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킥애스] (2010)

(C) Marv Films, Plan B Entertainment
(C) Marv Films, Plan B Entertainment

<킥애스>(Kick-Ass)는 수퍼히어로가 나오지 않는 수퍼히어로 영화이다. 영화 속에서 가면과 수트를 착용한 자경단원들은 모두 초능력을 지니지 않은 보통 사람들이다. 예를 들면 나중에 제목과 똑같은 이름의 영웅이 되는 우리의 주인공 데이브는 평범 이하의 괴짜이다. 그는 운동신경이 뛰어나지도 않고 여자친구도 없으며, 비슷한 괴짜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다 동네 건달들에게 종종 삥을 뜯기는 게 고작인 친구이다. 그에게 남다른 점이 있다면 바로 상상력이다. 그의 인생을 영영 바꾸게 될 이 상상력은 하나의 심각한 의문으로 이어진다. ‘이 부조리한 세상에서 왜 아무도 수퍼히어로가 되려고 하지 않는 거지?’ 생각과는 반대로 돌아가는 현실에 만족하지 못한 데이브는 결국 자신이 직접 수퍼히어로가 되기로 결심한다.

<킥애스>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핸콕>처럼 수퍼히어로 장르를 비튼 영화라고 할 수 있다. 데이브의 분신 ‘킥애스’에게 핸콕 같은 초능력은 없지만, 우리는 이 영화에서 여러 가지 요소를 예측할 수 있다. 이를테면 성장담이라든가 미디어가 일으키는 광풍과 그 부작용, 수퍼히어로의 존재 의미, 이 세상에서 수퍼히어로가 있을 곳은 과연 어디인가 등의 익숙한 장르 공식이 뒤틀리고 뒤집히고 깨지는 것 말이다. <킥애스>는 그 예측을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 영화는 앞서 말한 요소들을 다루면서 그 강도를 무시무시하게 높인다. 슬쩍 구부리는 정도가 아니라 부러지기 직전까지 비틀어대고, 가끔은 진짜로 부러뜨리기도 한다. 한 번 빙글 돌리는 정도가 아니라 토하기 직전까지 마구 돌려댄다. R등급을 받은 <킥애스>는 수퍼히어로 영화에서 기대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욕설 대사와 하드코어 액션을 관객에게 말 그대로 집어던진다. 그것도 대충 만든 게 아니라 기가 막히게 세련되고 정교하게 뽑아내면서 장르영화의 최고 수준을 달린다. 수퍼히어로 작품을 인용하고 패러디한 대목도 적지 않다. 당신이 수퍼히어로에 대해 더 많이 알 수록, 이 영화를 한층 더 즐길 수 있다. 미국만화나 수퍼히어로에 대해 뭐든지 알고 있는 전문가가 아닌 나조차도, 빅 대디가 1966년판 <배트맨> TV 시리즈의 주연 배우 애덤 웨스트의 말투와 동작을 흉내낼 때마다 웃느라 객석에서 굴러떨어질 뻔했다.

<킥애스>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한 부분이 있다면, 이야기와 등장인물의 잠재력을 완전히 발휘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 영화는 퍽 과격하고 날렵하지만 관객을 예전에 가 보지 못했던 곳으로 데려가지는 않는다. 처음부터 끝까지 힘차게 달려가지만 폭력과 섹스 묘사, 욕설을 빼고는 어느 선 이상을 넘지 않는 것이다. 나는 특히 일상과 악행 사이에서 위태로운 줄다리기를 하던 레드 미스트의 캐릭터에 흥미를 갖고 그가 발전하는 과정을 더 자세히 보고 싶었지만, 주인공 킥애스조차 초라하게 보일 지경으로 천방지축 날뛴 힛걸에 밀려 어물쩡 넘어가 버리고 말았다.

그럼에도 <킥애스>는 몇몇 단점을 충분히 상쇄할 정도로 매력적이다. 이 영화는 피가 튀고, 팔다리가 잘리며, 뼈가 으스러지고, 총알이 빗발치듯 날아다니고, 수류탄이 터지고, 바주카가 작렬하는 히어로들의 처절한 결투장으로 관객의 등을 거칠게 떠밀면서, 당신의 아드레날린을 마지막 한 방울까지 뽑아낼 것이다.

원제: Kick-Ass
감독: 매튜 본
주연: 애런 테일러 존슨, 클로이 그레이스 모레츠, 니콜라스 케이지, 마크 스트롱, 크리스토퍼 민츠 플래시
북미 개봉: 2010년 4월 16일
한국 개봉: 2010년 4월 22일

Leave a Comment

이 사이트는 스팸을 줄이는 아키스밋을 사용합니다. 댓글이 어떻게 처리되는지 알아보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