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노 히데아키 제작사 신작 [용의 치과의사] 발표

안노 히데아키 감독이 설립한 제작사 주식회사 카라의 신작 <용의 치과의사>(龍の歯医者)가 발표되었다.

올해 설립 10주년을 맞은 주식회사 카라는 <에반겔리온 신극장판> 시리즈, <거신병 토쿄에 나타나다>, 도완고와 공동 전개 중인 단편 애니메이션 프로젝트 <일본 애니메(이터) 견본시> 등 여러 편의 애니메이션과 특촬 작품을 제작해 왔다. 이번에 발표된 신작 <용의 치과의사>는 카라의 첫 번째 TV용 장편 애니메이션으로서, 위성 채널인 NHK BS 프리미엄에서 2017년 2월 방영될 예정이다. 상영시간 45분짜리 에피소드 2화로 구성. 지난 2014년 <일본 애니메(이터) 견본시>에서 공개된 상영시간 8분 52초짜리 단편 버전을 장편으로 개작한 것이다.

장르는 판타지. 용과 인간이 공존하고 있는 세계를 무대로, 용에게 충치가 생기는 걸 막기 위해 특별히 선발된 ‘용의 치과의사’ 소녀 노노코의 이야기를 그린다. 감독은 <에반겔리온 신극장판> 시리즈, <톱을 노려라 2!>, <프리크리> 등을 만든 츠루마키 카즈야, 원작 및 각본은 [아수라 걸], [모두 씩씩해], [바이오그 트리니티], [츠쿠모쥬쿠] 등을 쓴 작가 마이죠 오타로가 담당한다. 공동 각본은 에노키도 요지(소녀혁명 우테나, 프리크리, 톱을 노려라 2!, 레드라인), 캐릭터 디자인은 이세키 슈이치(킬라킬, 에반겔리온 신극장판: Q, 일본 애니메(이터) 견본시)가 맡으며, 안노 히데아키 감독은 제작 총괄과 음향감독으로 참여한다.

시놉시스

그의 나라에는 용이 살고 있다. 신화에 따르면 고대인과 계약을 맺은 용은 사람을 도와 주고, 사람은 용을 도와 준다고 한다. 무대는 “용의 나라”. 주인공은 충치균으로부터 나라의 수호신 “용”을 지키는 신참 치과의사 노노코.

이웃나라와의 전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어느 날 노노코는 용의 이빨 위에서 정신을 잃은 적국의 소년병과 조우한다. 소년의 이름은 벨. 커다란 재앙을 앞두고 용이 일으킬 것이라는 불가사의한 현상으로 거대한 이빨 속에서 되살아난 것이다.

자신이 처한 상황에 당황한 벨. 그리고 그를 격려하고 용의 치과의사로 받아들이는 노노코. 치열한 싸움에 휘말려 가는 두 사람은 결국 자신들의 운명을 받아들이게 되는데…

2014년 공개되었던 <용의 치과의사> 단편 버전은 원작자 마이죠 오타로가 직접 감독했고, 츠루마키 카즈야는 애니메이션 감독 등을 맡았다. 이번에 TV 방영 발표와 함께 다시 공개되어, 내년 3월 말까지 한정 기간 동안 감상할 수 있다. 한글 자막은 지원되지 않지만, 영어 자막을 선택하여 볼 수 있다. 보려면 아래 링크로 가시라.

http://animatorexpo.com/thedragondentist/

한편, NHK BS 프리미엄은 <용의 치과의사> 방영에 앞서 오는 9월 16일부터 매주 금요일 밤 11시 45분 안노 히데아키 감독의 대표작 <신세기 에반겔리온> TV 시리즈를 재방영한다. 재방영 판본은 근래 HD 리마스터된 고화질 영상과 5.1 서라운드 사운드를 선보이며, 매 화 본편 종료 후 유명인사들의 에반겔리온 감상을 듣는 영상이 이어진다.

출처: NHK <용의 치과의사> 공식 웹사이트, 주식회사 카라 공식 웹사이트, 일본 애니메(이터) 견본시 <용의 치과의사> 공식 웹사이트

[가디언의 전설] (2010)

(C) Warner Bros. Pictures
(C) Warner Bros. Pictures

‘영상은 좋지만, 이야기가 약하다.’ 광고나 뮤직 비디오 업계에서 영화로 건너온 감독들의 작품을 평할 때 관용구처럼 쓰는 표현이다. 이 표현은 짧은 시간 안에 이미지와 그 속의 메시지로 승부를 보아야 하는 이들 매체와 좀 더 긴 호흡으로 이끌어야 하는 영화 사이의 큰 차이를 강조하는 의미에서 사용되어 왔지만, 때로는 이 분야 출신 감독들이 ‘이야기를 다룰 줄 모른다’는 편견이 개입되어 종종 남용되기도 했다. 물론 그러한 편견에 값하는 영화들도 있기는 했다.

<가디언의 전설>(Legend of the Guardians: The Owls of Ga’Hoole)을 연출한 잭 스나이더 감독도 광고를 통해 유명세를 얻으며 영화계로 넘어왔다. 그렇지만 스나이더는 영상과 이야기를 독특한 감각으로 결합한 작품을 선보이면서 오히려 주목을 받아왔다. 데뷔작인 <새벽의 저주>부터 바로 전 작품인 <워치멘>까지, 스나이더는 폭발하고 질주하는 듯한 이미지를 살린 인상적인 장르영화를 만들었다. 관람 전까지 그 높은 기대치만큼이나 나를 불안하게 했던 <워치멘>만 해도, 스나이더는 복잡한 플롯과 강렬한 정치적, 시대적 메시지에 전혀 주눅들지 않은 채 그래픽 노블보다 더 그래픽 노블다운 영화, 이미지가 내러티브이고 내러티브가 이미지인 영화를 만들어 내는데 성공했다.

3D 애니메이션 <가디언의 전설>도 영상의 질 만큼은 독보적인 수준이다. 어느 정도냐 하면, 이 영화의 화면은 3D 영화의 새로운 경지에 ‘거의’ 근접했다. 올빼미들은 문자 그대로 얼이 빠질 만큼 사실적이다. 공들여 작업한 흔적이 너무나도 확연히 드러나는 올빼미들의 컴퓨터 그래픽은 정교한 3D 효과와 결합하여 경이로운 실재감을 창출해 낸다. 이 세상 어딘가에는 저렇게 인간과 똑같은 수준의 지능과 감정을 가졌고, 갑옷과 무기를 만들 줄 알며, 마법과 신화와 역사가 혼재된 시간을 사는 특별한 올빼미들이 틀림없이 존재할 것이라는 착각마저 들게 한다. 덧붙여 3D 입체영상이라는 마술은 관객이 올빼미와 함께 하늘을 날고 있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여기에 아이맥스 대형 화면이 곁들여진다면 그 효과는 다섯 배쯤 더 난다). 3D 비행 장면 연출에 한 획을 그었던 <드래곤 길들이기>의 박력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유감스럽게도 <가디언의 전설>에서 스나이더의 연출은 나사가 빠져 있다. 이야기의 큰 틀은 그럭저럭 유지되지만, 군데군데 필요하다 싶은 내용이 생략되어 있다. 때로는 마땅히 A에서 B를 거쳐 C로 넘어가야 할 대목을 A에서 C로 어물쩍 뛰어넘어 버린다. 어떤 장면들은 연결이 퍽 어색하고 지나치게 편의적으로 전개되기도 한다. 이렇다 보니 이야기는 압도적인 박력을 선보인 영상과 제대로 융합하지 못한 채 계속 겉돈다. 그렇다고 흥미롭거나 좀 튀는 캐릭터가 있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고, 죄 어디선가 본 것 같은 그렇고 그런 족속뿐이다. 그런 캐릭터들이 이미 앞일이 빤히 내다 보이는 정해진 길을 따라 가면 모든 일이 너무나 쉽게 해결되어 버리니, 마음 속에 남는 여운이 옅을 수밖에 없다.

각색의 문제도 있을 것이다. 세 권 분량의 원작을 한 시간 반이 조금 넘는 영화로 줄이자니 가지치기가 상당히 많았으리라. 그러다 보니 이야기는 살이 다 발려지고 뼈만 남은 꼴이 되었다. 가족 관객을 대상으로 한 애니메이션임을 감안하더라도, <가디언의 전설>은 얼개만 간신히 남은 영웅신화이다. 그리고 ‘영상은 좋지만, 이야기가 약하다’는 평을 들을 만한 영화이다. 본편 상영 전에 선보였던 ‘로드 러너’ 단편이 똑같이 단순한 이야기임에도 더 생생하게 기억에 남아 있으니 이를 어쩌란 말인가.

원제: Legend of the Guardians: The Owls of Ga’Hoole
감독: 잭 스나이더
주연: 짐 스터지스, 휴고 위빙, 에밀리 바클레이, 애비 코니쉬, 라이언 콴튼
북미 개봉: 2010년 9월 24일
한국 개봉: 2010년 10월 2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