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언 맨 3] (2013)

(C) Marvel Studi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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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언 맨 3>(Iron Man 3)는 과연 제3편답게 헐리우드 영화의 3부작 공식을 다시 한 번 상기시키며 시작한다. 즉, 제1편이라는 과거 또는 그 대과거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지금까지 우리가 몰랐던 이야기가 있었다는 걸 밝히거나, 당시 등장인물이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저지르고 말았던 원죄를 캐내는 것이다. <아이언 맨> 시리즈이기 때문에 달라진 점이라면 토니 스타크라는 캐릭터의 힘이 워낙 세기 때문에, 이러한 3부작 공식을 적용할 경우 그 어느 때보다도 토니의 시점에 따르는 이야기가 된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아이언 맨 3>는 시리즈 가운데 가장 개인적이고, 가장 감정적이다. 다행히 토니 스타크는 앞선 작품들을 통해 훌륭하게 구축이 되어 온 캐릭터여서, 설사 공식에 얽매인다 해도 우리가 그의 말에 한껏 집중하고 공감을 표하기에 충분한 이야기를 들려 준다.

또한, <아이언 맨 3>는 지금까지의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arvel Cinematic Universe, MCU) 영화들이 <어벤저스>로의 기반을 놓기 위한 중간 단계 역할을 하는 데 적지 않은 힘을 분산하는 바람에, 독자적인 작품으로서의 매력이 다소 흐려질 수밖에 없었다는 단점으로부터도 상당히 자유로워져 있다. MCU 제1단계가 전작 <어벤저스>로 수렴, 일단락했고 이 과정에서 가상 세계가 충분히 만들어진 상태라 <아이언 맨 3>는 이를테면 건물을 지어야 하는 부담감에서 벗어나, 이미 지어진 건물 안에서 신나게 놀면서 가끔 벽에 새 그림을 걸거나 정원의 잔디를 다듬는 정도만 하면 되었다. 그 덕택에 이 영화는 남는 시간에 자기 이야기를 설득력 있게 풀어낼 수 있었고, MCU 중에서도 특히 독자성이 강한 작품으로 완성되었다.

장르/스타일 면에서 <아이언 맨 3>는 전형적인 수퍼히어로 영화라기보다, 위험한 첨단기술을 둘러싼 음모를 결합시킨 테크노 스릴러에 가깝다. 그러면서도 전작의 성공 요인이었던 캐릭터 코미디와 주제의 연결성도 여전히 탄탄하고, 제1장의 마지막과 클라이맥스는 대규모 스펙터클로 수퍼히어로 액션을 고대했던 관객을 한껏 만족시켜 준다. 중반부 약간의 늘어짐과 적의 정체를 둘러싼 전개에서 좀 뻔한 수가 들여다 보이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흐름이 유연하고 극의 다른 부분들이 단점을 만회하고도 남는다. 완성도 면에서 이상적인 수퍼히어로 영화로 꼽히는 제1편에 그리 뒤지지 않는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와 귀네스 팰트로우의 연기 궁합은 언제나처럼 훌륭하지만, 여기에 관록이 더해져 더욱 보기 좋다. 벤 킹슬리는 재미있는 악역을 탁월한 감각으로 소화했는데, 화면에 나올 때마다 눈과 귀를 휘어잡는다. 마블 수퍼히어로 영화에서 보기 드물게 사악하고 강력한 악역을 마치 숨을 쉬듯 자연스럽게 연기한 가이 피어스도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자비스는 아무래도 폴 베타니의 목소리를 지닌 인공지능이 맞는 것 같다. 편을 거듭할 수록 더 인간다워지지 않는가.

시각효과와 액션 연출 면에서는 앞선 두 편에서 갑옷 대 갑옷이라는 구도에서 벗어나 갑옷과 생체병기의 대결을 묘사함으로써 시각적으로 확실한 차별점을 만들어 냈다. 수트의 각부 분리를 활용한 재치 있고 박력 넘치는 액션 설계와 이를 절묘하게 변주하여 예상치 못한 곳에서 웃음을 이끌어 내는 영리한 코미디도 좋다.

토니와 갑옷(수트)과의 관계를 바탕으로 그의 성장을 묘사한 구성도 의미가 있었다. <아이언 맨> 시리즈는 항상 덜 자란 남자 토니가 갑옷을 계속해서 갈아입으며 자신에게 맞는 옷(또는 자리)을 찾는 과정을 그려 왔으니까. 단 한 번 고치에 갇혀 있다 성충이 되는 나비와는 달리, 인간이기에 스스로의 모습을 찾고자 몇 번이고 변태를 거듭해야 했지만 말이다. 페퍼와의 로맨스도 전보다 훨씬 더 강한 감정으로 표현되었다. 극단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사랑은 두 연인 사이를 더욱 힘껏 묶어 줄 수 있는 것이다.

계약 관계 같은 ‘어른의 사정’ 때문에 이 영화가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아이언 맨으로 분하는 마지막 단독 출연작이 될지도 모른다는 관측이 있다. 확실히, 이 영화는 MCU를 이루는 한 작품이 아니라 ‘아이언 맨 3부작’의 완결편 같은 느낌이다. 물론 토니 스타크는 다시 돌아올 것이고(그 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다우니 주니어가 어른의 사정을 뛰어넘어 앞으로도 계속 갑옷을 입을 가능성도 지금으로서는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분명한 건, <아이언 맨 3>가 한 사이클을 매듭짓고 앞으로의 새로운 전개를 위한 문을 활짝 열어 놓았다는 사실이다.

원제: Iron Man 3
감독: 셰인 블랙
주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귀네스 팰트로우, 가이 피어스, 돈 치들, 벤 킹슬리, 존 파브로, 레베카 홀, 폴 베타니
북미 개봉: 2013년 5월 3일
한국 개봉: 2013년 4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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