화는 <에일리언>과 <프레데터> 시리즈에 대한 애정과 존경심의 산물, 즉 팬 픽션이다. 그건 전편도 마찬가지였으나, 이번에는 집대성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오리지널의 더 많은 정보를 더 적극적으로 인용하고 변주했다. 전편에서 부족했던 뒷맛을 음미하기에 더할 나위가 없다.

예고편에서 장갑차 운전대를 잡은 켈리가 꽉 잡아요(Hold on)! 라고 외치는 대목이 <에일리언 2>에서 APC 조종석으로 향하던 리플리의 대사와 심지어는 그 어조까지 똑같다는 걸 확인한 팬들은 입가에 번지는 미소를 참기 어려웠을 것이다. 이 영화의 거의 모든 요소는 에일리언과 프레데터 시리즈로 유명해진 것들을 전편보다 더 교묘하게 조합한 결과이다. 장면의 구도와 효과음, 대사, 살해 장면의 연출 등 일일이 주워 담기 힘들 지경이다. 음악은 어떤가. 전편의 해럴드 클로저가 독자적인 해석을 바탕으로 작곡한 스코어로 주목 받았다면, 이번 속편의 브라이언 타일러는 <에일리언>과 <프레데터> 시리즈 스코어의 라이트모티프를 빈번히 재활용한다. 귀에 익숙한 선율을 듣노라면 마치 고향에 돌아온 듯한 느낌이 든다.

새로운 볼거리도 많다. 이미 예고편과 프로모션 영상을 통해 화제가 되었던 프레데터 행성의 묘사, 에일리언과 프레데터가 동네 한 복판에 일제히 출현하는 대목은 AVP 팬들의 실사화 염원을 실현한 멋진 장면들이다. 프레데일리언의 카리스마가 기대만 못하긴 하지만, <에일리언 4>의 뉴본보다는 훨씬 낫다. 물론, 웨일랜드-유타니 사의 비열한 음모도 빠질 수 없다. 무엇보다도 PG-13등급을 받았던 탓에 밍밍하기만 했던 전편의 유혈 묘사에 실망했던 팬이라면, 이번에 어린이와 임산부까지 가차 없이 죽여 버리는 R등급 피범벅에 환호할 것이다. 이 영화는 에일리언과 프레데터 시리즈를 오랫동안 즐겨왔던 팬들을 위한 종합 선물 세트의 업그레이드이다. 설정이나 장면의 세부에 대해 더 많이 알수록 더 즐길 수 있다.

유감스러운 점은 ‘팬心’의 집대성으로서는 훌륭하지만, 영화로서는 그렇지 않다는 사실이다. 감독 스트로즈 형제와 각본가 셰인 살러노는 지나치게 얄팍한 인간 캐릭터를 완급 조절 없이 이어붙인 장면에 그냥 풀어놔 버린다. 이는 전편도 비판을 받았던 부분이지만, 최소한 주역급 캐릭터 몇 명은 그럴듯하게 포장해 냈었다. 괴물들이 본격적으로 난동을 부리기 전까지는 정말 하품이 나온다. 이런 괴물 영화의 주인공은 괴물이라는 주장도 일리는 있지만, 본 게임 전에 인간들이 나오는 오픈 게임도 재미있게 연출한다면 금상첨화가 아닐까.

또한, 프레데터 팬들이라면 묵묵하고 철저하게 임무를 수행하는 프레데터의 모습에 감탄했겠지만, 에일리언 팬들은 이제 잔챙이로 전락한 에일리언 워리어의 비참한 취급에 절망감을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프레데터가 기존의 ‘헌터’가 아닌 ‘클리너’로서 지구상에 에일리언이 저질러놓은 짓을 수습하고 자기 종족의 흔적을 지우느라 동분서주하는 캐릭터로 변모한 반면, 에일리언 워리어는 프레데터의 고독하고 쿨한 영웅적 묘사를 부각하기 위해 전편보다 더 심한 들러리로 소모되고 말았다.

원래 아무 상관이 없었던 두 세례를 하나로 뒤섞었던 시점, 즉, 1989년 만화 <에일리언 대 프레데터>가 나왔던 순간부터 이 크로스오버는 기괴한 구경거리였고 돌연변이였다. 이것은 장르영화의 역사가 증명한다. <애보트와 코스텔로 프랑켄슈타인을 만나다>가 그랬고, <킹콩 대 고지라>가 그랬으며 <드라큘라 대 프랑켄슈타인>이 그랬고, 가까운 예로는 <프레디 대 제이슨>이 그랬다(사실은 ‘최홍만 대 표도르’도 그랬다). 유치하고 황당하다는 평도 있었지만, 팬들은 비웃으면서 때로는 정말로 마음을 주어가며 이들 작품을 즐겼다.

<에일리언 대 프레데터 2>도 마찬가지다. 좋은 공포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버리고, 80년대 슬래셔 영화에 살인마로 에일리언과 프레데터가 나온다고 생각하면 된다. 비웃을 사람은 비웃고, 즐길 수 있는 사람은 즐기면서 인간과 두 괴물 종족의 박 터지는 삼파전을 구경하면 그걸로 족하다. 에일리언과 프레데터를 스크린에서 다시 만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기쁜 팬들에게는 더 말할 것도 없다.

원제: Aliens vs. Predator: Requiem
감독: 스트로즈 형제
주연: 스티븐 파스칼, 레이코 아일스워스, 존 오티스, 자니 루이스, 애리얼 게이드
북미 개봉: 2007년 12월 25일
한국 개봉: 2008년 1월 1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