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한 거짓말] (2014)

(C) (주) 유비유필름, (주) 무비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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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견 평범하고 아무 일 없어 보이는 일상 속에 쓰라린 폭력이 숨어 있다. 그리고 그것이 학교라는 특정한 조직 속에서 벌어진다면 그 강도는 얼마나 더 가혹해지는가.

여기서 말하는 폭력이란, 으슥한 학교 구석에서 완력을 동원하여 상대방을 때려눕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평범한 교실에서 웃는 얼굴로, 소름이 끼칠 만큼 가혹한 말을 아무렇지도 않은 듯한 대화로 가장하고, 수적 우세를 동원하여 눈에 보이지 않는 억압을 가하는 것이다. 아직 집과 학교가 세상의 전부라고 믿고 있는 십대 초반의 소녀에게, ‘왕따’라고 불리는 이 학교 폭력의 한 갈래는 상상할 수 없는 고통을 안겨주었을 것이다.

<우아한 거짓말>은 그로 인해 구성원을 잃게 된 한 가족의 이야기이다. 어느 날 갑자기 스스로 목숨을 놓은 막내딸. 그러나 가족의 진짜 고통은 이제부터다. 망연자실한 것도 잠시, 생계를 위해 본업으로 돌아가야 하는 엄마는 비정규직을 전전하면서 빠듯한 살림과 씨름하고 있다. 큰딸은 함께 학교를 다니던 동생의 빈자리에 어쩔 줄을 모른다. 자살 사건으로 주위 인심이 박해져 새 집을 구하게 된 그들은 막내딸을 데려간 왕따의 가해자로 의심되는 반 친구의 가족과도 대면해야 한다. 그리고 이 사건의 이면에는 과거에 뿌리를 둔 그림자가 길게 늘어뜨려져 있다.

영화는 이 가족이 도처에 존재하는 유무형의 폭력에 휘청이면서도 어떻게든 희망의 끈을 놓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과정을 잔잔하면서도 힘 있게 밟아 나간다. 자살한 동생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 밝혀내려는 언니가 극을 이끌면서 가벼운 미스터리 기법이 곁들여졌고, 전체적으로 민감하고 음울한 이야기에 놀라울 정도의 흡인력이 생겼다. 출연진의 연기도 차분하며 성실하다. 특히 큰딸 만지 역을 맡은 고아성은 어머니로 분한 베테랑 김희애의 존재감에 조금도 흔들리지 않는다. 오히려 더 앞서간다고 할까. 이 아이는 장차 좋은 배우가 되겠구나, 라는 생각을 이번에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짧은 삶을 살았던 만지의 동생 천지를 잊을 수 없는 표정으로 스크린에 그려냈던 김향기도 기억해야겠다.

그렇게 <우아한 거짓말>은 이 폭력의 굴레에서는 가해자조차도 희생자로 전락할 수밖에 없으며, 이 고리를 끊으려면 모두가 서로 마음을 열고 지켜보고 돌보아 주어야 함을 분명하게 보는 이의 가슴에 새겨 준다. 어찌 보면 뻔한 결론이자 주장일 수 있겠지만 그 여운이 오랫동안 마음에 남아 있는 이유는 이 영화 – 그 자체가 또 하나의 ‘우아한 거짓말’이다 – 에 담긴 이야기가, 그것이 반영한 우리의 현실이 그만큼 생생하기 때문일 것이다.

아쉬운 점이라면, 코미디 부분이 긴장을 간간이 풀어 주는 제 영역에서 조금 많이 벗어난다는 것. 유아인과 성동일의 배역은 이야기의 흐름에서 분명히 제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만, 그들을 드러내는 방법은 전체의 색깔과 어긋나 있다. 영화의 장르가 잠시 바뀌었다 되돌아오곤 하는 느낌이 들었을 정도였다면, 이 방법은 실패한 것이 아닐까.

<완득이>에 이어 김려령의 소설을 두 번째로 각색한 이한 감독의 신작이다. 전작과 함께 놓고 연작으로 감상해도 좋겠다.

감독: 이한
주연: 김희애, 고아성, 김향기, 김유정, 유아인, 천우희, 성동일
한국 개봉: 2014년 3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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