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벤저스: 울트론의 시대] (2015)

(C) Marvel Studios
(C) Marvel Studios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arvel Cinematic Universe, 이하 MCU)의 제2단계는 울트론의 시대로 접어들며 그 절정에 달한다(<어벤저스>로 끝맺음했던 제1단계와는 달리, 이번에는 <앤트맨> 한 편이 더 남았다). 토니 스타크와 브루스 배너가 비밀리에 개발해 온 울트론은 외계의 위협으로부터 지구를 방어하기 위한 궁극적 수단으로서, 이를테면 혁신적인 인공지능을 탑재한 아이언 맨 갑옷의 끝판왕이라 하겠다. 하지만, 다른 한쪽에도 외계로부터 얻은 오버테크놀로지를 이용하여 사악한 야심을 채우려는 적들이 있다. MCU 제1단계부터 이어져 온 플롯을 마무리하기 위한 어벤저스의 작전은 이 두 가지 의도를 본의 아니게 충돌시켜 새로운 역풍을 생성한다.

이야기 그 자체만 본다면 이번 속편은 <어벤저스>에 약간의 변주를 가미한 반복이다. 극히 이질적인 인물들로 구성된 팀이 외부의 강력한 힘에 와해 위기에 놓이지만, 결국 어떻게든 단결하여 공동의 적을 물리친다는 줄거리. 포맷에 익숙해진 것을 넘어 그 자체를 즐기지 않는다면 이 영화는 그저 그래 보이고 말 테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어벤저스의 구성원 한 명 한 명을 그 정도는 각기 다르겠지만 모두 사랑하고 있고, 그들에 대해 꽤 많은 것을 알고 있…

과연 그럴까? 바로 그 빈틈에 숨어 있는 무언가야말로 MCU의 묘미.

조스 위든 감독은 이야기를 익숙하게 흘려 보내는 듯하면서도 우리가 어벤저스에 대해, 수십 년 동안 구축되어 온 마블 세계에 대해 아직 모르는 것이 많다고, 그러니 관심을 갖고 계속 주목해 달라고 설득한다. 전작에서 미처 다루어지지 못했던 인물들의 과거나 뒷이야기(머릿수가 많으니 당연하다)를 슬쩍슬쩍 풀어놓는다거나, 예전에는 운만 떼는 데 그쳤던 인물들 사이의 관계를 의미 있게 발전시킨다거나, 새로운 인물을 대대적으로 소개하는 등 이번에도 이야기 밥상에는 차려진 것들이 한가득. 이 모든 것이 전편 <어벤저스>를 그토록 매력적으로 만들었던 위든 특유의 동시다발 군상극-팀 플레이와 위트 있는 화학작용 연출로 여기저기에서 펑펑 튀어나온다. 아쉽게도 그 밀도가 전편만큼 꽉 짜여진 듯 느껴지지 않고 어떨 땐 균형이 꽤나 아슬아슬하지만, 이만큼이나 판을 키워 놓은 상태라면 너그럽게 넘어가 주고 싶어진다.

새로운 적 울트론은 한때 어벤저스 팀 전체를 붕괴시켰을 만큼 강력하다. 그가 늘어놓는 ‘인간을 절멸시켜야 할 이유’는 솔직히 진부하지만, 바늘 하나 안 들어갈 듯하면서도 의외로 격정적인 울트론의 성격을 표현한 제임스 스페이더의 연기는 노련하다. 이렇게 이야기와 인물, 무대의 규모가 대폭 불어난 만큼 그 공백을 채울 액션과 시각효과 볼거리도 잔뜩 필요한데, 그거야 헐리우드가 세계에서 제일 잘하는 일이고 역시나 이번에도 눈과 귀, 가슴 모두 즐겁게 하기에 충분하다.

<어벤저스>가 MCU 제1기의 총결산이자 일단락이었다면, <어벤저스: 울트론의 시대>는 한창 진행 중인 대하 드라마의 중간쯤 드러나는 이야기의 큰 분기점이라고 할 수 있다. MCU는 우리를 몇 차례 우주로 데려간 적이 있지만, 다음 편에서는 그야말로 본격적인 우주전쟁의 막이 오를 것이다. 어벤저스가 다시 모일 때까지 나는 기다릴 수 있을까? 기꺼이! 게다가 그때쯤엔 최전선에 버티고 선 이들이 어벤저스 말고도 여럿 더 있을 것이다.

원제: Avengers: Age of Ultron
감독: 조스 위든
주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크리스 에반스, 스칼렛 조핸슨, 마크 러팔로, 크리스 헴스워스
북미 개봉: 2015년 5월 1일
한국 개봉: 2015년 4월 23일

[얼티밋 어벤저스] (2006)

(C) Lions Gate Films, MLG Productions 1, Marvel Studios
(C) Lions Gate Films, MLG Productions 1, Marvel Studios

<얼티밋 어벤저스>(Ultimate Avengers)는 2006년 미국에서 DVD로 발매된 장편 애니메이션이다. 원작은 2002년 발표된 마블 코믹스의 13호짜리 리미티드 시리즈인 [얼티미츠]. 이 [얼티미츠]는 마블이 2000년부터 전개해 온 ‘얼티밋 마블’ 시리즈의 한 편으로, 마블의 수퍼히어로 팀인 ‘어벤저스’를 새로운 설정으로 일신하였다. [얼티미츠]가 이 시점에서 흥미를 끄는 까닭은 이 작품이 <아이언 맨>으로 시작하여 <어벤저스>로 1단계의 분수령을 맞은 ‘마블 영화 세계(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MCU)’에 큰 영향을 끼쳤기 때문이다. 쉴드가 직접 어벤저스를 조직한다는 이야기의 뼈대라든가 쉴드의 국장 닉 퓨리가 배우 새뮤얼 L. 잭슨을 모델로 한 흑인으로 바뀌었다는 점 등 MCU 작품들의 주요 설정은 바로 [얼티미츠]에서 따온 것이다. 물론 퓨리를 제외한 주요 캐릭터들의 묘사 등 많은 부분이 서로 다르지만, 반대로 좌충우돌 끝에 성공적으로 첫 번째 임무를 마치는 어벤저스의 탄생 과정이나 치타우리의 지구 침략과 같은 이야기의 얼개를 공유하고 있기도 하다.

<얼티밋 어벤저스>는 [얼티미츠]의 전체 이야기 틀은 유지하되, 각색 과정에서 몇몇 성인 취향의 설정을 주된 관객층인 청소년층에 맞게 완화시켰다. 토니 스타크의 알콜중독과 지병에 관한 내용, 행크 핌과 재닛 반 다인 부부 사이의 가정폭력, 그리고 브루스 배너가 헐크로 변신했을 때의 외설적인 언행 등이 삭제된 것이다. 원작에서는 중반 이후 본격적으로 등장하는 주적 치타우리도 여기서는 도입부부터 모습을 드러낸다. 상영시간이 1시간 10분 정도로 짧은 편이기 때문에 원작의 많은 디테일이 가지치기되었고, 어벤저스의 결성 과정과 치타우리와의 전투에 집중하며 빠른 전개를 보여준다.

이러한 각색 방침에는 찬반양론이 있으리라고 본다. 발간 당시의 미국 정세를 반영한 묘사라든가 수퍼히어로들의 어두운 면을 현실적으로 조명하는 원작의 시각에 호감을 가진 팬들이라면 완화된 표현 수위와 가지치기가 불만스러울지도 모르겠다. 나로서는 이러한 각색에 불만보다는 오히려 흥미가 동한다. 두 매체의 차이를 이모저모 비교해 보는 재미 때문이고, 아무래도 애니메이션은 만화보다 분량의 제약을 더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얼티밋 어벤저스>는 애니메이션이라는 매체의 제약 안에서 이야기도 상당히 잘 엮어냈다. 어벤저스라는 소재가 실사영화로 옮기기에는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시기였고, <아이언 맨>을 필두로 한 MCU 프로젝트가 가동하기 전이었으므로 당시로서는 애니메이션이 만화 다음으로 어벤저스의 이야기를 담을 가장 적합한 그릇이었을 것이다.

이러한 제작 배경을 감안하면 <얼티밋 어벤저스>는 플롯과 캐릭터가 매우 경제적이고 압축적으로 잘 엮여 있다. 닉 퓨리가 어벤저스를 구성한다는 이야기의 큰 틀과 수퍼히어로 캐릭터들 각자의 뒷이야기와 개성, 그리고 그들이 한 팀이 되어가는 과정이 길지 않은 상영시간임에도 설득력 있게 그려졌다. 인물 묘사는 캡틴 아메리카와 헐크 쪽으로 약간 균형이 기울어 있기는 하지만, 이야기의 구조상 필연적인 조처였다. 액션 장면도 풍부하며 박진감과 속도감이 넘치는데다 규모도 크다. 이 모든 것들이 날렵하게 씨줄과 날줄을 이루어 <얼티밋 어벤저스>를 수퍼히어로 애니메이션의 수작으로 만들고 있다.

원제: Ultimate Avengers
총감독: 밥 리처드슨
감독: 커드 게다, 스티븐 E. 고든
주연: 저스틴 그로스, 올리비아 다보, 마크 워든, 안드레 웨어, 그레이 드라일
북미 공개일: 2006년 2월 21일
한국 케이블 TV 방영 (방영 제목 <어벤저스>)

[어벤저스] (2012)

(C) Marvel Studios
(C) Marvel Studios

우리는 지난 4년 동안 <어벤저스>(The Avengers)로 이어지는 일련의 영화들을 보아 왔다. 한 편에 한 명 또는 그 이상씩 소개된 수퍼히어로와 그 주변 등장인물들은 우리에게 현실에 기반을 두었으면서도, 사실상 무엇이든 가능할 법한 어떤 세계에 대한 단서를 조금씩 던져 주었다. 이제, 그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인 <어벤저스>에서 우리는 그 세계 –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마블 영화 세계, 이하 MCU) – 속으로 본격적인 여행을 떠난다.

MCU를 이루는 모든 영화가 성공적이었던 것은 아니다. 일례로 <인크레더블 헐크>는 매력적인 구석이 제법 있었지만 연출과 각본의 전체적인 균형이 제대로 맞지 않았다. 그 뒤를 이은 <아이언 맨 2>와 <토르>, <캡틴 아메리카: 퍼스트 어벤저>는 그보다 나았지만, 기적적으로 균형을 맞춤으로써 수퍼히어로 영화의 모범사례가 된 첫 편 <아이언 맨>의 만듦새에 다다르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MCU는 편을 거듭하면서 하나의 가상 세계를 만들기 위한 기초공사를 차근차근 다져왔다. 마블 스튜디오가 거의 매년 연작을 내면서 평작은 있을망정 어느 한 작품 파탄되지 않도록 품질 유지를 해 온 것은 사실 놀라운 성과가 아닐 수 없다. 반면 MCU에 대해 ‘2시간짜리 예고편’이니 ‘떡밥 제조기’이니 하며 비판하는 의견도 적지 않게 있었지만, 그건 나쁜 면만을 보려는 비틀린 시선이었다고 본다.

<어벤저스>는 MCU 영화들 한 편 한 편이 독립적인 작품으로서도 가치 있음을 증명해 낸다. 마블 스튜디오가 조스 위든에게 <어벤저스>의 연출을 맡긴 것은 어쩌면 ‘신의 한수’가 아니었을까. MCU의 역할을 최대한으로 압축하여 추출했을 때 결국 캐릭터와 배경을 구축한다는 것만 남는다면, 위든이야말로 그 정수를 자유자재로 활용하기에 가장 적합한 감독 가운데 한 명인 것이다. 그건 영화가 시작된 지 단 몇 분이면 알 수 있다. 위든은 하나같이 비범하고 서로 이질적인 존재들(인간뿐만 아니라 다른 우주에서 온 신도 있다)이 같은 목적 아래 모였을 때 벌어지는 일들을 지극히 경제적으로 엮어낸다. 플롯보다는 캐릭터가 우선인 이야기에서 이 경제성은 빛을 발하고, 이미 탄탄하게 구축된 성격과 설정이 이에 맞물려 상상 이상의 시너지가 발생한다. 한 편의 이야기에 허락된 범위 안에서 놀라우리만치 넓고 깊이가 있으며 다양한 에피소드가 기름이 잘 먹은 톱니바퀴처럼 촘촘하면서도 부드럽게 펼쳐진다. 이 과정에서 어떤 캐릭터도 ‘분량’이나 ‘비중’이라는 괴물에 희생되지 않는다.

아울러 위든은 그 조밀한 틈과 틈 사이까지도 든든하게 채워 넣는다. 얄미울 만큼 영리한 유머와 위트, 그리고 일급의 스펙터클로 말이다. 이미 잘 짜인 이야기에 환상적인 조미료가 더해지자, <어벤저스>는 수퍼히어로 영화라는 범주를 넘어 여름 블록버스터로서도 최상의 수준에 도달한다. 비범한 존재들이 세상에서 자신들의 있을 자리를 찾는다는 것은 수퍼히어로 신화의 전형적인 포맷이지만, <어벤저스>는 전례 없이 커져 버린 규모임에도 길을 잃지 않는다. 여태까지 이런 소재를 이토록 훌륭하게 빚어낸 헐리우드 수퍼히어로 영화는 <스파이더맨 2>와 <X-멘: 퍼스트 클래스>, 그리고 <다크 나이트> 정도밖에 없다.

<아이언 맨>이후 4년을 기다렸던 영화. 그리고 수퍼히어로라는, 알록달록한 스판덱스나 갑옷을 입은 힘세고 영리한 존재들을 남들보다 조금 더 좋아하는 어떤 이들은 반생을 기다려야 했을 영화. 나는 그들에게 <어벤저스>가 ‘기다릴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었던 영화’라고 말하고 싶다. <어벤저스>는 영화를 이루는 모든 순간, 심지어는 프레임 한 조각까지도 그들을 위한 선물꾸러미로 가득 차 있는 행복한 축제이다.

원제: The Avengers
감독: 조스 위든
주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크리스 에반스, 크리스 헴스워스, 마크 러팔로, 스칼렛 조핸슨, 제레미 레너, 새뮤얼 L. 잭슨
북미 개봉: 2012년 5월 4일
한국 개봉: 2012년 4월 26일

[인크레더블 헐크] (2008)

(C) Universal Pictures, Marvel Enterprises
(C) Universal Pictures, Marvel Enterprises

마블은 전편에 해당하는 이안의 <헐크>에서 기대 만큼의 결과를 얻지 못했다. 이 불운한 영화는 지루하고 뭔가 뻥 하고 터져 주는 것이 부족하다는 혹평에 시달려야만 했다. 어떤 영화를 5년 만에 다시 만드는 경우는 좀처럼 없다. 하지만, 마블 수퍼히어로 중에서도 헐크는 한 번의 실패로 묻어버리기에는 너무나 중요한 캐릭터이고, 추진 중인 <어벤저스> 프로젝트도 있으니 무리를 해서라도 되살려야만 했다. 그리하여 <인크레더블 헐크>(The Incredible Hulk)는 속편 아닌 속편이 되고,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전편과의 거리두기에 몰두한다. 그것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전개 속도를 빠르게 하기 위해 지루할 법한 부분은 과감하게 골라내고, 남은 자리를 액션으로 채워넣는 것이다.

문제는 골라내기가 좀 지나쳤다는 점이다. 각본이 명확하게 방향을 잡지 못해 어느 부분에서 힘을 주어야 하는지 헛갈린다. 에드워드 노튼과 제작사 사이에 알력이 있었다는 의혹이 공식적으로는 부인되었지만, 완성까지 겪었을 진통이 어느 정도 짐작되기는 한다. 그만큼 캐릭터를 공들여 묘사하지 못했기에 배너와 로스 부녀 사이의 갈등 구조는 약해질 수밖에 없었고, 중요한 악역이 될 수도 있었던 블론스키는 단순한 싸움광에 머물면서 가장 큰 피해를 보았다. 전개 상 여러 군데 맥이 끊기는 건 물론이며 때때로 동기를 파악하기 어려운 부분도 눈에 띈다. 전편보다 유머도 늘어났지만 절반, 잘 봐줘서 3분의 1 정도는 먹히지 않는다.

영상 역시 지극히 평면적이다. 헐크는 좀 더 자연스럽게 움직이고 전편 이상으로 질감 표현이 훌륭한 대목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부분과의 편차가 의외로 크다. 만화의 페이지를 그대로 옮긴 듯한 영상과 과감한 편집 기법을 도입한 전편이 그리워지는 이유가 뭘까. 시각적인 참신함 면에서 이 영화는 오히려 퇴보해 있는 것이다. 그나마 액션 장면은 괴력과 괴력이 격돌하는 느낌을 비교적 잘 살렸고, 템포도 매우 빨라 보는 동안에는 아무 생각 없이 즐겁다. 클라이맥스에서 조금 더 강하게 나갔더라면 좋았겠지만, 이번에는 헐크의 영웅성도 좀 더 명확히 드러내야 하기에 결정적인 순간에 억지로 자제한 듯한 느낌이다. 카메오는 <어벤저스> 프로젝트와 연관된 인물들도 있고, 예상 대로의 인물이 의외의 역할을 맡기도 한다.

결국 <인크레더블 헐크>는 2%도 아니고 20%쯤 부족한 영화이다. 전편의 실패를 만회해야 한다는 절박함도 이해할 수 있고, 떡밥 영화로서의 사명감도 수긍할 수 있고, 속편답게 화끈한 대결을 보여주고자 작정한 의도도 좋았지만 이 모든 것이 헐크의 단단한 근육만큼 잘 뭉쳐지지는 못했다.

원제: The Incredible Hulk
감독: 루이 르테리에
주연: 에드워드 노튼, 리브 타일러, 윌리엄 허트, 팀 로스, 팀 블레이크 넬슨
북미 개봉: 2008년 6월 13일
한국 개봉: 2008년 6월 1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