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라카게 대혈전] (2015)

(C) 「虎影」製作委員会
(C) 「虎影」製作委員会

<토쿄 잔혹 경찰>, <V 소녀 대 F 소녀>, <헬 드라이버>, <ABC 오브 데스> 등의 연출작으로 고어 마니아와 B급영화 팬들을 즐겁게 했던 니시무라 요시히로 감독이 이번에는 닌자영화에 손을 댔다. 아니나 다를까 첫 장면부터 분수처럼 치솟는 핏줄기를 퍼부으며, 영화는 맹렬히 질주하기 시작한다. 겉포장은 닌자 활극이지만 이야기가 흐르면서 서부극, 일본 칼부림 시대극과 기담, 뮤지컬, 심지어는 수퍼히어로와 쇼와 특촬, 파친코까지 엮어 넣은 장르 짬뽕의 진수가 펼쳐진다.

니시무라 감독은 특수분장과 특수촬영의 베테랑답게 아날로그/실물 표현을 중시하는 한편, 의도적인지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인지 모를(아마도 둘 다이리라 생각하지만) 시대착오적 퀄리티의 디지털 합성을 뒤섞어 부조리한 SFX 시퀀스를 선보인다. 여기에 원전 작품을 안다면 꽤나 즐길 수 있는 인용과 패러디, 장르 자체에 대한 자조적인 농담이 곁들여져 니시무라판 닌자 대혈전이 완성된다.

감독의 전작에 여러 차례 출연했던 시이나 에이히(키리키리키리!)도 우스꽝스러운 악역으로 돌아왔고, 타이틀 롤은 다수의 영화와 드라마로 잘 알려진 사이토 타쿠미가 맡았다. 하가 유리아, 츠다 칸지, 니시나 타카시, 이타오 이츠지 등 특촬 작품으로 인상적인 배우들이 포진해 있어, 팬이라면 그들을 확인하는 재미도 각별하겠다. 여하튼 긴장을 풀고, 좌석 등받이에 기대어 신나게 보기만 하면 된다.

원제: 虎影
감독: 니시무라 요시히로
주연: 사이토 타쿠미, 하가 유리아, 시이나 에이히, 미모토 마사노리, 세이노 나나
일본 개봉: 2015년 6월 20일

* 2015년 7월 16일부터 26일까지 열린 제19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카탈로그 게재용으로 기고한 글이다.

정우성, [차우] 감독 신작 [작서의 변]에 주연

오랜만에 한국 괴수영화 소식이 나왔다.

(주) 태원 엔터테인먼트는 16일 <차우> 신정원 감독의 신작 <작서의 변: 물괴의 습격> 제작을 발표했다. 본작은 조선 중종 22년, 궁궐에 나타난 괴물을 피해 왕이 거처를 옮겼다는 중종실록의 내용을 바탕으로 한 사극-스릴러이다. 등장인물들은 물괴(物怪, 괴이하게나 괴상한 물건)와의 싸움은 물론 왕위를 노리는 훈구 세력과의 대립도 감당해야 한다는 설정.

주연으로는 정우성이 발탁되어 중종의 충신 ‘윤겸’ 역으로 분한다. 윤겸은 극중 물괴에 대한 비밀을 조사하는 한편으로 반정을 꾀하는 훈구 세력에 맞서는 인물이다. 신정원 감독은 윤겸에 대해 ‘<글래디에이터>의 막시무스와 같은 매력적인 역할’, ‘이 역할에 오직 정우성만을 떠올렸다’ 라고 밝혔다.

그리고 시각효과는 <반지의 제왕>, <호빗>, <아바타>, <킹콩> 등으로 유명한 뉴질랜드 업체 웨타 디지털이 담당하기로 했다. 웨타가 만들어 낼 물괴의 모습과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괴수영화라는 재미있는 설정에 기반한 영상이 어떻게 구현될지 흥미롭다.

신정원 감독은 2004년 공포-코미디영화 <시실리 2km>로 데뷔하였고 2009년 흉폭한 거대 멧돼지의 습격을 그린 <차우>로 괴수-크리처영화 팬들의 주목을 받았다. 2012년에는 역시 공포와 코미디를 조화시킨 <점쟁이들>을 연출하였다. 신작 <작서의 변: 물괴의 습격>은 2월 말 촬영에 들어갈 예정이다.

정우성 (C) Beijing Galloping Horse Films Co., Ltd, Media Asia Films Limited, Zhejiang Dongyang Dragon Entertainment Venture Investment Co., Ltd., Lumiere Motion Picture Company, Beijing Heguchuan TV & Film Co., Ltd., Lion Rock Productions, Stellar Entertainment
정우성 (C) Beijing Galloping Horse Films Co., Ltd, Media Asia Films Limited, Zhejiang Dongyang Dragon Entertainment Venture Investment Co., Ltd., Lumiere Motion Picture Company, Beijing Heguchuan TV & Film Co., Ltd., Lion Rock Productions, Stellar Entertainment
신정원 감독 (C) 사람 엔터테인먼트, (주) 다세포클럽, NEW
신정원 감독 (C) 사람 엔터테인먼트, (주) 다세포클럽, NEW

출처: (주) 태원 엔터테인먼트

다이에이 특촬 DVD 매거진 창간

일본의 출판 그룹 데 아고스티니 저팬은 가메라, 대마신 등으로 유명한 다이에이 특촬영화를 소재로 DVD 매거진 [다이에이 특촬영화 DVD 컬렉션](大映特撮映画DVDコレクション)을 오는 9월 2일 창간한다.

격주간으로 발행될 이 타이틀은 매호 다이에이 특촬영화 DVD 1편과 해당 작품에 대한 정보를 담은 올 컬러 잡지가 한 세트로 선보인다. 잡지에는 작품 해설과 극중 등장하는 괴수, 병기, 배우 등에 대한 정보, 제작 뒷이야기, 관련 자료 등에 대한 내용이 실리며, 특전으로 작품의 공개 당시 극장용 포스터가 동봉된다(현존하는 것들만).

창간호는 다이에이 특촬을 대표하는 가메라 시리즈의 첫 작품이자, 내년에 공개 50주년을 맞는 <대괴수 가메라>(1965)가 선정되었다. 각 호의 정가는 1,998엔(소비세 8% 포함 가격)이지만 창간호만 특가인 999엔에 판매. 제2호는 <대마신>(1966), 제3호는 <가메라: 대괴수공중결전>(1995)이 각각 예정되어 있다. 이후 가메라 및 대마신 시리즈, 요괴 시리즈를 비롯하여 SF, 판타지, 시대극 등 다이에이의 인기 특촬 작품 46편이 차례로 출간된다.

DVD는 거의 대부분 기출시된 타이틀이지만 저렴한 가격에 잡지까지 손에 넣을 수 있다는 점에서 해당 작품을 아직 DVD로 갖추지 못한 소비자에게는 나름대로 실속 있는 구성이라고 하겠다.

(C) Kadokawa
(C) Kadokawa
(C) Kadokawa
(C) Kadokawa
(C) Kadokawa
(C) Kadokawa
(C) Kadokawa
(C) Kadokawa

출간 예정 작품

쇼와 가메라 시리즈
<대괴수 가메라> (1965)
<대괴수결전 가메라 대 바르곤> (1966)
<대괴수공중전 가메라 대 갸오스> (1967)
<가메라 대 우주괴수 바이라스> (1968)
<가메라 대 대악수 기론> (1969)
<가메라 대 대마수 쟈이가> (1970)
<가메라 대 심해괴수 지그라> (1971)
<우주괴수 가메라> (1980)

헤이세이 가메라 시리즈
<가메라: 대괴수공중결전> (1995)
<가메라 2: 레기온 습래> (1996)
<가메라 3: 이리스 각성> (1999)

대마신 시리즈
<대마신> (1966)
<대마신 분노하다> (1966)
<대마신 역습> (1966)

요괴 시리즈
<요괴백물어> (1968)
<요괴대전쟁> (1968)
<토카이도 요괴여행> (1968)

SF, 괴담, 사극 등
<사가 저택의 괴담> (1953)
<우주인 토쿄에 나타나다> (1956)
<아카도 스즈노스케 세눈박이 조인> (1958)
<진시황제> (1962)
<투명검사> (1970)

이후 계속 추가될 예정.

창간호부터 마지막 46호까지 정기구독하는 독자에게는 액션 피겨 시리즈 특촬 리볼텍의 헤이세이 가메라 복각판, 가메라 오리지널 QUO 카드, 클리어 파일 등의 특전을 제공한다(10월 19일까지). 10월 14일부터는 잡지를 수납할 수 있는 특제 바인더가 별도 판매된다.

데 아고스티니 저팬은 지난 2009년 고지라 시리즈로 유명한 토호 특촬영화를 같은 방식으로 판매한 바 있으며, 그밖에도 다수의 장르 작품을 DVD 매거진 형식으로 내놓고 있다.

출처: 데 아고스티니 저팬 <다이에이 특촬영화 DVD 컬렉션> 공식 웹사이트, IT 미디어

토호 특촬영화 DVD 할인 판매

[모스라] DVD (C) 1996 Toho
[모스라] DVD (C) 1996 Toho
토호 비디오가 8월 2일부터 2014년 7월 31일까지 약 1년 동안 자사의 고전영화 DVD를 할인 판매한다. 할인 타이틀 중에는 특촬 작품도 다수 포함되어 있어 관련 정보를 정리해 보았다.

토호 DVD 시네마 팬 클럽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되는 이번 행사에서는 144편에 달하는 토호 고전영화 DVD가 3차에 걸쳐 장당 2,625엔에 할인 판매된다. 이 가격은 통상적으로 편당 5,040엔에서 6,300엔이었던 정가에서 절반 또는 그 이상 빠진 가격이다. 한국 기준으로는 여전히 비싸고 일본 기준으로도 토호의 일본영화 타이틀은 지나치게 비싸다는 인식이 있었지만, 오래 전부터 눈독 들였던 타이틀 몇 편을 고르는 정도라면 괜찮지 않을까 싶다.

할인 대상 타이틀은 쿠로사와 아키라 감독 작품이나 타카쿠라 켄 주연 작품, 와카다이쇼(젊은 대장) 시리즈, 킨다이치 코스케 시리즈, 아들을 동반한 검객 시리즈, 전쟁영화, 시대극, 공포영화 등 다양한 장르의 명작들로 이루어져 있다. 이 가운데 여기서는 특촬 장르에 해당하는 작품으로만 목록을 뽑았다. 일부 전쟁영화나 공포영화 가운데 특촬로도 분류되는 작품들이 들어 있으나, 여기서는 특촬로 명확히 표기된 작품만 골랐다. 전체 목록은 이번 할인 행사의 공식 웹사이트를 참조하시라.

제1차: 8월 2일 출시
<일본 침몰>(1973), <에스파이>

제2차: 11월 8일 출시
<초소녀 레이코>, <토쿄만 염상>, <모스라>(1961), <모스라>(1996), <모스라 2: 해저의 대결전>, <모스라 3: 킹기도라 내습>, <타케토리 이야기>, <환상의 호수>, <해저군함>, <마탕고>, <요성 고라스>, <하늘의 대괴수 라돈>, <지구방위군>, <프랑켄슈타인 대 바라곤>, <프랑켄슈타인의 괴수 산다 대 가이라>

제3차: 2014년 2월 7일 출시
<지진열도>, <세계대전쟁>, <혹성대전쟁>, <전송인간>, <일본 탄생>, <야마토타케루>, <투명인간>, <킹콩의 역습>, <우주대전쟁>, <대괴수 바란>, <미녀와 액체인간>, <우주대괴수 도고라>, <가스인간 제1호>, <위도 제로 대작전>, <게조라 가니메 카메바 결전! 남해의 대괴수>

할인 판매 기간 중에는 타이틀 3편을 구입하면 1편을 무료로 더 받거나, 각종 경품에 응모할 수 있는 이벤트도 전개된다(일본 국내 한정).

출처: 토호 DVD 시네마 팬 클럽 공식 웹사이트

[소녀검객 아즈미 대혈전] (2003)

(C) 「あずみ」制作委員会
(C) 「あずみ」制作委員会

일본 장르영화의 현재

25일 우리나라에서 개봉한 <소녀검객 아즈미 대혈전>(あずみ / 키타무라 류헤이 감독, 이하 <아즈미>)은 일본 장르영화의 현재를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전란으로 신음하고 있는 전국시대의 일본. 토쿠가와 이에야스는 더 이상의 비극을 막고자 반란을 일으키려는 자들을 미리 처단하기 위한 정예 살수 집단을 비밀리에 양성한다. 그 구성원은 전란으로 부모를 잃은 소녀 아즈미를 비롯한 10명의 고아들. 혹독한 훈련의 마지막 날, 둘씩 짝을 지어 서로를 베어야 하는 처절한 관문을 통과하고 살아남은 5명은 오직 정적의 처단만을 위한 기나긴 여정에 나서게 된다.

<아즈미>는 기본적으로 전국시대라는 역사적 배경을 취하고 있지만, 지금까지의 어떤 일본 시대극보다도 판타지 성격이 강하다. CG와 특수촬영이 잔뜩 사용된 화면과 시대가 뒤섞인 듯한 기괴한 스타일의 의상, 너무나 현대적인 대사를 읊는 아이돌 스타의 대거 기용 등 이 영화를 구성하는 모든 요소는 고증에 얽매이지 않은 자유로운 상상력의 산물이며, 가장 일본적인 소재를 사용했으면서도 전혀 일본적이지 않은 영화의 성격을 반영한다. ‘<아즈미>는 일본의 <킬 빌>’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사용될 만큼, 이 영화는 세계 어느 곳의 관객과 만나도 무난한 반응을 이끌어 내도록 계산적으로 만들어졌다. 더욱이, 소위 ‘컬트’ 코드로 영화판에 뛰어든 키타무라 류헤이 감독은 가뜩이나 과장된 설정의 이 판타지 시대극을 마치 <매트릭스>나 <이퀼리브리엄> 같은 감각으로 찍어 내어, 영화를 보고 나면 온몸에 과다 분비되고 남은 아드레날린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당황스러울 정도이다. 아즈미와 200명이 넘는 무사들이 맞붙는 클라이맥스의 대결전에서 수직으로 360도 회전하는 카메라워크, 한 장면에서 액션의 속도가 자유자재로 변화하는 등의 연출은 보통 일본식 칼부림 영화와는 확실히 차별된 이미지를 구현한다.

코야마 유의 동명 만화를 각색한 <아즈미>는 ‘오리지널 시나리오 보다는 안전한 원작을 택한다’는 현재 일본 상업/장르영화계의 두드러진 경향을 보여 준다. 창의적이고 신선하지만 상업적으로 부담이 될 수 있는 소재보다는 이미 인기가 검증된 만화나 소설, TV 드라마를 실사화/장편화함으로써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이러한 제작 풍토는 사실 일본만의 이야기는 아니지만, 동시에 일본 만큼 다양한 장르의 컨텐츠가 다른 형태의 미디어로 확대/재생산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진 나라도 드물다. 작년에는 인기 드라마의 극장판 <춤추는 대수사선 2: 레인보우 브리지를 봉쇄하라!>나 <키사라즈 캐츠아이: 일본 시리즈> 등이 관객의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고, 올해에도 <캐산>, <큐티 하니>, <우미자루>, <데빌맨>, <시모츠마 이야기>, <철인 28호> 등 매스컴과 관객들의 주목을 받는 작품들은 대부분 원작의 각색물이며, 현재도 많은 만화와 소설, 애니메이션, 드라마가 실사화를 기다리고 있거나 그 과정에 있는 상태이다.

이렇게 안전 위주의 제작 방식이 대세를 이루고 있는 것은 장기 불황에 허덕이는 정체된 일본 사회와 그 맥락을 같이 한다. 사회의 활력 저하는 새로움과 모험의 추구 보다는 안주와 향수를 자극하게 되고, 이러한 영향이 크리에이터로 하여금 복고적이고 친숙한 작품을 생산하게 하는 것이다. 또한 70년대에 주도적인 영상매체로서의 자리를 TV에게 완전히 빼앗겼고, 80년대 이후에는 헐리우드 외화의 초강세와 이렇다 할 작품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작가군의 부진으로 몸살을 앓아온 일본 영화계의 고질적인 문제도 한몫을 했다. 물론 키타노 타케시와 같이 해외 평단에서 호평을 받거나 국제 영화제에서 수상하는 감독과 작품들은 꾸준히 있어왔지만, 정작 자국인 일본에서는 대중들의 외면을 받고 있음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결국 이러한 ‘실사화’의 열풍은 다양한 장르 속에 엄청난 양의 컨텐츠를 채워 넣은 일본의 대중문화라는 창고에 신제품을 만들어 쌓아놓기 보다는 현재 보유한 재고를 계속 꺼내 쓰고 있는 상황에 빗댈 수 있을 것이다.

창의적 부진에 빠진 일본 장르영화의 미래는 과연 어둠 뿐일까? 여러 가지 의견이 있을 수 있겠지만, 단정적으로 어두운 전망만을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제도권과 인디펜던트가 명확히 구분된 일본 영화계의 이중적인 구조가 뛰어난 장르영화를 생산할 수 있는 기초 토양을 구축하고 있다. 일본에는 어느 장르든 제도권 이외의 시장과 팬층이 든든히 존재하는데, 당연히 이들을 위한 컨텐츠를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많은 영화인들과 집단도 있다. 이러한 인디펜던트의 인력들이 제도권에 편입되어 상업영화계의 젖줄이 되고 있는 것이다. <링>의 헐리우드 리메이크 이후, 현재 일본영화 가운데 세계적으로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장르인 공포영화야말로 이러한 ‘비주류의 저력’을 멋지게 증명하고 있는 경우이겠다. 최근 <주온> 시리즈의 대성공으로 헐리우드 진출까지 이루어 낸 시미즈 타카시 감독도 원래는 <주온>을 극장용이 아닌 비디오용 소프트로 출시하여 성공을 거두었으며, 항상 다음 작품을 기대하게 만드는 미이케 타카시, 이미 거장이 된 쿠로사와 키요시 등 현역에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여러 공포영화 감독들도 독립영화계에서 경험과 내공을 쌓은 뒤 제도권으로 진출한 인물들이다.

이 점에 있어서는 장르영화를 무기로 나타난 <아즈미>의 키타무라 감독도 마찬가지이다. 그는 상업영화의 최고봉이 되어 헐리우드로 건너가겠다는 야심을 공공연히 밝혔을 정도로 관객에게 철저히 서비스한다는 작품관을 갖고 있다. 장르영화의 핵심을 명확하게 파악하고 있는 키타무라 감독의 시각은 팔리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철저한 경쟁의 세계에서 직접 몸을 부대끼고 터득한 지혜인 것이다. 초창기의 날카로움이 어느 정도 무뎌지기는 했지만, <아즈미>에서도 그의 재기 넘치는 연출은 곳곳에서 빛을 발한다. 이는 그다지 특별하다고는 할 수 없는 소재로부터 잊을 수 없는 강렬한 이미지를 뽑아낸다(핏빛 장미를 물고 우아하게 일본도를 휘두르는 백의의 비죠마루!). 키타무라 감독의 독특한 영상 감각과 메이저 영화사의 자본이 행복하게 만난 결과로, 제도권 바깥과 상보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영화계의 이중구조가 가져다 준 혜택이기도 하다.

일본의 장르영화는 간단하게 요약할 수만은 없는 여러 가지 복잡한 상황과 변수가 존재하는 분야이다. 그러나 다양한 장르를 소비하는 다양한 취향의 관객층과 이들을 만족시키는 데 충분할 만큼 축적된 컨텐츠, 그리고 그 확대/재생산을 진두지휘하는 감독들의 존재가 일본 장르영화의 현재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아즈미>는 그러한 일본 장르영화의 특성이 하나의 작품에 모두 응축된 예이다.

키타무라 류헤이 (北村龍平)

1969년 오사카에서 출생. 17세 때 호주로 건너가 시드니 영상예술학교 영화과에 입학. 졸업 작품인 단편 <엑시트>가 연간 최우수 감독상과 코닥 어워드를 수상. 일본으로 돌아간 뒤 영화집단 네이팜 필름을 설립. 단 30만 엔의 제작비로 10일만에 완성한 액션 호러영화 <다운 투 헬>로 제1회 인디즈 무비 페스티벌 그랑프리를 수상. 이후 느와르 <히트 애프터 다크>를 거쳐 장편영화 데뷔작 <버서스>가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음. <소녀검객 아즈미 대혈전>은 그의 최대 흥행작이며, 현재 일본의 대표적인 괴수영화 고지라 시리즈의 50주년 기념작 <고지라: 파이널 워즈>를 작업하고 있음. 이외에도 <지옥갑자원>(야마구치 유다이 감독)을 제작하였으며, TV 드라마 <스카이 하이>, 인기 비디오 게임 <메탈 기어 솔리드: 트윈 스네이크>의 데모 영상을 연출하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재능을 발휘 중.

작품목록
<다운 투 헬> (1997)
<히트 애프터 다크> (1999)
<버서스> (2000)
<얼라이브> (2002)
<잼 필름즈> (2002 / <메신저> 에피소드 연출)
<아라가미> (2002)
<소녀검객 아즈미 대혈전> (2003)
<스카이 하이: 극장판> (2003)
<고지라: 파이널 워즈> (2004년 12월 공개 예정 / 현재 촬영중)

– 브레이크뉴스에 실은 글. 게재된 날은 2004년 6월 26일이다. 현재의 상황과 맞지 않는 내용이 있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