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드] (2011)

(주) 이든픽처스
(주) 이든픽처스

영화 제목 <헤드>는 대략 두 가지 의미를 지닌다. 이 영화의 주된 사건은 사라진 과학자의 ‘머리’를 둘러싼 추격전이다. 그리고 또 하나의 ‘헤드’는, 아마 방송계 또는 기자들 사이의 은어인 것 같은데, 어떤 보도를 전달하는 주된 기자, 즉 ‘머리’에 해당하는 기자, 또는 기자가 보도 꼭지를 직접 전함을 뜻한다. 따라서 <헤드>는 머리를 맥거핀으로 한 스릴러이자, 실수를 저질러 기를 못 펴던 기자가 일생일대의 특종을 건져올려 꿈을 이루는 통쾌한 드라마라고 할 수 있다.

이야기는 시작부터 경쾌하고 속도감 있게 유유히 흘러간다. 화장터로 향하던 과학자(오달수 분)의 머리가 사라진다. 그것이 잘려진 머리가 든 상자라는 사실을 모른 채 배달하던 택배사원(류덕환 분)은 수신거부를 당하고, 갑자기 누가 그를 죽이고 머리를 빼앗으려 한다. 따분한 유명인 스캔들이나 따라다니던 기자(박예진 분, 택배사원의 누나)는 평소 사이가 좋지 않던 동생의 호소를 무시하지만, 어느새 자신의 손에 떨어진 잘려진 머리를 들고 생명의 위협을 피해다니며 특종감과 씨름한다.

때때로 사건을 일으키기 위해 등장인물을 억지로 사지에 몰아넣거나 배경설명이 부족한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인물들은 생동감이 있다. 위기에 처한 류덕환과 그를 구하기 위해 분투하는 박예진을 정말로 응원하게 되는 것이다. 백윤식은 예전의 이미지를 다소 피로가 느껴지는 표정으로 반복하지만 역에 잘 어울리기는 한다. 박예진의 선배로 나오는 배우(이름을 모른다)와 백윤식의 이상야릇한 조수로 분한 박영서는 등장하는 모든 장면을 즐겁게 만든다. 전체적으로 배우들을 보는 재미가 있다. 입만 열면 되도 않는 톤으로 대사를 씹느라 헛웃음과 짜증과 불안감만 던져줘 미치겠는데 배역의 비중은 높았던 데니 안만 빼면.

상황과 대사 내용 또는 상황과 등장인물의 성격을 부조리하게 조합하여 후려치는 유머 감각도 나쁘지 않다. 가끔씩은 놀라운 순간을 선사하기도 한다. 수상한 종교 자선 시설에서 벌어지는 소동과 클라이맥스는 아주 재미있었다. 물 흐르듯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내고,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드는 대목이 적지 않다. 여하튼 제법 신나게 볼 수 있는 영화다.

다만, 맥거핀을 좀 철저하게 다루었다면 하는 아쉬움은 남는다. 제대로 된 맥거핀은 흔적이 남지 않는 흥분제 같은 것이어서, 영화가 끝났을 때 그것을 둘러싼 미스터리가 텅 빈 공간 또는 무색무취한 공기였음이 드러난다 하더라도 보는 이를 거슬리게 하지 않는다. 아하, 그 이야기를 하느라 이런 떡밥을 쓴 거구나 하고 명쾌하게 이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헤드>의 맥거핀은 좀 껄끄럽다. 보고 나서도 왜 그랬어야 하지, 싶은 것이다. 왜 오달수를 죽여 머리를 자른 또 다른 과학자가 오달수와 똑같은 얼굴이어야 했을까? 그리고 그 동기는 무엇이었을까? 영화는 이에 대해 제대로 설명하지 않은 채 수식어만 몇 가지 내놓고 만다. 그것은 플롯과 관련된 중요한 단서일 수 있다. 그런데도 영화에는 ‘오달수가 두 명이네?’라는 상황 제시 말고는 이를 뒷받침하는 그 어떤 장면도 없다. 퍽 궁금하게 하는 부분이지만 가타부타 풀어주지 않으니 영화가 끝나도 계속 찜찜하다. 머리 하나면 될 이야기에 머리 둘을 우겨넣다가 완벽한 마무리에 실패한 셈이다.

감독: 조운
주연: 박예진, 류덕환, 백윤식, 오달수, 데니 안
한국 개봉: 2011년 5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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