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책상 위 함대

4년 전 건담에 재입문(…)한 이래 종종 플라모델을 만들어 오고 있다. 때문에 지금까지는 줄곧 건플라 위주였지만, 근래 들어 취향이 좀 바뀌려는 것 같다.

내 책상 위에 함대를 꾸며 보고 싶어졌다.

계기는 지난달 감상한 <우주전함 야마토> 극장판. DVD를 보고 난 뒤 재작년쯤 호기심에 샀던 메카 컬렉션 야마토 2199의 먼지를 털어줬고, 그때부터 작은 함선이나 전투기 플라모델에 부쩍 끌리게 됐다. 아래는 그 결과물이다.

사서 만든 지는 몇 년 지났지만, 내게 작은 플라모델의 매력을 알게 해 줬던 반다이 메카 컬렉션 야마토 2199이다. 오리지널 야마토 시절부터 있었던 메카 컬렉션을 최신 기술로 리메이크한 키트. 길이 12cm 정도로 상당히 작지만 접착제 없이도 깔끔하게 맞아 떨어지는 스냅 타이트의 손맛과 훌륭한 조형, 적절한 색분할로 생각보다 큰 만족감을 준다. 가격이 500엔에서 800엔대로 저렴하여 모으기 좋고, 부품 분할도 단순하여 머리 식히기에도 그만이다.


요즘은 야마토 말고도 <마크로스>, <울트라맨>, <가면 라이더>, <드래곤볼> 시리즈가 나오고 있고, <스타 워즈>도 브랜드 이름은 다르지만 제품 구성은 메카 컬렉션과 대동소이한 비클 모델이라는 시리즈가 전개 중이다. 이런 포맷으로 건담 시리즈에 등장하는 탈것이 나온다면 얼마나 좋을까. 품질에 비해 비싼 걸로 악명 높은 EX 모델이 사실상 종료 상태이니 이쪽으로 판로를 개척해 봐도 좋지 않을까.

다음은 방금 언급한 <스타 워즈> 비클 모델 시리즈의 하나인 스타 디스트로이어. <스타 워즈>에서 가장 유명한 탈것이지만 그 크기 때문인지 비클 모델 제1탄으로 나왔다. 손바닥 만한 크기를 잊게 할 만큼 정교한 조형으로 ‘과연 반다이’라는 감탄이 절로 나오는 수작. 연습 삼아 먹선을 넣어 봤는데, 영 서툰 솜씨지만 그래도 안 하는 것보다는 낫지 않은가 싶고 나름대로 애착도 간다. 거의 흰색에 가까운 옅은 회색으로 성형되어 맨조립만 하면 조금 심심해 보이긴 한다.


많은 팬들이 좀 더 큰 키트를 기대하고 있지만, 나는 그것보다 이 비클 모델로 이그제큐터급(수퍼 스타 디스트로이어)이 나오기를 바란다.

다시 메카 컬렉션으로 돌아와서 마크로스 엘리시온 요새형이다. <마크로스> 시리즈 최근작 <마크로스 델타>에 등장하는 거대 항공모함. 오리지널과 마찬가지로 로봇 형태인 강공형으로 변신하지만 이 키트에서는 생략되었다. 곡선이 좀 더 많이 들어가 있으나 오리지널 마크로스의 기본 형태는 고스란히 갖추고 있어 이대로도 충분히 멋있다. <마크로스 델타> 애니메이션 본편은 아직 국내 공개되지 않아 감상하지 못했다. 순전히 디자인에 이끌려 구입한 키트.


메카 컬렉션 야마토 2199 두 번째는 차원잠항함 UX-01. 실은 앞서 두 번째로 가미라스함(정확히는 데스토리아급)을 샀었는데 파손되어 사진에 담을 수 없었다. 이름도 그렇고 모양새가 아무리 봐도 우주판 U-보트 같아 설정을 찾아 보니, 차원 단층이나 아공간에 숨는 기능이 있다고 한다. 우주 잠수함답게 어류를 연상시키는 디자인이 아주 매력적이다.


마지막은 유일한 실존 함선 모형 아오시마 1/2000 렉싱턴 1942년 사양이다. 유일하게 축척이 있는 모형이기도 하다. 메카 컬렉션이나 비클 모델은 완성시 길이 12cm 정도로 규격이 통일되어 축척을 표기하지 않기 때문이다(하지만 제품에 따라 기존 축척에 대략 맞춘 것도 있다). 지금까지는 2010년대에 발매된 스냅 타이트 + 색플라 키트였지만, 이것은 1970년대 또는 80년대 정도로 추정되는 오래된 금형이다. 시기를 감안하면 이렇게 작은데도 선체 아래를 빨간색으로 분할한 것이 놀랍다.


크기는 메카 컬렉션과 비슷하지만 접착 조립에 금형 노후로 인한 단차, 뒤틀린 부품 등으로 적잖이 골머리를 앓았다. 특히 선체는 위아래가 모두 뒤틀려 있어서 크게 네 개로 나뉜 부품을 그럭저럭 맞추는 데만 사나흘이 걸렸다. 갑판 앞쪽에 붙이는 크레인 같은 작은 부품은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먹선 넣기나 색칠, 데칼링 같은 건 언감생심이어도(데칼은 들어 있지도 않다), 어떻게든 형태만 갖춘다는 목표에는 다다랐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듣기로는 이 아오시마 1/2000 함선 시리즈의 금형이 반다이 것이었던 모양이다. 건플라로 대박을 치기 전에 이 축척으로 여러 종류의 함선 모형을 냈는데, 어째서인지 지금은 금형이 아오시마로 넘어갔고 이 과정에서 일본 함선이 모두 없어졌다. 지금은 서양 함선만 판매 중.

항공모함보다 전함에 더 흥미가 있어 다음에는 전함을 만들어 보고 싶은데, 이 축척으로 나온 전함 키트가 그다지 많지 않고 구하기도 까다로워 당장 손을 못 대고 있다. 함선 모형은 역시 1/350이나 1/700이 주류인 모양. 그러고 보니 내가 초등학교 때 처음 만들었던 함선 모형 USS 미주리도 길이를 떠올려 보면 대략 1/700이었던 것 같다.

이렇게 내 책상 위 함대는 조금씩 진용을 갖춰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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