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일본판 블루레이 5월 발매

(C) Arkoff International, Larco Productions

래리 코헨 감독의 이색 괴수영화 <Q>(1982) 일본판 블루레이 디스크가 5월 26일 발매된다.

일본에서는 극장 개봉 없이 <하늘의 대괴수 Q>(空の大怪獣Q)로 비디오 출시되었는데, 어떻게 봐도 토호 괴수영화 <하늘의 대괴수 라돈>(1956)을 의식한 제목이다.

이 영화는 뉴욕을 무대로 하늘을 날아다니며 시민들을 습격하는 괴수와 연쇄살인사건, 그리고 이를 둘러싼 사람들의 모습을 담았다. 코헨 감독이 직접 각본을 썼고 마이클 모리아티, 캔디 클라크, 데이비드 캐러다인, 리처드 라운드트리, 제임스 딕슨 등이 출연했다. 특히 모리아티의 연기가 뛰어나며, 괴수와 대도시의 관계를 독특한 시각으로 담아낸 수작이자 코헨 감독의 대표작으로 손꼽힌다.

본고장인 미국에서는 2013년 스크림 팩토리가 블루레이를 냈고 그밖에 호주, 스페인, 브라질 등지에도 블루레이가 나와 있다. 이번 일본판은 주식회사 스팅레이의 장르영화 전문 레이블 올시네마 셀렉션의 타이틀인데, 이 타이틀만을 위한 독점 컨텐츠를 포함하여 4시간 이상의 부록이 실릴 예정이어서 눈길을 끈다. TV에서 방영된 일본어 더빙 음성이 실리는 것은 물론이다.

사양
제품번호: STDF-0046
영상: 1.78:1 / 1,080p HD
음성: 리니어 PCM 영어, 일본어 더빙, 음성해설
자막: 일본어 3종(본편, 일본어 더빙, 음성해설)
상영시간: 92분
발매원: 주식회사 스팅레이
가격: 4,600엔(소비세 8% 제외).

부록 (일본판 독점 컨텐츠는 *표기)
– 래리 코헨 감독의 음성해설
– 일본 관객을 위한 래리 코헨 감독의 영상 메시지 (약 1분)*
– 래리 코헨 감독 최신 인터뷰 “저예산 이단자의 고백” (약 25분)
– <Q를 향한 여정: 제1부> / 랜디 쿡 일본판 특별 인터뷰 (약 62분)*
– <Q를 향한 여정: 제2부> / 스티브 닐 일본판 특별 인터뷰 (약 54분)*
# 랜디 쿡과 스티브 닐은 본작의 특수시각효과 스탭. 특히 쿡은 <반지의 제왕> 3부작으로 아카데미 시각효과상을 수상했다.
– 비장 SFX 제작 과정 1: 스튜디오 미니어처 (약 15분)*
– 비장 SFX 제작 과정 2: 퍼펫 본뜨기 (약 23분)*
– 비장 SFX 제작 과정 3: 새끼 Q 조연 (약 41분)*
– 비장 SFX 제작 과정 4: 애니메이팅 풍경 (약 48분)*
– 제작 과정 사진집*
– 또 다른 결말*
– 티저 예고편
– 예고편 A
– 예고편 B
– 가치번영화제 토크 이벤트*
– 사진자료집

일본어 더빙판 정보
방영 제목: 습격하는 거대 괴조 (襲う巨大怪鳥)
방영일: 1987년 6월 11일
채널 및 방영 프로그램: TV 토쿄 <목요 양화극장>
* 본편 가운데 더빙 음성이 없는 부분(약 1분)은 오리지널 영어 음성과 일본어 자막으로 대체.

일본어 더빙판 성우
지미 퀸 (마이클 모리아티 분): 야라 유사쿠
조운 (캔디 클라크 분): 요시다 리호코
셰퍼드 형사 (데이비드 캐러다인 분): 오가와 신지
파월 경사 (리처드 라운드트리 분): 이케다 마사루

음성해설과 예고편만 부록으로 실린 북미판과 비교하면 그야말로 압도적인 사양이 아닐 수 없다. ‘초특별판(超・特別版)’이라는 수식어가 어색하지 않을 만한 수준. 여기에 영화 문필가 진무 단시로가 쓴 해설서(12쪽)이 동봉되고, 패키지 일러스트레이션은 위에 붙인 이미지를 보면 벌써 알아챘을 독자들도 있겠지만, ‘괴수 화백’으로 유명한 카이다 유지가 그렸다. 화질과 음질까지 훌륭하다면 이 영화를 사랑하는 팬들을 위한 최고의 선물이지 않을까.

출처: 올시네마 셀렉션 공식 웹사이트

[신 고지라], [킹콩 대 고지라] 4K 복원판 토쿄국제영화제 상영

<신 고지라>(シン・ゴジラ)<킹콩 대 고지라>(キングコング対ゴジラ) 4K 복원판이 제29회 토쿄국제영화제(10월 25일~11월 3일)에서 상영된다.

<신 고지라>는 일본영화의 현재를 조망하는 저팬 나우(Japan Now) 부문, <킹콩 대 고지라>는 복원 / 리마스터된 고전영화를 상영하는 일본영화 클래식스 부문에 각각 선정되었다.

일정 및 상영관 정보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으나, 일본 소식통에 따르면 <킹콩 대 고지라>는 11월 1일 EX 시어터 롯폰기에서 상영된다고 한다. <킹콩 대 고지라> 4K 복원판은 지난 7월 극장과 위성방송 채널인 일본영화 전문 채널에서 동시에 공개되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또한, <신 고지라>가 포함된 저팬 나우 부문은 전 작품에 감독이나 출연진이 참석하는 Q & A 행사가 예정되어 있으나, 안노 히데아키 총감독은 참석하지 않고 본편에 출연했던 이누도 잇신 감독이 대신 참석한다고 한다.

[신 고지라] (C) Toho Co., Ltd.
[신 고지라] (C) Toho Co., Ltd.
[킹콩 대 고지라] (C) Toho Co., Ltd.
[킹콩 대 고지라] (C) Toho Co., Ltd.
출처: 토쿄국제영화제 공식 웹사이트(신 고지라 정보 / 킹콩 대 고지라 정보), 쿄도통신 PR 와이어, 영화 나탈리

[킹콩 대 고지라] 4K 복원판 공개

(C) Toho Co., Ltd.
(C) Toho Co., Ltd.

고지라 시리즈 사상 최대의 히트작이자, 동서양을 대표하는 거대 괴수의 격돌을 그려 화제를 모았던 영화 <킹콩 대 고지라>(キングコング対ゴジラ)가 최신 디지털 리마스터 기술을 활용한 4K 해상도 완전판으로 복원되었다.

<킹콩 대 고지라>의 4K 복원판 제작은 12년 만에 부활하는 일본판 고지라 신작 <신 고지라>의 공개(7월 29일 예정)와 2020년 헐리우드 리메이크 <고지라 대 콩>의 공개를 기념하는 프로젝트이다. 역대 최고의 화질과 음질로 복원된 본편은 7월 14일 밤 9시, 위성방송 채널인 일본영화 전문 채널과 스카이 퍼펙트 TV 4K 종합 채널, 그리고 토호 시네마즈 신쥬쿠 극장에서 동시에 방영 및 상영되었다.

1962년 토호 창립 30주년 기념작으로 공개된 <킹콩 대 고지라>는 고지라 시리즈 통산 제3편이며 시리즈 최초의 컬러영화이기도 하다. 토호는 1954년 <고지라>, 1956년 <하늘의 대괴수 라돈>, 1961년 <모스라> 등을 성공시키며 괴수와 SF 특촬영화를 자사의 주요 프랜차이즈로 밀고 있었다. 한편 1933년 오리지널 <킹콩>의 스톱 모션 시각효과를 담당했던 윌리스 오브라이언은 킹콩과 프랑켄슈타인이 만나는 후속작을 추진해 왔는데, 이 기획안은 여러 가지 사정에 의해 토호로 흘러들어갔고 마침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나오게 된 작품이 바로 <킹콩 대 고지라>이다. 오리지널 <킹콩>은 고지라 시리즈의 특기감독이자 일본 특촬영화계의 거목인 츠부라야 에이지에게 큰 영향을 끼친 작품이기도 했다.

고도 성장기에 접어든 일본. 퍼시픽 제약은 스폰서를 맡고 있는 TV 프로그램 <세계 경이 시리즈>의 시청률을 높이기 위해 남태평양 파로섬에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진 ‘거대한 마신’ 킹콩을 생포한다. 그러나 운반 도중 바다 위에서 깨어난 킹콩은 일본에 상륙하여 날뛰기 시작하고, 설상가상으로 북극해에서 깨어난 고지라도 귀소본능에 따라 일본에 나타나면서 일촉즉발의 위기가 고조된다. 경쾌하고 속도감 있게 펼쳐지는 킹콩과 고지라의 대결은 오락영화의 진수를 맛보게 하며, 시청률 압박에 시달리는 셀러리맨과 방송국 직원 등으로 설정된 인간 캐릭터들이 당시 사회상을 코미디와 애환을 담아 그려낸 드라마도 괴수 특촬 못지 않은 완성도를 지녔다. 1962년 공개 당시 일본에서 1,20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한 <킹콩 대 고지라>의 흥행 기록은 고지라 시리즈 최고로서 아직도 깨지지 않고 있다.

<킹콩 대 고지라>의 4K 리마스터는 고전영화의 리바이벌 이벤트로서도 가치가 있지만, 작품 자체의 복원 및 보존 면에서도 의미가 깊다. 제작사 토호는 1960년대 말부터 약 10년에 걸쳐 아동 및 가족 관객층을 목표로 한 동시상영 프로그램 ‘토호 챔피언 축제’를 전개한다. 토호 챔피언 축제는 당시 심각했던 관객 감소 현상에 대응하기 위해 봄, 여름, 겨울방학 시기에 토호 특촬영화(신작 및 구작)를 중심으로 애니메이션과 특촬 TV 시리즈 에피소드, 스포츠나 아이돌 영화 등을 한데 묶어 상영하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1969년 겨울방학 시기 상영되었던 토호 챔피언 축제 제1회 프로그램은 다음과 같다.

<고지라 미니라 가바라 올 괴수대진격> (신작 고지라 영화)
<콩트 55호 우주대모험> (인기 코미디언 콤비 콩트 55호가 주연한 SF 모험영화)
<거인의 별> “가라 가라 휴마” (스포츠 애니메이션 TV 시리즈 에피소드)

<킹콩 대 고지라>는 1970년 제2회, 1977년 제17회 두 차례 상영되었는데, 당시 극장 상영 기준으로는 원본 상영시간(97분)으로 낼 수 없어 감독 혼다 이시로가 직접 74분으로 단축 편집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35mm 원본 네거티브 필름에 직접 손을 대었고, 편집된 23분 분량의 원본 필름이 유실되어 버렸다. 따라서 최근까지도 재상영 이벤트 등으로 극장에 걸린 <킹콩 대 고지라>의 버전은 이 토호 챔피언 축제 단축판 뿐이었다.

홈 비디오 쪽에서는 1986년 유실된 부분을 16mm 필름으로 보완한 ‘원본 길이 버전’이 비디오카세트로 출시되었고, 1991년에는 새로 발견된 35mm 필름으로 복원한 버전이 레이저디스크(LD)로 출시되었다. 그러나 이들 버전은 원래 있던 부분과 복원한 부분의 화질 격차라던가 필름을 이어붙인 흔적이 심하게 남는 등의 문제점이 있어 아쉬움을 남겼다. 이후 발매된 DVD(2001년)나 블루레이 디스크(2014년)는 디지털 기술의 발달과 추가로 발견된 필름으로 보정 작업이 이루어진 결과 훨씬 양호한 화질을 보여 주었으나, 블루레이 디스크가 나왔던 2014년까지도 ‘롤 1’ 부분의 네거티브 필름은 찾지 못한 상태였다. 이번 4K 복원은 바로 이 롤 1 필름의 기적적인 발견으로 착수되었다고 한다.

고지라 시리즈 최초로 실시된 4K 복원 작업을 위해 현재 남아 있는 필름 가운데 상태가 가장 좋은 것들이 엄선되었으며, 독일 아리(ARRI)의 아리스캔(ARRISCAN) 필름 스캐너, 스넬 어드밴스트 미디어(Snell Advanced Media)의 퀀텔 리오(Quantel Rio) 그레이딩 시스템, MTI의 노바(Nova)와 HS-ART의 디아만트(DIAMANT) 필름 복원 전문 소프트웨어 등이 투입되었다. 음향은 현존하는 4채널 시네테이프의 데이터를 활용하였다. 이것으로 지금까지 부족했던 부분을 세부까지 꼼꼼하게 복원한 <킹콩 대 고지라>의 완전판이 나오게 되었다.

정식 공개에 앞서 열렸던 관계자 시사회에 참석한 나카노 테루요시 특기감독은 복원판을 본 뒤 완성된 작품을 현상소에서 처음 검토했을 때의 느낌이 되살아난 듯 하다면서 극찬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카노 특기감독은 츠부라야 특기감독의 제자이자 훗날 쇼와 후기 고지라 시리즈를 비롯한 다수의 토호 특촬영화에서 특기감독을 맡았던 인물. <킹콩 대 고지라>에는 특기감독조수로 참여하였다.

<킹콩 대 고지라> 완전 복원판은 극장과 스카이 퍼펙트 TV 4K 프리미엄 채널에서는 원래의 4K 해상도로, 일본영화 전문 채널에서는 2K 해상도로 다운컨버트되어 각각 공개되었다. 추후 4K 울트라 HD 블루레이 타이틀의 발매도 기대해 봄직하다.

(C) Toho Co., Ltd.
(C) Toho Co., Ltd.

출처: 일본영화 전문 채널 <킹콩 대 고지라> 4K 완전판 공식 웹사이트
참고 링크: 마이내비 뉴스 (복원판 제작 과정이 잘 정리되어 있다) / LD DVD & 블루레이 갤러리 <킹콩 대 고지라> 페이지 (작품에 관련된 방대한 관련 타이틀과 정보를 소장 및 정리해 놓았다)

킹콩 – 위대한 고릴라 제왕의 연대기

※ 읽기 전에

피터 잭슨 감독의 <킹콩> 국내 개봉을 맞아 영화 주간지 [씨네 21] 532호(2005년 12월 13일자)에 기획 기사 형식으로 기고한 글이다.

모든 킹콩 영화의 원조가 된 1933년판 <킹콩>부터 그 아류작까지 70여 년에 이르는 역사를 작품 중심으로 정리했고, 기획 단계에서 좌절된 미완성 프로젝트에 대한 정보도 간략하게 실었다. 10년 전에 쓴 글이므로 현재 상황과 맞지 않는 부분이 있음에 유의하시라.

이 글의 저작권은 나와 [씨네 21]이 갖고 있으므로 무단 인용이나 게재는 허락하지 않는다.

(C) Universal Pictures
(C) Universal Pictures

12월 14일, 피터 잭슨 감독의 신작 <킹콩>이 한국의 극장가를 찾는다. 잭슨이 어린 시절 오리지널 작품을 본 뒤 영화감독이 되기로 결심했다는 일화처럼 <킹콩>은 1933년 세상에 나온 이후 지금까지 수많은 사람들을 매료시켜 왔고, 그들 가운데 영화라는 길을 걷게 된 사람들 역시 셀 수 없을 정도다. 아울러 70여 년에 이르는 킹콩의 기나긴 역사는 다양한 속편과 관련작, 아류작들로 가득 채워져 있으며 그 자체가 시각효과와 장르영화의 발전사와도 일맥상통한다. 2005년 새롭게 탄생한 <킹콩>을 보러 가기 전에 이 거대한 고릴라가 만들어 온 연대기를 한 번 되짚어 보는 것은 한층 흥미로운 관람을 위한 좋은 준비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 혹시 아는가. 오늘 옆 자리에서 같이 영화를 본 그 사람이 훗날 유명한 감독이 될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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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콩> King Kong (1933)
감독 : 메리언 C. 쿠퍼, 어니스트 B. 쇼드색
출연 : 페이 레이, 로버트 암스트롱, 브루스 캐봇
흑백 / 100분

(C) RKO Radio Pictures
(C) RKO Radio Pictures

<킹콩>은 탐험가 기질을 타고난 제작자 겸 감독 메리언 C. 쿠퍼가 창조한 작품이다. 일찍이 거친 탐험과 야생동물(특히 고릴라)에 깊은 흥미를 가졌던 그는 대공황의 절정에 직면해 있던 1930년대 초의 대중을 현실 세계로부터 잠시나마 도피시켜 줄 오락 영화의 결정판을 만들고자 했다. 동료인 어니스트 B. 쇼드색과 함께 세계 각국 오지의 생생한 장면을 담은 다큐멘터리로 유명해진 쿠퍼는 <킹콩>에서 자신을 매료시켰던 모든 요소들을 펼쳐 보인다. 해골섬으로 대표되는 미지의 땅으로의 모험담, 야수 콩이 상징하는 자연과 칼 데넘이 상징하는 문명과의 대립각, 콩과 금발의 미녀 앤 대로우가 연출하는 고전적인 미녀와 야수 플롯… 이 모든 것을 영상에 담아낸 작품은 당시로서는 거의 전례가 없었다.

또한 시각효과의 역사에 있어 <킹콩>은 대단히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영화다. <킹콩>이야말로 시각효과가 스토리를 이끌어간 거의 최초의 영화이자, 동시에 그것이 가장 완전한 형태로 구현된 영화이기 때문이다. 주인공은 앤 대로우도 킹콩 자신도 아닌, 털가죽과 점토로 뒤덮인 철골 인형을 영상 속에서 날뛰는 거대 고릴라로 재탄생시킨 시각효과인 것이다. 이는 1925년 아서 코난 도일의 소설을 각색한 <잃어버린 세계>로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윌리스 오브라이언의 솜씨. 그가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과 배면 투사, 매트 페인팅 등 당시에 가능했던 모든 기술효과를 총동원해 만들어 낸 <킹콩>의 환상적인 영상은 투박한 흑백 화면을 벗어나 관객의 상상력과 경외감을 자극하는 놀라운 박력으로 가득하다. 특히 킹콩과 티라노사우루스 렉스가 벌이는 격투 장면, 긴장감과 공포가 생생한 외나무다리 시퀀스, 성이 나 원주민 마을을 잔혹하게 파괴하는 콩의 묘사 그리고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꼭대기의 장렬한 라스트 등은 그 하나하나가 고전이 되어 수많은 영화와 애니메이션 등에서 인용 및 재생산되었다.

<킹콩>은 거대 괴수 영화의 시조로서도 가치가 높다. 공룡을 포함한,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압도적인 힘을 가진 거대 괴수가 등장하는 영화는 물론 그 이전에도 존재했다. 그러나 킹콩은 그들과는 차별된 독자적인 캐릭터를 가졌으며 괴수 캐릭터가 영화를 대표하는 역할을 처음으로 완수함으로써 이후 레이 해리하우젠의 창조물들이나 일본의 고지라와 가메라 등으로 대표되는 거대 괴수 장르의 맹아가 된다. 약 2년여의 제작 기간을 거쳐 1933년 3월 2일 공개된 <킹콩>은 흥행에서 대성공을 거두었으며 작품에 관련된 모든 사람을 유명인사로 만들었다. 1991년에는 미국 국회 도서관의 영구 보존 문화재로 지정되었고 1998년에는 미국 영화 연구소가 뽑은 역대 최고의 미국 영화 100편에 선정되기도 하는 등, <킹콩>은 70여 년의 세월을 거치면서 한 시절을 풍미한 영화로부터 시각효과의 진수를 만끽할 수 있는 고전이자, 거대 괴수 영화의 출발점을 거쳐 당당한 문화적 아이콘의 반열에까지 오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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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의 아들> Son of Kong (1933)
감독 : 어니스트 B. 쇼드색
출연 : 로버트 암스트롱, 헬렌 맥, 프랭크 라이커
흑백 / 70분

(C) RKO Radio Pictures
(C) RKO Radio Pictures

<킹콩>의 대성공 직후, RKO는 쿠퍼에게 ‘연말 시즌을 목표로 가능한 한 빨리 속편을 만들라’고 요청했다. 쿠퍼 역시 킹콩의 유명세가 식으면서 아류작이 난립하기 전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고 판단하여 8개월 만에 신속히 만든 속편이 바로 <콩의 아들>이다. 칼 데넘 일행이 보물을 찾기 위해 해골 섬에 돌아가 킹콩의 아들 키코와 만나게 된다는 내용을 다룬 이 속편은 흥행에도 성공했고 윌리스 오브라이언의 스톱 모션 시각 효과도 여전히 훌륭했다.

그러나 작품의 전체적인 완성도는 전편과 비교할 수 없이 떨어진 것으로 평가 받았다. 그 이유로는 위화감이 들 정도로 강조된 코미디와 연결이 엉성하고 부자연스러운 스토리를 들 수 있을 것이다. 무자비한 야성의 상징이었던 킹콩과는 달리 키코는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온순하고 충성스러운 고릴라인데, 애교 있고 귀엽기는 하지만 전편에서 압도적인 박력을 내뿜었던 아버지만은 못했다. 킹콩을 이용하다 결국 죽음에 이르게 한 장본인인 데넘이 또 다시 자신의 이윤을 위해 섬에 돌아온다는 설정과 결말에서 키코가 그를 구하기 위해 목숨을 바친다는 내용도 그리 유쾌한 것만은 아니었다.

이 같은 퀄리티 저하는 속편을 거의 동시에 기획하여 전편 이상으로 물량 공세를 퍼붓는 현재와는 달리 촉박한 스케줄과 절반으로 깎인 예산이라는 당시의 제작 환경에 기인한 어쩔 수 없는 결과였다. 이와 같은 작품 내외적 한계 때문에 <콩의 아들>은 킹콩의 정사(正史)에 틀림없이 속함에도, 상대적으로 빛을 보지 못했던 비운의 작품이 되고 말았다. 또한 이 같은 시행착오는 반세기 뒤 데 라우렌티스판 리메이크의 속편인 <킹콩 2>에서도 그대로 반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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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티 조 영> Mighty Joe Young (1949)
감독 : 어니스트 B. 쇼드색
출연 : 테리 무어, 벤 존슨, 로버트 암스트롱
흑백 / 94분

<마이티 조 영> Mighty Joe Young (1998)
감독 : 론 언더우드
출연 : 빌 팩스턴, 샬리즈 테론, 레이드 세베드지야
컬러 / 114분

(C) Argosy Pictures
(C) Argosy Pictures

<마이티 조 영>은 <킹콩> 시리즈가 아니지만 메리언 C. 쿠퍼(제작), 어니스트 B. 쇼드색(감독), 윌리스 오브라이언(시각효과) 등 <킹콩>을 만들었던 여러 재능들이 다시 한 번 머리를 맞댄 결과물이다. 아울러 야성과 문명이 충돌한다는 주제 역시 <킹콩>의 변주에 해당하기 때문에 항상 함께 언급되곤 하는 작품이다. 주인공은 아프리카에서 ‘조셉 영’이라는 이름의 고릴라와 함께 자란 소녀 질(테리 무어 분). 이 영화에서 그들은 칼 데넘처럼 탐욕스러운 흥행사 맥스 오하라(다름 아닌 데넘 역의 로버트 암스트롱이 연기했다)에게 발탁되어 헐리우드의 호화 나이트클럽에서 서커스를 공연하지만 결국 탈출하여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게 된다는 내용이다.

<킹콩>과 다른 점은 마음이 따뜻해지는 해피 엔딩. 드라마와 액션의 조화가 뛰어나며 무엇보다도 훨씬 발전된 시각효과를 만끽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눈에 띄는 부분은 실사 캐릭터와 스톱 모션 캐릭터가 동작을 주고받는 장면이 많이 등장한다는 점. 아프리카에서 카우보이들이 벌이는 조의 포획 작전, 조가 10명의 장사와 줄다리기를 벌이는 장면 등에서 이러한 효과가 두드러진다. 그리고 사람이 손수 모델의 자세를 바꿔야 하는 스톱 모션의 특성 상 프레임마다 털의 모양이 달라졌던 <킹콩>과는 달리, <마이티 조 영>의 조는 표면에 고무를 입히는 등의 개선이 이루어졌고 털의 재질감도 훨씬 리얼하게 재현할 수 있었다. 오브라이언의 거듭된 실험의 결과로 한층 동작 묘사가 부드러워진 스톱 모션도 영상의 퀄리티를 높이는 데 기여했다. 이 영화는 윌리스 오브라이언의 조수로 참여하여 약 80%에 이르는 애니메이션 작업을 소화해 낸 레이 해리하우젠의 재능을 엿볼 수 있는 기회라는 점에서도 스톱 모션의 역사에 있어 의미가 깊다.

1998년에 제작된 리메이크는 배경을 현대로 옮겼고 동물 보호론자로 설정이 바뀐 질이 조와 함께 밀렵꾼들의 위협에 맞서는 내용을 그렸다. <불가사리>로 시각효과 영화를 체험했던 론 언더우드 감독이 안정된 연출력을 선보였으며, 1976년판 <킹콩>과 <그레이스토크 타잔> <정글 속의 고릴라> 등을 통해 1급 특수분장 전문가로 인정받은 릭 베이커가 수트메이션과 모델을 담당했다. 여기에 적절히 사용된 CG가 조화된 영상은 유인원 시각효과의 한 정점을 기록한 것으로 평가 받았다. 테리 무어와 해리하우젠이 남녀 주인공을 보며 ‘처음 만났을 때의 당신 모습이라오’ 라고 말하는 카메오 장면도 인상 깊다.

(C) RKO Pictures, Walt Disney Pictures
(C) RKO Pictures, Walt Disney Pictur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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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콩 대 고지라> キングコング対ゴジラ (1962)
감독 : 혼다 이시로
출연 : 타카시마 타다오, 사하라 켄지, 아리시마 이치로
컬러 / 98분

(C) Toho Co., Ltd.
(C) Toho Co., Ltd.

거대 괴수의 제왕 킹콩과 일본을 대표하는 괴수 고지라의 대결을 그려 큰 화제를 모았던 오락대작. 일본에서만 1,200만 명의 관객을 동원, 고지라 시리즈 사상 최대의 흥행 기록을 세웠으며 세계적으로도 고지라 시리즈의 대표작으로서 높은 지명도를 가진 작품이다. 시각효과 면에서는 오리지널 <킹콩>의 스톱 모션 대신 일본 특유의 수트메이션(배우가 괴수 옷을 입고 연기하는 기법)과 미니어처 특촬을 활용한 것이 가장 큰 차이점이다. 그러나 못생긴 얼굴로 대표되는 킹콩 수트의 조악한 조형과 극중 킹콩이 고압전선을 씹어 대전체질로 변한다는 묘사, 신장 50m의 고지라에 맞추기 위해 터무니없이 거대화된 킹콩의 설정 등은 골수 킹콩 팬들로부터 혹평을 받기도 했다.

킹콩의 역사에서 매우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는 이 영화의 기원은 다름 아닌 윌리스 오브라이언. 슬럼프에 빠져 있던 그가 재기를 준비하면서 기획했던 작품은 킹콩이 프랑켄슈타인 박사의 증손자가 만든 합성괴수 깅코와 대결을 벌인다는 내용의 <킹콩 대 프로메테우스>였다. 오브라이언은 유나이티드 아티스츠의 프로듀서 존 벡과 함께 제작을 추진했으나, 우여곡절을 거쳐 오브라이언은 배제된 채 작품의 아이디어만 일본의 토호 영화사까지 흘러가게 된 것. 결국 고지라 시리즈 3번째 작품으로 발표된 <킹콩 대 고지라>는 오브라이언의 의도와는 너무나 많이 달라진 작품이 되었고, 죽기 얼마 전에야 자신의 아이디어가 엉뚱한 방향으로 빗나갔음을 뒤늦게 알게 된 오브라이언의 상심은 대단히 컸다고 전해진다.

인간 드라마 부분에서는 괴수 대결 영화와 함께 당시 일본에서 고도성장기의 애환을 그려 인기를 모았던 셀러리맨 영화의 플롯을 차용한 것이 특징이다. 캐릭터 묘사에 능한 혼다 이시로 감독의 연출과 세키자와 신이치 작가의 각본에 의해 두 장르가 자연스럽게 결합된 수작으로 인정받았다. 츠부라야 에이지가 담당한 킹콩과 고지라의 코믹하면서도 박력 넘치는 대결 장면도 훌륭한 볼거리인 <킹콩 대 고지라>는 나름대로 현지화에 성공한 킹콩 영화의 방계 작품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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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콩 쇼> The King Kong Show (1966)
제작 : 아서 랜킨 주니어, 줄스 배스
출연 : 빌리 메이 리처즈, 칼 배너즈, 수전 콘웨이
컬러 / 전 26화(편당 각 6분)

(C) Rankin/Bass Productions, Videocraft International
(C) Rankin/Bass Productions, Videocraft International

미국 ABC 채널을 통해 방영된 애니메이션 시리즈. 몬도 섬에서 연구 활동 중인 과학자 본드 교수 가족이 킹콩과 함께 다양한 모험을 체험한다는 내용으로 방영 당시 큰 인기를 모았으며, 한 번만 들어도 따라 부를 수 있는 쉬운 멜로디의 주제가가 인상적이다. 일본의 토에이 동화에서 애니메이션을 제작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현재 기준에서는 다소 어설프고 조악해 보이는 것이 사실이지만, 단순한 스토리와 친근감 있는 캐릭터들은 모든 연령을 대상으로 한 애니메이션으로서의 본령에 충실하다. 제작자 랜킨과 배스의 대표작으로는 크리스마스 때마다 단골로 방영되는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 <루돌프 사슴코>(1964)가 있는데, 이 작품은 2030세대들이라면 TV로 한 번씩은 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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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콩의 역습> キングコングの逆襲 (1967)
감독 : 혼다 이시로
출연 : 타카라다 아키라, 로즈 리즌, 아마모토 히데요
컬러 / 104분

(C) Toho Co., Ltd.
(C) Toho Co., Ltd.

토호 창립 35주년 기념작. 킹콩의 새로운 실사영화를 만들고자 했던 <킹콩 쇼>의 랜킨-배스 프로덕션과 <킹콩 대 고지라>의 대성공으로 고무된 토호의 의향이 접점을 이룬 작품이다. 원래 토호는 킹콩과 괴수 에비라가 대결한다는 내용의 <로빈슨 크루소 작전 킹콩 대 에비라>라는 각본을 제출했으나 기각되었고, <킹콩 쇼>의 캐릭터와 설정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각본이 채택되어 만들어진 것이 바로 <킹콩의 역습>이다. 본드 가족 대신 UN의 다국적 연구원들이 주인공이며, <킹콩 쇼>에 나왔던 악당 닥터 후와 그가 만든 로봇 고릴라인 메카니콩도 실사로 등장한다. <킹콩 대 고지라>와 마찬가지로 수트메이션과 미니어처 특촬이 사용되었는데, 특히 영화 초반부 킹콩과 T-렉스형 괴수 고로사우루스가 싸움을 벌이는 시퀀스는 특촬감독 츠부라야 에이지가 오리지널 킹콩에 대한 존경을 표한 명장면이다.

이외에도 정교한 실사와 모델의 합성, 킹콩의 강력한 힘을 중량감 있는 영상에 담은 촬영 기법 등 전반적인 특촬의 질은 <킹콩 대 고지라>에 비해 훨씬 발전되어 있다. 닥터 후로 분한 성격 배우 아마모토 히데요, 마담 피라냐 역의 하마 미에(007 <두 번 산다>의 본드 걸) 등 배우들의 개성 있는 연기도 볼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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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콩> King Kong (1976)
감독 : 존 길러민
출연 : 제프 브리지스, 제시카 랭, 찰스 그로딘
컬러 / 134분

<킹콩 2> King Kong Lives (1986)
감독 : 존 길러민
출연 : 린다 해밀턴, 브라이언 커윈, 존 애쉬튼
컬러 / 105분

(C) Dino De Laurentiis Company
(C) Dino De Laurentiis Company

<킹콩>의 대규모 리메이크 계획은 1976년 이전에도 이후에도 있었으나, <포세이돈 어드벤처>나 <타워링> 등 재난영화가 한 때의 붐을 이뤘던 당시야말로 뉴욕에 나타난 거대한 고릴라의 난동을 다시 한 번 연출할 가장 적합한 시기였을 것이다. 여기에 두둑한 배짱이라면 메리언 C. 쿠퍼에 지지 않을 명 프로듀서 디노 데 라우렌티스가 나서면서 결국 1933년작 이후 첫 공식 리메이크인 1976년판 <킹콩>이 태어나게 된다.

미국에서는 파라마운트가 배급했던 이 리메이크는 촬영에 들어가기 전부터 영화화 판권을 사이에 둔 유니버설과의 혈투로 이미 상당한 이목을 끌었으며, 실물 크기의 ‘로봇 킹콩’이 등장한다는 홍보는 그 이상의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대부분의 리메이크가 그렇듯 오리지널에 비해 신선함과 박진감이 떨어진다는 점은 이 영화도 예외는 아니다. 밋밋하게 늘어난 스토리에 2시간 14분이라는 상영시간은 너무 길었고, 시각효과는 오리지널보다 존재감이 훨씬 뚜렷했지만 그만큼 영상 표현의 자유도가 제한되었다. 실제 로봇 대신 릭 베이커가 고릴라 수트를 입고 연기한 장면이 더 많이 나온다는 부분은 특히 혹평을 많이 받았다.

하지만, 기계 장치를 통해 연출된 킹콩의 다양하고 리얼한 표정들과 실물 크기로 만들어진 인조 킹콩 팔의 완성도는 이 영화와 함께 쏟아졌던 숱한 아류작들과는 비교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로 뛰어났다. ‘내게 있어 오리지널 <킹콩>은 없는 거나 마찬가지다’라는 존 길러민 감독의 말처럼 킹콩에 대한 재해석도 돋보이는데, 오리지널에서의 잔인무도한 야성 그 자체였던 킹콩이 보다 감정에 민감한 동물로 묘사된 부분은 이 작품만이 가진 독특한 점이라고 할 수 있다. 존 배리의 서정적인 음악과 리처드 클라인의 촬영 등 당시나 지금이나 일급이라는 평가가 아깝지 않은 즐길 거리도 찾아볼 수 있다. 아울러 오리지널인 1933년판이 제대로 소개되지 않았던 한국에서는 이 영화를 통해 킹콩의 이미지가 각인된 팬들이 많다.

한편 <킹콩>의 속편인 <킹콩 2>에서는 전편에서 죽었다고 여겨졌던 킹콩이 10년 후 심장 이식 수술을 통해 부활한다. 여기에는 1982년 첫 개발에 성공한 인공심장이라는 과학적 배경이 자리하고 있다. 암컷 고릴라 ‘레이디 콩’이 등장하고 킹콩과 레이디 콩의 로맨스(!)를 도입한 방식은 1933년 당시 <킹콩>과 <콩의 아들>과의 관계를 연상시키고, 마지막 장면에서 두 고릴라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이 등장한다는 점도 그렇다. 시각효과 기법은 전편에서 사용된 방식을 대부분 재활용하고 있으나, 형편없이 깎인 예산 때문에 수트와 미니어처의 질은 상당히 떨어져 있다. 10년 전의 감각 그대로 작품을 이끌어 간 존 길러민 감독의 연출은 엉성한 각본과 함께 부작용을 일으켜 결국 전편만큼의 중량감도, 시각적 쾌감도 이끌어내지 못한 결과물이 되고 말았다. 많은 킹콩 팬들에게 죄의식을 동반한 즐거움으로 기억된다.

(C) De Laurentiis Entertainment Group
(C) De Laurentiis Entertainment Gro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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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콩의 대역습> A*P*E (1976)
감독 : 폴 레더
출연 : 로드 애런츠, 조애나 컨스, 이낙훈
컬러 / 87분

(C) Lee Ming Film Co., 국제영화흥업주식회사
(C) Lee Ming Film Co., 국제영화흥업주식회사

<킹콩>의 아류작들 가운데 거의 최하급 퀄리티를 자랑하는 문제작(?). 제목부터 데 라우렌티스의 <킹콩> 리메이크로 조성된 ‘킹콩 붐’에 편승하려는 목적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한미 합작으로 제작되어 이낙훈, 우연정, 조춘 등의 한국 배우들이 출연한 것은 물론, 대부분의 장면이 한국에서 촬영되었다는 점이다. 따라서 1960년대 이후 근근이 이어져 온 한국 괴수영화의 계보에도 포함시키는 것이 가능하나, 아쉽게도 작품 자체의 완성도는 논하기조차 어려운 수준이다.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드는 스톱 모션을 활용하는 대신 배우가 괴수 수트를 입는 수트메이션 기법을 채택했는데, 조악하기 짝이 없는 수트는 관객들이 고릴라로 감정이입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막고 있으며, 상어 시체를 물에 헹구는 것을 대결 장면이라고 찍어놓은 꼴이나 카메라를 향해 가운뎃손가락을 날리는 고릴라의 황당한 모습 등은 두고두고 회자되는 명장면(?)이기도 하다. 놀랍게도 3-D 입체 영화로 제작되어 카메라를 향해 총부리를 겨누는 병사의 커트와 같은 흔적이 남아 있다.

이런 Z급 영화만을 즐기는 팬들이라면 환호성을 지를 만한 요소들로 가득하지만, 평범한 관객들까지 굳이 찾아서 볼 필요는 없을 것이다. 대중에게 ‘킹콩은 유치한 괴수 영화’라는 왜곡된 인식을 심어준 데는 이런 터무니없는 영화들의 잘못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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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퀸콩> Queen Kong (1976)
감독 : 프랭크 애그러머
출연 : 로빈 애스크윗, 룰라 랜스카, 밸러리 리온
컬러 / 87분

(C) Cine-Art München, Dexter Film London
(C) Cine-Art München, Dexter Film London

제목 그대로 ‘<킹콩>의 여성 버전’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영화는 주요 캐릭터의 성을 오리지널과 정반대로 바꿔버린 것이 특징이다. 유방이 달린 암컷 거대 고릴라가 남성 캐릭터를 납치하며, 그 남성 캐릭터는 여성 감독의 구애를 뿌리치고 갖은 고생 끝에 고릴라와 행복하게 잘 산다는 줄거리. 이 쯤 되면 여성 버전 정도가 아니라 아예 패러디에 가까운 수준인데, 여기에 실로 조잡하기 짝이 없는 뮤지컬 장면이 이따금씩 삽입되어 황당함은 점차 더해간다. 마지막 장면에서는 주인공의 설득으로 런던 시내(그렇다, 이번에는 고릴라가 빅 벤에 매달린다!)의 모든 여성들이 ‘여성 해방’ 등의 푯말을 들고 고릴라를 응원하는 것으로 끝난다.

액션보다는 코미디와 개그에 치중하는 등 ‘한 번 놀아 보자’는 제작 의도가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저예산도 아니고 ‘무예산’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만큼 조악한 영상과 허술한 연기, 뮤지컬이라고 말하기도 힘든 최악의 노래 등 웬만한 강심장이 아니면 끝까지 버티기 어려운 수준이다. 이 작품을 심히 불쾌하게 여겼던 디노 데 라우렌티스는 법원 명령을 통해 개봉을 막았으며 2001년이 되어서야 해금, 일본에서 최초로 극장 공개되었다. 미국에서는 2003년에 DVD로 곧장 출시되었다. 킹콩의 야사에 해당하는 작품으로 ‘이런 것이 있었구나’ 하는 정도로 넘어가는 것이 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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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성왕> 猩猩王 (1977)
감독 : 하몽화
출연 : 에벌린 크래프트, 이수현, 곡봉
컬러 / 87분

(C) Shaw Brothers
(C) Shaw Brothers

홍콩 쇼 브라더스 최초의 본격 괴수 영화. 역시 70년대 ‘킹콩 붐’에 영향 받은 작품이기는 하나 다른 아류작들과는 달리 거대 ‘고릴라’가 아닌 거대 ‘북경원인’이 등장한다는 점이 이채롭다. 인도 로케를 통해 현지의 이국적인 풍물과 코끼리, 호랑이, 코브라 등 맹수들의 활약을 화면에 담았으며 한국 관객들에게 너무나도 친숙한 배우인 이수현이 주인공으로 출연하는 등 여타의 킹콩 관련작들과는 확실히 차별되는 분위기다.

특촬은 츠부라야 에이지로부터 사사받은 아리카와 사다마사가 담당하였으며 훗날 헤이세이 고지라 시리즈의 특촬감독이 된 카와키타 코이치 등 일본 특촬계의 중진들이 대거 참여하였다. 홍콩영화의 특징적인 빠른 장면 전환과 과장된 상황 연출, 의외의 잔혹한 유혈 묘사 등으로 인해 컬트적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극중 북경원인의 친구인 야생의 미소녀 에벌린 크래프트의 요염한 자태는 관객은 물론 촬영 스탭들까지도 침 흘리게 했다는 후문. 2004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를 통해 국내에서도 상영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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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콩 – 불발된 프로젝트들

워낙 큰 반향을 일으켰던 작품답게 ‘킹콩’이라는 이름을 달고 영화계를 떠돌았던 미완성 프로젝트들도 수없이 많았다. 킹콩의 아버지인 쿠퍼와 쇼드색조차 <콩의 아들>의 속편 <킹콩의 새로운 모험>을 기획하기도 했는데, 이것은 1편의 시점에서 데넘 일행이 킹콩을 뉴욕으로 운반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사건을 다룰 예정이었다. 쿠퍼는 자신이 개발한 시네라마 기술을 활용한 킹콩 영화를 구상하기도 했는데, 다른 사람들이 킹콩의 명성을 함부로 망치지 못하도록 ‘노 리메이크’ 선언을 했다. 이 때문에 1973년 그가 죽기 전까지 많은 기획안들이 무산되었다. 영국 공포영화의 명가 해머에서는 드라큘라, 프랑켄슈타인 등 유니버설 몬스터의 리메이크에 이은 <킹콩>의 리메이크를 제안했고, 1970년대 초 스톱 모션 애니메이터 짐 댄포스는 당시 퍼블릭 도메인이었던 <킹콩> 소설판의 영화화를 추진했으나 RKO의 이의 제기로 무산되었다. B급영화의 대부로 잘 알려진 로저 코먼도 1976년작 리메이크의 판권을 둘러싼 북새통을 틈타 한몫 챙기려 했고, 1990년대 초반에는 토호가 <킹콩 대 고지라>의 리메이크를 검토하기도 했다. 리메이크의 배턴이 피터 잭슨에게 넘어가기 전 거론된 감독으로는 존 랜디스 등이 있다.

워너 브라더스의 고전 괴수영화 블루레이 발매

워너 브라더스가 올가을 자사의 고전 괴수영화 4편을 블루레이 디스크로 발매한다.

발매작은 방사능에 의해 거대화된 개미들의 습격을 그린 <그것들>(Them! / 고든 더글러스 감독, 1954년), <고지라>에 큰 영향을 끼쳤고 레이 해리하우젠의 스톱 모션 시각효과가 빛나는 걸작 <심해에서 온 괴물>(The Beast from 20,000 Fathoms / 유진 루리 감독, 1953년), <킹콩>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거대 고릴라 영화의 고전 <마이티 조 영>(Mighty Joe Young / 어니스트 B. 쇼드색 감독, 1949년), 그리고 1933년판 <킹콩>의 속편인 <콩의 아들>(Son of Kong / 어니스트 B. 쇼드색 감독, 1933년)이다. 참고로 1933년판 <킹콩>은 지난 2010년 블루레이로 발매되었다.

발매일은 4편 모두 10월 6일, 정가는 편당 19달러 98센트이다. 각 타이틀의 상세한 사양은 발표되지 않았으나, 기존 DVD를 기반으로 한 업그레이드일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4편을 디지북 형태의 호화 패키지에 묶은 <특수효과 컬렉션>(Special Effects Collection) 블루레이 박스도 같은 10월 6일 정가 54달러 96센트에 동시 발매된다.

국내 발매는 위축된 블루레이 시장 상황 상 그다지 기대하지 않는 편이 나을 것 같다. 특히 워너 브라더스가 한국 시장을 대상으로 한 고전영화 타이틀 발매에 지극히 소극적임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물론 국내 발매가 확정된다면 이곳을 통해 소식을 전하도록 하겠다.

[그것들!] (C) Warner Bros.
[그것들!] (C) Warner Bros.
[심해에서 온 괴물] (C) Warner Bros.
[심해에서 온 괴물] (C) Warner Bros.
[마이티 조 영] (C) Warner Bros.
[마이티 조 영] (C) Warner Bros.
[콩의 아들] (C) Warner Bros.
[콩의 아들] (C) Warner Bros.
위 4편을 묶은 [특수효과 컬렉션] 블루레이 박스. (C) Warner Bros.
위 4편을 묶은 [특수효과 컬렉션] 블루레이 박스. (C) Warner Bros.

(C) Warner Bros.
(C) Warner Bros.

출처: 블루레이 닷컴

레이 해리하우젠 (1920-2013)

rayharryhausen
미국의 저명한 시각효과 크리에이터 레이 해리하우젠(Ray Harryhausen)이 8일(현지 시간 7일) 92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사인은 발표되지 않았다.

해리하우젠은 <마이티 조 영>, <심해에서 온 괴물>, <신밧드의 7번째 모험>, <아르고 황금 대탐험>, <타이탄족의 멸망> 등의 영화를 통해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을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렸던 인물이었다.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은 피사체를 한 번에 한 프레임씩 촬영한 뒤, 이를 연결하여 움직임을 구현하는 시각효과 기법이다. 지금은 시대에 뒤떨어진 기술로서 많이 사용되지는 않고 있지만, 해리하우젠이 현역으로 활동했던 1950-60년대에는 최첨단의 영화 마술이었다. 또한, 영화 초창기부터 꾸준히 이어져 온 영상 기법으로서 시각효과의 역사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스톱 모션으로 만들어진 영상의 독특한 아름다움은 특히 SF, 판타지, 공포, 괴수 등의 장르영화와 애니메이션에서 빛을 발하여, 해리하우젠은 이 장르의 팬들이 가장 사랑하는 크리에이터 가운데 한 명이 되었다. 그의 작품은 후대의 시각효과 업계와 크리에이터들에게 심대한 영향을 끼쳤으며, 전 세계의 관객들에게 환상적인 즐거움을 안겨 주었다. 나 역시 어린 시절부터 해리하우젠의 손길이 깃든 영화들을 보면서 자랐고 그 가운데 일부는 시간이 날 때마다 다시 감상할 만큼 아껴왔기에, 부고를 듣고 한 순간 아무 일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슬픔을 느꼈다.

1920년 로스앤젤레스에서 태어난 해리하우젠은 1933년 개봉한 <킹콩>을 보고 윌리스 오브라이언이 창조한 스톱 모션 시각효과에 깊이 매료되었다. 그는 오브라이언에게 자신의 습작을 보여주면서 일종의 사제 관계를 이루게 되었고, 1949년 제작된 <마이티 조 영>에서는 오브라이언과 함께 일했다. 훗날 유명한 작가가 된 레이 브래드버리와 SF-판타지 수집가이자 문필가로 이름을 날렸던 포레스트 J. 애커먼은 해리하우젠이 청년기에 만나 평생을 함께했던 절친한 친구들이었는데, 그는 브래드버리의 소설을 각색한 <심해에서 온 괴물>에서 시각효과를 담당하기도 했다.

해리하우젠의 전성기는 1950년대부터 70년대였다. 그는 앞서 언급했던 <심해에서 온 괴물>을 필두로 <지구 대 비행접시>, <그것은 바다 밑에서 왔다>, <신밧드의 7번째 모험>을 비롯한 신밧드 3부작, <지구까지 2천만 마일>, <신비의 섬>, <아르고 황금 대탐험>, <관지의 계곡>, <타이탄족의 멸망> 등의 걸작을 연달아 내놓았다. 이들 작품은 각각 SF와 판타지 장르를 대표하는 고전으로 평가받고 있다.

해리하우젠은 1981년 <타이탄족의 멸망>(2009년 <타이탄>으로 리메이크) 이후 크리에이터로서는 은퇴했지만, 후배들의 작품 활동을 돕거나 자신이 만든 대표작의 복원과 보존 등에 힘써 왔다. 그는 자신의 작품을 담은 블루레이 디스크나 DVD 제작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음성해설이나 인터뷰, 다큐멘터리 등에 출연했고, 사정이 허락하는 한 컨벤션 등의 행사에도 참석하여 팬들과 꾸준히 접촉했다. 1992년 해리하우젠은 아카데미로부터 기술적인 공로를 세운 영화인에게 수여하는 고든 E. 소여상을 받았다.

조지 루카스, 스티븐 스필버그, 제임스 캐머론, 피터 잭슨, 샘 레이미, 팀 버튼, 헨리 셀릭, 닉 파크, 테리 길리엄 등 헐리우드의 수많은 크리에이터들도 그의 작품을 보면서 성장했고, 그들이 업계에 진출하여 만든 작품에서 해리하우젠의 영향을 찾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해리하우젠과 그의 예술은 시대를 뛰어넘어 사람들에게 풍부한 즐거움과 영감을 주었고, 앞으로도 그 업적의 가치는 결코 변하지 않을 것이다.

환상의 창조자여, 편히 잠드시라.

출처: 레이와 다이애너 해리하우젠 재단 공식 페이스북, 헐리우드 리포터

[타이탄] (2010)

(C) Warner Bros. Pictures
(C) Warner Bros. Pictures

<타이탄>(Clash of the Titans)은 그리스 신화 가운데 페르세우스의 모험담을 각색한 1981년 영화 <타이탄족의 멸망>을 다시 만든 작품이다. 81년판 오리지널의 각본과 연출에는 그다지 특징이 없었지만 로렌스 올리비에, 매기 스미스, 버제스 메레디스 등 베테랑 배우들의 능숙한 연기가 극에 어느 정도 활력을 불어넣긴 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오리지널 영화를 유명하게 한 사람은 스톱 모션 시각효과의 대가 레이 해리하우젠이었다. 그가 스크린 위에 생동감 넘치는 모습으로 되살려낸 크라켄, 메두사, 페가수스 등 다양한 환수들은 지금까지도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타이탄족의 멸망>은 신화의 모험담과 환상적인 볼거리에 집중한다는 본분에 충실한 오락 대작이었다.

2010년판 <타이탄> 역시 그러하다. 떠오르는 액션 스타 샘 워딩턴이 주인공 페르세우스를 연기하였고 리암 니슨이나 레이프 파인즈, 피트 포슬스웨이트 같은 중견 배우들이 무게중심을 부담하였다. <트랜스포터>, <더 독>, <인크레더블 헐크>를 연출했던 루이 르테리에 감독은 오리지널의 열렬한 팬임을 공언하며 웅장한 세트와 정교한 의상, 보기만 해도 신화적 흥취가 물씬 풍기는 엄선된 야외 촬영으로 꾸민 화려한 무대에 현재의 첨단 영상 기술을 마음껏 활용한 액션을 가득 채워 넣었다. 페르세우스 일행이 거대 전갈들과 싸움을 벌이는 대목과 클라이맥스에서 크라켄이 출현하는 대목은 속도감과 중량감을 고루 살려낸 명장면이다.

요즘 오락영화 추세와 관객 입맛에 맞추어 영상의 톤을 조금 어둡게 하고 페르세우스가 반신반인으로서의 정체성 때문에 갈등한다는 설정으로 양념을 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캐릭터 묘사가 얄팍하고 전개가 가끔 들쑥날쑥하지만 이 영화가 추구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이해한다면 그다지 거슬리지 않는다. 적어도 환상적인 이야기에 푹 빠지려는 순간 느끼는 가슴속 두근거림은 81년판과 다를 것이 없다. 그래도 메두사 시퀀스가 좀 아쉽긴 하다. 오리지널에서는 조마조마한 긴장감이 일품이었는데, 이번에는 CG 메두사가 퍽 볼만했음에도 연출이 장면의 분위기를 잘 살리지 못했다.

하지만, <타이탄>의 진짜 문제는 3D이다. 이 영화는 성급하고 무리한 3D 변환이 영화 관람을 어떻게 망칠 수 있는지를, 3D 영화의 새로운 장을 연 <아바타>가 나온 지 불과 넉 달도 안 된 시점에서 여실히 보여 주었다. 사실 <타이탄>은 3D 오락영화로서 충분한 잠재력을 지녔다. 원전인 신화 자체가 스릴 넘치는 대목으로 가득한 흥미진진한 이야기 아닌가. 21세기의 기술로 부활한 신화를 3D 영상으로 감상한다는 건 생각만 해도 멋진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공동 제작사인 워너 브라더스와 레전더리 픽처스는 3D 상영이라는 결과에만 집착한 나머지 애초에 2D로 촬영한 영상을 후반작업이 진행 중이던 지난 1월에야 3D로 전환한다며 뒤늦게 유행에 편승했다. 처음부터 3D 영화로 기획했고 10년이 넘는 시간과 막대한 비용을 투자한 <아바타>에 비하면 그야말로 거저 먹으려는 상술이다.

개봉일을 1주일 미루긴 했지만 불과 10주만에 뚝딱 만들어 낸 <타이탄>의 3D 영상은 결국 우려했던 대로 조잡한 수준이었다. 영상이 관객의 눈에 어떻게 보여질 지 제대로 연구하지 않은 채 2D를 그대로 변환한 탓에 화면은 깊이가 없고 지극히 평면적이다. 액션 장면에서는 컷을 잘게 나누어 빠르게 전환하는 데다가 카메라를 흔들어서 촬영했기 때문에 관객이 화면의 입체감을 지각하기도 전에 상황이 끝나 버리기 일쑤다. 단지 스크린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이야기 속으로의 몰입을 끊임없이 방해받으며, 영화가 끝나고 남는 것은 어지러움과 쓰라린 눈 뿐이다.

나는 이러한 난관 속에서도 영화를 제법 즐겼기에 조만간 다시 한 번 볼 생각이다. 그렇지만 그때는 일반 상영관에서 2D로 감상할 것이다. <타이탄>은 더 비싼 입장료를 내고 3D로 볼 가치가 없는 영화이다.

원제: Clash of the Titans
감독: 루이 르테리에
주연: 샘 워딩턴, 리암 니슨, 레이프 파인즈, 젬마 아터튼, 매즈 미켈슨, 피트 포슬스웨이트
북미 개봉: 2010년 4월 2일
한국 개봉: 2010년 4월 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