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전쟁] (2005)

(C) Paramount Pictures, DreamWorks SKG, Amblin Entertainment, Cruise/Wagner Productions
(C) Paramount Pictures, DreamWorks SKG, Amblin Entertainment, Cruise/Wagner Productions

스티븐 스필버그에게 ‘공포영화 감독’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경우는 드물다. 그러나 그는 어떤 공포영화 감독보다도 스크린 속 공포를 잘 다룬다. 동시에 그가 다루는 공포는 매우 정형화되어 있어 이제는 그 수법이 뻔히 보일 정도가 된 지 오래다. 그럼에도 <우주전쟁>의 도입부에서 벌어지는 외계인의 첫 습격 장면은 보는 이의 얼을 빼놓는다. 스필버그의 테러 묘사는 ‘공포를 다루는 법’이라는 가상 해설서의 황금 공식을 그대로 따르면서도,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참신한 시각적 요소가 추가되어 매번 업그레이드되기 때문이다. 적어도 현시점에서 <우주전쟁>은 역대 최고의 재난영화이며, 시각적으로 가장 뛰어난 괴수영화이다.

스필버그 영화의 원점은 그가 유년기에 매료되었던 문화 요소들이다. 그가 오슨 웰즈의 라디오 드라마 대본 원본을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로 알 수 있듯이, <우주전쟁> 역시 그가 지금까지 만들어 온 장르영화의 연속선 위에서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작품이다. 그리고 창작자가 당대의 현실로부터 영향을 받는다는 명제를 굳이 들이밀지 않더라도, 이 영화에 9. 11 테러가 스필버그를 때리면서 남긴 충격과 분노의 흔적이 녹아있음은 너무나도 분명히 드러나 있다. 외계인에 의해 무차별 파괴되는 시가지와 도망치는 군중의 묘사에서 확인할 수 있는 여러 세부는 9. 11 당시 우리가 실재함을 확인했던 것들이다.

묘하게도 <우주전쟁>은 그가 한 손에 블록버스터를, 다른 한 손에 진지하고 심각한 드라마를 들고 나오곤 했던 전력을 상기시킨다. 재미있는 것은 이 영화가 그 둘을 합친 작품처럼 보인다는 점이다. <우주전쟁>은 <대결>이나 <조스>와 같은 스필버그 초기 걸작의 아우라를 느끼게 한다. 단순한 이야기에 관객의 시선을 압도하는 이미지로 중첩된 장르영화의 거칠고 음산한 질감은 마치 1970년대로부터 2005년으로 곧장 건너뛴 듯 생생하고 힘이 넘친다.

스필버그 영화는 과연 진보적일까. 내가 쉽사리 판단할 수 있는 바가 아닐지라도 이것만은 말할 수 있다. 스필버그는 <우주전쟁>으로 퇴보하지도 추락하지도 않았다. 한국에서 그에 대한 찬반양론이 전례 없이 난무했던 이유는 <우주전쟁>이 불균질했기 때문이 아니라, 관객에게 ‘스필버그를 까야 쿨하게 보이거든’ 이라는 인식을 심는 평자와 논객들의 호들갑에 있다. <우주전쟁>에 대한 혹평 속에는 정작 영화에 대한 비판보다는 엄청난 영향력을 가진 헐리우드의 유대인 감독에 대한 반감이나, 이 영화에 들어맞지도 않는 미국 우월주의 운운만 있을 따름이다. 그자들은 바로 그 점을 두려워해야 한다고 침을 튀겼지만, 정말로 두려워해야 할 것은 이 영화의 결말이 불만스러운 관객이 많을 수밖에 없는 대한민국의 문화 현실이다. <우주전쟁>은 2005년 가장 확대해석된 영화들 가운데 한 편이었다.

원제: War of the Worlds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주연: 톰 크루즈, 다코타 패닝, 저스틴 채트윈, 팀 로빈스, 미란다 오토
북미 개봉: 2005년 6월 29일
한국 개봉: 2005년 7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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