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 H. 몬스터아츠 모스라 스페셜 컬러 버전 한정 발매

헤이세이 고지라 시리즈 최대의 흥행작 <고지라 VS 모스라>(1992)에 등장한 거대 나방괴수 모스라가 반다이 액션 피겨 브랜드 S. H. 몬스터아츠로 재발매된다.

(C) Toho Co., Ltd.

S. H. 몬스터아츠 모스라 성충은 2014년 4월, 모스라 유충과 바트라 유충 세트는 2014년 6월 혼웹 한정판으로 각각 발매된 바 있는데, 이번에는 모스라 성충과 유충이 한 세트로 구성되어 8월 재발매된다. 역시 혼웹 한정판이고 예약은 3월 24일 오후 4시부터 시작된다.

재발매되는 모스라 성충과 유충은 색칠을 달리하는 ‘스페셜 컬러 버전’으로, 성충은 야간 격투 모습을 표현하는 ‘나이트 컬러’이며 유충은 수상 격투 모습을 표현하고자 광택을 넣는다.

(C) Toho Co., Ltd.
(C) Toho Co., Ltd.
(C) Toho Co., Ltd.
(C) Toho Co., Ltd.
(C) Toho Co., Ltd.
(C) Toho Co., Ltd.
(C) Toho Co., Ltd.

아울러 모스라 성충에는 촉각에서 발사하는 광선 효과 부품을 새로이 조형하여 추가한다.

(C) Toho Co., Ltd.

모스라 성충은 너비 약 35cm, 모스라 유충은 길이 약 17cm. 피겨 본체와 광선 효과 부품 말고도 성충의 비행 모습을 재현할 수 있는 스탠드도 포함된다. 가격은 10,800엔(소비세 8% 포함).

(C) Toho Co., Ltd.

출처: 혼웹 상점

[고지라] 3회차 감상

앞선 글
2014/05/14 – [감상] – [고지라] (2014)
2014/05/15 – [감상] – [고지라] 2회차 감상

(C) Warner Bros. Pictures / Legendary Pictures / Toho Co., Ltd.
(C) Warner Bros. Pictures / Legendary Pictures / Toho Co., Ltd.

앞선 두 번은 아이맥스 3D로 보았으나, 이번에는 소규모 상영관에서 2D로 감상했다. 스크린이 더 작고 화면 비율도 다르다 보니 고지라의 거대감이 아무래도 좀 덜했고, 근사한 파노라마 샷도 몇 걸음 떨어진 채 억지로 눈의 초점을 맞춰 그림 속 세부를 확인하려 애쓰는 듯한 기분으로 보게 되었다. 그렇지만 어디까지나 아이맥스 스크린과 비교했을 때의 이야기고, 나중에 TV로 볼 땐 이것마저도 그리워질 게 틀림없다. 어두운 장면에서 화면이 좀 침침하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상영관 별로 편차가 있지 않나 싶다. 이제서야 하는 말이지만, 3D의 입체감이 그다지 두드러지지 않는 편이라 이 영화에 가장 잘 맞는 상영 방식은 아이맥스 2D라고 생각한다.

처음 볼 때도 그랬지만, 오프닝 크레딧(여는 영상)은 다시 보아도 1998년판 <고질라>를 떠올리게 한다. 핵실험 과정이 포함된 오래된 자료 영상을 편집한 모양새를 냈다는 점, 장중한 관현악 연주곡이 어우러진다는 점, 본편에 미처 그려질 여유가 없었던 프롤로그를 대신한다는 점 등이 그렇다. 개렛 에드워즈 감독은 이 내놓은 자식까지 포용하려 했을까? 여하튼 알렉상드르 데스플라의 멋진 테마와 함께 단번에 시선을 끄는 인상적인 크레딧이다. 만든 사람은 저 유명한 카일 쿠퍼. 2004년 <고지라: 파이널 워즈>에 이어 두 번째로 고지라 영화에 참여하였다.

초반에 신경 써서 확인하려 했던 대목은 ‘모스라’에 대한 인용이다. 시사회에서 처음 보았을 때는 수조 안에 있는 고치를 꼼꼼하게 보여 주길래 속으로 ‘모스라?’ 라고 잠깐 생각하고 말았고, 첫 감상이라 밀려드는 갖가지 정보를 받아들이는 것만으로도 벅찼다. 그렇지만 시사회 후 함께 본 빅 몬스터 운영진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모스라에 대한 이야기가 자주 나오길래, ‘내가 미처 확인하지 못한 떡밥이 있나 보다. 다음에 좀 더 자세히 봐야지.’ 라고 다짐했었다.

이번 3회차 감상에서 확인한 모스라 관련 인용은 일단 두 가지.

1. 교실 장면에서 대피를 지시하는 교사의 오른쪽 뒤로, 나방(또는 나비)의 생태를 담은 걸그림이 보이는데 그 나방(또는 나비)이 모스라의 모습 그대로이다. 걸그림의 한자가 ‘나방 아(蛾)’인지 ‘나비 접(蝶)’인지 분명하지 않아 일단 ‘나방(또는 나비)’라고 썼음을 양해하시라. 사실 이것은 모스라라는 괴수의 모순적인 특징이기도 하다. 이름도 나방을 뜻하는 영어 단어 ‘모스(moth)’에서 유래되었고 설정 또한 거대 나방 괴수이지만, 생김새는 어떻게 봐도 나비.

2. 전술한 대로, 포드와 조가 원전 사고 이후 제한구역이 된 잔지라의 본가에 잠입한 장면에서 나오는 수조 속의 고치. 수조 아랫부분에는 ‘MOTHRA’라는 단어가 명확하게 보인다. 이건 뭐 빼도박도 못하는 인용. 좀 더 자세히 보면 ‘RA’자가 포함된 어떤 레이블 위에 덧붙인 ‘DAD’S MOTH’라는 레이블이 겹쳐져 ‘MOTH’+’RA’로 조합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레이블의 나머지 부분은 오물이 묻어 있어 제대로 볼 수 없었다. ‘DAD’S MOTH’는 ‘아빠의 나방’이라는 뜻일 텐데, 그렇다면 조는 평소에 취미로 나방을 사육하고 있었을까?

또 한 가지 신경 쓰였던 것이 1999년 장면에서 포드의 방에 붙어 있던 괴수영화 포스터이다. 1960년대 일본 괴수영화 포스터를 모티브로 한 것이 틀림없어 보이는데 화면에는 일부만이 잡혔다. 지금까지 확인한 바로는,

1. 제목은 <XX라 대 바브라>(XXラ対バブラ). 당연히 가공의 괴수영화이다. 그렇지만 ‘~라’로 끝나는 경우가 많은 일본 특촬 괴수영화의 명명법은 여기서도 어김없이 지켜지고 있다.

2. 포스터에 일부가 드러나 있는 괴수의 머리 부분은 아무래도 무토와 닮아 보인다.

3. 아래쪽으로는 ‘일본 · 하와이’, ‘캘리포니아’, ‘네바다’, ‘밴쿠버’라는 지명이 표기되어 있다. 앞의 넷은 거의 순서대로 극중의 지리적 무대와 일치한다. 밴쿠버는 영화에 나오지 않았지만 주요 촬영 장소였기 때문에 이 또한 관련이 있는 지명이다. 이거 일종의 복선? 그렇게도 볼 수 있겠고, 만일 이 가공의 괴수영화가 60년대쯤 나온 것이라고 가정할 경우, 시대 상황을 반영한 홍보 문구로도 생각할 수 있다. 해외여행이 지금처럼 활성화되지 않았던 시기여서 해외 촬영 자체가 상당히 중요한 홍보 요소였기 때문이다. 한 편의 영화에 여러 나라가 무대로 나와 마치 ‘눈으로 떠나는 세계여행’ 같은 즐거움을 관객에게 선사했던 제임스 본드 시리즈가 그 좋은 예이다.

다음은 고지라의 성격 묘사. 금문교 시퀀스에서 군 함정이 오발한 미사일이 어린이들이 탄 스쿨버스로 향하는 위기의 순간. 다리 밑에서 고지라의 등지느러미가 쑥 올라와 미사일을 대신 맞는다. 이 대목을 볼 때면 ‘감독님, 연구 많이 하셨네요’ 라며 즐거워진다. 고지라는 어린이의 친구인가? 60~70년대 시리즈의 고지라는 편을 거듭하면서 점차 인간의 아군, 지구의 수호신, 더 나아가 어린이의 친구가 되어 간다. 괴수의 습격으로 혼란에 빠진 도시, 그 와중에 어린이들이 적 괴수의 발에 납작하게 밟혀 희생되려는 순간! 고지라가 나타나 적 괴수를 한방 먹이고 아이들을 구한다는 식이다.

물론, 2014년의 고지라는 그 정도로 인간을 생각하지는 않는다. 이 영화에서의 고지라는 무토를 제거하려는 지구의 의지를 받아들여 묵묵히 수행하는 초월적 존재처럼 묘사되고 있고, 이 과정에서 인간의 희생은 불가피한 것으로 간주된다. 하지만 우연히(?) 스쿨버스 대신 미사일을 맞아 주는 이런 애교(?) 섞인 장면을 보노라면 에드워즈 감독은 분명히 그 시절의 고지라를 알고 있고, 역시 이를 알고 있을 팬들에게 슬쩍 윙크를 던져 줬다고 할 수 있겠다. ‘너도 알지? :^) 라면서.

그렇다면 고지라는 인간과 결코 교감하지 않는 것일까?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이, 후반부 포드와 고지라가 잠시 시선을 교환하는 (보는 이의 가슴이 잠시 들렸다 내려올 만큼 멋진) 대목처럼 미묘하게 ‘고지라, 인간 애써 해지지 않아. 그러니 똑바로 해. 힘들어도 네 할 일을 해.’ 라고 신호를 보내는 듯한 부분이 분명히 있다. 등장인물의 대사로 설명하는 것보다 이런 알듯 모를듯한 묘사가 아주 마음에 드는 것이다. 이는 일본의 고지라보다 훨씬 작고 물기가 많아 보이는 눈과 뭉툭한 머리 때문에 좀 더 우직하고 순해 보이는 2014년판 고지라의 인상과도 연결되는 바가 있다고 보고, 어떤 의미로는 킹콩 생각이 나기도 한다.

여기서 또 나올 만한 질문이 ‘고지라는 약한가?’일 텐데, 종종 힘에 부쳐하긴 해도 ‘최강!’ ‘절대무적!’임이 트레이드마크였던 본가 고지라와는 달리 2014년판은 2대 1로 온갖 비열한 전법을 써 대는 무토에 온힘을 다해 맞서면서, 때로는 쓰러지기도 하고 고통스러워하기도 하며 보는 이의 가슴을 뭉클하게 하는 것이 있다. 이는 무토의 흉악함과 강력함을 강조하여 격투 장면의 긴박감을 높이려는 의도이기도 하겠지만, 고지라의 이미지와 더불어 그에게 더욱 감정이입하게 하는 장치로서도 훌륭하게 기능한다. 고지라의 이런 성격 또한 중요한 매력 포인트이다. 고지라가 단순히 이상하게 생긴, 건물만 때려부수고 사람만 밟아 죽이는 혐오스럽고 두렵기만 한 괴물딱지였다면 60년에 걸쳐 전 세계 팬들의 사랑을 받아 온 이유를 설명할 수 없다. 고지라의 거대한 덩치 속에 우리들이 들어갈 수 있는 자리가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은 에드워즈 감독은 정말로 고지라를 잘 이해하고 있음을 나는 확신한다.

그밖에 몇 가지 자잘한 것들.

1. 클라이맥스의 핵폭발은 다음 편을 위한 복선일 수도 있겠다. 샌프란시스코는 차기 괴수 성지가 되는 것인가!

2. 앞서 첫 리뷰에서 브라이언 크랜스턴이 조금 감정 과잉인 면이 있다고 쓰긴 했지만, 그가 영화 초반부를 지탱한 중심인물임을 부정할 생각은 없다. 크랜스턴은 도입부부터 포드에게 바톤을 넘겨주기 전까지, 이야기가 이륙할 수 있도록 힘껏 끌어올리는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한 뒤 장렬히 산화했다.

3. 크랜스턴 이야기가 나왔으니 이것도. 그가 분한 아버지 조와 애런 존슨이 분한 아들 포드와의 관계는 2001년작 <고지라 모스라 킹기도라 대괴수총공격>(약칭 GMK)을 연상시킨다. <GMK>의 고지라는 태평양전쟁에서 목숨을 잃은 원혼들이 모여 이루어진 괴수이다. 놈은 1954년 일본을 습격한 뒤 21세기에 다시 나타나는데, 그 이유는 ‘평화에 취한 채 과거의 비극을 잊지 말라’는 경고이다. 마찬가지로 조는 포드에게 잔지라 원전 사고에 대해 결코 잊어서는 안 되며, 그것을 해결하지 않는 한 안전한 미래는 없다고 강조한다. 물론 <고지라>라는 영화 자체가 온몸으로 그 이야기를 하고 있기도 하다.

4. 극중 비밀 조직인 ‘모나크’는 본가 고지라 시리즈에서도 여럿 등장한 G-포스나 G-그래스퍼, GPN(고지라 예지 네트워크), 특생자위대와 같은 고지라 또는 거대 생물 대책 조직과 그 맥을 같이 한다. 하지만 적어도 이번 영화에서는 모나크가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묘사가 없어 G-포스, G-그래스퍼, 특생자위대와는 상당히 다른 성격의 조직으로 보인다(그렇다고 군사력이 없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굳이 비슷한 것을 찾자면 <고지라 2000: 밀레니엄>(1999)에 나온 GPN. 하지만 이것은 좋게 말해 민간 조직, 나쁘게 말해 고지라 오타쿠들의 정보 공유를 위한 연락망 정도로서 전 세계의 중지를 모아 결성된 모나크와 1:1 비교는 어렵겠다. 오히려 홀로 잔지라 사고의 진실을 쫓는 조가 누군가와 통화를 하며 개인적으로 수집한 자료를 확인하는 장면이 훨씬 더 GPN과 닮아 보인다. 이것도 감독의 의도적인 인용일까.

5. 고지라가 하와이 호놀루루 공항에서 처음으로 전신을 선보이는 장면과 방사열선을 발사하는 장면은 처음 볼 때나, 세 번째로 볼 때나 그 흥분과 감격이 전혀 다르지 않다. 볼 때마다 전율이 일어나고 심장 박동이 빨라진다.

6. 와타나베 켄이 분한 과학자 세리자와 이시로는 1954년 오리지널 <고지라>를 인용한 인물이다. 이름부터 그러한데, 성은 이 영화의 주역이자 가장 인상적인 인물이기도 한 세리자와 다이스케(히라타 아키히코 분)에서, 이름은 감독 혼다 이시로에서 따온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고지라에 대한 학자적 흥미를 드러내며 핵미사일로 고지라와 무토를 동시에 격퇴하자는 작전에 반대한다는 점, 스텐츠와 악수를 할 때 어깨가 내려가며 가방끈이 흘러내리는* 다소 어설픈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 등은 오리지널의 세리자와보다는 야마네 박사와 더 닮아 있다. (*연설 도중 넥타이가 수트 밖으로 삐져나온 걸 뒤늦게 알고는 어색하게 집어넣는 야마네 박사의 동작을 인용한 것은 아닐까.)

마지막으로 자막 번역에 대하여. 가장 짜증이 났던 것은 결말에서 죽은 줄 알았던 고지라가 다시 일어나는 모습을 중계하는 TV 화면의 자막 번역이다. 이 자막의 뜻은 ‘괴수의 왕, 우리 도시의 구원자?’여야 하는데 마지막에 물음표 ‘?’를 빼 버리고 말았다. 이것은 명백한 오역이다. 중계하는 측에서 물음표를 넣은 것은 고지라라는 존재가 양날의 검임을 암시하는 것으로서, 그가 무토를 물리치긴 했지만 그 과정에서 엄청난 인명피해가 생겼으므로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는 일로 인식하고 있음을 뜻할 것이다. 하지만 번역 자막에서는 이 물음표가 없어지면서 영화의 복잡한 감정선을 단숨에 유치하고 어설프게 만들어 버렸다. 실제로 극장에서 이 자막이 떴을 때 주위에서 실소가 터지는 것을 직접 목격하기도 했다. 이것은 블루레이/DVD 출시 때 꼭 수정해 주었으면 한다.

[고지라] (2014)

(C) Warner Bros. Pictures / Legendary Pictures / Toho Co., Ltd.
(C) Warner Bros. Pictures / Legendary Pictures / Toho Co., Ltd.

단도직입적으로, 2014년도 헐리우드판 <고지라>(Godzilla)는 진짜 고지라 영화이다. 그것도 일본 오리지널 시리즈와 어깨를 나란히 할 만한 수작이다. 적어도 우리는 이 리메이크에서 진품의 흔적을 애써 찾느라 집중력을 흐트러뜨리지 않아도 된다.

<고지라>가 담아내려는 스펙트럼은 태산 만한 괴수 그 자신만큼이나 크고 넓다. 기본적으로 이 영화는 1954년 공개된 역사적인 오리지널 영화의 재해석이다. 원작의 고지라는 바닷속에 잠들어 있던 고대생물로서, 핵실험의 부산물인 방사능을 몸에 축적하게 되자 그에 응징하듯 인간 문명을 파괴한다. 그것은 히로시마와 나가사키를 겪은 일본의 핵과 전쟁에 대한 공포의 반영이었다.

리메이크는 기본 설정을 몇 가지 바꾸기는 했으나, 오리지널의 주제 의식을 고스란히 이어받아 이를 21세기 현재의 방식으로 제시한다. 여기에 후쿠시마와 인도양 등 실제 재난/인재에 대한 언급이 들어가지 않을 수는 없다. 1954년 <고지라>를 본 관객들이 불과 9년 전 히로시마/나가사키를 연상시키는 묘사에 몸서리를 쳤듯이, 60년 뒤의 우리 역시 몇 년 지나지 않은 미증유의 재난이 스크린에 재현되는 것을 보며 공포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새로이 서술된 고지라의 기원은 오리지널의 핵심을 더욱 더 확장한다. 이번 고지라는 태곳적 더 강력했던 자연 방사능에 의해 태어난 괴수이다. 그리고 파괴자의 역할은 무토(MUTO)라는 다른 괴수가 맡는다. 무토는 방사능을 양분으로 삼고 전자기파를 일으켜 소통하는데, 이 과정에서 인류 문명의 필수 요소인 전기를 차단하는 재앙을 불러 온다. 당초 인간은 고지라를 위협 대상으로 인식하여 그를 제거하고자 핵을 썼다. 고지라는 살아남았고, 그 결과 나타난 것이 무토인 것이다.

고지라는 파괴자인 무토를 제거하여 자연계의 균형을 맞추려는 지구의 어떤 의지, 더 나아가 수호신과도 같은 존재로 그려진다. 물론 인간을 지킨다는 것은 그의 사전에 없는 말이다. 결국 인간은 고지라와 무토 양쪽으로부터 엄청난 피해를 입는다. 오리지널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를 좀 더 독하게 전달했다고 할까. 그렇다고 리메이크의 고지라가 그답지 않다고 할 수는 없다. 고지라 시리즈는 오랜 역사를 지녔고, 의도적이든 그렇지 않든 때때로 영웅적인 모습도 보여 주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고지라가 지닌 여러 가지 얼굴의 하나이다. 따라서 고지라의 몇몇 특징적인 설정이 바뀌었을 지언정, 오리지널 <고지라>의 정수를 잃지는 않았다. 오히려 재해석을 통해 그것을 계승, 확장했다는 데 이 영화의 의미와 가치가 있고, 동시에 그것은 제작진의 원전에 대한 존중을 증명하기도 한다. 고지라 시리즈의 팬으로서 이것은 기쁜 일이다.

새로운 고지라는 그동안 발전한 헐리우드의 영화 제작 기술이 아낌없이 동원되었고, 개렛 에드워즈 감독만의 독특한 감각도 더해져 컴퓨터 그래픽임에도 실사 특촬을 능가하는 중량감과 거대감, 그리고 보는 이를 내리누르는 듯한 엄청난 존재감을 표현한다. 이 시각효과의 박력은 그야말로 경천동지할 수준이다. 아이맥스의 거대한 스크린과 첨단 사운드 시스템이 결합한 고지라의 포효는 아찔하고, 푸른색 방사열선을 토하는 모습은 장쾌하다. 업그레이드된 영상 기술과 함께 그 특징을 신중하게 살려낸 2014년판 고지라의 이미지는 원조보다 더 원조 답다. 시리즈의 휴면기였던 지난 10년 동안 목말랐던 팬들의 가슴은 이 영화로 촉촉히 젖게 될 것이다.

반면, 그 기대만큼 영화의 전개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고지라>의 인간 드라마는 근래 헐리우드 블록버스터의 경향을 충실히 따라 극중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적어도 초반 1시간 동안은 방사능 누출을 소재로 한 다른 영화처럼 보일 정도다. 고지라와 무토가 나타난 뒤에도, 괴수 장면과 인간 장면의 잦은 교대 배치로 인해 괴수들의 싸움은 고조될 만하면 끊기고, 또 끊기기를 반복한다. 장면 하나하나의 질은 매우 높지만, 대체로 고지라의 등장은 클라이맥스를 제외하면 충분하다 싶을 정도가 못 된다.

캐스팅의 화려함을 중시하는 재난영화의 전통을 따른 듯, <고지라>의 배우들은 모두 인상적인 커리어를 지닌 신진과 베테랑이다. 애런 테일러 존슨은 육체적인 도전을 묵묵히 감내하지만 연기는 무덤덤하다. 그런 이미지가 이런 작품에 어울리기도 한다고 생각하지만, 아쉬운 것은 아쉬운 것이다. 그에게 부족한 섬세한 감정 표현은 부인 역으로 분한 엘리자베스 올슨의 몫인데, 출연 분량과 인물로서의 비중이 너무 적다. 이 배우의 잠재력을 아끼는 팬들은 유감스럽겠다. 브라이언 크랜스턴과 데이비드 스트래턴은 주어진 역할을 정확히 해낸다(크랜스턴은 조금 감정 과잉인 느낌이 있지만). 와타나베 켄은 괴수영화의 필수적 인물인 과학자 역할을 힘없이 소화하지만, 오리지널에서 따온 극중 이름 ‘세리자와’다운 면을 조금은 나누어 갖고 있다. 고지라와 무토에 대한 비현실적인 설정 해설을 본고장 일본 출신의 와타나베와 신뢰감을 주는 배우 샐리 호킨스에게 할애한 것은 영리한 선택이었다. 줄리엣 비노쉬는… 정말 잠깐 나온다.

그밖의 몇 가지 점을 지적하자면, 적 괴수인 무토의 디자인과 설정을 들 수 있다. 무토는 <클로버필드>의 이름 모를 그 괴수와 오르가, 프테라노돈, 나방, 순록을 뭉뚱그린 듯한 외형이며 생태는 레기온을 연상시킨다. 더 나아가 놈을 격퇴하려는 군사 작전의 묘사에서는 헤이세이 가메라 3부작의 영향을 느낄 수 있다. 고지라의 모호한 영웅적 위치 역시 어떤 면에서는 헤이세이판 가메라와 비슷하다. 괴수끼리의 대결을 비롯하여 가족 및 일상생활의 묘사, 얼핏 황당해 보이지만 극중의 논리로는 자연스러운 대 괴수 퇴치/회피 작전 등은 오리지널과 그 뒤를 이은 고지라 시리즈에 대한 애정 어린 오마주이다. 아울러 이 대목은 과거 B급영화로 취급 받았던 고지라 시리즈/괴수영화 전반의 흥취를 재현한 듯한 느낌도 든다. 이것 말고도 괴수/특촬영화를 즐겨 온 팬들이 찾아내어 씹고 뜯고 맛볼 수 있는 요소들이 작품 전반에 흩어져 있다.

이 모든 것을 한 편의 영화에 담으려는 거대한(동시에 넘칠 듯한 애정의) 야심은 대체적으로 준수한 결과로 수렴되었지만, 그럼에도 각본의 완성도 문제와 결정적인 카운터펀치라고 할 만한 것이 맨 끝에 가서야 나온다는 이 영화 최대의 단점을 낳기도 했다. 초반의 굉장한 몰입감은 중반부의 갈팡질팡하는 전개로 다소 지루해지고 처진다. 하지만 그렇기에 이 영화의 괴수 장면은 중요하며, 그 하나하나가 영화의 구조적 단점을 잊게 할 만큼 너무나도, 너무나도 뛰어나다. 이런 진부한 강조 수식어를 많이 쓰고 싶진 않았지만 고지라는 정말 제대로 그려냈다. 어쩌면 고지라 팬들에게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할지 모르겠다.

마지막으로, 명백한 사실은 이 리메이크를 통해 고지라가 부활을 완수했다는 것, 그것이다. 개렛 에드워즈 감독은 사기를 치지 않고 이 어려운 프로젝트에 정면으로 부딪혔으며, 나는 이 영화를 보는 동안 행복했고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행복하다. <고지라>가 괴수왕의 역사에서 의미 있는 자리를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나는 감히 믿는다.

별점: ***1/2 (만점은 넷)

원제: Godzilla
감독: 개렛 에드워즈
주연: 애런 테일러 존슨, 브라이언 크랜스턴, 엘리자베스 올슨, 와타나베 켄, 샐리 호킨스, 줄리엣 비노쉬, 데이비드 스트래턴
개봉일: 2014년 5월 15일 (한국) / 5월 16일 (미국)
공식 웹사이트: godzillamovie.com

P. S: 앞서 알려진 바로는 1954년판 <고지라>의 주연 타카라다 아키라가 출연한다고 했는데, 나는 영화 속에서 그의 모습을 찾을 수 없었다. 출연 장면이 삭제되었을까? 만일 그렇다면 혹시 일본 개봉판에만 나오는 것이 아닐까?

[모스라](1961), 여성영화제에서 국내 최초 상영

(C) Toho Co., Ltd.
(C) Toho Co., Ltd.

일본 괴수영화의 고전 <모스라>(モスラ, 1961)가 이달 말 개막하는 제16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를 통해 국내 최초로 공식 상영된다.

<모스라>는 5월 29일부터 6월 5일까지 메가박스 신촌에서 열리는 올해 영화제 프로그램 가운데, 일본의 베테랑 배우 카가와 쿄코 회고전 상영작의 한 편으로 선정되었다.

이 영화는 1954년 <고지라>의 성공으로 특촬-괴수영화를 본격적으로 제작하게 된 토호 영화사가 1957년 <하늘의 대괴수 라돈>에 이어 내놓은 야심작. 여성들도 즐길 수 있는 괴수영화를 목표로 기획되어, 괴수 모스라도 아름다운 색채와 온화한 성격을 지닌 나방을 모티브로 하였다(실제 외형은 나비에 더 가깝다). 모스라와 교신할 수 있는 특별한 존재인 소미인도 등장하여 극중 중요한 역할을 맡는다. 모스라는 인판트섬이라는 태평양의 외딴섬과 그곳에 사는 사람들을 지키는 수호신이라는 설정.

그밖에 원자력이나 상업주의에 대한 경각심이나 당시의 대미 관계를 의식한 묘사, 페미니즘과 토착민 문제 등을 반영한 내용 등 오락과 주제의식을 함께 아우르려는 의도가 선명한 작품으로 완성되었다. <고지라>를 비롯하여 많은 토호 특촬영화를 만든 혼다 이시로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안정적인 연출을 선보였고, 이것이 츠부라야 에이지의 정밀하고 박력 넘치는 특촬과 어우러져 다채롭고 환상적인 모험담으로 승화된 특촬-괴수영화의 걸작. 이번 영화제 회고전의 주인공 카가와 쿄코는 주역급 캐릭터인 사진기자 하나무라 미치 역으로 출연하였다.

이후 모스라는 고지라, 라돈, 킹기도라 등과 함께 토호 특촬을 대표하는 캐릭터로 정착하여 다수의 고지라 시리즈에 등장하였으며, 1996년부터 98년까지는 리메이크 3부작이 제작되기도 했다. 국내의 괴수-특촬영화 시장 사정상 모스라 시리즈는 그 어느 것도 정식 경로로 소개된 적이 없으나, 이번에 조금은 의외인 이유로 스크린에서 볼 수 있게 되었다. 마침 같은 토호 괴수인 고지라의 60주년인 해에 헐리우드 리메이크의 개봉도 예정되어 있는 달인지라 <모스라>의 국내 최초 공식 상영은 더욱 뜻깊다. 괴수 팬들이라면 이 귀중한 기회를 놓치지 말자.

영화제 상영 일정은 이 글을 쓰고 있는 현재 발표되지 않은 상태. 예매는 5월 15일 오후 2시부터 시작될 예정이므로 그 얼마 전에 일정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제보: 엄다인 님
출처 및 관련 링크: 제16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공식 웹사이트의 <모스라> 작품 소개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