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티밋 어벤저스] (2006)

(C) Lions Gate Films, MLG Productions 1, Marvel Studios
(C) Lions Gate Films, MLG Productions 1, Marvel Studios

<얼티밋 어벤저스>(Ultimate Avengers)는 2006년 미국에서 DVD로 발매된 장편 애니메이션이다. 원작은 2002년 발표된 마블 코믹스의 13호짜리 리미티드 시리즈인 [얼티미츠]. 이 [얼티미츠]는 마블이 2000년부터 전개해 온 ‘얼티밋 마블’ 시리즈의 한 편으로, 마블의 수퍼히어로 팀인 ‘어벤저스’를 새로운 설정으로 일신하였다. [얼티미츠]가 이 시점에서 흥미를 끄는 까닭은 이 작품이 <아이언 맨>으로 시작하여 <어벤저스>로 1단계의 분수령을 맞은 ‘마블 영화 세계(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MCU)’에 큰 영향을 끼쳤기 때문이다. 쉴드가 직접 어벤저스를 조직한다는 이야기의 뼈대라든가 쉴드의 국장 닉 퓨리가 배우 새뮤얼 L. 잭슨을 모델로 한 흑인으로 바뀌었다는 점 등 MCU 작품들의 주요 설정은 바로 [얼티미츠]에서 따온 것이다. 물론 퓨리를 제외한 주요 캐릭터들의 묘사 등 많은 부분이 서로 다르지만, 반대로 좌충우돌 끝에 성공적으로 첫 번째 임무를 마치는 어벤저스의 탄생 과정이나 치타우리의 지구 침략과 같은 이야기의 얼개를 공유하고 있기도 하다.

<얼티밋 어벤저스>는 [얼티미츠]의 전체 이야기 틀은 유지하되, 각색 과정에서 몇몇 성인 취향의 설정을 주된 관객층인 청소년층에 맞게 완화시켰다. 토니 스타크의 알콜중독과 지병에 관한 내용, 행크 핌과 재닛 반 다인 부부 사이의 가정폭력, 그리고 브루스 배너가 헐크로 변신했을 때의 외설적인 언행 등이 삭제된 것이다. 원작에서는 중반 이후 본격적으로 등장하는 주적 치타우리도 여기서는 도입부부터 모습을 드러낸다. 상영시간이 1시간 10분 정도로 짧은 편이기 때문에 원작의 많은 디테일이 가지치기되었고, 어벤저스의 결성 과정과 치타우리와의 전투에 집중하며 빠른 전개를 보여준다.

이러한 각색 방침에는 찬반양론이 있으리라고 본다. 발간 당시의 미국 정세를 반영한 묘사라든가 수퍼히어로들의 어두운 면을 현실적으로 조명하는 원작의 시각에 호감을 가진 팬들이라면 완화된 표현 수위와 가지치기가 불만스러울지도 모르겠다. 나로서는 이러한 각색에 불만보다는 오히려 흥미가 동한다. 두 매체의 차이를 이모저모 비교해 보는 재미 때문이고, 아무래도 애니메이션은 만화보다 분량의 제약을 더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얼티밋 어벤저스>는 애니메이션이라는 매체의 제약 안에서 이야기도 상당히 잘 엮어냈다. 어벤저스라는 소재가 실사영화로 옮기기에는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시기였고, <아이언 맨>을 필두로 한 MCU 프로젝트가 가동하기 전이었으므로 당시로서는 애니메이션이 만화 다음으로 어벤저스의 이야기를 담을 가장 적합한 그릇이었을 것이다.

이러한 제작 배경을 감안하면 <얼티밋 어벤저스>는 플롯과 캐릭터가 매우 경제적이고 압축적으로 잘 엮여 있다. 닉 퓨리가 어벤저스를 구성한다는 이야기의 큰 틀과 수퍼히어로 캐릭터들 각자의 뒷이야기와 개성, 그리고 그들이 한 팀이 되어가는 과정이 길지 않은 상영시간임에도 설득력 있게 그려졌다. 인물 묘사는 캡틴 아메리카와 헐크 쪽으로 약간 균형이 기울어 있기는 하지만, 이야기의 구조상 필연적인 조처였다. 액션 장면도 풍부하며 박진감과 속도감이 넘치는데다 규모도 크다. 이 모든 것들이 날렵하게 씨줄과 날줄을 이루어 <얼티밋 어벤저스>를 수퍼히어로 애니메이션의 수작으로 만들고 있다.

원제: Ultimate Avengers
총감독: 밥 리처드슨
감독: 커드 게다, 스티븐 E. 고든
주연: 저스틴 그로스, 올리비아 다보, 마크 워든, 안드레 웨어, 그레이 드라일
북미 공개일: 2006년 2월 21일
한국 케이블 TV 방영 (방영 제목 <어벤저스>)

[어벤저스] (2012)

(C) Marvel Studios
(C) Marvel Studios

우리는 지난 4년 동안 <어벤저스>(The Avengers)로 이어지는 일련의 영화들을 보아 왔다. 한 편에 한 명 또는 그 이상씩 소개된 수퍼히어로와 그 주변 등장인물들은 우리에게 현실에 기반을 두었으면서도, 사실상 무엇이든 가능할 법한 어떤 세계에 대한 단서를 조금씩 던져 주었다. 이제, 그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인 <어벤저스>에서 우리는 그 세계 –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마블 영화 세계, 이하 MCU) – 속으로 본격적인 여행을 떠난다.

MCU를 이루는 모든 영화가 성공적이었던 것은 아니다. 일례로 <인크레더블 헐크>는 매력적인 구석이 제법 있었지만 연출과 각본의 전체적인 균형이 제대로 맞지 않았다. 그 뒤를 이은 <아이언 맨 2>와 <토르>, <캡틴 아메리카: 퍼스트 어벤저>는 그보다 나았지만, 기적적으로 균형을 맞춤으로써 수퍼히어로 영화의 모범사례가 된 첫 편 <아이언 맨>의 만듦새에 다다르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MCU는 편을 거듭하면서 하나의 가상 세계를 만들기 위한 기초공사를 차근차근 다져왔다. 마블 스튜디오가 거의 매년 연작을 내면서 평작은 있을망정 어느 한 작품 파탄되지 않도록 품질 유지를 해 온 것은 사실 놀라운 성과가 아닐 수 없다. 반면 MCU에 대해 ‘2시간짜리 예고편’이니 ‘떡밥 제조기’이니 하며 비판하는 의견도 적지 않게 있었지만, 그건 나쁜 면만을 보려는 비틀린 시선이었다고 본다.

<어벤저스>는 MCU 영화들 한 편 한 편이 독립적인 작품으로서도 가치 있음을 증명해 낸다. 마블 스튜디오가 조스 위든에게 <어벤저스>의 연출을 맡긴 것은 어쩌면 ‘신의 한수’가 아니었을까. MCU의 역할을 최대한으로 압축하여 추출했을 때 결국 캐릭터와 배경을 구축한다는 것만 남는다면, 위든이야말로 그 정수를 자유자재로 활용하기에 가장 적합한 감독 가운데 한 명인 것이다. 그건 영화가 시작된 지 단 몇 분이면 알 수 있다. 위든은 하나같이 비범하고 서로 이질적인 존재들(인간뿐만 아니라 다른 우주에서 온 신도 있다)이 같은 목적 아래 모였을 때 벌어지는 일들을 지극히 경제적으로 엮어낸다. 플롯보다는 캐릭터가 우선인 이야기에서 이 경제성은 빛을 발하고, 이미 탄탄하게 구축된 성격과 설정이 이에 맞물려 상상 이상의 시너지가 발생한다. 한 편의 이야기에 허락된 범위 안에서 놀라우리만치 넓고 깊이가 있으며 다양한 에피소드가 기름이 잘 먹은 톱니바퀴처럼 촘촘하면서도 부드럽게 펼쳐진다. 이 과정에서 어떤 캐릭터도 ‘분량’이나 ‘비중’이라는 괴물에 희생되지 않는다.

아울러 위든은 그 조밀한 틈과 틈 사이까지도 든든하게 채워 넣는다. 얄미울 만큼 영리한 유머와 위트, 그리고 일급의 스펙터클로 말이다. 이미 잘 짜인 이야기에 환상적인 조미료가 더해지자, <어벤저스>는 수퍼히어로 영화라는 범주를 넘어 여름 블록버스터로서도 최상의 수준에 도달한다. 비범한 존재들이 세상에서 자신들의 있을 자리를 찾는다는 것은 수퍼히어로 신화의 전형적인 포맷이지만, <어벤저스>는 전례 없이 커져 버린 규모임에도 길을 잃지 않는다. 여태까지 이런 소재를 이토록 훌륭하게 빚어낸 헐리우드 수퍼히어로 영화는 <스파이더맨 2>와 <X-멘: 퍼스트 클래스>, 그리고 <다크 나이트> 정도밖에 없다.

<아이언 맨>이후 4년을 기다렸던 영화. 그리고 수퍼히어로라는, 알록달록한 스판덱스나 갑옷을 입은 힘세고 영리한 존재들을 남들보다 조금 더 좋아하는 어떤 이들은 반생을 기다려야 했을 영화. 나는 그들에게 <어벤저스>가 ‘기다릴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었던 영화’라고 말하고 싶다. <어벤저스>는 영화를 이루는 모든 순간, 심지어는 프레임 한 조각까지도 그들을 위한 선물꾸러미로 가득 차 있는 행복한 축제이다.

원제: The Avengers
감독: 조스 위든
주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크리스 에반스, 크리스 헴스워스, 마크 러팔로, 스칼렛 조핸슨, 제레미 레너, 새뮤얼 L. 잭슨
북미 개봉: 2012년 5월 4일
한국 개봉: 2012년 4월 26일

[아이언 맨 2] (2010)

(C) Marvel Studios
(C) Marvel Studios

<아이언 맨 2>(Iron Man 2)는 전편의 마지막 장면부터 시작한다. 우리는 토니 스타크가 자신이 아이언 맨임을 공언하면서 기자회견장을 패닉에 빠트리는 모습을 저 멀리 러시아에 있는 어떤 허름한 골방에서 다시 보게 된다. 이곳에서는 한 노인이 죽음을 앞두고 있고, 그의 아들은 슬픔을 이겨내고자 보드카를 연신 들이킨다. 마침내 노인이 죽고 아들의 슬픔은 분노로 변한다. 토니 스타크 / 아이언 맨의 새로운 적, 이반 반코 / 윕래쉬가 탄생하는 순간이다.

그런데 이번 속편의 적은 윕래쉬 한 명만이 아니다. 미국 정부는 국가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이유로 스타크로부터 아이언 맨 수트를 압수하려 하고, 틈만 나면 그를 물어뜯으려는 라이벌 군수업자 저스틴 해머는 윕래쉬를 자기 편으로 끌어들여 강력한 위협 세력이 된다. 설상가상으로 스타크의 회사는 경영실적이 악화되고 있고, 스타크 자신은 아이언 맨으로서 세계평화를 지킨다는 자아도취와 자연인 토니 스타크로서 수트 착용 후유증의 괴로움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며 자학적 기행을 일삼기 시작한다. 등장인물과 에피소드가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났으니 관객은 불안해진다. 이러다 <배트맨 & 로빈> 꼴이 되는 건 아닐까. 아니, 그건 너무 심한 가정이고 최소한 <스파이더맨 3> 만큼은 해 줘야 할 텐데.

전편의 공식을 별다른 의미 없이 반복하거나 그마저도 제대로 못하고 쓰러지는 다른 속편들에 비하면, 다행히도 <아이언 맨 2>는 군계일학이다. 존 파브로 감독과 저스틴 서루 작가는 전편의 황금공식에 적절한, 때로는 과감한 변화를 주면서, 수퍼히어로 영화로서는 일반적인 범주를 훨씬 뛰어넘은 호평을 받았던 <아이언 맨>의 속편이라는 무거운 과제를 착실하게 해냈다. 우리는 스타크와 페퍼 포츠, 로디, 해피 등 주요 등장인물의 성격이 망가지지 않은 채 유머와 호통을 주고받는 모습을 여전히 즐길 수 있다. 히어로가 ‘실존’하는 적뿐만 아니라 자신의 ‘실존’과도 맞서 싸우며 결국 슬기롭게 극복하는 왕도 전개도 비교적 탄탄하다. 이 과정에서 조금 늘어지는 감이 없지 않지만 이를 대비해 적절히 치고 들어오는 볼거리와 우리 모두가 기다리는 <어벤저스> 떡밥이 도처에 마련되어 있다.

배우들도 최선을 다했다고 할 수 있다. 매력남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활력은 조금도 줄어들지 않았다. 술독에 빠져 허우적대는 모습조차 밉지 않다. 귀네스 팰트로우가 분한 페퍼 포츠와의 티격태격하는 궁합도 여전히 좋다. 그는 스타크 때문에 덜컥 CEO가 되다 보니 짜증이 좀 늘긴 했다. 배우 교체로 말이 많았던 로디는 돈 치들의 이미지 때문에 좀 뺀질거리고 경박한 느낌이 줄어든 대신, 모두가 기대했던 새로운 히어로 워 머신으로서 짊어져야 할 비중을 잘 받아냈다. 저스틴 해머는 좀 뻔한 악역이지만 샘 록웰의 노련미가 이를 충분히 상쇄했고, 윕래쉬는 미키 루크의 현재 이미지를 잘 살린 터프하고 카리스마 있는 악역이다. 등장인물과 에피소드가 늘어나 가장 큰 손해를 본 쪽은 블랙 위도우 역의 스칼렛 조핸슨이다. 배역과 그 비중이 얄팍해졌으니 배우 자신의 재능도 제대로 쓰여지지 못했던 것이다. 그나마 새뮤얼 L. 잭슨의 닉 퓨리는 떡밥 투척자로서 제 역할을 다 했다. 액션과 물량공세는 어떨까. 전편의 키워드가 아이언 맨 수트라는 궁극의 장난감을 구경한다는 신기함과 초음속으로 하늘을 나는 자유로움 등이었다면, 이번 속편에서는 아무래도 처음의 설렘은 조금 덜한 대신 이미 탄탄하게 확립된 세계관에서 가능한 화려하고 다양한 변화를 한껏 만끽할 수 있다. 휴대용 수트 ‘마크 V’는 정말로 탐이 난다.

<아이언 맨 2>는 전편의 장점과 매력을 충실히 유지하면서 속편의 규모 증대로 인한 이야기의 파탄을 납득할 수 있는 선까지 최선을 다해 막아냈다. 중반의 늘어짐이 조금 아쉽지만 이 정도면 전편을 즐겼던 팬들도 실망하지 않을 만하다. 그리고, <어벤저스>에도 그만큼 더 가까워졌다.

원제: Iron Man 2
감독: 존 파브로
주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귀네스 팰트로우, 돈 치들, 미키 루크, 샘 록웰
북미 개봉: 2010년 5월 7일
한국 개봉: 2010년 4월 2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