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포머 3] (2011)

(C) Paramount Pictures
(C) Paramount Pictures

헐리우드 영화 3부작 가운데 마지막 편인 제3편은 많은 경우 이야기의 근원이었던 제1편과 어떤 식으로든 다시 연결되거나, 아니면 지금까지 밝혀지지 않았던 이야기를 드러내면서 새로운 양상을 띤다. 마이클 베이가 마지막으로 연출하는 3부작의 세 번째 이야기 <트랜스포머 3>도 마찬가지다.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우리는 1편에서 잠시 들렀던 로봇들의 고향인 행성 사이버트론으로 돌아간다. 그곳에서는 역시 1편에서 언급된 오토봇과 디셉티콘 사이의 내전이 한창 벌어지고 있다(기계와 철골이 복잡하게 얽힌 사이버트론의 벌집 같은 구조물 사이로 우주선들이 날아다니며 서로 광선을 쏴대는 모습은 <스타 워즈 에피소드 VI: 제다이의 귀환> – 이 역시 3부작의 완결편 – 의 클라이맥스 우주 전투를 연상케 한다). 그곳에서, 우리가 몰랐던 이야기가 펼쳐진다. 사이버트론에서 시작된 이 숨겨졌던 이야기는 60년대 미국과 소련의 우주개발 경쟁과 얽히며, 실사영화판 <트랜스포머>의 세계를 다른 방향으로 이끌며 확장한다.

다시 현재로 돌아오면, 우리는 주인공 샘 윗위키가 살고 있는 지구도 전과는 다른 곳으로 변했음을 알게 된다. 앞서 1, 2편의 사건을 거치면서 오토봇은 지구에 완전히 정착하였고 세계 질서 유지에 관여할 정도로 역할이 커진다. 그리고 성인이 된 샘은 새 여자친구도 사귀었겠다, 이제는 한 사람 몫을 하기 위해 생활전선에서 분투하느라 자기가 지구를 두 번이나 구했음을 잠시 잊어버릴 지경이다. 그러나 바로 그 순간, 숨겨졌던 이야기가 마각을 드러내고 샘의 일상은 다시 한 번 전쟁터가 된 지구와 함께 산산조각이 난다. 이것이 <트랜스포머 3>가 야심만만하게 풀어놓을 이야기의 얼개이다.

이만하면 괜찮은 이야기가 될까. 워낙 이야기가 얄팍했다느니, 짜증나는 유머 담당 캐릭터가 잔뜩 생겼다느니, 액션 시퀀스가 끝도 없이 늘어진다느니. 전작 <트랜스포머: 폴른의 복수>에 쏟아졌던 ‘강철 미사일’ 같은 호된 혹평 때문인지, <트랜스포머 3>는 짐짓 무게 있는 설정을 덧붙이며 진지하게 시작한다. 도입부는 꽤 설렌다. 전작에서 범했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확실히 읽을 수 있는 전개가 이어지는 것이다. 프랜시스 맥도먼드, 존 말코비치, 패트릭 뎀시, 켄 정과 같은 새로운 얼굴들도 노련미와 신선함을 잘 버무려 자기 위치에서 충실히 역할을 해 낸다.

3D 영상도 기대 이상이다. <아바타> 이후 오랜만에 만나는 제대로 된 3D다. 입체감과 공간감이 잘 살아 있고, 로봇들이 등장할 때마다 묵직한 존재감을 느낄 수 있다. 선명도와 색감도 훌륭하다. <트랜스포머> 1편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점은, 그 영화 이전까지 상상만 해 왔던 본격 실사 로봇 영화를 마침내 만난다는 설렘과 경이감을 충분히 만족시켜 준 것이었다. 그 속에서 아기자기하게 제법 잘 만들어진 등장인물들이 펼치는 이야기는 전례 없는 로봇 스펙터클과 시너지를 일으켜 소년의 판타지를 남김 없이 채워 주었다.

<트랜스포머 3>의 초반부에서, 나는 그것을 거의 원형 그대로 다시 한 번 경험할 수 있었다. 이 영화의 3D는 놀라운 스펙터클을 선사하는 데 성공했으며 특히 슬로우 모션을 첨가한 로봇끼리의 격투라든가, 이번 신작의 홍보 포인트 가운데 하나였던 ‘윙수트’를 입은 군인들이 스카이 다이빙을 하는 일련의 장면은 참신하고 가슴이 두근거리는 시각적 쾌감을 안겨 준다. 그 뿐만이 아니다. 지금까지의 마이클 베이 영화를 총결산하듯, <트랜스포머 3>에는 총격전, 격투, 카 체이스를 기본으로 전작보다 훨씬 더 과격하고 박력 넘치는 로봇 전투와 우주전쟁, 시카고라는 대도시를 문자 그대로 뼈째 발라내고 갈아 엎는 시가전까지 업그레이드된 다양한 액션 장면으로 가득하다.

그렇지만 <트랜스포머 3>가 전작의 실패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은 아니다. 내가 생각하는 마이클 베이 영화 최대의 매력 포인트이자 최대의 단점은 플롯과 스펙터클을 배열하는 방식이다. 그는 정교하게 설계된 액션에 경쾌한 힘과 감각적인 스타일을 가미하여 뭉뚱그린 시퀀스를 말 그대로 쏟아 부어 자신만의 독특한 스타일을 만들었다. 이것이 플롯 전개와 적절한 균형을 맞출 때는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지만(대표적인 예는 <더 록>), 규모에 지나치게 집착하거나 플롯이 제 구실을 못하고 균형을 잃으면 보는 이의 오감을 마비시킬 정도로 지루해진다(대표적인 예가 <진주만>). 유감스럽지만 <트랜스포머 3>는 이 성공과 실패 사이의 경계선을 아슬아슬하게 넘나든다. 시각적으로 인상적인 대목도 적지 않고 전작보다는 틀림없이 플롯에 집중하려 애쓰지만, 중반 이후부터 이야기를 전달하는 데 쓰여야 할 동력은 액션으로 집중된다. 이야기의 흐름은 이내 탄력을 잃고 지리멸렬해지며 본격적인 전쟁이 진행되어 간다 싶으면 서서히 좀이 쑤시기 시작하는 것이다. 이어지는 스펙터클의 무한반복은 극에 달해 판단력조차 흐려질 정도로 과하다. 이 부분에서 <트랜스포머 3>에 대한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쉴 새 없이 조져대기 때문에 좋아할 수도 있고, 같은 이유로 싫어할 수도 있는 것이다. 나는 마이클 베이의 영화에 대부분 호의적인 편이고 몇몇은 아주 좋아하지만, 이번에는 어쩔 수 없는 지루함을 종종 느꼈다. 참고로 이 영화의 상영시간은 2시간 33분으로 3부작 가운데 가장 길다.

또 한 가지 아쉬움은 메건 폭스의 부재이다. 나는 이것이 이렇게 크게 다가올 줄 몰랐다. 앞서 두 편의 전작에서 샘의 여자친구 미카엘라로 분했던 폭스는 스크린 밖에서 터진 설화 탓에 이번 3편에서 강판당하고 말았다. 그는 건강한 성적 매력을 과시하면서 평범 이하의 소년이었던 샘에게 성장할 계기를 주는 역할을 잘 소화해 냈다. 샘을 연기한 샤이어 라버프와의 연기 궁합도 잘 맞은 편이었다. 그를 대신하여 투입된 로지 헌팅턴 화이틀리는… 외모 만으로는 분명히 매력적인 여성이기는 하지만, 애초에 성격 자체가 폭스의 미카엘라보다 평면적이고 배우 자체의 존재감이 약하다. 라버프와의 사이에서 연인끼리의 화학작용 흔적조차 찾기 어려운 건 또 어떤가. 게다가 미카엘라에 퍽 호감을 가졌던 나로서는, 비록 불미스러운 해프닝으로 퇴짜를 맞았다고 하더라도 ‘걔는 싸가지가 없었어’ 운운하는, 다분히 의도적인 영화 속 비아냥이 마냥 불편했다.

마이클 베이 감독은 2000년대의 후반기를 변신 로봇과의 싸움에 고스란히 바쳤다. <트랜스포머 3>는 지금까지 진화해 온 마이클 베이 월드의 한 정점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어쩌면 지금이야말로 그의 다음 작품을 궁금해할 때가 아닌가 한다. 조금 더 규모가 작고 알싸한, <나쁜 녀석들> 1편 같은 차기작은 어떨까. 말하자면 근원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원제: Transformers: Dark of the Moon
감독: 마이클 베이
주연: 샤이어 라버프, 조쉬 더하멜, 존 터투로, 타이리즈 깁슨, 로지 헌팅턴 화이틀리
북미 개봉: 2011년 6월 29일
한국 개봉: 2011년 6월 29일

[인디애나 존스와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 (2008)

(C) Lucasfilm
(C) Lucasfilm

19년 만에 나온 이 속편은 ‘보는’ 영화라기보다는 ‘만나는’ 영화이다. 출연진과 제작진 상당수가 그랬듯이, 관객들에게도 이 영화는 단순한 관람이 아니라 반갑고 향수어린 동창회에 참석하는 듯한 경험이다. 올해 66세인 해리슨 포드는 도입부에서 인디의 입을 빌려 잘나가던 건 젊었을 때 이야기라며 스스로 늙었음을 시인한다.

사실은 그것이 이 영화의 가장 뛰어난 점이다. 시리즈 3편과 4편 사이에 놓인 19년이라는 간극은 영화 속 인디와 영화 밖 해리슨, 그리고 관객 모두에게 해당된다. 우리가 이 모험담 연작을 보고 즐기며 인디-해리슨과 함께 나이를 먹어온 것을 이 영화는 애써 숨기려 들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은 2008년의 기술로 만들어진 1980년대 영화처럼 보인다.

1930년대를 무대로 했던 앞선 세 편과는 달리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의 현재 시점은 1950년대이고, 적은 나치가 아니라 소련군이며 매카시즘과 로큰롤, 폭주족, 핵폭탄, 로스웰 등 시대를 반영한 새로운 설정과 등장인물, 볼거리가 등장한다. 그러나 지난 20여 년 동안 인디 시리즈를 몇 번이고 반복 감상하다 못해 되새김질까지 해 온 팬들은 이야기가 전환점에서 어느 방향을 택할 지 거의 틀리지 않고 맞힐 수 있다(게다가 비슷한 영화도 많이 나와 있고). 심지어는 결말도 웬만큼 예측할 수 있을 정도이다. 시리즈의 전통이나 몇몇 약속의 전개는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장면 구도마저 그대로 반복되거나 적절한 선에서 변주된다. 존 윌리엄스는 틈만 나면 귀에 익은 선율을 들려 준다. 뭔가 새로운 것, 압도적인 것을 발견하려는 관객에게 이 영화는 고루하고 한심하기 짝이 없는 경험이 될 지도 모른다.

하지만, 인디의 귀환을 오랜 시간 기다려온 팬들에게는 이 모든 것이 정반대의 의미를 지닌다. 오히려 인디와 함께 열아홉 살을 더 먹은 그들은 늙어서 얼굴 피부가 처지고, 주름이 그려졌을망정 예전의 활력만은 그대로인 인디와 매리언을 보며 반가움과 향수 그리고 동질감을 느낄 것이다. 군데군데 약간씩 호흡이 달리는 부분이 없지는 않지만, 이 영화에는 당신이 <잃어버린 성궤의 추적자들>을 처음 보았을 때 느꼈던 흥분을 되살리기에 충분할 만큼의 즐거움이 들어있다. 그 흥분이야말로 팬들이 극장에서 다시 경험하고 싶은 것이며,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이 선사할 수 있는 가치이다.

이것은 영화 역사에 한 획을 그을 작품이 절대로 아니고, 올해 최고의 영화도 아니다. 관객의 정신세계를 고양할 걸작은 더더욱 아니다(애초에 그럴 필요조차 없다). 조지 루카스와 스티븐 스필버그와 해리슨 포드의 가장 훌륭한 작품도 아니다. 그렇지만 인디애나 존스와 함께 사이좋게 시간의 세례를 받아온 팬들에게,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은 더 바랄 것이 없는 행복한 선물이다.

원제: Indiana Jones and the Kingdom of the Crystal Skull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주연: 해리슨 포드, 샤이어 라버프, 케이트 블란쳇, 캐런 앨런, 레이 윈스턴
북미 개봉: 2008년 5월 22일
한국 개봉: 2008년 5월 2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