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대괴수 용가리] 첫 TV 방영

(C) 극동흥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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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 채널 EBS가 한국 괴수영화의 원조, <대괴수 용가리>를 국내 TV에서는 처음으로 방영한다.

<대괴수 용가리>는 오는 6월 19일 일요일 밤 11시, EBS의 주간 영화 프로그램 가운데 하나로서 고전 한국영화를 매주 한 편씩 방영하고 있는 <한국영화 특선> 시간에 전파를 탈 예정이다. 이 영화의 TV 방영은 1967년 극장 개봉 이후 44년 만에 처음이며 HD 방영 역시 처음으로서, 한국 괴수영화를 아끼는 팬들에게 귀중한 시간이 될 전망이다. 아울러, 그동안 원조 용가리의 이름 정도만을 들어 보았을 일반 시청자들에게도 한국 괴수영화의 대표작을 감상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대괴수 용가리>는 1960년대 일본에서 붐을 이루고 있던 괴수영화를 한국에서 만들어보자는 착상에서 출발한 작품이다. 중동에서 폭발한 폭탄의 영향으로 거대 괴수 용가리가 깨어나고, 판문점 근처에서 지상에 모습을 드러낸다. 서울로 남하한 용가리는 도시를 파괴하기 시작하는데 이를 막기 위해 과학자, 우주비행사 그리고 소년 등이 군대와 힘을 합친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불붙은 석유를 빨아들여 배를 채우는 용가리. (C) 극동흥업
불붙은 석유를 빨아들여 배를 채우는 용가리. (C) 극동흥업

이 영화는 60년대 가장 활발히 활동했던 감독 가운데 한 명으로서 <맨발의 청춘>, <5인의 해병> 등으로 유명한 김기덕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으며, 오영일, 이순재, 남정임, 강문, 김동원, 주증녀 등이 출연했다. 당시 한국은 본격적인 특촬영화 제작 경험이 전무했기 때문에 제작사 극동흥업은 일본의 토에이 등으로부터 특촬 스탭을 초빙하여 한국 스탭들에게 노하우를 전수했다. 수트메이션, 미니어처, 광학합성 등 당시 괴수영화를 만드는 데 사용된 대부분의 기술이 동원되었기 때문에 제작 규모는 보통 한국영화의 3~4배인 1,300만 원에 이르렀고, 그 결과는 일본 괴수영화에 결코 뒤지지 않는 수작이 되었다. 서울 국제극장에서 개봉하여 11만 명의 관객을 동원한 <대괴수 용가리>는 미국, 독일 등에 수출되어 현재까지도 한국 괴수영화의 대표작으로 평가를 받고 있기도 하다. 특히 미국에서는 <대양에서 온 괴수 용가리>(Yongary, Monster from the Deep)라는 제목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러나 정작 본고장인 한국에서는 개봉 이후 오랫동안 이 영화를 제대로 볼 수 없었다. 수출 과정에서 원본 필름을 포함한 작품의 주요 자료를 외국에 넘겨버렸고, 그 과정에서 원본 필름을 잃어버리고 만 것이다. 따라서 현재 <대괴수 용가리>의 본편 80분을 온전히 담고 있는 판본은 미국에 수출된 영어 더빙판 뿐이다. 한국에는 지방 극장에서 상영된 것으로 추정되는 48분짜리 프린트만 남아 있는데, 그나마 퍼포레이션(필름 표면 양면에 줄지어 뚫려 영사기에 걸릴 수 있도록 하는 작은 구멍들)이 손상되어 상영을 할 수 없는 상태였다. 이로 인해 <대괴수 용가리>는 지금까지 한국에서 TV 방영은 물론, 정식으로 비디오나 DVD 등의 홈 비디오 매체로 출시되지도 못했다. 1999년 심형래 감독이 이 영화를 바탕으로 한 일종의 리메이크인 <용가리>를 만들면서 <대괴수 용가리>에 대한 대중적인 관심을 다시 불러일으켰지만, 막상 원작을 쉽게 접하기는 어려웠다. 적어도 2007년까지 이 영화를 합법적으로 볼 수 있는 방법은 미국에서 발매된 VHS나 LD 또는 독일에서 발매된 DVD를 어렵사리 구하거나, 한국영상자료원에서 가끔 상영한 미국판 VHS를 챙겨 보는 것 정도였다.

의 출연 배우들. 왼쪽부터 오영일, 남정임, 강문, 이순재. (C) 극동흥업
<대괴수 용가리>의 출연 배우들. 왼쪽부터 오영일, 남정임, 강문, 이순재. (C) 극동흥업

그러나 개봉 40주년이었던 2007년, 마침내 <대괴수 용가리>는 다시 한 번 햇빛을 보게 된다. 먼저 그해 9월, MGM이 미국 최초의 정식 DVD를 발매했다. 영국산 <킹콩> 아류작 <콩가>와 합본된 이 DVD에는 새롭게 HD 리마스터되어 원래의 2.35:1 화면비율을 처음으로 살린 본편이 실렸다(물론 영어 더빙판). 이어 11월, 한국영상자료원이 소장해 왔던 48분짜리 불완전판이 디지털 복원되어 제1회 충무로국제영화제를 통해 상영되었다. 이 판본은 화면 및 사운드의 질이 좋지 않고 상영시간의 절반가량이 단축되어 줄거리 연결에 다소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영어 더빙이 아닌 원래의 우리말 사운드로 감상할 수 있는 귀중한 기회를 제공했다. 이후 몇 차례 특별전 등을 통해 상영된 이 판본은 현재 한국영상자료원 VOD를 통해 언제든지 볼 수 있게 되었다. EBS 방영을 전후하여 이 불완전판을 감상하는 것도 작품의 이해에 도움이 될 것이다.

<대괴수 용가리> 불완전판 한국영상자료원 VOD 링크

이번에 EBS에서 방영할 판본은 2007년 리마스터된 미국 수출판, 즉 영어 더빙판에 한글 자막을 삽입한 것이다. 한국영화를 영어 더빙으로 감상한다는 점이 다소 유감이기는 하지만, 본편을 온전히 보려면 현재로서는 이 방법밖에 없다. 그 대신 영화 한 편조차 제대로 지키지 못했던 과거의 잘못을 되새기면서, 영화 보존의 중요성을 되새겨 보는 것은 어떨까. 44년이라는 세월을 뛰어넘어 다시 한 번 대중과 만나게 될 한국 괴수영화의 대표작, <대괴수 용가리>를 기대해 보자.

동대문(?) 부근에 나타난 용가리. (C) 극동흥업
동대문(?) 부근에 나타난 용가리. (C) 극동흥업

출처: EBS 공식 웹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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