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일리언 대 프레데터 2] (2008)

(C) 20th Century Fox
(C) 20th Century Fox

평론가 로저 이버트는 1980년 영화 평론 프로그램 <스닉 프리뷰>에서 <할로윈>을 극찬하면서, ‘공포영화(horror movie)와 기괴한 구경거리(freak show) 사이에는 차이가 있다.’ 라고 말한 바 있다. 지금까지 많은 평론가와 팬들은 <에일리언>과 <프레데터>가 좋은 공포영화라는 의견에 동의해 왔다. 그렇다면, 두 작품의 유전자를 지닌 <에일리언 대 프레데터 2>(Aliens vs. Predator: Requiem)는 어떨까? 좋은 공포영화일까, 아니면 기괴한 구경거리일까? 오리지널을 충실히 계승한 작품일까, 끔찍한 돌연변이일까?

내 생각에 <에일리언 대 프레데터 2>는 기괴한 돌연변이 구경거리지만, 그렇다고 나쁘게 보진 않는다. 이 영화는 <에일리언>과 <프레데터> 시리즈에 대한 애정과 존경심의 산물, 즉 팬 픽션이다. 그건 전편도 마찬가지였으나, 이번에는 집대성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오리지널의 더 많은 정보를 더 적극적으로 인용하고 변주했다. 전편에서 부족했던 뒷맛을 음미하기에 더할 나위가 없다.

예고편에서 장갑차 운전대를 잡은 켈리가 꽉 잡아요(Hold on)! 라고 외치는 대목이 <에일리언 2>에서 APC 조종석으로 향하던 리플리의 대사와 심지어는 그 어조까지 똑같다는 걸 확인한 팬들은 입가에 번지는 미소를 참기 어려웠을 것이다. 이 영화의 거의 모든 요소는 에일리언과 프레데터 시리즈로 유명해진 것들을 전편보다 더 교묘하게 조합한 결과이다. 장면의 구도와 효과음, 대사, 살해 장면의 연출 등 일일이 주워 담기 힘들 지경이다. 음악은 어떤가. 전편의 해럴드 클로저가 독자적인 해석을 바탕으로 작곡한 스코어로 주목 받았다면, 이번 속편의 브라이언 타일러는 <에일리언>과 <프레데터> 시리즈 스코어의 라이트모티프를 빈번히 재활용한다. 귀에 익숙한 선율을 듣노라면 마치 고향에 돌아온 듯한 느낌이 든다.

새로운 볼거리도 많다. 이미 예고편과 프로모션 영상을 통해 화제가 되었던 프레데터 행성의 묘사, 에일리언과 프레데터가 동네 한 복판에 일제히 출현하는 대목은 AVP 팬들의 실사화 염원을 실현한 멋진 장면들이다. 프레데일리언의 카리스마가 기대만 못하긴 하지만, <에일리언 4>의 뉴본보다는 훨씬 낫다. 물론, 웨일랜드-유타니 사의 비열한 음모도 빠질 수 없다. 무엇보다도 PG-13등급을 받았던 탓에 밍밍하기만 했던 전편의 유혈 묘사에 실망했던 팬이라면, 이번에 어린이와 임산부까지 가차 없이 죽여 버리는 R등급 피범벅에 환호할 것이다. 이 영화는 에일리언과 프레데터 시리즈를 오랫동안 즐겨왔던 팬들을 위한 종합 선물 세트의 업그레이드이다. 설정이나 장면의 세부에 대해 더 많이 알수록 더 즐길 수 있다.

유감스러운 점은 ‘팬心’의 집대성으로서는 훌륭하지만, 영화로서는 그렇지 않다는 사실이다. 감독 스트로즈 형제와 각본가 셰인 살러노는 지나치게 얄팍한 인간 캐릭터를 완급 조절 없이 이어붙인 장면에 그냥 풀어놔 버린다. 이는 전편도 비판을 받았던 부분이지만, 최소한 주역급 캐릭터 몇 명은 그럴듯하게 포장해 냈었다. 괴물들이 본격적으로 난동을 부리기 전까지는 정말 하품이 나온다. 이런 괴물 영화의 주인공은 괴물이라는 주장도 일리는 있지만, 본 게임 전에 인간들이 나오는 오픈 게임도 재미있게 연출한다면 금상첨화가 아닐까.

또한, 프레데터 팬들이라면 묵묵하고 철저하게 임무를 수행하는 프레데터의 모습에 감탄했겠지만, 에일리언 팬들은 이제 잔챙이로 전락한 에일리언 워리어의 비참한 취급에 절망감을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프레데터가 기존의 ‘헌터’가 아닌 ‘클리너’로서 지구상에 에일리언이 저질러놓은 짓을 수습하고 자기 종족의 흔적을 지우느라 동분서주하는 캐릭터로 변모한 반면, 에일리언 워리어는 프레데터의 고독하고 쿨한 영웅적 묘사를 부각하기 위해 전편보다 더 심한 들러리로 소모되고 말았다.

원래 아무 상관이 없었던 두 세례를 하나로 뒤섞었던 시점, 즉, 1989년 만화 <에일리언 대 프레데터>가 나왔던 순간부터 이 크로스오버는 기괴한 구경거리였고 돌연변이였다. 이것은 장르영화의 역사가 증명한다. <애보트와 코스텔로 프랑켄슈타인을 만나다>가 그랬고, <킹콩 대 고지라>가 그랬으며 <드라큘라 대 프랑켄슈타인>이 그랬고, 가까운 예로는 <프레디 대 제이슨>이 그랬다(사실은 ‘최홍만 대 표도르’도 그랬다). 유치하고 황당하다는 평도 있었지만, 팬들은 비웃으면서 때로는 정말로 마음을 주어가며 이들 작품을 즐겼다.

<에일리언 대 프레데터 2>도 마찬가지다. 좋은 공포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버리고, 80년대 슬래셔 영화에 살인마로 에일리언과 프레데터가 나온다고 생각하면 된다. 비웃을 사람은 비웃고, 즐길 수 있는 사람은 즐기면서 인간과 두 괴물 종족의 박 터지는 삼파전을 구경하면 그걸로 족하다. 에일리언과 프레데터를 스크린에서 다시 만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기쁜 팬들에게는 더 말할 것도 없다.

원제: Aliens vs. Predator: Requiem
감독: 스트로즈 형제
주연: 스티븐 파스칼, 레이코 아일스워스, 존 오티스, 자니 루이스, 애리얼 게이드
북미 개봉: 2007년 12월 25일
한국 개봉: 2008년 1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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