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션: 이 남자가 사랑하는 법] (2012)

(C) Rhino Films, Such Much Films
(C) Rhino Films, Such Much Films

영화 <세션: 이 남자가 사랑하는 법>(The Sessions, 이하 ‘세션’)은 장애인의 성(性)이라는 가볍지 않은 주제를 진지함을 잃지 않으면서도 경쾌하게 풀어낸 수작이다. 미국의 실존 시인이었던 마크 오브라이언의 에세이를 스크린에 옮긴 이 영화는 소아마비로 목 아래로는 몸을 움직일 수 없었던 그가 성 테라피스트를 만나면서 새로운 세계에 눈뜨는 과정을 그렸다.

마크(존 호크스 분)는 자신이 기고하는 한 저널의 의뢰와 마침 동정을 떼고 싶었던 자신의 의도가 맞물려, 장애인 대상 성 테라피스트에 관한 기사를 쓰기로 한다. 셰릴(헬렌 헌트 분)이라는 이름의 테라피스트와 만남을 거듭하면서, 마크는 육체의 즐거움과 함께 점차 삶에 대한 보다 깊은 인식을 얻게 된다. 셰릴을 만나기 전까지의 마크는 스스로 호흡조차 할 수 없어 호흡보조장치(아이언 렁)가 있어야 생존할 수 있고, 얼굴 근육과 목을 빼고는 몽땅 마비된 몸 때문에 하루 스물네 시간 내내 누워 있어야만 하는 커다란 장애를 안고 지내 왔다. 그는 베라(문 블러드굿 분)를 비롯한 여러 명의 자원봉사자 없이는 도저히 일상을 유지할 수가 없다.

하지만, 침대 위에 꽁꽁 묶여 있는 육체와는 달리 마크의 정신은 맑고 순수하며, 30대 후반의 나이임에도 삶에 대한 호기심과 열정으로 충만해 있다. 그가 쓰는 시는 소박한 언어와 표현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읽는 이에게 깊은 감동을 준다. 그것은 그의 시가 삶을 몸과 마음을 다해 받아들이고 부딪치면서 보내 온 생생한 흔적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마크이기에, 뒤늦게 찾아온 성에 대한 관심은 너무나도 자연스러우며 밉게 보이지 않는다. 성 테라피스트인 셰릴도 자칫 사람들이 색안경을 끼고 볼 수도 있는 자신의 직업에 열과 성을 다해 임하면서 마크에게 이제껏 느낄 수 없었던 기쁨을 선사한다. 마크와 셰릴이 엮어가는 이야기들은 삶의 진정한 행복이란 육체와 정신의 기쁨이 조화를 이루었을 때, 그리고 어떠한 어려움에도 열과 성을 다해 살아갈 때 찾아온다는 것을 차분하고 아름답게 들려 준다.

<세션>에서 돋보이는 것은 이러한 이야기에 날개를 달아 주는 배우들의 빼어난 연기이다. 주인공 마크 역의 존 호크스도 좋았지만, 나는 특히 셰릴로 분한 헬렌 헌트에 주목하고 싶다. 헌트는 잠깐 짓는 표정이나 스치듯 지나가는 작은 동작만으로도 많은 이야기와 감정, 의미를 전달하며 등장하는 모든 장면을 반짝반짝 빛낸다. 그가 젊었을 때의 모습을 기억하는 나는 <세션>에서 마치 할머니처럼 야윈 얼굴로 등장한 헌트를 보면서 세월의 흐름을 실감했다. 하지만 그는 얼마나 곱게 나이들었던가! 헌트는 오랜 관록과 캐릭터에 대한 분명한 이해가 자신의 배역은 물론 영화 전체를 살아 숨쉬게 한다는 진리를 다시 한 번 보여 준다. 그리고 데면데면해 보이지만 실은 마크와 그의 삶을 진심으로 존중해 주고, 그가 겪어야 하는 여러 가지 상황에서 완충적인 역할을 하는 자원봉사자 베라를 쿨하게 소화해 낸 문 블러드굿도 참 좋다.

삶의 모든 순간을 힘껏 살아간 한 인간에 대한 묵직한 감동과 함께 장애인의 성이라는 소재와 그에 얽힌 현실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는, 기억에 오래 남을 영화이다.

원제: The Sessions
감독: 벤 르윈
주연: 존 호크스, 헬렌 헌트, 윌리엄 H. 메이시, 문 블러드굿, 애니카 마크스
북미 개봉: 2012년 10월 19일
한국 개봉: 2013년 1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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