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 (2011)

(C) Paramount Pictures
(C) Paramount Pictures

오리지널 TV 시리즈의 팬들에게 톰 크루즈의 <미션 임파서블>은 뒤통수를 얻어맞는 듯한 경험이었을 것이다. 팀의 리더인 짐 펠프스는 추악한 배신자였고, 그의 음모로 인해 팀이 전멸하면서 크루즈가 분한 영화 오리지널 캐릭터 이선 헌트의 ‘원맨쇼’로 파격적인(관점에 따라서는 파괴적인) 세대교체를 해 버린 것이다. 적절한 예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1990년대 중반 <수사반장>이 극장판으로 만들어지면서 최불암이 배신자로 드러나고 그의 음모로 김상순과 조경환을 비롯한 수사팀이 몽땅 전멸하자, 당시 뜨는 배우였던 배용준이나 송승헌이 새로운 수사반장이 된다는 이야기로 바뀌었다고 가정하면 그 충격의 강도를 짐작할 수 있을까.

온갖 것들을 뒤집어 엎고 비틀고 해체하고 재구성하고 때로는 부정하기까지 했던 90년대(적어도 그 시기에 사춘기와 20대 초반을 보냈던 내게는 그런 10년이었다는 생각이 든다)의 산물이라고는 해도, 주연이자 프로듀서까지 겸했던 크루즈의 입김이 너무나도 강했던 탓에, 영화판 <미션 임파서블>(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은 테마 음악 정도를 빼면 원작의 향기는 커녕 그 흔적도 간신히 찾을까말까한 전혀 다른 작품이 되었다고 해도 지나친 표현은 아닐 것이다.

나는 <제5전선>이라는 제목으로 국내 TV에 소개된 원작을 보고 자란 세대는 아니고, 그 속편인 <돌아온 제5전선> 세대에 속한다. 이 시리즈가 나에게 <맥가이버>나 <A-특공대>, <전격 Z작전>, <출동! 에어울프> 같은 고전으로 남은 건 아니지만, 적어도 작품의 핵심이 팀워크에 기반한 교묘한 두뇌 싸움이라는 점은 분명히 알고 있다. 그렇지만 크루즈의 <미션 임파서블>은 이러한 원작의 핵심보다는 그의 독자적인 활약에 더 집중한 영화였다. 물론 그와 함께하는 몇몇 등장인물이 있기는 했지만, 동료라기보다는 부하 같다는 느낌이 없지 않았고 각각의 개성도 루터 스티켈(빙 레임스 분) 정도를 빼면 그다지 부각되지 않았다.

편마다 구성원들이 바뀌었던 것도 한몫했을 터이다. 2000년에 나온 속편 <미션 임파서블 II>(오우삼 감독)에서는 크루즈의 원맨쇼가 더욱 더 극단으로 치달았고, 2006년의 <미션 임파서블 III>(J. J. 에이브럼스 감독)에 가서야 팀워크다운 구성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게 되었다. 또한, 이 3편은 헌트를 비롯한 각 등장인물의 묘사가 비교적 훌륭했고 악역의 비중도 높았으며, 맥거핀의 낚시질도 상당한 수준으로서 시리즈에 대한 새로운 관심을 환기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그리고 이제 4편이 나왔다. 단언컨대,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Mission: Impossible – Ghost Protocol)은 영화판 시리즈 가운데 가장 뛰어나다. 브래드 버드 감독은 일련의 애니메이션(아이언 자이언트, 인크레더블, 라따뚜이 등 하나같이 훌륭한 작품들이다)에서 보여주었던 솜씨를 첫 실사영화인 <고스트 프로토콜>에서도 고스란히 풀어냈다. 크루즈는 언제나처럼 동분서주하지만 그 바탕에는 확실한 팀워크가 자리잡고 있고, 각각의 팀원에게도 분명한 성격과 감정이입할 여지가 고루 분배되어 있다(IMF 자체가 붕괴해 버렸으니 그럴 법도 하지만). 액션과 트릭도 화려함과 긴박감이 넘친다. 부르즈 할리파 시퀀스와 모래폭풍 시퀀스는 앞으로도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만한 명장면이 될 것이다.

군더더기 없이 집중된 연출은 장기 시리즈의 매너리즘이 끼어들 여지를 조금도 주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플롯이 전편과 유기적으로 연결되면서 시리즈 사상 처음으로 매 편이 리부트 같은 느낌을 주는 대신, 보는 이가 정을 붙일 수 있는 ‘친근하고, 계속 이어지는 이야기’로서 자리잡는 데 성공했다. 그 과정에서 빙 레임스와 미셸 모나한의 비중이 카메오로 줄어들어 몹시 아쉬웠지만, 다음 이야기를 어쩔 수 없이 기대하게 하는 연출에는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생각해 보라. 4편 이상 나온 시리즈 영화 가운데 이야기가 채 끝나기도 전에 다음 편을 열망하게 되는 것이 얼마나 있었는지를. 그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임무였지만, <고스트 프로토콜>은 ‘임무 완수!’를 기운차게 외치면서 해냈다. 맥거핀이 토끼발만 못했고 악역의 존재감이 상당히 약했으며, 마음만 먹으면 그러한 단점을 몇 가지 더 끄집어 낼 수도 있었지만, 나는 영화와 함께 달리고 또 달릴 수밖에 없었다. 그것은 아주 상쾌한 질주였다.

원제: Mission: Impossible – Ghost Protocol
감독: 브래드 버드
주연: 톰 크루즈, 제레미 레너, 사이먼 펙, 폴라 패튼, 미카엘 뉘크비스트, 레아 세두
북미 개봉: 2011년 12월 16일
한국 개봉: 2011년 12월 13일

[수퍼 8] (2011)

(C) Paramount Pictures
(C) Paramount Pictures

가정해 본다. <수퍼 8>(Super 8)는 J. J. 에이브럼스 감독의 자전적인 영화가 아닐까 하고. 1966년생인 에이브럼스는 영화의 시대배경인 1979년 우리나라 나이로 14살이었을 것이고, 이는 영화의 주인공 조 일행의 나이와 얼추 맞아떨어진다. 에이브럼스를 비롯한 또래들은 유년기에 TV에서 <프랑켄슈타인>(Frankenstein)과 <심해 괴물>(Creature from the Black Lagoon)을 보며 공포와 매혹이 거칠게 뒤섞인 감정을 느꼈을 것이고, 동네 재개봉 극장에서 팝콘을 집어먹으며 <살아 있는 시체의 밤>(Night of the Living Dead)을 보았을 것이다. 학교가 끝나면 옹기종기 모여 만화책을 읽고, 손가락에 접착제와 에나멜을 잔뜩 묻혀가며 조립식 모형을 만들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스타 워즈>(Star Wars)와 <미지와의 조우>(Close Encounters of the Third Kind)를 보았을 때, 그 전에는 결코 느낄 수 없었던 경이로움과 흥분을 맛보며 스크린을 눈으로 뚫어버리기라도 할 듯이 바라보았을 것이다. 집에 한 대씩은 있었을 수퍼 8mm 카메라를 들고 널따란 교외 지역을 구석구석 돌아다니며, 자신들이 흠뻑 섭취했던 문화 자양분을 바탕으로 마음속에서 자라나고 있었던 그들의 꿈자락(당시엔 그것이 무엇인지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을지언정)을 하나씩 하나씩 자아냈을 것이다. 길쭉하고 빨간 젤리를 서로 나눠 먹으면서.

흔히들 ‘떡밥의 제왕’이라 일컫는 에이브럼스지만, <수퍼 8>를 보면서는 그런 것들에 신경 쓰지 않아도 좋다. 별로 기대할 필요도 없고, ‘뭐가 있나~’하고 찾아볼 것까지도 없다. 이 감동적인 영화에서 고작 슬러쇼(왜 아니겠어?)니 뭐니 하는 걸 찾으려고 눈을 부라리고 있어야 하는가 말이다(사실 그보다 훨씬 많은 이런저런 것들이 있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부차적인 것들이다). 에이브럼스의 전작인 <미션 임파서블 III>와 <스타 트렉>과 같이 놓고 보았을 때, <수퍼 8>에서는 공통점보다 차이점이 눈에 띈다. 어느 쪽이나 예전에 에이브럼스를 매료시켰을 미국의 대중문화 컨텐츠를 업데이트한 작품들이지만(이는 그의 TV 시리즈들도 마찬가지다), <수퍼 8>는 개인적인 이야기를 들려 주는 듯한 고백적 성격이 더 강하다. 이 영화의 제작자인 스티븐 스필버그에게 <E. T.>가 한때 그랬듯이.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수퍼 8>는 <미지와의 조우>와 <E. T.>, 조금 더 나아가 <구니스>를 보면서 자란 세대들이라면 저절로 미소를 지을 만한 영화이다. 70년대라는 향수 어린 시대배경, 결손가정에서 마음의 상처를 입은 소년/소녀들이 환상적인 모험을 통해 서로, 또는 어떤 미지의 존재와 교감을 이루고 마침내 갈등을 해소하여 성장을 시작한다는 내용, 미국 대중문화의 풍부한 인용,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춘 연출, 감각적인 시각효과 같은 것들 말이다. 말하자면 에이브럼스가 그 나이에 겪었을 법한 일상에 역시 그가 꿈꾸었을 법한 비일상적인 사건이 수퍼 8mm 카메라라는 매개체를 통해 결합한 이야기이자, 스필버그 영화를 사랑했던 세대에게 바치는 종합 선물 세트가 바로 <수퍼 8>인 것이다.

아아, 그래서일까. 이 영화를 보면서 나는 오래 전 살던 동네의 익숙한 골목길을 걷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이야기가 흐르는 내내 입가에 떠오른 미소를 잠시라도 지울 수가 없었다. 때로는 너무나도 즐거워서, 그럴 때마다 극장에서 주위를 방해하지 않도록 하는 행동, 즉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기도 했다. 시작하면서 파라마운트 로고에 이어 스크린을 가득 채우는 앰블린 엔터테인먼트 로고, 군데군데 존 윌리엄스나 제리 골드스미스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게 하는 마이클 지아키노의 음악, 역광을 활용하여 독특하고 환상적인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스필버그의 전매특허격 연출을 변용한 화면, 그리고 비록 영화 속에서만 만날 수 있지만 나의 어린 시절과 전혀 닮지 않았다고는 말할 수 없는 그 아이들. 그 아이들이 무비 카메라를 들고 좀비 영화를 찍으며 주고받는 이야기들, 그 속에서 무럭무럭 피어나는 작지만 뜨거운 열정과 순수한 꿈. <수퍼 8>에는 더 많은 이야깃거리가 있지만, 무엇보다도 나는 바로 그 추억과 열정, 꿈이라는 요소에 이끌렸다. 에이브럼스가 이 영화를 만든 건 떡밥 따위가 아니라 바로 그것을 나누고 싶어서가 아니었을까.

스크린 속에서 살아 숨쉬는 듯한 그 아이들을 보며 나는 내 마음 속에 남아 있는, 어쩌면 아직 피어나지 못한 채로, 그 시절 그대로인 채로 남아 있는 무언가가 있음을 느꼈다. 그것은 영화 속 대사 하나하나, 장면 하나하나와 공명하며 마음 속에 약하지만 분명한 울림을 남겼다. 무엇일까. 어쩌면 지금이야말로, 아직도 가슴 속을 울리고 있는 그 무언가의 모습을 찾으러 나만의 작지만 담대한 모험을 나서야 할 때가 아닐까 한다.

원제: Super 8
감독: J. J. 에이브럼스
주연: 조얼 커트니, 엘 패닝, 카일 챈들러, 라일리 그리피스, 라이언 리
북미 개봉: 2011년 6월 10일
한국 개봉: 2011년 6월 1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