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리와 초콜릿 공장] (2005)

(C) Warner Bros. Pictures
(C) Warner Bros. Pictures

창의력이 요즘 대세다. TV 광고만 몇 개 훑어봐도 알 수 있듯, 어린이 교육부터 기업 경영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 사회 전체가 창의력 배양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 창의력에 대해 사전에서는 ‘새로운 생각이나 의견을 생각해 내는 능력’이라고 해설하고 있다. 영상 예술의 총아인 영화 역시 지금까지 수많은 감독들이 선보인 창의력에 힘입어 발전해 왔다. 그들은 작품을 통해 영화를 보는 방식을 바꿔왔으며, 자신만이 보여줄 수 있는 독특한 세계를 창조하여 관객의 창의력과 상상력을 자극했다. 이들 가운데 팀 버튼은 ‘그가 아니면 보여줄 수 없는’ 영상을 만들어 낼 줄 아는 헐리우드의 가장 창의적인 감독 가운데 한 명이다.

팀 버튼은 디즈니 애니메이터 출신으로서, 1985년 데뷔작 <피위의 대모험>에서 이미 범상치 않은 상상력을 보여 주었다. 코미디언 피위 허먼이 출연한 이 영화는 허술한 스토리를 깜빡 잊게 할 만큼 앙증맞은 영상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이후 장난꾸러기 유령 비틀주스의 요절복통 대소동을 그린 <유령 수업>(1988)을 거쳐 초대형 히트작 <배트맨>(1989)으로 헐리우드에서 가장 주목받는 젊은 감독이 된 버튼은 이때 부터 본격적으로 자신만의 세계를 영상에 담아내기 시작한다. <배트맨>의 후속작으로서 이미 판타지 로맨스의 걸작 반열에 오른 <가위손>(1990)은 한 마을에 눈이 내리게 된 사연을 슬프고도 아름다운 동화처럼 그려냈는데, 단짝 대니 엘프먼의 서정적인 음악과 함께 펼쳐진 버튼의 영상미는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그는 상업적인 헐리우드라는 환경에서도 얼마든지 감독의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음을 증명해 왔다.

버튼은 로알드 달의 유명한 동화를 각색한 <찰리와 초콜릿 공장>(Charlie and the Chocolate Factory, 2005)으로 데뷔 20년이 지난 현재도 감각이 녹슬지 않았음을 보여주었다. 주인공 찰리는 할머니, 할아버지 그리고 부모님과 함께 사는 소년. 찰리가 사는 마을에는 세계에서 제일 유명한 윌리 웡카의 초콜릿 공장이 있다. 윌리 웡카는 먹는 사람에게 달콤한 맛 뿐만 아니라 한 조각의 행복까지 전해주는 놀라운 초콜릿을 만드는 인물. 어느 날, 그는 초콜릿 속에 숨겨진 다섯 장의 황금 티켓을 찾는 어린이를 공장에 초대하겠다는 발표로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다. 놀랍게도 행운의 주인공이 된 찰리는 웡카의 안내로 꿈과 환상의 세계인 초콜릿 공장에 들어가고, 웡카는 다섯 아이들 중 한 명에게 공장을 물려줄 것이라고 말한다. 과연 그의 후계자 자리는 누구에게 돌아갈 것인가?

화면에 펼쳐지는 초콜릿 공장의 화려한 모습은 버튼이 심혈을 기울여 준비한 영상 미술의 최고봉이다. 도입부에 묘사되는 초콜릿 생산 공정의 기발한 아이디어는 물론이고, 공장의 핵심부 ‘초콜릿 방’은 마치 지금까지의 팀 버튼 월드를 총결산한 듯한 영상미의 극치다. 방 한가운데를 흐르는 부드럽고 진한 갈색의 초콜릿 강, 땅에 돋아난 형형색색의 초콜릿 꽃과 풀, <크리스마스 악몽>을 연상시키는 곡선미가 인상적인 언덕 등은 그야말로 눈과 귀를 즐겁게 하는 것은 물론, 혀끝에서 초콜릿의 달콤함마저 느껴지게 한다. 껌 하나로 풀 코스 식사를 맛볼 수 있게 한 발명품, 좋은 호두를 사람보다 훨씬 더 정확하게 골라내는 다람쥐들, TV 광고 속 초콜릿을 리모콘을 통해 실제로 불러내는 기술 등 웡카의 초콜릿 공장에는 상상력을 자극하는 온갖 볼거리들로 가득 차 있어 보기만 해도 배가 부를 지경이다. 이 같은 경이적인 초콜릿 세상은 로알드 달이 쓴 원작에 이미 묘사된 것이다. 하지만, 활자로 표현된 환상 세계를 화면에 살아 숨쉬게 만드는 것은 또 다른 이야기다. 이미 있는 것에 참신한 생각을 담는 것도 창의력의 연장이라고 할 수 있다면, 팀 버튼 감독은 여기서도 자신의 능력을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찰리와 초콜릿 공장>의 가치가 영상미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웡카는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뛰어난 예술가지만, ‘부모님’이라는 단어를 제대로 발음하지 못할 정도로 고독한 사람이다. 그에게 있어 소년 찰리는 자신이 아버지와 나누지 못했던 따뜻한 사랑을 알고 있는 부러운 존재다. 영화의 결말에서 웡카는 찰리에게 초콜릿 공장을 물려주기로 하지만, 찰리는 가족들과 함께 할 수 없다면 공장이 무슨 소용이겠냐고 되묻는다. 그는 1년에 한 번만 초콜릿을 먹을 수 있을 정도로 가난하게 살았지만, 그것조차 가족들과 나누어 먹었던 마음씨 착한 소년이다. 결국 찰리는 초콜릿 공장에서 가족들과 함께 살기로 하고, 웡카는 오랫동안 소원했던 아버지와 화해한다. 그는 초콜릿이 주는 행복도 사람들과 나누어야 진정한 가치를 지닌다는 찰리의 마음에 감동한 것이 아니었을까. 창의력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기발하고 새로운 생각이라고 할지라도 그것이 사람을 위한 것임을 잊으면 안 될 것이다. 처음에는 눈을 한껏 즐겁게 하는 영상미에 반하고, 대단원에서는 가족의 소중함에 가슴이 따뜻해지는 영화 <찰리와 초콜릿 공장>. 온 가족이 모여 즐길 수 있는 최고의 홈 무비로서 손색이 없는 작품이다.

– SK 텔레콤 사보 [SK World] 2006년 4월호에 실은 글. 회사 측은 세 가지 조건을 지켜달라고 했다. 첫 번째는 ‘창의력’이라는 주제에 맞출 것, 두 번째는 될 수 있으면 온 가족이 볼 수 있는 영화를 고를 것. 세 번째는 될 수 있으면 최근 공개된 영화를 고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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