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이 스토리 3D] (1995) / [토이 스토리 2 3D] (1999)

(C) Pixar Animation Studios, Walt Disney Pictures
(C) Pixar Animation Studios, Walt Disney Pictures

나는 애니메이션을 즐겨 보지 않는다. 그렇다고 싫어하는 건 아니고, 단지 애니메이션보다는 실사를 더 좋아하는 취향 인지라 자주 그리고 많이 감상하지 않을 뿐이다. 하지만 그런 나조차도 <토이 스토리> 1, 2편만은 퍽 마음에 든다. 앞서 말한 ‘실사 취향’ 탓에 두 편 모두 극장 개봉 당시 별다른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지만, 한참 지나 DVD로 감상하고 나서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다시 볼 만큼 좋아하게 됐다.

<토이 스토리> 시리즈가 마음에 들었던 이유는 단 하나, 재미있고 감동적인 이야기 때문이었다. 처음에는 내가 어렸을 때 갖고 놀았을 법한 장난감들의 아기자기하고 즐거운 일상을 따라가다가, 이어 새로운 등장인물(이라기보다는 등장 장난감이라고 해야 하려나)로 인해 일상의 작은 사건들이 쌓이기 시작한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장난감의 운명까지 파고드는 이야기의 힘에 눈시울이 시큰해지며 대책 없이 이끌려 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이 주제는 2편에서 더욱 발전됨으로써 <토이 스토리 2>를 전편에 전혀 뒤지지 않는 속편으로 자리매김하게 했다. 두 편 모두 풀어놓은 이야기의 퍼즐을 깔끔하게 매듭짓는 각본과 연출, 정감있게 묘사된 캐릭터들, 훌륭한 삽입곡과 음악, 설득력 있는 배우들의 연기 등 장편 애니메이션 영화로서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는 완벽에 가까운 작품이다. 그렇기에 일견 평범해 보이는 ‘장난감 이야기’는 첫 편이 나온 지 1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관객의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이다.

몇 년 전 3편이 나온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실은 반신반의했다. 이렇게 기적적인 완성도를 지닌 작품들인데 그 명성을 흐리면 어쩌나, 어차피 세월이 흐르면 버려질 장난감들일 텐데 극중의 시간적 배경으로 보아 굳이 그때를 언급해야 할 3편을 과연 즐겁게 볼 수 있을까, 그런 우려가 있었다. 그래도 <토이 스토리> 이후 지금까지 거의 매년 걸작을 내놓는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의 저력을 믿어 보기로 했다. 언제나 감동적인 1, 2편을 극장에서 다시(내 경우는 처음) 만날 수 있었던 재개봉 이벤트도 그냥 넘어갈 수 없는 기회였다.

극장에서 처음으로 본 <토이 스토리>는 흥미로운 경험이었다. 아무래도 개봉 이후 세월이 제법 흐른 데다 컴퓨터 그래픽이라는 분야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다 보니, 화면에서 옛날 느낌이 조금 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실사에 삽입된 것이 아니라 전체가 CG로 구현된 작품에서 마치 고전영화를 보는 듯한 정서를 맛본 것이다. 하지만 그 단순해 보이는 화면이 정겨우면서도 캐릭터의 특징과 형태를 놀라울 만큼 섬세하게 응축해 낸 결과물이라는 사실을 나는 큰 화면으로 보고서야 비로소 실감할 수 있었다.

3D로 변환된 본편 영상은 입체감이 뛰어났고, 어지럽거나 눈이 얼얼하지도 않았다(두 편을 연이어 보다 보니 조금 피로하긴 했지만). 처음부터 3D로 상영될 것을 전제한 것처럼 어쩌면 이렇게도 자연스러울까 싶었다. 집으로 돌아와 DVD를 다시 보니 어느 정도 의문이 풀리는 듯했다. 애니메이션 전문가가 아니기에 정확한 이론을 제시할 순 없지만 어디까지나 내 눈으로 본 바에 따르면, <토이 스토리> 1, 2의 영상은 2D임에도 지극히 입체적이었다. 피사체를 잡은 각도가 면밀하게 잘 짜여져 있었고, 실사처럼 보이도록 조금 과장했다 싶을 정도로 입체감을 부여한 CG 영상의 질감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인지 맨눈으로 TV를 통해 보는 영상도 극장에서 본 것과 별다른 위화감이 없을 만큼 충분히 3D처럼 느껴졌다. 오히려 극장에서는 3D로 감상한다는 신기함보다는 좋아하는 작품을 큰 화면에서 더 화려한 색감으로 본다는 기쁨이 더 컸다. 액션 장면에서 돋보였던 입체음향의 박력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였다.

<토이 스토리> 1, 2의 첫 극장 관람은 내게 특별한 경험으로 남을 것이다. 몇 달 뒤면 공개될 <토이 스토리 3>도 예전보다는 더 편안한 마음으로 기다릴 수 있게 되었다. 바로 그것이 이번 재개봉으로 픽사와 디즈니가 노린 것임을 나는 안다. 하지만, 알면서도 이렇게 기분 좋게 속을 수 있는 것이 이 세상에 그리 많지 않다는 것도 나는 안다.

원제: Toy Story / Toy Story 2
감독: 존 래시터 / 존 래시터, 애쉬 브래넌, 리 언크리치
주연: 톰 행크스, 팀 앨런, 조운 큐색
북미 재개봉: 2009년 10월 2일
한국 재개봉: 2010년 5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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