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다 린다 린다] (2005)

(C) COVERS&Co., バップ
(C) COVERS&Co., バップ

새로운 열정으로 이룩한 탄탄한 팀워크

해체 위기의 학생 밴드가 새로 맞아들인 보컬은 한국인 교환학생? 코앞으로 다가온 축제에서 과연 그들은 멋진 공연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인가? 개성파 배우 배두나가 출연하여 화제를 모은 청춘영화 <린다 린다 린다>(リンダ リンダ リンダ, 2005)는 Teamwork의 흥미로운 예를 보여준다.

사실 영화야말로 팀워크의 산물이다. 흔히 ‘종합예술’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영화 작업에는 배우와 감독 뿐만 아니라 촬영, 미술, 건축, 의상, 분장, 음악, 컴퓨터 그래픽 등 다종다양한 분야의 인재들이 모인다. 이렇게 각기 다른 일을 하던 사람들이 하나의 목적을 위해 모일 경우 필수적인 것이 바로 팀워크다. 이들은 현장의 결정권자인 감독의 지시에 따라 최고의 작품을 만들기 위한 협력 체계를 구축하게 된다. 약간의 비약을 감행하는 것이 용서된다면, 영화의 전체적인 완성도는 그것을 구성하는 한 팀의 완성도와 같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음악이 제 역할을 못했다면, 진지한 심리 묘사 장면에서 통통 튀는 곡이 나와 관객을 어리둥절하게 할 것이고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제대로 전달되지 못한다. 영화는 예술의 한 분야지만 다수의 구성원이 긴밀한 협력을 통해 결과물을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그 어느 예술 분야보다 팀워크가 중시된다. 최근 한국영화의 위상이 높아지고 한류가 하나의 문화현상으로 자리매김함에 따라 해외 영화계와 손잡은 다국적 프로젝트의 제작이 늘어나고 있다. 크게는 투자 단계에서 합작 등의 방법을 통해 해외 시장 진출을 염두에 둔 작품으로부터, 작게는 한국 배우가 외국영화에 출연하거나 그 반대의 경우가 점차 빈번해지고 있는데, 오늘 소개할 일본영화 <린다 린다 린다>는 그런 의미에서 매우 흥미로운 작품이다.

이 영화는 일본의 한 지방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해체 위기에 빠진 학생 밴드가 우여곡절을 거쳐 성공적인 공연을 치른다는 내용의 청춘 성장 영화다. 우리나라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으나 일본에서는 소장파 감독으로 평가가 높은 야마시타 노부히로의 연출작으로, <플란다스의 개> <고양이를 부탁해> <복수는 나의 것> 등의 영화와 탤런트 및 모델 활동으로 잘 알려진 배두나가 한국인 교환학생으로 출연하여 훌륭한 연기를 보여주었다. <린다 린다 린다>라는 독특한 제목은 극중 학생 밴드가 부르는 ‘더 블루 하츠’의 히트곡 ‘린다 린다’에서 따온 것. 더 블루 하츠는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 활동했던 일본의 인기 록 밴드인데 극중 ‘린다 린다’와 함께 ‘끝나지 않는 노래’ ‘나의 오른손’ 등의 대표곡이 삽입되었다.

<린다 린다 린다>는 축제 홍보 영상을 촬영하고 있는 일단의 학생들로부터 시작된다. 카메라 앞에 선 여학생은 ‘아이임을 그만둔다고 해서 곧장 어른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는 대사를 통해 이 영화가 어린이와 어른 사이의 시기, 즉 사춘기를 겪는 소년소녀들의 이야기임을 암시한다. ‘질풍노도의 시기’인 사춘기를 상징하듯 영화 초반부의 학생 밴드는 축제 직전 보컬이 탈퇴하는 최악의 상황을 맞는다. 리더격인 드러머 쿄코(마에다 아키)와 기타주자 케이(카시이 유) 그리고 베이스주자 노조미(세키네 시오리)는 밴드의 얼굴인 보컬을 찾고자 동분서주하고, 우연과 우연이 겹쳐 한국에서 온 교환학생 송(배두나)이 얼떨결에 그 자리에 오면서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문제는 송이 일본어에 익숙하지 않은데다 촉박한 기간에 밴드에 적응하는 일 자체가 쉽지 않다는 것. 이들은 한밤중에 몰래 특활실에 숨어들어 서로 숨죽이며 연습을 하고, 공연 당일에는 피로에 지쳐 늦잠을 자다 공연에 지각하는 등 온갖 해프닝을 겪는다.

하지만, 그 동안 친구가 없었던 송은 노래를 시작하면서 꽁꽁 숨겨져 있던 특유의 넉살을 드러내고, 새로 사귀게 된 일본인 친구들과 따뜻한 우정을 쌓기 시작한다. 그리고 보컬의 탈퇴로 밴드 활동의 의욕을 잃었던 쿄코와 케이, 노조미는 발랄한 송과 어울리며 새로운 열정을 찾는다. 이 과정에서 조용히, 그러나 확실히 밴드로서의 팀워크를 다지게 된 이들은 비록 공연 시간에 늦었으나 최선을 다한 연주로 기다림에 지쳤던 관중을 열광시킨다. 배우들이 직접 연주하고 노래한 더 블루 하츠의 히트곡들은 기교 면에서 완벽하지 않지만, 서로 다름을 극복하고 이룩한 탄탄한 팀워크가 발휘되면서 듣는 이를 감동시키는 힘을 지닌다. 송은 공연 직전까지도 정해지지 않았던 밴드의 이름을 ‘파란 마음’이라고 소개한다. 물론 ‘파란 마음’은 ‘더 블루 하츠’의 우리말 이름. 결국 <린다 린다 린다>는 우정과 열정이라는 동인을 팀워크로 승화시키면서 송과 쿄코, 케이, 노조미라는 개인이 ‘파란 마음’이라는 밴드로 변모하는 과정을 담은 영화라고 할 수 있다. 공통된 목적을 통해 뭉친 집단이 성공적인 팀워크를 이루기 위해서는 먼저 구성원들 사이의 인간적인 신뢰 관계가 성립해야 한다는 작은 교훈은 덤이다.

그밖에도 이 영화에는 신-구세대의 단절과 소통을 다룬 담임선생님 에피소드, 송과 교코, 케이의 풋풋한 로맨스 등 학창시절에만 경험할 수 있는 소박하면서도 아름다운 이야기들이 어우러져 있다. 이미 학창시절을 보낸 관객이라면 뭘 해도 즐거웠던 그때의 빛나는 기억을 추억하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감상이 될 것이다.

– SK 텔레콤 사보 [SK World] 2006년 5월호에 실은 글. 주제는 ‘팀워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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