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트라 Q] 북미판 DVD 열어 보기

얼마 전 주문했던 <울트라 Q>(ウルトラQ) 북미판 DVD가 어제 도착했다. 2013년 8월 샤우트! 팩토리 발매.

본고장 일본에서는 2001년 처음으로 DVD가 발매되었고, 10년 뒤인 2011년에는 대대적인 리마스터링과 컬러화까지 거친 ‘총천연색’ 블루레이 디스크와 새로운 DVD가 나오기도 했지만, 북미에서는 작년이 되어서야 오리지널 흑백 버전만 간신히 DVD로 선보였다. 이렇게 늦어진 이유 가운데 하나로는 이 장르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익히 알고 있을, 제작사 츠부라야 프로덕션과 태국 차이요 프로덕션 사이의 저작권 분쟁을 들 수 있을 것이다. 근래에는 어찌어찌 태국 이외 국가에서도 배급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것 같고, 그 영향으로 우리나라에도 몇 년 전부터 울트라 시리즈가 들어 오고 있다. 그렇지만 <울트라 Q>가 들어올 일은 아마도 없을 테니 이렇게 해외판 타이틀이라도 구해다 보는 수밖에는 없다.

여하튼, 패키지를 한번 살펴본다.

앞면은 이런 모습. <울트라 Q>를 대표하는 인기 괴수 가라몬과 운석, 토쿄 타워, 도심지 등의 요소가 컬러로 담겨 있다(본편은 물론 흑백 수록). 제16화 “가라몬의 역습”을 바탕으로 한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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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면. 왼쪽부터 카네곤, 페기라, 파고스, 주란 그리고 주역 등장인물인 이치노타니 박사, 유리코, 쥰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오른쪽 위를 보면 바코드에 구멍이 뚫려 있다. 정가보다 싸게 팔길래 주문했더니만… 역시 이베이 오픈마켓이란 이런 좋지 않은 경험을 할 위험이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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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스를 열어 본 모습. 5장의 디스크에 전 28화가 담겨 있다. 디스크 1의 주인공은 가라몬인데, 정작 이 디스크에는 가라몬이 나오는 에피소드가 없다. 이미지를 대충대충 고른 모양. 슬리브(종이 커버) 안쪽에는 괴수들의 설정화와 사진이 인쇄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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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크 2, 3의 주인공은 각각 카네곤과 라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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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크 4, 5의 주인공은 각각 고메스와 고로. 고메스는 윤곽선을 엉망으로 잘라 놓아 이상하게 쪼그라든 모습으로 나왔다. 그러고 보면 색깔도 마찬가지여서, 어차피 원본이 흑백이랍시고 대충 칠해놓은 듯하다. 커버 이미지도 그렇고 색조가 전반적으로 촌스럽고 싸구려 느낌. 디자인만 보자면 흑백의 고전 작품이라는 특성을 잘 살린 2001년 일본판 DVD가 더 마음에 든다(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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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 Tsuburaya Productions / TBS
(C) Tsuburaya Productions / TBS

 

슬리브 안쪽은 따로 스캔해 보았다.

설정화에 실린 괴수들은 왼쪽 위부터 시계 반대 방향으로 케무르인, 라곤, 고가, 피터, 토도라, 카네곤, 가라몬, 바룽가, M1호. 바코드에 뚫어 놓은 구멍 때문에 M1호의 머리가 살짝 잘려나가 버렸다. 배경에는 역시 시계 반대 방향으로 라곤, 나메곤, M1호의 컬러 사진이 배치되어 있다. 물론 컬러라고는 해도 일본의 ‘총천연색’ 컬러 버전의 색과는 다르다. 이는 디스크에 인쇄된 이미지도 마찬가지.

(C) Tsuburaya Productions / TBS
(C) Tsuburaya Productions / T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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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인차 본편 에피소드 두어 편을 감상했는데, 화질은 그럭저럭 나쁘지 않은 편. 하지만 영어 자막은 영 좋지 않다. 고유명사를 들리는 대로 받아 적어 같은 명칭도 통일이 안 되어 있거나 틀린 경우가 적지 않으며, 일본어를 잘 못하는 내가 봐도 아니다 싶은 지나친 축약이나 의역, 기본적인 자막과 음성 싱크가 어긋난 부분 등이 거슬린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영어로 옮길 때 보통 생략하는 ‘쨩(ちゃん)’ 같은 호칭까지 그대로 적어 놓았다. 이를 테면 등장인물인 유리를 부르는 대사의 자막이 ‘Yuri-chan’ 으로 되어 있는 식이다.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지.

덧붙여 부록은 하나도 실리지 않았다. 부록까지 챙긴다면 일본판으로 가는 수밖에 없겠다.

그리고 해설서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에피소드 목록 정도는 별지로 넣어 주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각 화의 제목을 DVD의 에피소드 선택 메뉴로만 확인할 수 있게 해 놓았다. 작품을 잘 아는 사람에게는 별 문제가 없겠지만,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는 퍽 성가실 것이다.

이렇게 여러 모로 단점을 지닌 타이틀인데, 그럼에도 북미 팬덤 입장에서는 ‘야! 나온 게 어디냐!’ 라는 모양이다. 하기는 작품의 중요성과 지명도를 생각하면 그럴 만도 하다. 나도 원래는 일본판 블루레이 박스를 사고 싶었지만… 그러려면 정말 큰 마음을 먹어야 하기에 당분간은 이걸로 만족해야겠다. 운송료까지 합쳐 43달러 정도로 <울트라 Q> 28화 전편을 소장 · 감상할 수 있다면 괜찮은 가격 대 성능비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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