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파일: 나는 믿고 싶다] (2008)

(C) 20th Century Fox
(C) 20th Century Fox

나는 <X-파일>의 팬이 아니다. TV나 DVD를 통해 초기 시즌 에피소드를 몇 편 보았고, 극장판 전편은 아예 보지 않았다. 오히려 작품 자체보다 그것을 다룬 글을 더 많이 접했을 정도다. 그러니 이번 속편에서 스컬리와 멀더가 화면에 처음 모습을 드러냈을 때 이 시리즈의 팬들이 느꼈을 감정을 온전히 이해할 수는 없다(나 역시 특정한 몇몇 작품의 열렬한 팬이기에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긴 하다). 다만 그동안 두 사람의 관계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는 잘 모른다. 입양 이야기도 나오고, 두 사람은 한때 사랑에 빠지기도 했던 것 같다. 팬들에게 어쩌면 놀라움일지도 모를 마지막 장면에 대해서도 그 정도가 얼마인지 알 수 없다.

그렇지만 <X-파일: 나는 믿고 싶다>(The X-Files: I Want to Believe)가 극장에서 보는 TV 시리즈의 특집 에피소드와도 같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TV 시리즈는 종종 극장으로 옮겨졌을 때 마치 한을 풀기라도 하듯, 작은 화면에서 불가능했던 화려한 볼거리를 선사하거나 규모가 더 큰 이야기를 다룬다. <X-파일>이 TV에서 다루었던 소재는 특성 상 극장용으로 얼마든지 확장할 수 있기도 할 것이다. 이것이 현실화될 때 TV 시리즈의 극장판은 작품의 문외한도 부담 없이 볼 수 있는 블록버스터가 될 수도 있다.

반면, <나는 믿고 싶다>는 애써 판을 키우지 않으려는 것처럼 보인다. 거창한 스펙터클이나 반전 등에 한눈파는 일 없이 늘 하던 일을 계속하는 느낌이라고 할까. 두 주인공도 마찬가지다. 여전히 세상의 어둠에 한 발을 걸치고 있는 멀더는 또다시 그를 찾아온 불가사의에 이끌린다. 스컬리는 이제 ‘어둠 속에서 괴물을 쫓는 건 그만두고 싶다’고 말하지만 어쩔 수 없이 사건에 휘말린다.

이번 사건은 여성을 대상으로 한 연쇄 실종 사건과 이에 얽힌 환시를 본다고 주장하는 한 성직자의 이야기이다. FBI는 퇴직 후 의사가 된 스컬리에게 은둔 중인 멀더와 함께 수사에 협조해 줄 것을 요청한다.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이야기는 ‘믿음’의 문제로 귀결된다. 멀더는 성직자의 이야기를 믿고 사건 해결에 수반되는 위험을 기꺼이 감수하려 들지만, 스컬리는 아동 성추행 전력이 있는 성직자를 신뢰하지 않는다. 밝혀지는 내막은 기대를 넘어서는 충격이나 섬뜩함, 거창함을 안겨 주진 않지만 스릴러로서 제 역할은 해낸다. 무엇보다도 욕심 부리지 않고 우직하게 주제에 대한 탐구를 멈추지 않는, 소박하면서도 단단한 연출이 마음에 든다. 블록버스터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 단단한 소박함이야말로 이 영화의 진짜 미덕일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X-파일>이라는 가공의 세계에는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너무나도 많다. 내가 보았던 초기 에피소드 몇 개도 모두 그렇게 끝나고 말았다. 하지만, 믿음이 영화 속 등장인물의 삶을 긍정적으로든 부정적으로든 변화시켰다는 점은 분명하다. 살아가기 위해 우리는 어떤 것에 대한 믿음을 버릴 수는 없는 것이다. 적어도 그것은 진실이다. 우리가 믿어도 되는, 또는 우리가 믿고 싶은. 진실은 저 너머에 있기도 하고, 바로 여기에 있기도 하다.

원제: The X-Files: I Want to Believe
감독: 크리스 카터
주연: 데이비드 듀코브니, 질리언 앤더슨, 어맨다 피트, 빌리 코놀리, 엑스지빗
북미 개봉: 2008년 7월 25일
한국 개봉: 2008년 8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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