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콕] (2008)

(C) Columbia Pictures
(C) Columbia Pictures

수퍼히어로 존 핸콕은 LA의 골칫거리이다. 그는 주정뱅이에 성질도 더러운 민폐 덩어리여서 트러블을 해결하려다 자신이 트러블이 되고 마는 인물이다. 그러나 우연한 기회에 바로 그 트러블 때문에 목숨을 건진 PR 전문가 레이가 보답으로 핸콕의 이미지 교정에 나선다. 핸콕은 점차 시민들의 신뢰를 얻어가지만, 한편으로 레이의 아내 메리에게 눈독을 들이기 시작한다.

여기까지는 전형적인 윌 스미스 영화이다. 실력은 뛰어나지만 반항적이고 타협을 모르는 주인공이 어떤 상황이나 집단과 좌충우돌하는 모습을 경쾌한 코믹 터치로 그리는 것이다. 배우의 이미지와 수퍼히어로 영화의 공식을 재치 있게 뒤튼 극중 상황은 템포가 좋고 시각효과도 훌륭하다(<스파이더맨> 시리즈를 담당했던 존 다이크스트라의 솜씨이다). 그런데 문제의 중반에서, 영화는 관객의 예측을 아득히 초월하며 급선회한다. 당신들은 모두 낚였다. <핸콕>의 예고편은 <식스 센스>가 울고 갈 정도로 만선을 이루었던 것이다.

이제부터 가벼운 수퍼히어로 코미디는 심각하고 어두운 수퍼히어로 드라마로 갑작스럽게 진로를 바꾼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이 대목에서 코미디로 시작했다가 억지 눈물 짜기로 클라이맥스를 장식하고 다시 코미디로 끝나는 숱한 한국영화를 떠올리며 잠깐 위기감을 느꼈다. 잔뜩 과장된 음악이 울려퍼지고 고양된 감정이 소용돌이친다. 한술 더 떠 이 영화에는 수퍼히어로의 적이 없다. 아니, 명목상의 적은 있지만 주인공이 싸워야 할 진짜 상대는 아니다. <핸콕>의 카타르시스는 기존 수퍼히어로 영화와 다르다. 관점에 따라 영화에 대한 호오가 극명하게 엇갈릴 만하다. 하지만, 수퍼히어로라는 존재가 기본적으로 ‘물 밖에 나온 물고기’임을 이해한다면, 핸콕이 극복해야 할 장애물이 무엇인지도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핸콕>이 주제를 드러내기 위해 약간의 무리수를 둔 건 분명하다. 수퍼히어로의 내면에 처음으로 시선을 돌린 영화도 아니다. 그러나 그 시선은 예전보다 더 직관적이고 더 집요하게 피사체를 뒤쫓고 있다. 관객의 기대를 교묘하게 배반하며 주제를 다루는 방법은 흥미롭다. 완벽하게 성공한 건 아니지만, 이런 수퍼히어로 영화가 하나쯤 있어도 재미있다.

원제: Hancock
감독: 피터 버그
주연: 윌 스미스, 샬리즈 테론, 제이슨 베이트먼, 제이 헤드, 에디 마산
북미 개봉: 2008년 7월 2일
한국 개봉: 2008년 7월 2일

Leave a Comment

이 사이트는 스팸을 줄이는 아키스밋을 사용합니다. 댓글이 어떻게 처리되는지 알아보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