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애나 존스와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 (2008)

(C) Lucasfil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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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년 만에 나온 이 속편은 ‘보는’ 영화라기보다는 ‘만나는’ 영화이다. 출연진과 제작진 상당수가 그랬듯이, 관객들에게도 이 영화는 단순한 관람이 아니라 반갑고 향수어린 동창회에 참석하는 듯한 경험이다. 올해 66세인 해리슨 포드는 도입부에서 인디의 입을 빌려 잘나가던 건 젊었을 때 이야기라며 스스로 늙었음을 시인한다.

사실은 그것이 이 영화의 가장 뛰어난 점이다. 시리즈 3편과 4편 사이에 놓인 19년이라는 간극은 영화 속 인디와 영화 밖 해리슨, 그리고 관객 모두에게 해당된다. 우리가 이 모험담 연작을 보고 즐기며 인디-해리슨과 함께 나이를 먹어온 것을 이 영화는 애써 숨기려 들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은 2008년의 기술로 만들어진 1980년대 영화처럼 보인다.

1930년대를 무대로 했던 앞선 세 편과는 달리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의 현재 시점은 1950년대이고, 적은 나치가 아니라 소련군이며 매카시즘과 로큰롤, 폭주족, 핵폭탄, 로스웰 등 시대를 반영한 새로운 설정과 등장인물, 볼거리가 등장한다. 그러나 지난 20여 년 동안 인디 시리즈를 몇 번이고 반복 감상하다 못해 되새김질까지 해 온 팬들은 이야기가 전환점에서 어느 방향을 택할 지 거의 틀리지 않고 맞힐 수 있다(게다가 비슷한 영화도 많이 나와 있고). 심지어는 결말도 웬만큼 예측할 수 있을 정도이다. 시리즈의 전통이나 몇몇 약속의 전개는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장면 구도마저 그대로 반복되거나 적절한 선에서 변주된다. 존 윌리엄스는 틈만 나면 귀에 익은 선율을 들려 준다. 뭔가 새로운 것, 압도적인 것을 발견하려는 관객에게 이 영화는 고루하고 한심하기 짝이 없는 경험이 될 지도 모른다.

하지만, 인디의 귀환을 오랜 시간 기다려온 팬들에게는 이 모든 것이 정반대의 의미를 지닌다. 오히려 인디와 함께 열아홉 살을 더 먹은 그들은 늙어서 얼굴 피부가 처지고, 주름이 그려졌을망정 예전의 활력만은 그대로인 인디와 매리언을 보며 반가움과 향수 그리고 동질감을 느낄 것이다. 군데군데 약간씩 호흡이 달리는 부분이 없지는 않지만, 이 영화에는 당신이 <잃어버린 성궤의 추적자들>을 처음 보았을 때 느꼈던 흥분을 되살리기에 충분할 만큼의 즐거움이 들어있다. 그 흥분이야말로 팬들이 극장에서 다시 경험하고 싶은 것이며,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이 선사할 수 있는 가치이다.

이것은 영화 역사에 한 획을 그을 작품이 절대로 아니고, 올해 최고의 영화도 아니다. 관객의 정신세계를 고양할 걸작은 더더욱 아니다(애초에 그럴 필요조차 없다). 조지 루카스와 스티븐 스필버그와 해리슨 포드의 가장 훌륭한 작품도 아니다. 그렇지만 인디애나 존스와 함께 사이좋게 시간의 세례를 받아온 팬들에게,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은 더 바랄 것이 없는 행복한 선물이다.

원제: Indiana Jones and the Kingdom of the Crystal Skull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주연: 해리슨 포드, 샤이어 라버프, 케이트 블란쳇, 캐런 앨런, 레이 윈스턴
북미 개봉: 2008년 5월 22일
한국 개봉: 2008년 5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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