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거미 대습격! [스파이더즈] 예고편

지난 8일 북미에서 개봉한 신작 <스파이더즈 3D>(Spiders 3D)의 예고편과 포스터를 확인하시라.

이 영화는 구 소련의 우주정거장에서 실험 중이었던 돌연변이 거미들이 뉴욕에 상륙하면서 벌어지는 대혼란을 그렸다. 설정만 보아도 50-60년대에 유행했던 거대 괴수영화나 SF-괴물영화를 현재의 기술로 업데이트한 작품임을 알 수 있다. 감독은 80년대 공포영화 <게이트>로 잘 알려진 티보르 타카치, 주연은 패트릭 멀둔(스타쉽 트루퍼스), 크리스타 캠벨(드라이브 앵그리), 윌리엄 호프(에일리언 2), 피트 리 윌슨(블레이드 II), 존 맥(쏘우 VI), 시드니 스위니(병동) 등.

제목 그대로 3D로 상영되긴 하는데, 개봉 규모가 고작 북미 지역 8개 극장인데다 개봉과 동시에 VOD로 출시되었고, 블루레이 디스크와 DVD는 3월 12일에 나온다. 전형적이지만 꽤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영화일 것 같다.

(C) Millennium Entertainment / Nu Image
(C) Millennium Entertainment / Nu Image

출처: <스파이더즈 3D> 공식 페이스북

[블레이드: 트리니티] (2004)

(C) New Line Cinema
(C) New Line Cinema

<블레이드> 시리즈의 매력은 뭐니뭐니해도 주인공의 카리스마를 능가하는 강력한 악역들이다. 1편의 프로스트는 스티븐 도프의 뺀질거리는 반항아적 이미지를 잘 살려낸 연기 덕에 무뚝뚝한 살인 기계에 가까웠던 블레이드보다 훨씬 더 매력적이었고, 선과 악(적어도 이 시리즈의 세계에서 흡혈귀는 영원한 악의 상징이다)의 뚜렷한 대비를 보여주면서 클라이맥스의 검술 대결 시퀀스를 기억할 만한 대목으로 만들었다.

2편에 등장한 리퍼는 근래 들어 가장 흉악한 괴물의 모습을 유감없이 보여줌으로써 2000년대 최고의 무비 몬스터 가운데 하나로 일찌감치 자리잡았다. 문자 그대로 악마의 아가리 그 자체인 끔찍한 모양으로 갈라지는 턱, 햇빛 이외에는 절대로 죽일 수 없는 끈질긴 생명력은 물론, 인간과 흡혈귀 모두에게 위협적인 존재라는 강렬한 캐릭터는 ‘사신(死神)’이라는 이름값을 해내기에 충분했다.

무엇보다도, <블레이드> 시리즈는 주인공 블레이드가 악을 처단하는 과정이 고난으로 점철되어 있으며, 그의 싸움에 끝이란 결코 없을 것이라는 불길하고 암울한 메시지로 가득 차 있다. 여기에 ‘블레이드가 있으니 문제 없어!’라는 명제가 개입되는 순간, 지금까지 지탱해왔던 시리즈의 매력은 치명적인 타격을 받고 말 것이다.

그러나, 시리즈의 완결편인 <블레이드: 트리니티>는 바로 그러한 입장에서 주인공을 바라본다. 뉴 라인 시네마의 로고가 사라지자마자, 우리는 한니발 킹의 확 깨는 내레이션을 듣게 된다. 내용 자체는 1편에서 블레이드가 했던 대사와 그리 다르지 않지만 킹의 쾌활한 말투는 영화의 방향을 시작부터 틀어 놓기에 충분했다. 뒤이은 첫 시퀀스는 관객의 흥미를 돋구기는커녕, 이미 작품 전체에 퍼지기 시작한 싸구려 액션 바이러스 때문에 대충대충 기워 놓은 수준에 머문다.

<블레이드 : 트리니티>는 견딜 수 없는 싸구려 투성이다. 최강의 적이라는 뱀파이어의 시조 드레이크는 오직 떡대만 들이밀고 있으며, 새로 등장한 아군 한니발 킹은 f자로 시작되는 욕설로 대사를 채우기에 급급하다. 이미 2편에서 바보 캐릭터로 전락해버린 위슬러는 어이없이 화면에서 사라지고, ‘세계는 이미 그들의 손아귀에 들어갔다’는 설정으로 밀어붙인 조잡한 시퀀스들은 1편의 흡혈귀 회의 장면 하나 만큼의 정서적 울림도 주지 못한다.

유일하게 일관성을 유지하고 있는 캐릭터는 블레이드 뿐. 그저 3편 내내 말없이 흡혈귀들을 찢어발겨 왔기에 그리 보일 따름이다. 그나마 위슬러의 숨겨진 딸이라는 애비게일이 불어넣은 신선한 활력이 아니었다면 영화를 끝까지 보기가 무척 어려웠을 것이다. 아이팟에 채워 넣은 mp3를 들으면서 흡혈귀의 엉덩이를 걷어차는 호쾌한 모습은 블레이드를 처음 보던 순간을 연상시키는 멋진 이미지였다.

이유가 무엇일까? 나로서는 원래부터 얄팍했던 데이비드 S. 고이어의 각본을 그 자신이 직접 연출하다 보니 똑같이 얄팍한 영화가 되어 버렸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다. 1, 2편의 각본도 그저 그랬긴 마찬가지지만, 영상을 능숙하게 다루는 감독들이 보기 좋은 결과물을 냈음을 상기한다면 이 가설이 뜬금없지만은 않으리라 생각한다.

정말로 좋아하는 연작물이 망가지는 모습을 본다는 것은 모든 팬들이 두려워하는 바일 터. 아아, 블레이드. 어쩌다가 그렇게 싸구려가 되어버렸나요?

원제: Blade: Trinity
감독: 데이비드 S. 고이어
주연: 웨슬리 스나입스, 크리스 크리스토퍼슨, 제시카 빌, 라이언 레이놀즈, 파커 포시
북미 개봉: 2004년 12월 8일
한국 개봉: 2004년 12월 1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