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언 맨 2] (2010)

(C) Marvel Studios
(C) Marvel Studios

<아이언 맨 2>(Iron Man 2)는 전편의 마지막 장면부터 시작한다. 우리는 토니 스타크가 자신이 아이언 맨임을 공언하면서 기자회견장을 패닉에 빠트리는 모습을 저 멀리 러시아에 있는 어떤 허름한 골방에서 다시 보게 된다. 이곳에서는 한 노인이 죽음을 앞두고 있고, 그의 아들은 슬픔을 이겨내고자 보드카를 연신 들이킨다. 마침내 노인이 죽고 아들의 슬픔은 분노로 변한다. 토니 스타크 / 아이언 맨의 새로운 적, 이반 반코 / 윕래쉬가 탄생하는 순간이다.

그런데 이번 속편의 적은 윕래쉬 한 명만이 아니다. 미국 정부는 국가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이유로 스타크로부터 아이언 맨 수트를 압수하려 하고, 틈만 나면 그를 물어뜯으려는 라이벌 군수업자 저스틴 해머는 윕래쉬를 자기 편으로 끌어들여 강력한 위협 세력이 된다. 설상가상으로 스타크의 회사는 경영실적이 악화되고 있고, 스타크 자신은 아이언 맨으로서 세계평화를 지킨다는 자아도취와 자연인 토니 스타크로서 수트 착용 후유증의 괴로움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며 자학적 기행을 일삼기 시작한다. 등장인물과 에피소드가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났으니 관객은 불안해진다. 이러다 <배트맨 & 로빈> 꼴이 되는 건 아닐까. 아니, 그건 너무 심한 가정이고 최소한 <스파이더맨 3> 만큼은 해 줘야 할 텐데.

전편의 공식을 별다른 의미 없이 반복하거나 그마저도 제대로 못하고 쓰러지는 다른 속편들에 비하면, 다행히도 <아이언 맨 2>는 군계일학이다. 존 파브로 감독과 저스틴 서루 작가는 전편의 황금공식에 적절한, 때로는 과감한 변화를 주면서, 수퍼히어로 영화로서는 일반적인 범주를 훨씬 뛰어넘은 호평을 받았던 <아이언 맨>의 속편이라는 무거운 과제를 착실하게 해냈다. 우리는 스타크와 페퍼 포츠, 로디, 해피 등 주요 등장인물의 성격이 망가지지 않은 채 유머와 호통을 주고받는 모습을 여전히 즐길 수 있다. 히어로가 ‘실존’하는 적뿐만 아니라 자신의 ‘실존’과도 맞서 싸우며 결국 슬기롭게 극복하는 왕도 전개도 비교적 탄탄하다. 이 과정에서 조금 늘어지는 감이 없지 않지만 이를 대비해 적절히 치고 들어오는 볼거리와 우리 모두가 기다리는 <어벤저스> 떡밥이 도처에 마련되어 있다.

배우들도 최선을 다했다고 할 수 있다. 매력남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활력은 조금도 줄어들지 않았다. 술독에 빠져 허우적대는 모습조차 밉지 않다. 귀네스 팰트로우가 분한 페퍼 포츠와의 티격태격하는 궁합도 여전히 좋다. 그는 스타크 때문에 덜컥 CEO가 되다 보니 짜증이 좀 늘긴 했다. 배우 교체로 말이 많았던 로디는 돈 치들의 이미지 때문에 좀 뺀질거리고 경박한 느낌이 줄어든 대신, 모두가 기대했던 새로운 히어로 워 머신으로서 짊어져야 할 비중을 잘 받아냈다. 저스틴 해머는 좀 뻔한 악역이지만 샘 록웰의 노련미가 이를 충분히 상쇄했고, 윕래쉬는 미키 루크의 현재 이미지를 잘 살린 터프하고 카리스마 있는 악역이다. 등장인물과 에피소드가 늘어나 가장 큰 손해를 본 쪽은 블랙 위도우 역의 스칼렛 조핸슨이다. 배역과 그 비중이 얄팍해졌으니 배우 자신의 재능도 제대로 쓰여지지 못했던 것이다. 그나마 새뮤얼 L. 잭슨의 닉 퓨리는 떡밥 투척자로서 제 역할을 다 했다. 액션과 물량공세는 어떨까. 전편의 키워드가 아이언 맨 수트라는 궁극의 장난감을 구경한다는 신기함과 초음속으로 하늘을 나는 자유로움 등이었다면, 이번 속편에서는 아무래도 처음의 설렘은 조금 덜한 대신 이미 탄탄하게 확립된 세계관에서 가능한 화려하고 다양한 변화를 한껏 만끽할 수 있다. 휴대용 수트 ‘마크 V’는 정말로 탐이 난다.

<아이언 맨 2>는 전편의 장점과 매력을 충실히 유지하면서 속편의 규모 증대로 인한 이야기의 파탄을 납득할 수 있는 선까지 최선을 다해 막아냈다. 중반의 늘어짐이 조금 아쉽지만 이 정도면 전편을 즐겼던 팬들도 실망하지 않을 만하다. 그리고, <어벤저스>에도 그만큼 더 가까워졌다.

원제: Iron Man 2
감독: 존 파브로
주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귀네스 팰트로우, 돈 치들, 미키 루크, 샘 록웰
북미 개봉: 2010년 5월 7일
한국 개봉: 2010년 4월 29일

[스파이더맨 3] (2007)

(C) Sony Pictures
(C) Sony Pictures

여전히 좋았지만, 조금 과했다는 인상도 지울 수 없다. 에피소드가 너무 많아 진이 빠질 정도다. 결말에 다다를 때쯤이면, ‘자, 베놈하고 샌드맨 보냈으니 그 다음은 얼른 내려가서 해리, 그 다음은 결혼 반지…’ 이렇게 벌여 놓은 사건들을 수습하기에 바쁘다.

놀라운 점은 그것들이 어떻게든 모두 수습된다는 것이며, 주제와의 연관성이나 에피소드 사이의 짜임새의 파탄도 잘 막아 놔서 작품의 전체적인 질을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는 사실이다. 이렇게 많은 등장인물과 에피소드가 얽혔으니 잘못하면 <배트맨 & 로빈> 같은 꼴이 될 수도 있었지만, 작가들과 감독은 최선을 다 했다. 아슬아슬하긴 했지만.

역시 샌드맨과 뉴 고블린만으로 만들어야 했어, 싶지만 베놈이 없었다면 영화가 이만큼 화제를 모을 수 있었을까. 놈의 등장을 암시하는 정도로 끝냈다면 더 좋았겠지만, 팬들의 인내심은 3편을 넘기지 못했을 테니까.

액션 장면에 대해선 정말 할 말이 없다. 압도적이다. <스파이더맨 3>는 영화를 극장에서 봐야 하는 이유 그 자체이다. 또한, 플린트 마르코가 샌드맨으로 부활하는 대목은 <배트맨 리턴즈> 이후 수퍼히어로 영화에서 악당을 가장 감동적으로 표현한 장면이다.

이미 4편 제작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 있지만, 피터 파커의 성장담은 이쯤에서 완결을 지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망가지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으니까.

원제: Spider-Man 3
감독: 샘 레이미
주연: 토비 맥과이어, 키어스틴 던스트, 제임스 프랭코, 토머스 헤이든 처치, 토퍼 그레이스
북미 개봉: 2007년 5월 4일
한국 개봉: 2007년 5월 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