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빈저 다운] (2015)

(C) Dark Dunes Productions, Studio ADI
(C) Dark Dunes Productions, Studio ADI

<하빈저 다운>(Harbinger Down)은 저명한 특수효과 / 특수분장 스탭 알렉 길리스의 장편영화 데뷔작이다. 길리스는 파트너 톰 우드러프 주니어와 함께 <에일리언>과 <에일리언 대 프레데터> 시리즈에서 인상적인 화면을 만들어 냈다. 두 사람이 설립한 특수효과 / 특수분장 전문 업체 어맬거메이티드 다이나믹(ADI)은 지난 30여 년 동안 <레비아탄>, <불가사리>, <죽어야 사는 여자>, <주만지>, <스타쉽 트루퍼스>, <스카이라인>, <엔더의 게임> 등 수많은 작품에 참여하여 관객을 매료시켜 왔다. 길리스와 우드러프는 톰 사비니, 스탠 윈스턴, 스티브 존슨, KNB EFX 그룹의 로버트 커츠먼, 그렉 니코테로, 하워드 버거 등과 더불어 80-90년대 전성기를 누린 헐리우드의 ‘SFX 스타’로 꼽힌다.

ADI의 작업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실물’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디지털이 대세가 된 현재 영화 제작 환경에서 그동안 ADI가 해 온 실물 특수효과 위주로 만들어진 영화를 보긴 상당히 어렵게 됐다. 아마도 길리스는 그럴 기회를 직접 만들고 싶었던 것 같다(이 영화는 크라우드 펀딩으로 제작비를 조달했다). <에일리언 2>와 <에일리언 3>에서 잊을 수 없는 연기를 보여 준 베테랑 장르영화 배우 랜스 헨릭슨이 주연을 맡았는데, 영화가 시작되면 헨릭슨도 길리스가 꾸미려는 실물 특수효과 한마당의 요소임이 금세 명확해진다.

유감스럽지만 <하빈저 다운>은 몹시도 따분하고 진부한 설정으로 가득하다. 길리스가 이야기를 빚는 솜씨는 아름답고 환상적이면서도 징그럽고 정교한 특수효과를 연출하는 솜씨에 한참 뒤떨어진다. 헨릭슨을 빼면 배우들 대부분도 별다른 인상을 남기지 못하며, 그저 돌연변이 물곰의 좋은 먹잇감으로 기능할 따름이다.

<하빈저 다운>은 기본적으로 실물 특수효과가 아직 멀쩡히 살아 있음을 역설하는 쇼케이스이다. 화면 속에서 날뛰는 괴물의 모습과 그 독특한 존재감(괴물은 화면 속 그 자리에 말 그대로 ‘있다’)은 영화의 다른 단점을 잠깐씩 잊게 할 만큼 훌륭하다. 그것은 컴퓨터 그래픽 영상이 실물 특수효과를 아직 완전히 따라잡지 못한 지점이고, 그렇게 길리스는 내가 한동안 잊고 있었던 것이 무엇인지를 다시금 일깨워 준다. 최소한 그런 의미에서, <하빈저 다운>은 신선한 경험이었다.

원제: Harbinger Down
감독: 알렉 길리스
주연: 랜스 헨릭슨, 카미유 발사모, 매트 윈스턴
북미 개봉: 2015년 8월 7일
한국 개봉: 2015년 12월 3일

살인거미 대습격! [스파이더즈] 예고편

지난 8일 북미에서 개봉한 신작 <스파이더즈 3D>(Spiders 3D)의 예고편과 포스터를 확인하시라.

이 영화는 구 소련의 우주정거장에서 실험 중이었던 돌연변이 거미들이 뉴욕에 상륙하면서 벌어지는 대혼란을 그렸다. 설정만 보아도 50-60년대에 유행했던 거대 괴수영화나 SF-괴물영화를 현재의 기술로 업데이트한 작품임을 알 수 있다. 감독은 80년대 공포영화 <게이트>로 잘 알려진 티보르 타카치, 주연은 패트릭 멀둔(스타쉽 트루퍼스), 크리스타 캠벨(드라이브 앵그리), 윌리엄 호프(에일리언 2), 피트 리 윌슨(블레이드 II), 존 맥(쏘우 VI), 시드니 스위니(병동) 등.

제목 그대로 3D로 상영되긴 하는데, 개봉 규모가 고작 북미 지역 8개 극장인데다 개봉과 동시에 VOD로 출시되었고, 블루레이 디스크와 DVD는 3월 12일에 나온다. 전형적이지만 꽤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영화일 것 같다.

(C) Millennium Entertainment / Nu Image
(C) Millennium Entertainment / Nu Image

출처: <스파이더즈 3D> 공식 페이스북

[스타 워즈: 클론 전쟁] (2008)

(C) Lucasfilm
(C) Lucasfilm

<스타 워즈: 클론 전쟁>(Star Wars: The Clone Wars)은 <스타 워즈 에피소드 III: 시스의 복수> 이후 3년 만에 극장에 걸리는 관련 작품인 동시에, 오는 10월부터 미국 카툰 네트워크와 TNT 채널에서 방영될 동명 애니메이션 TV 시리즈의 파일럿에 해당한다. <클론 전쟁>은 소설, 만화, 게임, 완구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전개되어 온 <스타 워즈>의 확장 세계(Expanded Universe)에 속하는 작품이지만, 조지 루카스가 직접 구상한 내용을 다루는 데다 이 내용이 정전(canon)인 영화 6부작의 시간대에 포함되어 있어, 다른 확장 세계 작품보다 훨씬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고 볼 수 있다.

클론 전쟁은 <스타 워즈 에피소드 II: 클론의 공격> 말미에 시작되어 <에피소드 III>까지 이어지는 3년 동안의 전쟁을 일컫는다. 이번 극장판과 TV 시리즈는 이 기간 동안의 사건을 그리게 되는데, 분량 상 상당한 시간을 건너뛰거나 특정 등장인물에 초점을 맞추어야 하는 전제조건에서 해방되어 더 복잡하고 다층적인 에피소드를 그릴 수 있고, 더 많은 등장인물을 선보인다는 점이 특징이라 하겠다.

극장판 <클론 전쟁>에서는 TV 시리즈로 이어지는 중요한 새 인물로 아소카 타노가 첫선을 보인다. 애너킨 스카이워커의 파다완이 되는 그는 본편에서 가장 비중 있게 묘사된다. 완벽한 이론을 숙지하고 있지만 특유의 앞뒤 안 가리는 성격 탓에 실수 연발이고 스승인 애너킨과 충돌하기도 하지만, 그는 갖은 모험을 겪으며 파다완으로서 실전에 대응하는 능력과 스승에 대한 충성심에 관해 어렴풋이나마 교훈을 얻는다. 애너킨도 제자를 둔 오비원 케노비의 입장에서 타인과의 관계를 다시 정립하는 기회를 갖기는 하지만, 사실상 이 극장판은 아소카를 소개하기 위해 존재한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한 솔로와 그 주변 인물들, 또는 <에피소드 II>의 애너킨과 오비원의 관계를 연상시키는 아소카와 애너킨의 티격태격은 <클론 전쟁>에서 가장 볼 만한 부분 가운데 하나이다.

애니메이션 스타일에서 눈에 띄는 점은 2003년판 <클론 전쟁> 애니메이션 시리즈를 기반으로 하되, 새로운 접근법을 취한 캐릭터 디자인과 실사를 방불케 하는 연출이다. 캐릭터 디자인은 실사와 인형의 기묘한 경계에 있어 이채로운데, 제작진도 인정을 했듯이 CG이면서도 인형극 <선더버드>에 나오는 인형처럼 딱딱한 고체에 채색을 한 듯한 질감을 살린 점이 특히 재미있다(심지어는 붓자국 같은 흔적도 보인다). 비판적인 평을 받기도 했던 캐릭터의 뻑뻑하고 각진 움직임도 이런 관점으로 본다면 새롭지 않을까. 대규모 전투 시퀀스의 카메라워크나 실사영화와 거의 동일한 편집 방식도 극장용 작품에 걸맞은 박진감을 이끌어낸다. 아울러 메카닉 묘사는 프리퀄 영화 3부작에서 이미 대다수가 CG로 구현된 바 있어 이번 극장판에서는 위화감을 전혀 느낄 수 없다.

그러나 <클론 전쟁>의 단점 역시 연출에 있다. 장면 하나하나는 나쁘지 않지만, 그것들을 한 편의 영화로 연결할 때 무리한 부분이 종종 눈에 띈다. 당초 TV판으로만 기획했던 작품임을 감안하면 진위 여부는 분명하지 않지만, 이 극장판은 TV 시리즈 제1화를 비롯한 2~3화 분량을 장편 길이로 엮은 결과물일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인지 조각난 시퀀스들을 약간 뒤섞인 시간 순서에 따라 느슨하게 연결한 듯한 모습이다. 페이스가 갑자기 빨라졌다 느려지고, 시간을 채우기 위해 잘라냈어야 할 끄트머리를 그대로 둔 티가 역력하다. <스타 워즈>에 어느 정도 익숙한 관객이라면 쉽게 적응하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이야기 한복판에서 갑자기 시작하여 쉴 새 없이 내달리는 전개와 계속 추가되는 새로운 정보에 부담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10대 이하의 어린이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관객층을 발굴하려는 의도도 당연히 있겠지만, 결국 <클론 전쟁>도 기존 <스타 워즈> 팬의 애정과 충성도에 호소하는 작품이다. 다른 영화 같으면 치명적인 단점이 될 만한 부분도 너그러이 넘어갈 수 있는 건 내가 올해로 20년 된 (덧붙여 설정에 별로 신경 안 쓰는) <스타 워즈> 팬이기 때문이다. 많은 관객을 당혹스럽게 했던 ‘오프닝 크롤’의 삭제도 전쟁 드라마라는 <클론 전쟁>의 특성을 살리기 위해, <스타쉽 트루퍼스>의 모병 광고(과장된 자막이 없을 뿐)나 전쟁 관련 보도를 연상케 하는 도입부를 넣으려는 의도적인 연출이라고 생각하면 전혀 납득할 수 없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나는 <클론 전쟁>에 대한 악평은 <스타 워즈> 시리즈의 전통과 파격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려는 과도기적 작품이 필연적으로 거쳐야 할 통과의례일 뿐이라는 대단히 ‘주관적인’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더욱이 <클론 전쟁>은 이 극장판으로 끝난 것이 아니다. 다음 달부터 시작되는 TV 시리즈부터 본격적으로 펼쳐질 이 새로운 은하 서사시를 나는 매우 흥미롭게(with great interest) 지켜볼 것이다.

원제: Star Wars: The Clone Wars
감독: 데이브 필로니
주연: 매트 랜터, 제임스 아놀드 테일러, 애쉴리 엑스타인, 톰 케인, 크리스토퍼 리, 새뮤얼 L. 잭슨
북미 개봉: 2008년 8월 15일
한국 개봉: 2008년 9월 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