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둠즈데이] (2008)

(C) Rogue Pictures
(C) Rogue Pictures

<둠즈데이>(Doomsday)는 7, 80년대 SF/액션/판타지영화에 대한 애정 어린 헌사이다. 닐 마셜 감독은 존 카펜터의 ‘탈출’ 시리즈와 <매드 맥스> 시리즈, <오메가 맨>, <엑스칼리버> 등 과거 자신이 좋아했던 영화들로부터 줄거리는 물론 세계관과 인물 설정, 대사, 특정한 장면들, 미장센, 연출 스타일까지 몽땅 재료 삼아 <둠즈데이>라는 반죽을 만들었다. 그래서 이 영화에는 동일한 인물들이 계속 나올 뿐 어디선가 본 장면으로 가득하고, 장르는 20분마다 한 번씩 바뀐다. 어떤 컷이 SF라면 그 다음 컷에서 갑자기 중세 판타지가 시작된다는 식이다. 실은 주인공을 비롯한 주요 인물의 성격, 외모, 입버릇도 예전 무슨무슨 영화에서 본 그대로이다. 얼핏 <둠즈데이>는 창의성과는 담을 쌓은 영화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저 그런 짜깁기 영화로 넘겨버리기에는 이 영화의 매력이 만만찮다. 반죽이란 재료의 맛에 익숙한 사람에게 즐거움과 안정감을 준다. 그리고 여러 가지 재료가 뒤섞이면서 내는 오묘하고 새로운 맛은 먹는 사람을 기쁘게 한다. 문제는 누구나 그런 반죽을 만들기 어렵다는 사실이다. 이것저것 아무렇게나 뒤섞는다고 맛있는 반죽이 되는 건 아니니까. 다행히 닐 마셜은 재능 있고 훌륭한 요리사이다. 무엇보다도 그는 재료의 맛과 반죽 만드는 일 자체를 즐기고 사랑한다.

<둠즈데이>에는 프레임 사이마다 옛 장르영화에 대한 애정이 듬뿍 배어있다. 장면을 무턱대고 베끼는 것이 아니라 그 장면의 어떤 점을 골라내어 살려야 할지, 그것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표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감독의 고민이 앞섰음을 분명히 알 수 있다. 그 모든 고민은 단 한 가지 목적을 향하고 있다. ‘나의 즐거움을 다른 사람에게도 가감 없이 전달하고 싶다’는 열망이다. 감독의 그러한 열망은 영화에 질려버릴 정도의 추진력을 부여했다. 관객은 처음부터 끝까지 강렬한 액션과 유혈로 이루어진 <둠즈데이>의 톡 쏘는 맛에 심장이 격렬히 고동치고, 관자놀이의 혈관이 터질 듯 부풀어 오르는 감각을 생생하게 느낄 것이다. 닐 마셜이 안내하는 이 죽음의 고속 질주에는 틀림없이 동참할 만한 가치가 있다.

원제: Doomsday
감독: 닐 마셜
주연: 로나 미트라, 밥 호스킨스, 맬컴 맥도웰, 알렉산더 시디그, 데이비드 오하라
영국 개봉: 2008년 5월 9일
한국 개봉: 2008년 6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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