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라] 2회차 감상

(C) Warner Bros. Pictures / Legendary Pictures / Toho Co., Lt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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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회차 감상: <고지라> (2014)

두 번째 감상은 영화를 처음으로 보기 전의 기대와 우려, 그밖의 기타 여러 가지 복잡한 감정들로 소용돌이쳤던 마음가짐이 사라졌기에, 한결 편안하게 즐길 수 있었다.

앞서도 지적했던 바와 같이 처음 1시간 정도는 이례적으로 인간 측 사정에 집중하면서 드라마를 차곡차곡 쌓아 가기 때문에, 그리고 괴수가 나오고 부터는 클라이맥스 전까지 거의 획일적이라는 인상이 들 만큼 인간과 괴수 드라마를 병렬 전개하기 때문에, 처음 보았을 때는 영화가 굉장히 길다고 느꼈다. 체감 상영시간만 2시간 20분 정도는 되었을까.

그러나 IMDb에 등록된 이 영화의 상영시간은 2시간 3분. 게다가 이것은 엔드 크레딧까지 모두 합쳐진 시간이므로, 정확하지는 않지만 본편만 따진다면 1시간 55분쯤 될까. 사실 고지라 영화로서는 제법 길다. 대다수 고지라 시리즈의 상영시간은 1시간 30분에서 1시간 40~45분 정도. 유일하게 2시간을 넘긴 작품은 2004년의 <고지라: 파이널 워즈>(2시간 5분) 뿐이고, 1시간 50분대 작품은 하나도 없다.

(1998년판 가짜 <고질라>가 2시간 19분을 기록했지만, 정식 시리즈로 치지 않으므로 예외. 이제는 <고질라>를 마음껏 가짜라고 부를 수 있어 속이 후련하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2014년판의 제목을 ‘고질라’로 지은 배급사의 처사가 대단히 마음에 들지 않지만, 이 주제는 다른 자리에서.)

두 번째로 보다 보니 ‘모르는 길’을 따라가는 여정이었던 첫 번째 감상보다 템포가 좀 더 빠르게 느껴진 것이 당연하겠지만, 이를 감안하고도 영화의 흐름은 훨씬 더 안정적이었다. 물론 괴수들이 싸움을 시작할라치면 끊고 또 끊는 연출은 여전히 아쉬웠다. 일본판 고지라보다 에피소드가 더 많기 때문인가 싶기도 한데, 이는 좀 더 면밀히 비교해 볼 필요가 있겠다. 재미있었던 건 클라이맥스 부분이 처음 보았을 때의 인상과는 달리 쭉 이어진 느낌이 들었다는 점이다. 장면 하나하나의 정서도 좀 더 강하게 전달되었고.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두 번째로 보니 더 좋았다.

앞선 첫 감상에서는 알렉상드르 데스플라의 음악에 대해 미처 이야기를 못 했는데, 상당히 마음에 든다. 헌정의 의미로 이후쿠베 아키라의 오리지널 고지라 테마가 인용되거나 엔드 크레딧에 삽입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했었지만, 막상 영화를 보고 나니 데스플라의 음악 만으로도 ‘충만’했다. 사운드트랙을 당장 구해야겠다.

엔드 크레딧에 역시 헌정으로서 오리지널 고지라 관련 인물들에 대한 언급이 있지 않을까 했으나 찾을 수 없었다. 반드시 있어야만 하는 건 아니겠지만, 아무래도 이것은 작년에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이 <퍼시픽 림>에서 선수를 쳤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그래도 한 번 더 하는 게 이상하진 않을 테고, 오히려 이 영화에서 더 필요한 절차가 아니었을까.

마지막으로, 고지라와 무토의 설정에 대해.

도입부에서 발견된 고지라의 동종 개체 유골은 무토에 의해 희생되었다고 서술된다. 그렇지만 무토가 고지라 종이 번성했던 고대로부터 기원되었는지는 영화 속에서 명확히 설명되지 않는다. 여기서부터는 내 생각. 무토는 원래 고지라 종과 공생하던 무해한 기생생물이었으나, 1954년에 나타난 고지라를 격퇴하기 위해 인간이 사용한 핵무기에 의해 돌연변이, 지금과 같은 파괴적인 괴수가 되어 버린 것이 아닐까. 이는 1984년판 <고지라>에 등장한 ‘쇼키라스’를 연상시킨다. 고지라에 기생하던 생물이 방사능을 흡수하여 거대화한 호전적인 괴물이 바로 쇼키라스. 비슷한 설정이다. 빌딩 만한 무토와는 달리 사람보다 조금 작은 크기로서, 극중 섬뜩한 공포감을 연출했다는 점이 다르지만.

1954년의 고지라와 현재 다시 나타난 고지라가 동일한 개체인지도 확실하지 않다. 하지만 54년 당시 핵무기로 고지라를 ‘격퇴했다’는 분명한 언급도 없으므로 같은 개체로 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대신 인간은 살아남은 고지라를 ‘모나크’를 통해 계속해서 감시, 추적해 왔을 것이고 무토가 54년 이후 나타났다고 가정하면 모나크가 무토의 EMP 공격에 대한 정보를 인지하지 못했다는 극중 묘사도 어느 정도 설명이 되지 않을까 싶다. 무토가 고지라보다 늦게 나타났다면, 놈에 대한 연구는 고지라 만큼 축적되어 있지 못했을 테니까.

여하튼 이것은 하나의 가설일 따름이다. 영화를 한 번 더 보고, 한 번 더 생각해 본다면 또 다른 이야기가 나올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이번 리메이크의 설정집 같은 게 있어도 좋겠는데. 주문해 둔 메이킹 북에 들어 있을까. 아니면 일본에서 나올지도 모를 별도의 책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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