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 토로 감독, [퍼시픽 림 2] 각본 집필 중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 (C) Warner Bros. Pictures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 (C) Warner Bros. Pictures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이 현재 <퍼시픽 림>(Pacific Rim) 속편 각본을 집필 중이라고 밝혔다.

버즈피드의 인터뷰 내용에 따르면, 델 토로 감독은 각본가 잭 펜과 함께 지난 몇 달 동안 비밀리에 속편 각본을 써 왔다고 말했다. 잭 펜은 <엘렉트라>, <X-멘: 최후의 전쟁>, <인크레더블 헐크>, TV 시리즈 <알파즈>의 각본가이며 <X2>와 <어벤저스>의 원안을 쓰기도 한 인물.

델 토로 감독은 이어 속편에는 전편의 주인공 롤리 베켓(찰리 허넘 분)과 모리 마코(키쿠치 린코 분)가 다시 등장할 것이며, 이야기도 그대로 이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프리퀄에는 관심이 없고, 속편을 위한 미친 듯이 굉장한 아이디어가 있어 전편과는 전혀 다른 작품이 될 것이라고도 예고했다.

제작사 레전더리 픽처스는 속편의 제작을 아직 확정짓지 않은 상태. 그러나 델 토로 감독과 펜은 속편을 기정사실로 여기고 각본을 쓰고 있고, 레전더리 역시 훌륭한 이야기라면, 그리고 델 토로가 연출한다면 만들 것이라고 여운을 남겨 둔 상태이다.

델 토로 감독은 다음 달 FX 채널에서 방영을 시작하는 뱀파이어 TV 시리즈 <스트레인>의 프로듀서 겸 각본가, 감독으로 참여하고 있고 파일럿을 직접 연출하였다. 그리고 영화 신작으로는 내년 10월 16일 북미 개봉 예정인 공포영화 <크림즌 피크>가 있다. 이 영화에는 미아 바쉬코프스카, 제시카 채스테인, 톰 히들스턴, 찰리 허넘, 짐 비버 등이 출연하였다.

한편, 전편의 각본가였던 트래비스 비첨은 속편의 원안 구성에 참여하긴 했으나, 현재 각본 작업에는 관여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델 토로는 이에 대해 그가 ‘TV 업계의 거물이 되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비첨은 폭스 채널에서 방영 예정인 TV 시리즈 <상형문자>의 기획자 겸 각본가로서 바쁘게 일하고 있다.

참고로, 비첨은 9일 자신의 트위터에 ‘<퍼시픽 림>에 대해서는 언제까지나 특별한 애착을 갖게 될 것이다. 다만 지금은 내 손에 있지 않으며 작업 기간도 너무 짧다. 여하튼, 속편은 끝내줄 것이다. 나 역시 다른 사람들 만큼이나 속편을 보고 싶다.’ 라는 글을 올렸다. 원문은 여기여기서 확인하시라.

출처: 버즈피드

[페이션트 X] (2009)

(C) GMA Films, Viva Films, RGUTZ Productions
(C) GMA Films, Viva Films, RGUTZ Productions

필리핀의 설화에 등장하는 악귀 아스왕(Aswang)을 소재로 한 이색 공포영화이다. 아스왕에는 다양한 기원이나 묘사가 있지만, 시체나 태아를 뜯어먹고 날개로 하늘을 날아다니는 것이 주된 특징이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는 뱀파이어와 좀비의 특성을 조금씩 합쳐 놓은 듯한 모습이며, 자신의 악행으로 인해 심리적 고통을 겪는다는 현대적인 설정도 가미되어 있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의사인 루카스. 어린 시절 자신의 보모인 구아다의 가족에 의해 형을 비롯한 일가를 잃은 그는 어느 날 용의자로 붙잡힌 구아다를 다시 만나 사건에 얽힌 충격적인 내막을 알게 된다. 구아다는 물론 그의 가족이 모두 아스왕이었던 것. 구아다는 루카스의 가족을 직접 살해하지는 않았지만 원인을 제공한 데 대한 죄의식으로 고통스러워한다. 원망에 불타던 루카스는 구아다의 남편 마커스가 이끄는 호전적인 아스왕 일행의 습격을 받고, 전기충격으로도 불로도 총으로도 죽일 수 없는 아스왕의 퇴치 방법을 알려줄 수 있는 유일한 존재가 바로 구아다임을 깨닫게 된다.

자국의 전통적인 소재를 현대의 감각으로 재해석한 의도는 훌륭하지만, 이야기가 본궤도에 오르기까지의 예열 시간이 더디 흐르고 유혈이나 액션 묘사의 알싸한 맛이 좀 부족한 것이 흠이다. 감독, 제작, 촬영감독 등을 겸한 얌 라라나스는 호평을 받았던 2004년 공포영화 <에코>와 이를 직접 다시 만든 같은 제목의 영어판으로 국내에도 잘 알려져 있다.

원제: Patient X
감독: 얌 라라나스
주연: 리처드 구티에레즈, 크리스틴 레이예스, TJ 트리니다드, 미리암 퀴암바오, 난딩 조셉
필리핀 개봉: 2009년 10월 28일

* 2010년 7월 15일부터 25일까지 열린 제14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카탈로그 게재용으로 기고한 것이다.

[블레이드: 트리니티] (2004)

(C) New Line Cinema
(C) New Line Cinema

<블레이드> 시리즈의 매력은 뭐니뭐니해도 주인공의 카리스마를 능가하는 강력한 악역들이다. 1편의 프로스트는 스티븐 도프의 뺀질거리는 반항아적 이미지를 잘 살려낸 연기 덕에 무뚝뚝한 살인 기계에 가까웠던 블레이드보다 훨씬 더 매력적이었고, 선과 악(적어도 이 시리즈의 세계에서 흡혈귀는 영원한 악의 상징이다)의 뚜렷한 대비를 보여주면서 클라이맥스의 검술 대결 시퀀스를 기억할 만한 대목으로 만들었다.

2편에 등장한 리퍼는 근래 들어 가장 흉악한 괴물의 모습을 유감없이 보여줌으로써 2000년대 최고의 무비 몬스터 가운데 하나로 일찌감치 자리잡았다. 문자 그대로 악마의 아가리 그 자체인 끔찍한 모양으로 갈라지는 턱, 햇빛 이외에는 절대로 죽일 수 없는 끈질긴 생명력은 물론, 인간과 흡혈귀 모두에게 위협적인 존재라는 강렬한 캐릭터는 ‘사신(死神)’이라는 이름값을 해내기에 충분했다.

무엇보다도, <블레이드> 시리즈는 주인공 블레이드가 악을 처단하는 과정이 고난으로 점철되어 있으며, 그의 싸움에 끝이란 결코 없을 것이라는 불길하고 암울한 메시지로 가득 차 있다. 여기에 ‘블레이드가 있으니 문제 없어!’라는 명제가 개입되는 순간, 지금까지 지탱해왔던 시리즈의 매력은 치명적인 타격을 받고 말 것이다.

그러나, 시리즈의 완결편인 <블레이드: 트리니티>는 바로 그러한 입장에서 주인공을 바라본다. 뉴 라인 시네마의 로고가 사라지자마자, 우리는 한니발 킹의 확 깨는 내레이션을 듣게 된다. 내용 자체는 1편에서 블레이드가 했던 대사와 그리 다르지 않지만 킹의 쾌활한 말투는 영화의 방향을 시작부터 틀어 놓기에 충분했다. 뒤이은 첫 시퀀스는 관객의 흥미를 돋구기는커녕, 이미 작품 전체에 퍼지기 시작한 싸구려 액션 바이러스 때문에 대충대충 기워 놓은 수준에 머문다.

<블레이드 : 트리니티>는 견딜 수 없는 싸구려 투성이다. 최강의 적이라는 뱀파이어의 시조 드레이크는 오직 떡대만 들이밀고 있으며, 새로 등장한 아군 한니발 킹은 f자로 시작되는 욕설로 대사를 채우기에 급급하다. 이미 2편에서 바보 캐릭터로 전락해버린 위슬러는 어이없이 화면에서 사라지고, ‘세계는 이미 그들의 손아귀에 들어갔다’는 설정으로 밀어붙인 조잡한 시퀀스들은 1편의 흡혈귀 회의 장면 하나 만큼의 정서적 울림도 주지 못한다.

유일하게 일관성을 유지하고 있는 캐릭터는 블레이드 뿐. 그저 3편 내내 말없이 흡혈귀들을 찢어발겨 왔기에 그리 보일 따름이다. 그나마 위슬러의 숨겨진 딸이라는 애비게일이 불어넣은 신선한 활력이 아니었다면 영화를 끝까지 보기가 무척 어려웠을 것이다. 아이팟에 채워 넣은 mp3를 들으면서 흡혈귀의 엉덩이를 걷어차는 호쾌한 모습은 블레이드를 처음 보던 순간을 연상시키는 멋진 이미지였다.

이유가 무엇일까? 나로서는 원래부터 얄팍했던 데이비드 S. 고이어의 각본을 그 자신이 직접 연출하다 보니 똑같이 얄팍한 영화가 되어 버렸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다. 1, 2편의 각본도 그저 그랬긴 마찬가지지만, 영상을 능숙하게 다루는 감독들이 보기 좋은 결과물을 냈음을 상기한다면 이 가설이 뜬금없지만은 않으리라 생각한다.

정말로 좋아하는 연작물이 망가지는 모습을 본다는 것은 모든 팬들이 두려워하는 바일 터. 아아, 블레이드. 어쩌다가 그렇게 싸구려가 되어버렸나요?

원제: Blade: Trinity
감독: 데이비드 S. 고이어
주연: 웨슬리 스나입스, 크리스 크리스토퍼슨, 제시카 빌, 라이언 레이놀즈, 파커 포시
북미 개봉: 2004년 12월 8일
한국 개봉: 2004년 12월 15일

[프라이트 나이트] (1985)

(C) Columbia Pictures
(C) Columbia Pictures

장르란, 관객이 특정한 종류의 영화를 꾸준히 찾는다는 사실을 발견한 제작자가 비슷한 영화를 계속해서 만들기 시작한 것에서 유래한다. 그러므로 장르는 영화의 종류를 구분하는 일종의 지표 역할을 하며, 관객에게 어떤 장르에 대한 일정 수준의 기대치를 갖게끔 한다. 이 기대치를 충족시키는 비율은 장르가 발달함에 따라 점차 낮아진다고 볼 수 있다. 왜냐하면 관객이 장르영화를 계속 봄에 따라 해당 장르의 구성 요소에 익숙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영화를 만드는 쪽에서는 이미 식상해진 장르의 규칙 혹은 불문율을 어떤 방법으로 변형하고 참신하게 포장하느냐에 초점을 맞추게 된다.

<프라이트 나이트>는 공포영화, 특히 흡혈귀 영화의 장르 특성을 충실히 계승하면서도 당대의 유행을 잘 조화시켜 식상함을 영리하게 피한 수작이다. 이 영화에는 고전 흡혈귀 영화에 대한 애정 어린 인용은 물론, 80년대 당시의 록 음악이나 사춘기 청소년의 일상도 그럴 듯하게 버무려져 있다. 80년대는 흡혈귀 영화의 전성기가 아니었지만, 이 영화는 철저히 동시대의 눈높이에 맞춤으로써 자신만의 영역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심야 공포 TV 시리즈 <프라이트 나이트>를 광적으로 좋아하는 청년 찰리는 어느 날 옆집에 사는 두 남자가 흡혈귀와 그 하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최근 마을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살인 사건에 이들이 연관되어 있음을 간파한 찰리는 경찰에 신고도 하고 홀어머니를 설득해 보기도 하지만 모두 실패로 돌아가고 만다. 자신이 의심 받고 있음을 알게 된 흡혈귀는 다음 목표물로 찰리를 선택하고, 궁지에 몰린 찰리는 그를 도와줄 수 있는 유일한 사람, 바로 자칭 ‘흡혈귀 사냥꾼’인 <프라이트 나이트>의 주인공 피터 빈센트를 찾아간다. 그리고 그 순간, 영화와 현실이 만나는 놀라운 마법이 펼쳐지기 시작한다.

톰 홀랜드 감독의 연출은 때때로 멋진 장면을 선사한다. 나이트클럽 시퀀스와 찰리의 여자친구 에이미가 제리에게 물리는 장면은 감각적인 영상과 분위기로 에로티시즘과 공포를 효과적으로 표현했다. 내가 <프라이트 나이트>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찰리의 친구 에드가 흡혈귀 제리에게 물리기 직전, 카메라가 에드를 갑자기 부감으로 잡는 대목이다. 카메라의 제3자 시점이 일순간 흡혈귀의 주관적 시점으로 바뀌면서 관객이 공포를 느끼게 하는 것이다. 시각적 즐거움은 정교한 특수효과에도 만만찮게 빚지고 있다.

무엇보다도 이 영화를 매력적인 한 편으로 만드는 요인은 주역을 맡은 두 배우, 크리스 새런든과 로디 맥도월이다. 제리를 연기한 새런든은 섹시하고 능글맞으며 유머가 풍부한 배역을 깜짝 놀랄 정도로 잘 소화해 냈다. 그의 변화무쌍한 표정과 전율할 만큼 강렬한 카리스마는 ‘이 정도라면 나도 한번쯤은 흡혈귀가…’ 라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피터 빈센트 역의 맥도월은 피터 쿠싱을 흉내 낸 재미있는 액센트로 가끔은 우스꽝스러운 흡혈귀와의 대결 장면에서 빛을 발한다(그가 출연한 텔레비전 속 흡혈귀 영화 클립은 정말 즐겁다). 새런든은 그때그때의 상황에 적절히 대응하면서 부드럽게 넘어가는 연기를, 맥도월은 연륜에서 비롯된 관록으로 균형 잡힌 연기를 보여준다는 점이 서로 다르지만, 이 멋진 배우들이 아니었다면 <프라이트 나이트>는 그렇게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영화가 되지도 못했을 것이며, 전편을 지탱하는 두 축을 잃은 채 비참하게 무너져 내렸을지도 모른다.

장르에 대한 애정과 그것을 당대의 감각에 적절히 이식한 연출력 덕택에, <프라이트 나이트>는 80년대 흡혈귀 영화 중에서도 유독 기억에 남는 작품이 되었다. 좋은 장르영화의 본보기이다.

원제: Fright Night
감독: 톰 홀랜드
주연: 크리스 새런든, 로디 맥도월, 윌리엄 랙즈데일, 어맨다 비어즈, 스티븐 제프리즈
북미 개봉: 1985년 8월 2일
한국 개봉: 1986년 4월 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