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데이즈 인 뉴욕] (2012)

(C) Polaris Films
(C) Polaris Films

줄리 델피는 <2 데이즈 인 뉴욕>(2 Days in New York)에서 카메라의 앞과 뒤를 마치 매끈한 뱀장어처럼 누빈다. 2007년 주연은 물론 직접 감독/각본/제작/음악/편집까지 도맡아 했던 <뉴욕에서 온 남자, 파리에서 온 여자>의 속편인 이 영화에서도, 델피는 카메라 앞에서 ‘파리에서 온 여자’ 마리온 역을 힘차게 연기하는 한편, 카메라 뒤에서는 전편과 거의 같은 역할을 억척스럽게 해치우고 있는 것이다. 그 엎치락뒤치락하는 현실에서의 영화 만들기는 <2 데이즈 인 뉴욕>이라는 가공의 이야기에도 경쾌한 속도감과 탄력을 준다.

이번 속편은 새로운 동반자와 함께 뉴욕에 정착한 마리온이 파리에서 온 가족을 맞이한다는 상황을 그렸다. 이 같은 역방향 설정은 속편의 전형적인 꼼수이긴 해도, 전편을 즐겼던 관객이라면 기대감과 안정감을 함께 느끼면서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도록 한다. 전편이 파리를 배경으로 프랑스인 여성과 미국인 남성 커플의 문화 충돌과 그로 인해 불거진 애정의 시험을 그렸다면, 이번에는 문화 충돌 부분은 양념 정도로 비중이 줄어든 대신 마리온의 중년 위기 탈출기에 초점이 더 맞춰져 있다. 물론 사랑과 결혼에 대한 성찰도 담겨 있다.

아무래도 미국이 배경이어서인지, 유럽영화 느낌이 강했던 전편보다 좀 더 미국식 코미디에 가까워진 인상이다. 그러면서 흐름도 가벼워졌고 웃음을 유도하는 방식도 더 직설적이며 더 독하고 더 세어졌다. 어쩌면 이 대목에서 조금은 전편만 못하다는 기분이 들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가 소소하면서고 크고 깊은 이야기의 의미를 흐트러 놓지는 않을 만큼, 델피의 연출력은 전보다 더 집중되어 있다. 일견 완벽해 보였던 일상에 자그마한 변화가 끼어들고, 그 변화가 일상에 균열을 내면서 쌓였던 갈등이 봇물 터지듯 넘치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사람들은 각자의 위치를 다시 한 번 점검하고, 그들이 다시 돌아가야 할 일상에서 새로운 의미를 찾게 되는 것이다.

영화의 구석구석에는 마리온과 그리 다르지 않아 보이는 델피의 지문과 체온과 숨결이 묻어 있는데, 때때로 귀엽게 튀어나오는 그것들을 하나하나 확인하는 재미도 썩 나쁘지 않다. 이야기가 절정에 다다르면 스크린에 흩뿌려진 델피의 짖궃은 반짝임이 한눈에 들어오고, 중년의 동화는 보는 이의 잔잔한 미소와 함께 완성된다.

원제: 2 Days in New York
감독: 줄리 델피
주연: 줄리 델피, 크리스 록, 알베르 델피, 알렉시아 란도, 알렉상드르 나혼
프랑스 개봉: 2012년 3월 28일
한국 개봉: 2013년 8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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