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책상 위 타바 작전

피트로드의 1/144 일본 육상자위대 10식 전차를 조립했다. 얼마 전에 다시 감상한 <신 고지라>의 여운이 지름으로 이어진 결과 가운데 하나이다.

업체 공식 웹사이트에 게재된 제품 정보에 따르면 키트의 발매 시기는 2017년 7월. 2012년부터 인도된 양산형을 재현했다고 한다. 3량분의 러너와 데칼을 포함한 가격은 1,500엔. 이달 중 근년 배치된 부대 마크 등을 데칼에 추가한 리뉴얼판이 나오면서 이 키트는 절판된다.



러너는 1량분씩 포장되어 있다. 구조가 간단하고 부품 수도 많지 않지만, 몇몇 부품이 매우 가늘고 조밀해서 이렇게 해야 손상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데칼도 따로 포장되었다. 그밖에 간단한 기체 해설이 실린 조립 설명서와 도장, 데칼 참고용 컬러 설명서가 동봉되었다.


우선 1량만 만들어 보았다. 가스레인지 손잡이처럼 생긴 부품은 사용하지 않는다.



완성. 가늘고 작은 부품을 조심스럽게 다루느라 생각보다 시간이 걸렸다. 크기를 생각하면 꽤나 세밀한 조형이다.


전체 길이는 약 6.5cm. 손바닥 한가운데에 올려 놓을 수 있을 만큼 작다.



포탑을 돌릴 수 있다. 포신은 포탑과 일체 성형되어 각도를 바꾸지 못한다.



드디어 고지라에 맞선 10식 전차. 바로 이런 사진을 찍어 보고 싶어서 구입한 키트이다. 상대역은 반다이 무비 몬스터 시리즈 고지라 2016.

둘은 크기 비례가 맞지 않는다. 고지라는 제품 사양에 축척이 명시되지 않았지만 설정상 높이가 118.5m, 완구의 높이가 약 17cm이므로 대략 1/700이 된다. 바로 위 사진처럼 전차와 고지라 사이에 원근감을 넣으니 한결 나아 보인다.

마침 피트로드가 이달에 1/700 육상자위대 차량 세트 1이라는 키트를 내는데, 10식 전차를 비롯하여 <신 고지라>에 등장한 차량이 몇 가지 들어간다. 무비 몬스터 시리즈나 S. H. 몬스터아츠와 함께 놓으면 어울리겠다.


같은 1/144 축척의 반다이 HGUC 건담과 함께. 이렇게 놓고 보니 모빌 수트가 얼마나 거대한 기계인지를 새삼 느낀다.

전차 플라모델을 조립해 본 건 정말 오랜만이다. 중학교 때인가, 동네 문방구에서 팔던 조그마한 전차 플라모델(티거로 기억한다)이 아마도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을 것이다. 초등학교 때 1/35 밀리터리 플라모델에 잠시 빠져들었던 적이 있지만, 주로 병사 피겨 위주였고 전차에는 손을 대지 않았다. 비싸기도 했고, 그때의 나에게는 조립하기 어렵기도 했고… M1 에이브럼스가 최신예 전차였던 시절 이야기로서, 아카데미의 1/35 에이브럼스 키트를 동경했던 기억이 아련히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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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고지라>는 10식 전차를 대중적으로 더욱 널리 알린 작품일 것이다. ‘히토마루(10의 1과 0을 따로따로 읽은 발음)’로도 불리는 10식 전차는 극중 고지라의 토쿄 진입을 막기 위해 결행된 타바 작전에 투입되었다. 비록 패퇴하였을지언정 실존하는 전차가 고지라에 맞서는 모습은 ‘현실 대 허구’라는 <신 고지라>의 홍보 문구에 딱 들어맞는 것이었다.

<신 고지라>의 대히트는 일본 밀리터리 모형 업계에도 희소식이었던 것 같다. 특히 타미야는 1/48 신금형 10식 전차를 <신 고지라>의 개봉 다음날 발매했다. 유명 모델러이자 개러지 키트, 완구, 플라모델 업체 맥스 팩토리의 대표인 맥스 와타나베는 당시 트위터에 다음과 같이 적기도 했다.

‘타미야 1/48 10식 전차가 <신 고지라> 효과로 날개 돋친 듯이 팔리고 있는 모양이다.’

이듬해 발매된 피트로드의 1/144 10식 전차도 이러한 흐름의 영향을 어느 정도 받지 않았을까?

헐리우드판 [킹콩 대 고지라] 공식 발표 – 2020년 개봉 확정!

(C) Warner Bros. Pictures / Legendary Pictures / Toho Co., Ltd.
(C) Warner Bros. Pictures / Legendary Pictures / Toho Co., Ltd.

드디어 올 것이 온다.

레전더리 픽처스와 워너 브라더스는 15일, 지난 2014년 <고지라>(Godzilla) 리메이크로 시작된 이야기를 확장시켜 거대 괴수들이 군림하는 새로운 프랜차이즈를 구축할 것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이에 따라 이미 제작이 확정된 킹콩 영화 신작 <콩: 해골섬>(Kong: Skull Island, 2017년 개봉)과 속편 <고지라 2>(Godzilla 2, 2018년 개봉)가 모두 같은 세계를 무대로 한 이야기로 통합되었고, 2020년에는 드디어 킹콩과 고지라가 격돌하는 <고지라 대 콩>(Godzilla vs. Kong)이 공개된다. 그리고 <고지라>에 나왔던 괴수 연구/추적 기관 ‘모나크(Monarch)’가 이들 작품에 모두 등장하여 각 세계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게 된다.

<콩: 해골섬>과 <고지라 2>는 2014년 7월 샌디에고 코믹콘에서 함께 발표되었다. 그런데 고지라 시리즈의 본산인 일본 토호가 동서양 양대 무비 몬스터의 격돌을 1962년 <킹콩 대 고지라>로 이미 실현한 바 있어, 팬덤과 언론은 혹시 머지않아 헐리우드판 <킹콩 대 고지라>를 볼 수 있는 것 아니냐는 기대와 예상으로 쑥덕쑥덕해 왔다(당연히 괴수보호구역도 그 안에 포함되겠다).

아울러 코믹콘 발표 때 <고지라 2>부터 모스라, 라돈, 킹기도라 등 토호 특촬영화의 유명 괴수들도 등장할 계획이라는 언급이 있었던지라, 고지라와 킹콩을 필두로 한 장대한 가상 세계의 성립이 예측되기도 했다. 당시로서는 다소 성급한 기대이긴 했지만 1년여가 지난 현재, 모두 현실로 이루어지게 되었다. 마블 스튜디오의 <어벤저스> 시리즈, 즉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의 고지라-킹콩 버전이 탄생하게 된 셈이다.

레전더리 픽처스는 현재 유니버설과 투자, 배급 계약을 맺고 있지만, 고지라와 킹콩 시리즈에 한해 유니버설 이전 계약 관계였던 워너 브라더스가 관여한다. 따라서 완성된 영화들도 워너 브라더스의 배급망을 타게 된다.

새로운 거대 괴수영화 세계의 본격적인 시작이 될 킹콩 시리즈 신작 <콩: 해골섬>은 2017년 3월 10일 북미 개봉한다. 감독은 조던 보그트 로버츠, 주연은 톰 히들스턴, 새뮤얼 L. 잭슨, 브리 라슨, 존 굿먼, 징톈, 코리 호킨스, 제이슨 미첼, 존 오티스, 셰어 위검, 토비 케벨 등이다. 각본은 맥스 보렌스타인(고지라), 존 게이틴즈(리얼 스틸, 플라이트), 댄 길로이(본 레거시, 나이트크롤러), 데릭 코놀리(쥬라기 월드)가 담당. 1970년대를 무대로 킹콩 이야기의 또 다른 방향성을 제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10월 19일 크랭크인 예정.

그 뒤를 이을 <고지라 2>는 2018년 6월 8일 북미 개봉한다. 전편 <고지라>를 성공시킨 개렛 에드워즈 감독이 복귀하며, 각본도 맥스 보렌스타인이 계속 맡는다. 모스라, 라돈, 킹기도라 등 고지라 시리즈의 인기 괴수 등장이 예정되어 있으나 실제로 어느 쪽이 선택될지, 아니면 셋 모두가 등장할지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다.

<고지라 대 콩>은 현재 2020년 개봉만 확정된 상태이다.

한편, 고지라의 본고장인 일본에서도 주목할 만한 움직임이 진행 중이다. 원조 고지라 시리즈가 12년 만에 부활, <신 고지라>(シン・ゴジラ)라는 제목으로 2016년 여름 개봉을 앞두고 있는 것이다. 안노 히데아키와 히구치 신지라는 일본 애니메이션/특촬계의 거물 크리에이터가 힘을 합쳐 각각 총감독/각본, 감독/특기감독으로 참여하는 또 하나의 기대작. 주연은 하세가와 히로키, 타케노우치 유타카, 이시하라 사토미가 발탁되어 현재 촬영 중이다. 10월 말 크랭크업 예정.

여기서 조금 더 비약을 해 본다면 레전더리-워너의 고지라-킹콩 세계와 토호의 원조 고지라 세계의 크로스오버를 생각해 볼 수 있는데, 요즘 같은 때라면 전혀 불가능해 보이지도 않는다. 물론 이 전대미문의 구상이 실현되려면 현재 개발 중인 작품들이 반드시 흥행에 성공해야겠지만.

출처: 레전더리 픽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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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지라 시리즈의 50년 역사

※ 읽기 전에

고지라 시리즈 50주년 기념작이자 한때 최종작으로 간주되었던 <고지라: 파이널 워즈>의 공개에 호응하여, 영화 주간지 [씨네 21] 482호(2004년 12월 14일자)에 기획 기사 형식으로 기고한 글이다.

원래는 일본 현지 취재와 감독 및 제작자의 서면 인터뷰도 담을 예정이었으나 여러 가지 사정에 의해 실현되지는 못했다. 결국, 고지라 시리즈의 50주년 역사를 정리한 글과 일본에서 직접 관람한 <고지라: 파이널 워즈>의 간략한 프리뷰를 싣는 것으로 마무리가 된 것. 11년 전에 쓴 글이므로 현재 상황과는 맞지 않는 내용이 있음을 유의하시라. 이미 2014년 헐리우드에서 두 번째 리메이크가 나왔고, 일본에서는 12년 만에 부활하는 신작이 2016년 공개 예정으로 제작 중이다.

이 글의 저작권은 나와 [씨네 21]이 갖고 있으므로 무단 인용이나 게재는 허락하지 않는다.


핵폭탄이 만든 괴수, 명예의 전당에 오르다 – 고지라 시리즈의 50년 역사

무비 몬스터의 대명사 고지라가 올해로 50살이 되었다. 1954년 인류의 앞에 모습을 드러낸 이래, 반세기에 걸쳐 다양한 모습으로 관객들을 만난 그도 이제 장년의 나이에 접어든 것이다. 때마침 일본에서는 50주년 기념작이자 시리즈를 결산하는 최종작 <고지라: 파이널 워즈>가 제작되어 헐리우드와 일본에서 거의 동시에 공개되는 역사적 이벤트가 거행되었다. 28편에 이르는 시리즈의 장대한 역사를 정리하고 신작 <파이널 워즈>의 프리뷰를 통해 오랜 시간 동안 끊임없는 인기를 이어온 캐릭터로서의 고지라에 대해 알아보자.

2004년 11월 29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헐리우드 불러바드에서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유명인들의 거리인 ‘워크 오브 페임(Walk of Fame)’에 올라갈 스타의 이름을 담는 행사가 열렸다. 이날 행사의 주인공은 일본의 배우. 그런데 헐리우드의 명예 시장인 자니 그랜트가 호명하여 나타난 이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배우’는 사람이 아닌 괴수였다. 행사장을 가득 메운 취재진과 관객들에게 새하얀 연기를 내뿜으며 나타난 것은 다름 아닌 고지라였던 것이다. 아카데미상 시상식이 거행되는 코닥 시어터 앞 보도에 영구 보존될 고지라의 족적 등록과 명예의 전당 입성은 인간이 아닌 캐릭터로서는 미키 마우스와 도널드 덕에 이은 3번째이며 일본에서 창조된 캐릭터로서는 최초의 일이었다. 그러나 이 행사는 그날 오후에 있을 ‘본 게임’의 식전 행사였을 뿐이다. 날이 어둑어둑해질 무렵, 헐리우드 그라우먼즈 차이니즈 극장에서는 고지라 탄생 50주년 기념작이자 시리즈의 최종작 <고지라: 파이널 워즈>의 월드 프리미어가 일본에 앞서 개최되었다.

(C) Toho Co., Lt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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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리우드 명예의 거리에 입성한 고지라. (2004. 11. 29)

제1기 : 특촬 플롯의 모범이자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괴수의 탄생

고지라가 자신의 거대한 모습을 은막에 처음으로 드러냈던 것은 1954년 11월 3일의 일이었다. 당시 토호 영화사의 프로듀서였던 타나카 토모유키가 그 해 연말에 개봉 예정이었던 일본과 인도네시아 합작 영화 <영광의 그림자 속에서>의 제작이 좌절된 후 일본으로 귀국하던 비행기 속에서 아이디어를 냈다는 고지라의 ‘탄생 설화’는 그 사실 여부를 떠나 지금까지도 전설로 회자될 정도이다.

(C) Toho Co., Lt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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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지라>(1954)의 한 장면. 초대 고지라는 죽음과 공포를 상징했다.

고대의 공룡이 인간의 핵실험에 의해 깨어나 문명을 습격한다는 내용의 <고지라>는 히로시마와 나가사키라는 미증유의 재난을 직접 겪은 지 채 10년이 지나지 않았던 일본 관객들의 무의식을 자극하며 관객 동원 960만 명이라는 대히트작이 되었다. <고지라>의 성공은 2차 대전 당시 전의를 고취시키기 위해 만들었던 국책 영화에서 사용된 트릭 촬영 기법이 ‘특촬'(특수 촬영의 약자)이라는 일본 특유의 장르로 진화하게 된 본격적인 시발점이었으며 <킹콩>에 이어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괴수 캐릭터가 탄생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뜻밖의 흥행 성공으로 1편이 공개된 지 반년 만에 급거 제작된 속편 <고지라의 역습>(1955년)에서 ‘괴수 대 괴수’라는, 이후 특촬 괴수영화의 하나의 전범이 된 플롯 구성을 선보인 이후, 토호는 50년대 말부터 괴수 특촬과 SF 특촬이라는 2대 노선의 작품들을 연속으로 내놓는다.

(C) Toho Co., Lt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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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콩 대 고지라>는 괴수영화 전성기를 대표하는 작품이다.

1960년대는 전후 일본 경제의 고도성장에 힘입어 영화 산업도 급속도로 발전한 시기이다. 이때의 대표작인 <킹콩 대 고지라>(1962년)는 시리즈 최초로 제작된 컬러-시네마스코프 작품으로 미국과 일본을 대표하는 괴수 캐릭터의 격돌이라는 화제성과 당시 고도 성장기의 애환을 다루어 관객들의 심금을 울렸던 소위 ‘셀러리맨 영화’의 플롯을 차용함으로써 많은 인기를 모았다. 박력 있는 괴수 영화의 재미와 코믹한 인간 드라마의 조화가 잘 이루어진 이 작품은 무려 1,200만 명의 관객을 동원, 고지라 시리즈 최대의 흥행 성적을 거둔 것은 물론 일본 괴수 특촬 영화의 전성기를 구가한 작품으로 기록된다. 이후 1960년대의 고지라는 토쿄 올림픽 등을 통해 자신감을 회복한 일본 사회의 분위기가 적극적으로 반영되어 핵의 공포를 상징하던 1950년대의 음울한 정서를 벗어던진 컬러풀한 모험담의 주인공으로 변모했다.

일본에서 ‘특촬의 신’이라는 호칭을 얻었던 츠부라야 에이지가 담당한 특수촬영 화면 역시 <모스라 대 고지라>(1964년) 등의 작품에서 최고의 퀄리티를 보여주면서 특촬 장르를 더욱 공고히 하는 데 이바지했다. 1967년에는 쇼치쿠나 닛카츠 등의 경쟁 영화사에서도 동시에 괴수 영화를 내놓았으며, 한국에서는 일본 기술진의 협력을 통해 <대괴수 용가리>(김기덕 감독)라는 작품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제2기 : 9년 만의 재개, 세련된 특수효과로 새로운 팬 형성

1970년대에 들어 고지라는 쇠퇴기에 접어든다. 고도 경제 성장의 폐해 가운데 하나였던 공해와 환경오염 문제를 다룬, 시리즈 사상 가장 우울한 작품인 <고지라 대 헤도라>(1971년)로 시작한 이 시기는 이미 1960년대 중반부터 엔터테인먼트로서의 절대 강자로서의 자리를 TV에게 빼앗긴 영화의 고군분투가 한창 전개되던 때였다. 고지라는 점차 극의 맥락과는 관계없이 당시 인기 있던 만화 주인공의 동작이나 프로 레슬링의 기술을 흉내 내며 어린이 관객들의 눈길을 끌어야만 했다. 이미 1969년부터 가족 관객을 대상으로 한 흥행 프로그램인 ‘토호 챔피언 축제’의 일환으로 애니메이션이나 특촬 TV 프로그램의 동시상영작이 된 고지라 시리즈는 전성기에 비해 형편없이 깎인 예산과 석유 파동의 영향으로 척박해진 제작 환경에서 만들어져야만 했다. 관객 동원수도 점차 하락, 1973년 작 <고지라 대 메가로>에서는 처음으로 100만 명을 채우지 못했으며, <메카고지라의 역습>(1975년)에서는 97만 명을 동원, 시리즈 최악의 흥행 성적을 기록한다. 결국, 토호는 시리즈를 종결하기에 이른다.

(C) Toho Co., Lt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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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의 하한선’ 또는 ‘괴작’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고지라 대 메가로>.

그러나 고지라는 전국적인 리바이벌 붐과 함께 1984년, 9년 만에 부활하여 다시금 극장가를 찾는다. 미-소 냉전의 긴장 관계와 언제든 핵이 인류 멸망의 도구로 사용될 수 있다는 공포는 고지라가 부활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만들어냈던 것이다. 제1편 이후 속편의 세계관을 완전히 배제하고 다시금 파괴자이자 응징자의 이미지를 적용한 직계 속편 형식을 띤 <고지라>(1984년)는 400만 명이라는, 전성기에는 미치지 못하는 결과를 거두었지만 이후 1995년까지 전개된 제2기 시리즈(일본에서는 연호를 따 ‘헤이세이 시리즈’ 또는 ‘VS 시리즈’로 불린다.)의 맹아가 된다. 1989년 작 <고지라 VS 비오란테>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제2기 시리즈에서는 생물적인 특성이 강조된 고지라의 참신하고 세련된 특수 효과가 눈길을 끌었으며, 새로운 세대의 팬들을 이끌어 내는 데 큰 공헌을 하였다. 하지만, <비오란테>의 흥행 성적이 예상을 밑돌자 다시금 과거의 인기 괴수들을 부활시키는 전형적인 ‘대전 형식’으로 돌아가 킹기도라, 모스라, 메카고지라 등이 연속하여 고지라와 맞붙었다.

1998년에는 모든 고지라 팬들의 염원인 헐리우드판 블록버스터가 롤랜드 에머릭에 의해 <고질라>로 실현되었으나, 원작을 B급의 괴수 난동 영화 정도로만 인식했던 에머릭은 팬들을 전혀 만족시키지 못했다. 분노한 토호는 이듬해 세기말적 불안감을 플롯에 접목시킨 <고지라 2000 : 밀레니엄>(1999년)과 함께 시리즈의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기 시작하였다. 이른바 ‘밀레니엄 시리즈’ 또는 ‘신세기 시리즈’라고 불리는 제3기가 시작된 것이다.

(C) Toho Co., Lt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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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기 시리즈의 본격적인 출발점 <고지라 VS 비오란테>.

제3기 : 흥행 하락세, ‘원점 회귀’라는 강박 속에 50주년 맞아

제3기 시리즈의 특징은 마치 <에일리언> 시리즈와 같이 여러 명의 감독에 의해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졌다는 데 있다. 제2기 시리즈의 전성기 재래를 바라며 ‘원점 회귀’를 강조했던 <고지라 2000>의 오카와라 타카오, 자타가 공인하는 ‘고지라 열혈 팬’으로서 팬들이 보고 싶어하는 고지라 영화를 추구했던 <고지라 X 메가기라스>(2000년)와 <고지라 X 메카고지라>(2002년) 등의 테즈카 마사아키, 그리고 과거 토호 괴수 영화에 대한 존경심과 그 파격이 이율배반적으로 어우러진 독특한 결과를 낳았던 <고지라 모스라 킹기도라 대괴수총공격>(2001년)의 카네코 슈스케는 각각의 특성을 살린 작품으로 팬들의 시선을 끌었다.

그러나 이미 과거의 명성은 간데없고 관객 동원도 당시 최고의 인기 애니메이션이었던 <방가방가 햄토리>의 극장판과 함께 동시 상영으로 공개된 <대괴수총공격>에서 잠시 반등했을 뿐, 계속적인 하락세를 보였다. 2004년, 50주년을 맞아 고지라가 종결 선언을 하게 된 것은 최근작들의 연속적인 흥행 부진 탓이 크다. 아무리 날고 기는 ‘국민 캐릭터’라고는 하지만 상업영화의 숙명인 흥행 앞에서는 맥을 못 추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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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엄 시리즈 중 가장 흥행에 성공한 <GMK 대괴수총공격>.

어찌 보면 제3기 시리즈의 가장 큰 문제는 ‘원점 회귀’라는 목표였는지도 모른다. 느슨한 연결 관계로 시리즈를 이어갔던 제1기와 연속적인 세계관을 유지했던 제2기와는 달리 제3기 시리즈는 편마다 세계관을 리셋하여 6편 모두가 각기 1편의 직계 속편이 되었다. 이것은 시리즈 중에서도 유례를 찾기 어려운 독특한 방식이었다. 그러나 이미 헤이세이 <가메라> 3부작이라는, 괴수영화로서의 궁극적 단계가 성취된 후, 고지라 시리즈는 가메라를 끊임없이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결국은 가메라를 만든 감독까지 데려왔지만 그와 같은 경지를 넘어서기엔 역부족이었고, 그러한 파격을 시도한 <대괴수총공격>까지도 단발로 끝나버림으로써 시리즈의 앞날은 더더욱 불투명해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50주년이라는 하나의 분수령을 맞은 고지라 시리즈는 어떤 의미에서는 과거로부터 이어진 유산을 집대성하고,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완결편’적인 작품이 필요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고지라의 싸움은 계속된다.
50주년 기념작 <고지라: 파이널 워즈>는 어떤 영화?

최종작 <고지라: 파이널 워즈>의 마지막 장면. 생물학자 오토나시 미유키는 주인공인 지구방위군 병사 오자키 신이치에게 말한다. “이것으로 모든 것이 끝이로군요.” 그러나 오자키는 “아니오. 시작된 겁니다. 새로운 싸움이.”라고 대답한다. 과연 그렇다. 적어도 <고지라 : 파이널 워즈>를 보고 나면 좋은 의미에서든 나쁜 의미에서든 ‘이것이 마지막이다.’라는 생각은 결코 들지 않는다. 개봉 첫 날인 12월 4일, 토쿄 유라쿠쵸의 니치게키 플렉스에서 있었던 무대 인사에서 키타무라 류헤이 감독은 농담조로 “한 2년 후에는 또 만들어질지도 모릅니다. 다음번엔 <미니라 대 메카미니라>가 나옵니다.”라고 말해 관객들을 폭소하게 했지만, 굳이 그런 예를 들지 않더라도 이 영화 속에는 50년을 견딘 고지라가 앞으로도 언제든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비전을 찾고자 분투한 제작진의 의지가 엿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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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지라: 파이널 워즈>에서 고지라는 다양한 괴수들과 대결한다.

영화는 시리즈 최대의 히트작이었던 <킹콩 대 고지라>에 사용된 1962년의 ‘토호 스코프’ 로고와 함께 시작된다. 그리고 초대 고지라의 실루엣과 함께 <고지라> 제1편을 만들었던 고지라의 세 아버지들인 ‘타나카 토모유키, 혼다 이시로, 츠부라야 에이지에게 바친다.’라는 자막이 나온다. 이쯤 되면 시리즈를 총결산하는 작품으로서는 어울리는 시작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키타무라 감독은 도입부에서 고지라를 남극의 얼음 더미에 파묻고 난 뒤 관객들의 기대를 보기 좋게 배신하기 시작한다. 나머지 상영 시간을 인간들의 액션 장면으로 잔뜩 채운 후 영화가 클라이맥스를 향해 달려갈 무렵, 이번에는 괴수들의 격투 토너먼트를 시작하고 결말 부분에서는 이 둘을 한꺼번에 병렬 진행해버린 것이다. 제2기 시리즈의 완결편인 <고지라 VS 디스트로이어>에서 고지라가 멜트다운을 통해 핵 괴수다운 장렬한 죽음을 맞던 것을 기억하는 관객들이라면, 최종작 다운 장렬한 결말을 기대했다가 격투의 제왕이 되어 새끼인 미니라와 함께 유유히 퇴장하는 <파이널 워즈>의 고지라를 본다면 누구라도 깜짝 놀랄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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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 Toho Co., Ltd.

프로 레슬링 태그 매치를 연상시키는 클라이맥스의 한 장면.

물론, 작품의 플롯 자체는 그때까지의 토호 괴수들이 총출연하였던 1968년 작 <괴수총진격>에서 따온 침략 SF물의 색채를 강하게 띤 것이고, 영화 곳곳에 과거의 배우들이 출연하며 옛 시리즈를 연상시키는 온갖 설정으로 겹겹이 짜여 있다. 이 영화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고지라 시리즈는 물론 기타 토호에서 제작된 다른 특촬영화를 꼼꼼하게 봐 두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온갖 설정 차용과 패러디가 난무하는 것이다. 그러나 27편의 고지라 영화들을 한꺼번에 보는 듯한 팬 서비스 장면들이 속출하지만 <파이널 워즈>의 고지라는 과거 고지라를 옭아매었던 ‘핵 공포의 상징’이라는 주박으로부터 철저히 벗어나 있다. 대신, 액션 영화와 격투기광인 키타무라 감독의 작품답게 고지라는 ‘절대적 강함을 자랑하는 파이터’로 그려져 있다. 인간은 물론, 자신을 제외한 지구 각지의 괴수, 외계인, 심지어는 외계인이 불러들인 우주 최강의 괴수까지 몽땅 자신의 발밑에 때려눕힌 다음에도 ‘또 맞설 놈은 없나? 다 나와!’라며 싸움을 멈추려 들지 않는 것이다.

과연 이것이 50주년 기념작다운 작품인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 역사에 경의를 표하는 척하면서 결국 자신이 만들고 싶은 영화를 만들어버린 키타무라의 근성과 고집에는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지만, 시리즈 최종작으로서의 가치를 평가하기는 여전히 어렵기 때문이다. 과연 과거와의 연결 고리를 철저하게 끊어버린 고지라는 부활할 수 있을까?

(C) Toho Co., Ltd.
(C) Toho Co., Ltd.

[고지라] 블루레이 발매 기념 퀴즈 이벤트!

9월 21일 업데이트: 본 이벤트는 마감되었습니다. 참여해 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괴수보호구역은 올해 최대의 괴수영화 화제작인 <고지라>(Godzilla) 리메이크의 블루레이 디스크 및 DVD 국내 발매(9월 25일 예정)를 기념하여, 발매사인 해리슨앤컴퍼니와 함께 이벤트를 진행합니다.

아래 제시된 4개의 퀴즈 정답과 블루레이를 받고 싶은 이유를 적어 주시면, 추첨을 거쳐 1분께 <고지라> 블루레이 디스크(2D 버전)를 드립니다!

이벤트 응모 및 진행에 대한 자세한 사항은 아래를 참조하세요.

——-

<고지라> 블루레이 발매 기념 퀴즈 이벤트

이벤트 기간: 2014년 9월 15일 (월) ~ 9월 20일 (토) 자정
당첨자 발표: 2014년 9월 22일 (월) 오후
경품: <고지라> 블루레이 디스크 (2D 버전) 1장 (발매일인 9월 25일 이후 배송)

(C) Warner Bros. Pictures / Legendary Pictures / Toho Co., Ltd.
(C) Warner Bros. Pictures / Legendary Pictures / Toho Co., Ltd.

응모 방법
– 아래 제시된 퀴즈 4문제의 정답과 블루레이를 받고 싶은 이유를 정성껏 적어 이 게시물에 덧글로 달아 주세요.

경품 수령 안내
– 당첨되신 분께서는 제게 메일(gigan1972@gmail.com)로 경품을 받으실 주소와 성함, 연락처를 보내주십시오.
– 경품 배송은 발매사 해리슨앤컴퍼니가 담당하며, 타이틀 발매일인 9월 25일 이후 이루어집니다.

유의 사항
– 5문항(퀴즈 4문제 + 블루레이를 받고 싶은 이유)에 대한 답을 모두 다 써 주셔야만 응모하신 것으로 간주합니다. 그리고 문제 1~4번은 ‘정답’을 적어 주셔야 합니다.
– 5가지 문항 중 하나라도 빠지거나, 5가지 다 적어 주셨더라도 문제 1~4번의 답이 틀릴 경우, 추첨 과정에서 탈락됩니다.
– 마지막 주관식 ‘내가 <고지라> 블루레이를 받고 싶은 이유’는 글에 담긴 정성과 성의를 최우선으로 봅니다.
– 반드시 공개 덧글로만 응모하세요. 비밀 덧글로 응모하실 경우 추첨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 경품인 <고지라> 블루레이 디스크는 블루레이 디스크 전용 플레이어 또는 전용 디스크 드라이브에서만 재생됩니다. 게임기의 경우 PS3, PS4, Xbox One으로 재생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일반 DVD 또는 CD 플레이어로는 보실 수 없습니다. 따라서 응모에 앞서 블루레이를 감상할 수 있는 환경인지를 꼭 확인해 주십시오.

위 내용을 숙지하셨으면 아래 퀴즈 내용을 확인하시고 덧글로 응모하세요! :^)

퀴즈 1. (주관식)
이번 헐리우드 리메이크작 <고지라>에는 중견 배우들부터 헐리우드의 뜨는 신예까지, 실력 있는 배우들이 포진하고 있습니다. 그 중 주인공 부부 포드 브로디와 엘 브로디 역을 각각 맡은 애런 테일러 존슨과 엘리자베스 올슨은 2015년 여름에 개봉하는 어느 영화에도 함께 출연 예정입니다. 이번에는 남매로 나온다고 하는데요, 애런 테일러 존슨과 엘리자베스 올슨이 함께 출연할 영화의 제목은 무엇입니까?

(C) Warner Bros. Pictures / Legendary Pictures / Toho Co., Ltd.
(C) Warner Bros. Pictures / Legendary Pictures / Toho Co., Ltd.

퀴즈 2. (객관식)
<고지라>의 감독 개렛 에드워즈는 <스타 워즈>의 스핀오프 영화 감독으로 전격 발탁되어 실력을 인정 받고 있습니다. 사실 <고지라>는 에드워즈 감독의 첫 괴수영화가 아닌데요, 그가 <고지라>에 앞서 연출했던 또 다른 괴수영화의 제목은 무엇일까요?

(1) 쓰리, 몬스터
(2) 몬스터즈
(3) 몬스터 주식회사
(4) 몬스터 볼

(C) Warner Bros. Pictures / Legendary Pictures / Toho Co., Ltd.
(C) Warner Bros. Pictures / Legendary Pictures / Toho Co., Ltd.

퀴즈 3. (주관식)
이번 <고지라> 리메이크의 주요 제작진 중에는 일본의 오리지널 고지라 시리즈에 참여했던 감독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사람은 누구입니까?

* 힌트: 1971년 <고지라 대 헤도라>를 연출한 감독. 리메이크에서의 직책은 기획자(Executive Producer).

(C) Toho Co., Ltd.
(C) Toho Co., Ltd.

퀴즈 4. (객관식)
<고지라>의 개렛 에드워즈 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가장 좋아하는 무비 몬스터 3종을 밝힌 적이 있습니다. 다음 중 이 3종에 속하지 않는 것은 무엇입니까?

* 힌트: <반지의 제왕> 피터 잭슨 감독이 좋아하는 괴수이다.

(1) 고지라 시리즈의 “고지라”
(2) <킹콩>의 “킹콩”
(3) <조스>의 “백상아리”
(4) <에일리언>의 “에일리언”

(C) 20th Century Fox / (C) Warner Bros. Pictures, Legendary Pictures, Toho Co., Ltd. / (C) Universal Pictures
(C) 20th Century Fox / (C) Warner Bros. Pictures, Legendary Pictures, Toho Co., Ltd. / (C) Universal Pictures

마지막 관문! (주관식)
‘내가 <고지라> 블루레이를 받고 싶은 이유’를 정성껏 써 주세요. (분량 제한 없음 / 성의가 중요!)

(C) Blu-ray Disc Association
(C) Blu-ray Disc Association

이상입니다. 본 이벤트는 <고지라> 블루레이 디스크와 DVD의 발매사인 해리슨앤컴퍼니와 함께합니다. 괴수보호구역에서 개설 이래 처음으로 진행하는 이벤트에 여러분의 많은 참여와 호응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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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광구] (2011)

(C) (주) JK 필름, CJ E&M 픽처스
(C) (주) JK 필름, CJ E&M 픽처스

영화의 제목 <7광구>는 실재하는 공간을 뜻하기도 한다. 현실 속의 7광구는 제주도 남단과 일본의 큐슈 서부 사이에 위치한 대륙붕으로서, 석유와 천연가스가 다량 매장되어 있다고 추정되는 곳이다. 석유가 나지 않아 매년 수입하는 양에 의존해야 하는 우리나라에서는 70년대 박정희 정권 시절부터 개발 필요성이 제기되어 왔고, 더욱이 일본과 경계선을 맞닿고 있는 지역이라 자원과 주권이라는 두 가지 중요한 요소가 충돌하는 곳이다. 따라서 7광구는 영화 속에서도 지극히 현실적일 수 있는 공간이고, 석유 시추의 꿈을 품고 그곳에 몸담은 노동자들 역시 독특한 존재감을 가질 수 있다. 그리고 그러한 7광구에서 노동자들이 석유 대신 끔찍한 괴물과 맞닥뜨린다 – 한국에서 만든 괴수영화로서 이 이상의 멋진 설정도 드물 것이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7광구>는 잠재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다. 각본과 연출에 구멍이 숭숭 뚫려 있었다. 전모를 드러내는 건 좀 더 나중이지만 괴수가 생각보다 빨리 등장하는데, 특히 전반부의 괴수 에피소드는 전체 이야기에 녹아들지 못하고 물과 기름처럼 서로 겉돈다. 대표적인 예가 괴수의 촉수에 찔려 입술이 부어오른 대원의 에피소드다. 제대로 된 괴수영화에서 어떤 등장인물이 생전 듣도보도 못했던 생물에게 입술을 찔렸다면 그것은 앞으로 있을 공포의 전조로 기능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데 여기서는 찌질한 언행을 일삼는 등장인물을 더욱 찌질하고 우스꽝스럽게 보이게 하려는 장치로 쓰였을 뿐이다. 석달 후 아무 일도 없이 말짱하게 입술이 나은 그를 보고 허탈했던 나는 잠시 동안 내가 방금 느꼈던 허탈함이 정당한 것이었는지를 스스로 되물어야 했다. 내가 이 장르의 공식에 지나치게 익숙해져 있었던 탓인가? 아니면 ‘이야기 속의 언행과 상황은 반드시 의미가 있어야 한다’는 시나리오 작법의 기본을 (의도적이었든 그렇지 않았든) 무시한 각본가와 연출진의 탓인가? 내가 요즘 오락영화 경향에 어두웠나? 알쏭달쏭했다.

이 같은 허술한 연출은 기본적으로 괴수에 대한 극중 설정이 탄탄하게 되어 있지 못했음을 드러낸다. 괴수영화에서 괴수의 생태와 플롯의 연계성만큼 중요한 것이 어디 있는가. <7광구>에서는 ‘괴수가 왜 사람을 습격하는가?’라는 기본적인 질문부터 챙기지 않은 흔적이 역력하다. 극중 괴수는 사람을 죽여 은신처로 데려간다. 그곳은 끈적끈적한 점액질 물질로 온통 뒤덮여 있고, 군데군데 시체들이 놓여 있다. 영화는 그걸 잠깐 보여주고 만다. 괴수는 사람을 잡아먹을까? 애써 사람을 죽인 뒤 끌고 가서 하는 일이 뭘까? 점액질은 왜 온통 뿌려 놓았을까? 그 안에는 알이나 새끼들이 있어, 사람을 양분으로 쓰려고 했던 걸까? 영화는 이에 대해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는다. 애초에 햇빛이 닿지 않는 심해에 살고 있어 우리가 속한 광합성 생태계와는 전혀 다른 생태를 가진 것으로 설정된 괴수가, 도대체 어떤 원리로 물 바깥에서 활동할 수 있는지조차 논리적으로 보여주지 못한 영화에서 너무 많은 것을 바랐던 걸까. 괴수의 생태를 설득력 있게 묘사하는 것은 괴수영화의 가장 큰 재미 가운데 하나이자, 이야기 자체의 설득력을 갖추는 것이라는 점을 <7광구>를 만든 사람들은 간과한 것 같다. 단지 괴수가 석유를 대체할 가능성을 지닌 거의 무한정한 에너지원이었다는 참신한(그러나 여전히 논리적으로 믿기 힘든) 설정만이 이야기와 아주 조금 맞닿아 있었을 뿐이다.

그렇다고 괴수를 화면으로나마 그럴 듯하게 잡았냐하면 그렇지도 않다. 이 영화에서 괴수는 말 그대로 ‘그냥’ 나타난다. 그런 깜짝쇼는 처음 한두 번은 먹힐지 몰라도, 보는 이에게 공포와 스릴을 선사하기 위해 치밀하게 계획한 연출은 아니다. 괴수가 나타나지 않을 때 더욱 압박감과 불안감을 느끼게 되는 몇몇 잘 만든 괴수영화/공포영화가 한없이 그리워진다. 그리고 일단 괴수가 나타나면, 우리가 여러 차례 본 다른 영화에서 개성 없이 따온 장면들이 상영시간을 채워 간다. 오토바이와 시추 파이프를 활용한 몇몇 액션 장면이 그나마 볼 만했지만 손에 꼽을 정도에 불과했다.

인간 드라마 부분은 또 어떤가. 역시 구멍이 많다. 7광구에 집착에 가까운 애착을 지닌 주인공 해준(하지원 분)의 동기는 과연 무엇인가? 그곳에서 시추 작업 도중 순직한 아버지 때문인가? 그가 어린 시절 아버지, 캡틴과 함께 찍은 사진을 잠시 들여다 보는 장면이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말마따나 7광구가 산유국의 꿈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한국에 중요한 곳이어서? 그런 어처구니없는 동기마저 영화에는 묘사되어 있지 않다. 우리는 단지 해준이 말보다는 행동을 중시하는 강단 있는 사람이라는 정도만 알 수 있을 따름이다. 말 그대로 ‘액션을 위해’ 조잡하게 기워낸 인물 설정인데, 하필이면 그런 인물이 영화의 주인공이라니 너무하지 않은가.

해준 다음으로 비중을 지닌 캡틴(안성기 분)은 또 어떤가. 대체 왜 그 인자해 보이던 캡틴이 변모하게 되었을까? 괴수가 에너지원이었다는 극중 설정상 이 영화의 중심 사건 이면에는 7광구를 관리하는 정유회사 또는 더 나아가 정부의 음모가 개입했을 것이라는 뒷설정이 있을 수 있다. 이런 건 그럴 듯한 보충설명이 필요한 부분으로서, 심지어는 <에일리언> 시리즈에서 괴수를 생체병기로 쓰겠다는 웨일랜드-유타니사의 황당무계해 보이는 음모 정도라도 비중을 두었어야 한다. 그렇지만 영화는 말해주지 않는다. 해준의 아버지는 그러한 캡틴의 (또는 조직의) 욕망에 대한 희생양이었을까? 아니면 해준의 아버지가 괴수의 첫 발견자였고, 그 효용성에 집착한 캡틴이 변하게 되었을까? 아버지와 캡틴이 이를 두고 대립하는 장면이 하나 있기는 하지만, 캡틴의 변모를 설명하기에는, 그리고 이야기에 설득력을 더하기에는 터무니없이 부족했다. 두 명의 주요 인물과 그들의 동기가 부실한 것은 애초에 영화 속 가상세계를 어떻게 꾸려야 할 지에 대해 고민이 부족했다는 반증이 아닐까. 앞서 말했듯 7광구처럼 현실성을 지닌 가공의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었던 배경을 두고 말이다. 나름대로 ‘주인공 커플’이었던 해준과 동수(오지호 분)의 로맨스 비슷한 관계 따위는 언급할 가치도 없다. 이야기에서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했으니까. 나는 동수가 죽었는데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지나친 코미디 연출도 <7광구>에서는 대부분 독이었다. 이제는 하나의 브랜드가 된 박철민과 종종 송새벽이 담당했는데, 괴수가 나오기 전까지는 분위기를 부드럽게 풀어주고 보는 이가 등장인물과 어색함을 풀 수 있는 기회를 주기도 했다. 그렇지만 괴수가 나타난 다음에는 대부분 제대로 먹히지 않았고 오히려 스릴의 맥을 끊어놓기 일쑤였다. 아마도 극중 가장 찬반양론이 분분할 것으로 보이는 대목인 ‘박수 쳐’ 장면을 되새겨 보면, 그런 상황에서 나올 만하다고도 생각이 드는 한편, 그렇지 않아도 스릴이 부족한 영화의 분위기를 꺾는 데도 한몫을 단단히 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시아 최초의 아이맥스 3D라는 입체영상과 시각효과는 어떤가. 절반의 성공이라고 생각한다. 3D는 괴수보다도 인간 등장인물들과 배경 사이에서 빛을 발했다. 이상하게도 괴수가 나타났을 때 영상은 대부분 평면적이었다. 일부 장면에서는 훌륭한 입체감과 중량감을 선보이기도 했지만, 그 수가 너무 적었다. 그렇다면 대체 돈을 더 내고 이 영화를 3D로 보아야 할 까닭이 있을까? 괴수가 꽤나 존재감과 중량감이 있었고, 위협적인 존재로서는 나름대로 제 역할을 했다고 보기에 더욱 안타깝다. 섬뜩한 촉수와 강력한 힘을 이용한 돌진, 그리고 사냥감에 대한 끈질긴 집착과 강인한 생명력 등 이 괴수는 설득력 있는 배경 설정과 치밀한 연출이 뒷받침되었더라면 한강의 괴물과 함께 한국의 새로운 무비 몬스터로 등극할 수 있는 충분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었다.

7광구라는 장소의 상징성을 이야기에 결합시키는 방법에 대해, 윤제균 프로듀서와 김지훈 감독쯤이나 되는 수장들이 이끄는 연출팀이 고민을 안 했을 리가 없다고 나는 믿는다. 그리고 그것을 제대로만 해 냈다면, <7광구>는 <괴물>의 뒤를 이을 진짜로 제대로 만든 한국 괴수영화가 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슬프게도 나는 영화 속에서 그에 대한 앙상하디 앙상한 흔적을 찾는 데도 힘이 들었다. 어쩌면 제작진은 순수한 공포와 스릴이라는 장르적 효과를 노린 스트레이트한 괴수영화 / 공포영화를 만들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적당히 ‘있어 보이는’ 7광구라는 배경을 두고 말이다. 하지만, 그렇게 되기에도 <7광구>는 너무나 허술했다. 오랜 역사를 지닌 장르답게 괴수영화와 공포영화는 온갖 클리셰로 가득하지만, 그것을 극복하고 새로운 규칙을 창조하거나 최소한 익숙해진 것조차 솜씨있게 활용하는 데 이 영화는 철저히 실패했다.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7광구>는 장소에 대해, 그 의미에 대해, 그리고 그것이 이야기와 맺는 관계에 대해 말했어야 했다. 이 실패는 <7광구>를 어정쩡한 괴수-코미디로 만들고 말았다. 마지막에 해준이 시추 파이프 여기저기에 노동자들이 쓴 메시지를 읽는 장면은 눈으로 보기에만 좋았을 뿐, 내 마음을 아주 조금밖에 움직이지 못했다.

미치겠는 건 <7광구>가 하필이면 괴수영화라는 사실이다. 지금까지 불만을 그렇게 털어놓았음에도, 나는 이 영화를 내칠 수가 없는 것이다. 한국 장르영화는 또 한 편의 기억할 만한(동시에 언제까지나 아쉬워할 만한) 애증 어린 괴수 한 마리를 품게 된 셈이다.

감독: 김지훈
주연: 하지원, 안성기, 오지호, 박철민, 송새벽
한국 개봉: 2011년 8월 4일

[블레이드: 트리니티] (2004)

(C) New Line Cinema
(C) New Line Cinema

<블레이드> 시리즈의 매력은 뭐니뭐니해도 주인공의 카리스마를 능가하는 강력한 악역들이다. 1편의 프로스트는 스티븐 도프의 뺀질거리는 반항아적 이미지를 잘 살려낸 연기 덕에 무뚝뚝한 살인 기계에 가까웠던 블레이드보다 훨씬 더 매력적이었고, 선과 악(적어도 이 시리즈의 세계에서 흡혈귀는 영원한 악의 상징이다)의 뚜렷한 대비를 보여주면서 클라이맥스의 검술 대결 시퀀스를 기억할 만한 대목으로 만들었다.

2편에 등장한 리퍼는 근래 들어 가장 흉악한 괴물의 모습을 유감없이 보여줌으로써 2000년대 최고의 무비 몬스터 가운데 하나로 일찌감치 자리잡았다. 문자 그대로 악마의 아가리 그 자체인 끔찍한 모양으로 갈라지는 턱, 햇빛 이외에는 절대로 죽일 수 없는 끈질긴 생명력은 물론, 인간과 흡혈귀 모두에게 위협적인 존재라는 강렬한 캐릭터는 ‘사신(死神)’이라는 이름값을 해내기에 충분했다.

무엇보다도, <블레이드> 시리즈는 주인공 블레이드가 악을 처단하는 과정이 고난으로 점철되어 있으며, 그의 싸움에 끝이란 결코 없을 것이라는 불길하고 암울한 메시지로 가득 차 있다. 여기에 ‘블레이드가 있으니 문제 없어!’라는 명제가 개입되는 순간, 지금까지 지탱해왔던 시리즈의 매력은 치명적인 타격을 받고 말 것이다.

그러나, 시리즈의 완결편인 <블레이드: 트리니티>는 바로 그러한 입장에서 주인공을 바라본다. 뉴 라인 시네마의 로고가 사라지자마자, 우리는 한니발 킹의 확 깨는 내레이션을 듣게 된다. 내용 자체는 1편에서 블레이드가 했던 대사와 그리 다르지 않지만 킹의 쾌활한 말투는 영화의 방향을 시작부터 틀어 놓기에 충분했다. 뒤이은 첫 시퀀스는 관객의 흥미를 돋구기는커녕, 이미 작품 전체에 퍼지기 시작한 싸구려 액션 바이러스 때문에 대충대충 기워 놓은 수준에 머문다.

<블레이드 : 트리니티>는 견딜 수 없는 싸구려 투성이다. 최강의 적이라는 뱀파이어의 시조 드레이크는 오직 떡대만 들이밀고 있으며, 새로 등장한 아군 한니발 킹은 f자로 시작되는 욕설로 대사를 채우기에 급급하다. 이미 2편에서 바보 캐릭터로 전락해버린 위슬러는 어이없이 화면에서 사라지고, ‘세계는 이미 그들의 손아귀에 들어갔다’는 설정으로 밀어붙인 조잡한 시퀀스들은 1편의 흡혈귀 회의 장면 하나 만큼의 정서적 울림도 주지 못한다.

유일하게 일관성을 유지하고 있는 캐릭터는 블레이드 뿐. 그저 3편 내내 말없이 흡혈귀들을 찢어발겨 왔기에 그리 보일 따름이다. 그나마 위슬러의 숨겨진 딸이라는 애비게일이 불어넣은 신선한 활력이 아니었다면 영화를 끝까지 보기가 무척 어려웠을 것이다. 아이팟에 채워 넣은 mp3를 들으면서 흡혈귀의 엉덩이를 걷어차는 호쾌한 모습은 블레이드를 처음 보던 순간을 연상시키는 멋진 이미지였다.

이유가 무엇일까? 나로서는 원래부터 얄팍했던 데이비드 S. 고이어의 각본을 그 자신이 직접 연출하다 보니 똑같이 얄팍한 영화가 되어 버렸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다. 1, 2편의 각본도 그저 그랬긴 마찬가지지만, 영상을 능숙하게 다루는 감독들이 보기 좋은 결과물을 냈음을 상기한다면 이 가설이 뜬금없지만은 않으리라 생각한다.

정말로 좋아하는 연작물이 망가지는 모습을 본다는 것은 모든 팬들이 두려워하는 바일 터. 아아, 블레이드. 어쩌다가 그렇게 싸구려가 되어버렸나요?

원제: Blade: Trinity
감독: 데이비드 S. 고이어
주연: 웨슬리 스나입스, 크리스 크리스토퍼슨, 제시카 빌, 라이언 레이놀즈, 파커 포시
북미 개봉: 2004년 12월 8일
한국 개봉: 2004년 12월 1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